‘유서 대필’ 강기훈, 22년 만에 “무죄”

<앵커 멘트>

지난 1991년 5월 이른바 유서 대필 사건이 발생합니다.

명지대생 강경대 씨가 시위 도중 경찰에 맞아 숨지자 이에 항의해 전민련 간부 김기설 씨가 분신합니다.

검찰은 김 씨의 유서 필적이 동료였던 강기훈씨의 필적과 같다며 강 씨를 자살 배후로 지목했습니다.

강 씨는 결국 그 이듬해 자살방조죄로 징역 3년형을 확정받고 만기복역했는데요, 22년이 지난 오늘 재심 재판부는 이 판단이 잘못됐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김진화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재심에서도 쟁점은 글씨체였습니다.

1991년 당시 국과수는 김기설씨의 유서와 강기훈 씨의 필적이 같다는 결론을 내렸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2005년 경찰청 과거사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김씨의 수첩이 새로 발견되면서 2007년 국과수의 필적 감정 결과는 바뀝니다.

유서 작성자가 강씨가 아니라 김씨로 보인다는 것.

지난해 말 재심 재판부에 제출된 국과수 세번째 감정 결과도 강씨의 무죄를 뒷받침했습니다.

'오'자를 쓰는 특이한 습성이 김씨의 유서와 수첩에서는 공통적으로 나타났지만, 강기훈 씨의 글씨와는 달랐습니다.

쌍시옷 받침의 형태도 강 씨의 진술서에서만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91년 당시 국과수 감정 결과는 신빙성이 없고 검찰의 다른 증거만으로는 강 씨가 유서를 대신 썼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2년간 악몽의 연속이었다고하는 강기훈 씨.

재심 결과에 오히려 담담했습니다.

<인터뷰> 강기훈 : "사건에 연루되었거나 조사를 받았거나 이런 분들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에게 상처를 안긴 사건입니다. 그게 조금은 풀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간암 투병중인 강씨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사법부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진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