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난 현아, 넌 수지” 스마트폰 세상에선 나도 연예인!

입력 2014.03.13 (08:18) 수정 2014.03.1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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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초등학생들한테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상당수가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생각해보니까 저도 어렸을 때 좋아했던 배우의 말투를 따라하고 머리 스타일도 따라 했던 그런 기억이 있습니다.

네, 그런데 요즘 십대들 사이에서는 단순히 연예인을 따라하는 정도가 아니랍니다.

휴대전화 메신저 상에서 아예 그 연예인이 된 것처럼 가장해 친구들과 문자를 주고 받는다는데요.

역할극 같은 이 놀이를 학생들은 '멤버놀이'로 부른다고 합니다. 박예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들어보니 이 놀이를 하다보면 자신이 아예 연예인이 된 것 같은 착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부작용은 없나요?

<기자 멘트>

저희가 만나본 10대들의 경우에는 잠깐의 기분 전환 정도로 가볍게 즐기고 있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이름으로 누군가 나를 불러준다는 게 10대들에게는 특히 기분 좋은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이런 놀이 문화에서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멤버를 따돌리거나 괴롭힌다든가 '수위 높은 얘기' 그러니까 성적 일탈을 조장하는 대화가 오고간다든가 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10대들이 열광하는 멤버놀이, 정체가 뭐고 왜 하는지 알아봤습니다.

청소년들의 동경과 선망의 대상이 되는 인기 스타들!

십대들이 그들의 춤과 노래는 물론이고 스타일까지 따라하는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요즘은 ‘연예인 따라하기’가 스마트폰 세상 속으로 옮겨져 왔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자기가 어떤 아이돌의 멤버가 돼서 (그 연예인으로) 빙의가 돼서 카톡하면서 하는 거예요.”

바로 스마트폰 대화창에서 이뤄지는 일명 ‘멤버놀이’ 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으로 가장해서 연예인을 흉내 내는 일종의 역할극인데요.

“이지은(아이유) 글 올렸네?”

“정수연(제시카) 들어왔다~”

<인터뷰> “저는 엑소의 변백현 임관을 맡고 있어요.”

<인터뷰> “저는 (엑소의) 시우민이에요.”

<인터뷰> “저는 틴탑의 창조에요.”

<인터뷰> “B1A4 중에 진영이 좋아서 진영으로 했어요.”

멤버놀이의 기본은 자신이 되고 싶은 연예인으로 프로필 이름과 사진을 바꾸는 겁니다.

이렇게 각자 역할을 정하고 가상의 공간에서 저마다 연예인이 되어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인터넷에서 멤버놀이 구성원을 모집하는 글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그런데, 이 놀이에도 나름의 용어가 있다고 합니다.

멤버놀이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은 마치 암호 같은데요.

예를 들어 ‘도금’은 도용금지, 그러니까 따라하지 말라는 말이고 ‘늎’ 은 새로 대화창에 들어온 사람을 뜻합니다.

<인터뷰> “그 연예인이 됐다는 것을 표현하는 게‘임관’이고 ‘계옮’은 계정을 옮긴다는 거고, ‘여임’,‘남임’은 여자 임관 남자임관의 줄임말이에요.”

멤버놀이의 규칙도 다양합니다.

진짜‘나’를 숨긴 채 역할을 맡은 연예인 행세를 철저히 해야 하고, 누군가 말을 걸었을 때는 바로 대답을 해야합니다.

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강제 탈퇴를 당하는 등 그들만의 룰이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자기가 이거 할 거니까 쓰지 말라고 도용금지 걸어놓기도 하고 욕은 대부분 하는데 수위는 적당한 선에서만 하라고 많은 팸에서 그렇게 얘기하죠.”

<인터뷰> “엄마가 핸드폰을 끄라고 하는데 (멤버놀이에서) 답장을 안 해주면 경고를 받아요. 그래서 강제로 팸 나가게 하는 경우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이 멤버놀이에 계속 빠져드는 이유는 뭘까요?

<인터뷰> “연예인이 됐다는 생각이 들 때면 가끔씩 신기하기도 해요.”

<인터뷰> “대화를 하다보면 가끔 내가 그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내가 실제 그 연예인은 아니어도 다른 사람이 연예인 얼굴을 하고 나랑 대화를 하기 때문에 내가 많은 연예인이 생긴 것 같아서 기쁜 것 같기도 하고 재미있어요.”

멤버놀이를 통해 연예인이 된 것 같은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얘깁니다.

<인터뷰> 배주미(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교수) : “아이들 마음속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관심 받고 싶어 하는 스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 역할을 함으로써 잠시나마 스타가 되고 싶은 욕구도 있고 자신의 현실을 잊고 싶은 마음도 있겠죠.“

하지만 지나치게 빠져들다 보면 점점 자극적인 이야기를 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는데요.

<인터뷰> “지금은 안 하고 작년에 끊었습니다. (멤버놀이를 계속 하다보면) 점점 자극적이게 되죠. 외설적이거나 폭력적이거나 간간히 욕설도 하고.."

도에 지나친 욕설이 오가고 이른바 '수위방' 이라는 곳에선 성적 일탈을 조장하기도 합니다.

<인터뷰> “처음부터 욕하고 반말하면 많이 짜증나고 나도 똑같이 욕을 했을 때, 그 사람이 인기 많은 사람이면 맥(인맥)을 데려와서 저격하기도 해요. 그럴 때는 짜증나요.”

<인터뷰> “ 수위방이 따로 있어요. 거기 들어가면 그런 (수위 높은) 예기들만 해요. 너무 수위 높은 얘기들만 하니까 적응이 안 돼서 나간 적도 많아요.“

그런가하면 최근까지 몇몇 연예인을 괴롭힌 연예인 SNS 사칭 문제도 멤버놀이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는데요.

<인터뷰> 연예기획사 관계자 : “저희 연기자 이름으로 글을 많이 남기셨더라고요. 그 부분에 대해서 연기자도 많이 기분 나빠하고 있고 소속사에서도 많이 문제가 됐었죠. 저희 소속사에서는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그래서 소속사의 고문 변호사에게 의뢰를 해서 법적 대응하는 방법 밖에 없죠.“

시대가 변하고, 매체가 발달함에 따라 점점 진화하는 십대들의 놀이문화! 어떻게 해야 건전하게 즐길 수 있을까요?

<인터뷰> 배주미(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 “이것이(멤버놀이가) 가상의 놀이다 일상의 놀이고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라는 것을 스스로에게도 그리고 같이 하고 사람들에게도 계속 상기시키면서 어느 정도 삶과 균형을 맞추려는 것이 굉장히 필요합니다.“

스타에게 열광하고 스타를 따라 하고픈 욕구는 시대를 불문한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하지만 도를 지나쳐 자기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균형과 절제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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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포착] “난 현아, 넌 수지” 스마트폰 세상에선 나도 연예인!
    • 입력 2014-03-13 08:30:03
    • 수정2014-03-13 08:5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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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초등학생들한테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상당수가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생각해보니까 저도 어렸을 때 좋아했던 배우의 말투를 따라하고 머리 스타일도 따라 했던 그런 기억이 있습니다.

네, 그런데 요즘 십대들 사이에서는 단순히 연예인을 따라하는 정도가 아니랍니다.

휴대전화 메신저 상에서 아예 그 연예인이 된 것처럼 가장해 친구들과 문자를 주고 받는다는데요.

역할극 같은 이 놀이를 학생들은 '멤버놀이'로 부른다고 합니다. 박예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들어보니 이 놀이를 하다보면 자신이 아예 연예인이 된 것 같은 착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부작용은 없나요?

<기자 멘트>

저희가 만나본 10대들의 경우에는 잠깐의 기분 전환 정도로 가볍게 즐기고 있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이름으로 누군가 나를 불러준다는 게 10대들에게는 특히 기분 좋은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이런 놀이 문화에서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멤버를 따돌리거나 괴롭힌다든가 '수위 높은 얘기' 그러니까 성적 일탈을 조장하는 대화가 오고간다든가 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10대들이 열광하는 멤버놀이, 정체가 뭐고 왜 하는지 알아봤습니다.

청소년들의 동경과 선망의 대상이 되는 인기 스타들!

십대들이 그들의 춤과 노래는 물론이고 스타일까지 따라하는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요즘은 ‘연예인 따라하기’가 스마트폰 세상 속으로 옮겨져 왔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자기가 어떤 아이돌의 멤버가 돼서 (그 연예인으로) 빙의가 돼서 카톡하면서 하는 거예요.”

바로 스마트폰 대화창에서 이뤄지는 일명 ‘멤버놀이’ 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으로 가장해서 연예인을 흉내 내는 일종의 역할극인데요.

“이지은(아이유) 글 올렸네?”

“정수연(제시카) 들어왔다~”

<인터뷰> “저는 엑소의 변백현 임관을 맡고 있어요.”

<인터뷰> “저는 (엑소의) 시우민이에요.”

<인터뷰> “저는 틴탑의 창조에요.”

<인터뷰> “B1A4 중에 진영이 좋아서 진영으로 했어요.”

멤버놀이의 기본은 자신이 되고 싶은 연예인으로 프로필 이름과 사진을 바꾸는 겁니다.

이렇게 각자 역할을 정하고 가상의 공간에서 저마다 연예인이 되어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인터넷에서 멤버놀이 구성원을 모집하는 글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그런데, 이 놀이에도 나름의 용어가 있다고 합니다.

멤버놀이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은 마치 암호 같은데요.

예를 들어 ‘도금’은 도용금지, 그러니까 따라하지 말라는 말이고 ‘늎’ 은 새로 대화창에 들어온 사람을 뜻합니다.

<인터뷰> “그 연예인이 됐다는 것을 표현하는 게‘임관’이고 ‘계옮’은 계정을 옮긴다는 거고, ‘여임’,‘남임’은 여자 임관 남자임관의 줄임말이에요.”

멤버놀이의 규칙도 다양합니다.

진짜‘나’를 숨긴 채 역할을 맡은 연예인 행세를 철저히 해야 하고, 누군가 말을 걸었을 때는 바로 대답을 해야합니다.

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강제 탈퇴를 당하는 등 그들만의 룰이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자기가 이거 할 거니까 쓰지 말라고 도용금지 걸어놓기도 하고 욕은 대부분 하는데 수위는 적당한 선에서만 하라고 많은 팸에서 그렇게 얘기하죠.”

<인터뷰> “엄마가 핸드폰을 끄라고 하는데 (멤버놀이에서) 답장을 안 해주면 경고를 받아요. 그래서 강제로 팸 나가게 하는 경우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이 멤버놀이에 계속 빠져드는 이유는 뭘까요?

<인터뷰> “연예인이 됐다는 생각이 들 때면 가끔씩 신기하기도 해요.”

<인터뷰> “대화를 하다보면 가끔 내가 그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내가 실제 그 연예인은 아니어도 다른 사람이 연예인 얼굴을 하고 나랑 대화를 하기 때문에 내가 많은 연예인이 생긴 것 같아서 기쁜 것 같기도 하고 재미있어요.”

멤버놀이를 통해 연예인이 된 것 같은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얘깁니다.

<인터뷰> 배주미(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교수) : “아이들 마음속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관심 받고 싶어 하는 스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 역할을 함으로써 잠시나마 스타가 되고 싶은 욕구도 있고 자신의 현실을 잊고 싶은 마음도 있겠죠.“

하지만 지나치게 빠져들다 보면 점점 자극적인 이야기를 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는데요.

<인터뷰> “지금은 안 하고 작년에 끊었습니다. (멤버놀이를 계속 하다보면) 점점 자극적이게 되죠. 외설적이거나 폭력적이거나 간간히 욕설도 하고.."

도에 지나친 욕설이 오가고 이른바 '수위방' 이라는 곳에선 성적 일탈을 조장하기도 합니다.

<인터뷰> “처음부터 욕하고 반말하면 많이 짜증나고 나도 똑같이 욕을 했을 때, 그 사람이 인기 많은 사람이면 맥(인맥)을 데려와서 저격하기도 해요. 그럴 때는 짜증나요.”

<인터뷰> “ 수위방이 따로 있어요. 거기 들어가면 그런 (수위 높은) 예기들만 해요. 너무 수위 높은 얘기들만 하니까 적응이 안 돼서 나간 적도 많아요.“

그런가하면 최근까지 몇몇 연예인을 괴롭힌 연예인 SNS 사칭 문제도 멤버놀이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는데요.

<인터뷰> 연예기획사 관계자 : “저희 연기자 이름으로 글을 많이 남기셨더라고요. 그 부분에 대해서 연기자도 많이 기분 나빠하고 있고 소속사에서도 많이 문제가 됐었죠. 저희 소속사에서는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그래서 소속사의 고문 변호사에게 의뢰를 해서 법적 대응하는 방법 밖에 없죠.“

시대가 변하고, 매체가 발달함에 따라 점점 진화하는 십대들의 놀이문화! 어떻게 해야 건전하게 즐길 수 있을까요?

<인터뷰> 배주미(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 “이것이(멤버놀이가) 가상의 놀이다 일상의 놀이고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라는 것을 스스로에게도 그리고 같이 하고 사람들에게도 계속 상기시키면서 어느 정도 삶과 균형을 맞추려는 것이 굉장히 필요합니다.“

스타에게 열광하고 스타를 따라 하고픈 욕구는 시대를 불문한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하지만 도를 지나쳐 자기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균형과 절제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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