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시간제 일자리 ‘반듯한 일자리’ 되려면?

입력 2014.02.26 (21:21) 수정 2014.02.26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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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녹취> 드라마 '직장의 신' : "점심 시간입니다." "그럼 저는 이만."

정해진 시간이 되자 칼같이 퇴근하는 이 여성.

이렇게 시간을 선택해서 그 시간 만큼만 일하는 것을 시간 선택제 일자리라고 합니다.

정부는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 5년 동안 반듯한 시간선택제 일자리 93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반듯한 일자리란 우선 고용이 안정되고, 근로시간에 비례해 임금과 복지 등에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좀 더 구체적으론 시간당 최저 임금의 130%를 주고 4대 보험 혜택도 주어집니다.

이런 정부의 발표가 나오자 기업들도 이에 화답해 시간제일자리 채용에 나서고 있는데요,

'반듯한 시간제일자리', 이 약속은 지켜지고 있을까요?

<리포트>

대기업 시간제 일자리 박람회에서 취업에 성공한 박 모 씨.

일도 하면서 가정도 돌볼 수 있겠다는 기대는 취업 한 달 만에 깨졌습니다.

<녹취> 시간 선택제 일자리 취업자 : "근무 시간을 내가 원하는 시간을 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내가 무슨 용역도 아니고 이게 뭐하는 건가..."

대형마트에서 하루 8시간씩 무기계약직으로 일하던 이 노동자는 시간제 근로자로 신분이 바뀌면서 생계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하루 일하는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녹취> 대형 마트 직원 : "지금은 그래도 100만 원 이상 되는데. 그거 하면은 40만원 조금 넘어요. 50도 안돼요. 그럼 그게 어떻게 생활이 돼요."

공공부문도 사정은 마찬가지.

방과 후 아이들을 돌봐주는 돌봄 교실 교사들의 근로 계약섭니다.

한 사람이 일하는 시간대를 둘로 나눠 이중 계약을 하도록 했습니다.

근무 시간이 주당 15시간이 넘으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줘야 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하는 겁니다.

<녹취> 초등학교 돌봄 교사 : "돌봄 교실 강사, 돌봄 체험활동 강사, 똑같은 애들을 똑같은 데서 가르치는데 시간만 나눠 놓은 거예요"

겉으론 시간제 고용 숫자를 늘려 생색을 내고, 안으론 수당과 휴가를 주지 않는 잇속 챙기기인 겁니다.

고용률 70%라는 목표에 매달려, 민간은 물론 공공부문까지 '허드렛 일자리'만 늘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지난해 평균 2092시간을 일했습니다.

툭하면 연장 근무에, 연차휴가는 꿈도 못꾸고, 일만 하니 OECD 평균을 훨씬 웃돌죠?

그런가하면 경력이 단절된 뒤 취업난에 시달리는 여성과 장년층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데요.

한쪽에선 초과근무..

다른 쪽에는 일자리가 없는 게 현실입니다.

정규직 2명이 하루 4시간 씩 근무시간을 줄이는 시간 선택제 일자리를 택하면, 새 일자리 1개가 생깁니다.

정부 약속 대로 고용보장과 임금과 복지, 승진에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면, 상당수의 근로자들이 이런 근무를 택할 겁니다.

새 일자리도 따라서 많아지겠죠?

하지만 공공부문이 창출하는 일자리만으론 한계가 있으니, 민간기업이 적극 참여해야 합니다.

많은 유럽국가들이 이런 시간제 일자리를 통해 고용률을 높이는데 성공했습니다.

독일 사례를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류머티즘 통증환자를 돌보는 대학생 카티야씨.

정규직 간호사들이 쉬는 주말저녁에 환자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미니잡으로 불리는 독일식 시간제 일자리 근무입니다.

<인터뷰> 카티야 :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일하고요, 적게는 몇시간 많게는 한달에 35시간 정도 일하고 있어요."

독일 미니잡 취업자는 전체 3,600여만 근로자 가운데 약 750만 명.

시간당 임금을 받으며 월 최대 450유로, 우리돈 약 67만 원이 넘지 않는 선에서 일 할 수 있습니다.

일시적으로 노동력이 부족한 농산물 수확철이나 소규모 자영업 등에서 특히 많이 채용됩니다.

<인터뷰> 독일 노동청 : " 미니잡의 노동유연성으로 인해 고용주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맞게 인력을 조절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시간제 일자리지만 사회보장 혜택이 보장된다는 것입니다.

고용주는 미니잡 근무자에게 임금대비 15%의 연금보험과 13%의 의료보험료 등을 납부해 줍니다.

때문에 임금대비로 볼 때 미니잡 근무자에게는 정규직보다 약 10% 포인트 높은 30%의 사회보장비가 지출됩니다.

이곳 독일의 시간제 일자리인 미니잡은 정규직을 밀어내기 보다는 실업에서 정규직 채용으로 가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베를린에서 KBS 뉴스 이영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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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시간제 일자리 ‘반듯한 일자리’ 되려면?
    • 입력 2014-02-26 21:24:55
    • 수정2014-02-26 22: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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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녹취> 드라마 '직장의 신' : "점심 시간입니다." "그럼 저는 이만."

정해진 시간이 되자 칼같이 퇴근하는 이 여성.

이렇게 시간을 선택해서 그 시간 만큼만 일하는 것을 시간 선택제 일자리라고 합니다.

정부는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 5년 동안 반듯한 시간선택제 일자리 93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반듯한 일자리란 우선 고용이 안정되고, 근로시간에 비례해 임금과 복지 등에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좀 더 구체적으론 시간당 최저 임금의 130%를 주고 4대 보험 혜택도 주어집니다.

이런 정부의 발표가 나오자 기업들도 이에 화답해 시간제일자리 채용에 나서고 있는데요,

'반듯한 시간제일자리', 이 약속은 지켜지고 있을까요?

<리포트>

대기업 시간제 일자리 박람회에서 취업에 성공한 박 모 씨.

일도 하면서 가정도 돌볼 수 있겠다는 기대는 취업 한 달 만에 깨졌습니다.

<녹취> 시간 선택제 일자리 취업자 : "근무 시간을 내가 원하는 시간을 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내가 무슨 용역도 아니고 이게 뭐하는 건가..."

대형마트에서 하루 8시간씩 무기계약직으로 일하던 이 노동자는 시간제 근로자로 신분이 바뀌면서 생계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하루 일하는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녹취> 대형 마트 직원 : "지금은 그래도 100만 원 이상 되는데. 그거 하면은 40만원 조금 넘어요. 50도 안돼요. 그럼 그게 어떻게 생활이 돼요."

공공부문도 사정은 마찬가지.

방과 후 아이들을 돌봐주는 돌봄 교실 교사들의 근로 계약섭니다.

한 사람이 일하는 시간대를 둘로 나눠 이중 계약을 하도록 했습니다.

근무 시간이 주당 15시간이 넘으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줘야 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하는 겁니다.

<녹취> 초등학교 돌봄 교사 : "돌봄 교실 강사, 돌봄 체험활동 강사, 똑같은 애들을 똑같은 데서 가르치는데 시간만 나눠 놓은 거예요"

겉으론 시간제 고용 숫자를 늘려 생색을 내고, 안으론 수당과 휴가를 주지 않는 잇속 챙기기인 겁니다.

고용률 70%라는 목표에 매달려, 민간은 물론 공공부문까지 '허드렛 일자리'만 늘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지난해 평균 2092시간을 일했습니다.

툭하면 연장 근무에, 연차휴가는 꿈도 못꾸고, 일만 하니 OECD 평균을 훨씬 웃돌죠?

그런가하면 경력이 단절된 뒤 취업난에 시달리는 여성과 장년층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데요.

한쪽에선 초과근무..

다른 쪽에는 일자리가 없는 게 현실입니다.

정규직 2명이 하루 4시간 씩 근무시간을 줄이는 시간 선택제 일자리를 택하면, 새 일자리 1개가 생깁니다.

정부 약속 대로 고용보장과 임금과 복지, 승진에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면, 상당수의 근로자들이 이런 근무를 택할 겁니다.

새 일자리도 따라서 많아지겠죠?

하지만 공공부문이 창출하는 일자리만으론 한계가 있으니, 민간기업이 적극 참여해야 합니다.

많은 유럽국가들이 이런 시간제 일자리를 통해 고용률을 높이는데 성공했습니다.

독일 사례를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류머티즘 통증환자를 돌보는 대학생 카티야씨.

정규직 간호사들이 쉬는 주말저녁에 환자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미니잡으로 불리는 독일식 시간제 일자리 근무입니다.

<인터뷰> 카티야 :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일하고요, 적게는 몇시간 많게는 한달에 35시간 정도 일하고 있어요."

독일 미니잡 취업자는 전체 3,600여만 근로자 가운데 약 750만 명.

시간당 임금을 받으며 월 최대 450유로, 우리돈 약 67만 원이 넘지 않는 선에서 일 할 수 있습니다.

일시적으로 노동력이 부족한 농산물 수확철이나 소규모 자영업 등에서 특히 많이 채용됩니다.

<인터뷰> 독일 노동청 : " 미니잡의 노동유연성으로 인해 고용주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맞게 인력을 조절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시간제 일자리지만 사회보장 혜택이 보장된다는 것입니다.

고용주는 미니잡 근무자에게 임금대비 15%의 연금보험과 13%의 의료보험료 등을 납부해 줍니다.

때문에 임금대비로 볼 때 미니잡 근무자에게는 정규직보다 약 10% 포인트 높은 30%의 사회보장비가 지출됩니다.

이곳 독일의 시간제 일자리인 미니잡은 정규직을 밀어내기 보다는 실업에서 정규직 채용으로 가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베를린에서 KBS 뉴스 이영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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