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의회 “대통령 사퇴…5월 조기 대선” 선언

입력 2014.02.23 (01:30) 수정 2014.02.2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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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의회가 22일(현지시간)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 사퇴와 조기 대선을 선언한 가운데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이에 반발하고 나서면서 우크라이나 정국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최고 라다(의회)는 이날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자진 사퇴했다고 밝히면서 5월 25일을 조기 대선일로 정한다는 결의를 발표했다.

앞서 이날 새 의회 의장에 선출된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는 총회 회의 뒤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스스로 대통령직에서 사퇴함에 따라 의회가 조기 대선을 선포할 수 밖에 없다"는 내용의 결의를 낭독했다.

하지만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자진 사퇴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면서 야권의 정권 장악 시도를 국가 전복 쿠데타라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 우니안(UNIAN) 통신 등에 따르면 여당인 '지역당' 의원으로 대통령 고문을 맡고 있는 안나 게르만은 이날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사퇴할 의사가 없으며 대통령은 야권의 정권 장악 시도를 쿠데타로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야누코비치 대통령도 이날 우크라이나 경제 전문 TV 방송 'UBR'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가 지켜본 일들은 쿠데타의 전형"이라며 "조국의 분열과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야누코비치는 특히 야당을 국가에 테러를 가하는 깡패에 비유하며 현재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아돌프 히틀러가 정권 장악을 시도하던 1930년대의 독일 상황에 비유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나치의 귀환을 지켜보고 있다. 사람들을 때리고 폭행하는가 하면 집과 사무실을 불태우고 있다.

여당인 지역당 당사 200곳이 불탔다"면서 "이들 깡패들을 멈추게 하기 위해 전세계에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누코비치는 또한 "21일 공항으로 향하던 중 타고 있던 차가 총격을 받았다. 하지만 나는 조국에 대한 책임감이 있기에 두렵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블라디미르 리박 전 의회 의장이 사임 하루 전인 지난 20일 폭행을 당했으며, 대통령 집무실로 자신을 만나러 오는 도중 그가 타고 있던 차도 총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야누코비치는 현재 동부 도시 하리코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UBR TV는 인터뷰가 어디서 진행됐는지 밝히지 않았다.

이에 앞서 우크라이나 최대 야당인 '바티키프쉬나'(조국당) 소속 의원 니콜라이 카테린축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이미 구두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내 야당은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사퇴 성명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그가 이미 구두로 사퇴 의사는 표시했으며 우리는 문서로 된 성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카테린축 의원은 회견에서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사퇴 가능성에 대해 논평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야권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여당인 지역당 의원 바딤 콜레스니첸코는 "현재 수도 키예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권력 장악이 아니라 지역 장악"이라고 주장했다.

야권 시위대가 키예프 주요 지역을 통제하고 있지만 국가 권력은 여전히 야누코비치 정부에 있다는 주장이다.

이날 동부 도시 하리코프에서 열린 동남부 지역 지방 의회 연합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은 지방 정부들이 헌법 질서 보장을 책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권이 통제하고 있는 키예프와 서부 지역의 정권 장악 시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정국이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군은 정치 불개입을 선언하고 나섰다.

국방부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이 힘든 시기에 우리 국방부 직원들은 항상 그랬듯 군인 서약과 헌법에 충실해 군 헌장과 군활동에 관한 법률을 지킬 것"이라며 "군인과 국방부 직원들은 국민에게 충성하고 국가에 의해 주어진 임무를 계속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의 의무를 수행할 뿐 정치 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최근 총참모장(한국식 합참의장)에 임명된 유리 일리인도 성명을 통해 "군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으며 정치 분쟁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동안 야권 시위 진압에 동원됐던 내무부 산하 내무군은 현재 키예프를 떠나 소속 부대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최근 야권 시위대와 경찰 간 무력 충돌로 통제 불능의 유혈 사태가 벌어지자 전국적 대(對)테러 작전 개시를 선언하고 군을 이 작전에 참여시킬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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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의회 “대통령 사퇴…5월 조기 대선” 선언
    • 입력 2014-02-23 01:30:26
    • 수정2014-02-23 11:12:53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의회가 22일(현지시간)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 사퇴와 조기 대선을 선언한 가운데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이에 반발하고 나서면서 우크라이나 정국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최고 라다(의회)는 이날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자진 사퇴했다고 밝히면서 5월 25일을 조기 대선일로 정한다는 결의를 발표했다. 앞서 이날 새 의회 의장에 선출된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는 총회 회의 뒤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스스로 대통령직에서 사퇴함에 따라 의회가 조기 대선을 선포할 수 밖에 없다"는 내용의 결의를 낭독했다. 하지만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자진 사퇴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면서 야권의 정권 장악 시도를 국가 전복 쿠데타라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 우니안(UNIAN) 통신 등에 따르면 여당인 '지역당' 의원으로 대통령 고문을 맡고 있는 안나 게르만은 이날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사퇴할 의사가 없으며 대통령은 야권의 정권 장악 시도를 쿠데타로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야누코비치 대통령도 이날 우크라이나 경제 전문 TV 방송 'UBR'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가 지켜본 일들은 쿠데타의 전형"이라며 "조국의 분열과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야누코비치는 특히 야당을 국가에 테러를 가하는 깡패에 비유하며 현재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아돌프 히틀러가 정권 장악을 시도하던 1930년대의 독일 상황에 비유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나치의 귀환을 지켜보고 있다. 사람들을 때리고 폭행하는가 하면 집과 사무실을 불태우고 있다. 여당인 지역당 당사 200곳이 불탔다"면서 "이들 깡패들을 멈추게 하기 위해 전세계에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누코비치는 또한 "21일 공항으로 향하던 중 타고 있던 차가 총격을 받았다. 하지만 나는 조국에 대한 책임감이 있기에 두렵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블라디미르 리박 전 의회 의장이 사임 하루 전인 지난 20일 폭행을 당했으며, 대통령 집무실로 자신을 만나러 오는 도중 그가 타고 있던 차도 총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야누코비치는 현재 동부 도시 하리코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UBR TV는 인터뷰가 어디서 진행됐는지 밝히지 않았다. 이에 앞서 우크라이나 최대 야당인 '바티키프쉬나'(조국당) 소속 의원 니콜라이 카테린축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이미 구두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내 야당은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사퇴 성명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그가 이미 구두로 사퇴 의사는 표시했으며 우리는 문서로 된 성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카테린축 의원은 회견에서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사퇴 가능성에 대해 논평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야권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여당인 지역당 의원 바딤 콜레스니첸코는 "현재 수도 키예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권력 장악이 아니라 지역 장악"이라고 주장했다. 야권 시위대가 키예프 주요 지역을 통제하고 있지만 국가 권력은 여전히 야누코비치 정부에 있다는 주장이다. 이날 동부 도시 하리코프에서 열린 동남부 지역 지방 의회 연합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은 지방 정부들이 헌법 질서 보장을 책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권이 통제하고 있는 키예프와 서부 지역의 정권 장악 시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정국이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군은 정치 불개입을 선언하고 나섰다. 국방부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이 힘든 시기에 우리 국방부 직원들은 항상 그랬듯 군인 서약과 헌법에 충실해 군 헌장과 군활동에 관한 법률을 지킬 것"이라며 "군인과 국방부 직원들은 국민에게 충성하고 국가에 의해 주어진 임무를 계속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의 의무를 수행할 뿐 정치 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최근 총참모장(한국식 합참의장)에 임명된 유리 일리인도 성명을 통해 "군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으며 정치 분쟁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동안 야권 시위 진압에 동원됐던 내무부 산하 내무군은 현재 키예프를 떠나 소속 부대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최근 야권 시위대와 경찰 간 무력 충돌로 통제 불능의 유혈 사태가 벌어지자 전국적 대(對)테러 작전 개시를 선언하고 군을 이 작전에 참여시킬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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