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한일관계 ‘꿈틀’…새 출발의 조건은?

입력 2014.03.19 (21:02) 수정 2014.03.19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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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정부가 한미일 정상회담에 대한 검토에 나선 데는 최근 아베 일본 총리의 잇단 발언이 계기가 됐습니다.

아베는 지난주 처음,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계승하겠다, 이런 방침을 밝혔고, 어제는 "한국은 가장 중요한 이웃이다" 이런 말도 했습니다.

정상회담이 하게 되면 한일 정상 간에는 2년여 만에 첫 대면이 이뤄지는 셈인데요.

이슈앤뉴스 오늘은 변화의 조짐이 엿보이는 한일 관계를 진단합니다.

먼저, 최악으로 치달아온 한일 관계의 현주소를 황현택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서울 명동 거리.

몇 년 전까지 일본어 일색이던 가게 간판들이 상당수 중국어로 바뀌었습니다.

<녹취> "어서 오세요. 들어와서 보시고 가세요."

지난해 한국을 찾은 일본인은 270여만 명, 전년보다 20% 넘게 줄었습니다.

<녹취> 아라이 후미코(일본인 관광객) : "일본에선 한국에 간다고 하면 모두들 '왜 가느냐'고 하는 분위기가 됐어요."

일본 학교와 자매결연을 맺는 서울 시내 학교는 5년 만에 증가세가 꺾였고, 그마저도 실질 교류는 중단된 상태입니다.

한때 한류의 중심이었던 일본에선 NHK 등 5대 방송사들이 올 봄 개편에서 일제히 한국 드라마를 뺐습니다.

서점가는 오히려 한국을 혐오하는 '혐 한류'가 인기입니다.

이런 분위기는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호감도 조사에서도 여실히 확인됩니다.

한국에 대한 일본인들의 호감도는 최근 거의 반토막이 났고, 한국에선 아베 총리의 인기가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보다도 낮을 정도입니다.

<인터뷰> 한혁수(경기도 군포시) : "자기 잘못 인정 안하는 게 가장 큰 것 같아요. 가장 큰 게 위안부 문제인 것 같고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민간교류마저 크게 얼어붙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전범들의 위패가 있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 야스쿠니 신사입니다.

지난해 말 아베 총리가 이 신사 참배를 강행하면서 한일 관계는 치명타를 입게 되는데요.

집권 이후 아베 총리가 보인 우경화 행보를 보면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기도 합니다.

<인터뷰> 아베(일본 총리) : "침략의 정의는 학계적으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이후 일본의 식민 지배는 물론 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각종 담화를 잇따라 부정하며 우경화는 절정으로 치달았습니다.

하지만 아베의 이런 행보는 곧 국제사회의 싸늘한 시선에 부딪혔습니다.

먼저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서는 일본의 최대 후견인이랄 수 있는 미국마저 매우 비판적입니다.

여기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다 해결됐다는 태도는 UN 인권이사회에서 우리는 물론 다른 나라의 지탄을 받기도 했죠.

이렇게 국제적 고립이 심화되면서 이제는 일본 내에서도 우려와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요.

국민들과 야당의 반대 여론이 높고 어제는 집권당인 자민당 내부에서도 "아베는 어리석은 도련님 같다" 이런 비판이 나왔습니다.

아베 총리가 최근 무라야마.

고노 담화 계승입장을 밝히는 등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는데요.

따라서 최근 전향적 행보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판단입니다.

그렇다면 한일관계가 개선되기 위한 조건은 뭔지 김민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매주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 20년 넘게 위안부 할머니들의 외침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복동(위안부 피해 할머니) : "일본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우리들이 다 죽기 전에 잘못을 뉘우치고 사죄를 하면 오늘 죽어도 다리를 쭉 뻗고 죽겠고..."

구순을 전후한 피해 할머니들이 지금도 현장을 지키듯, 위안부 문제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정부가 일본의 태도 변화를 가늠할 진정성 있는 조치의 1순위로 위안부 문제 해결을 꼽는 이윱니다.

<인터뷰> 조태영(외교부 대변인) : "우리가 말하는 진정성 있는 조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 군대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라는 얘기다."

위안부 문제 말고도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합니다.

당장 다음달엔 독도 영유권을 명시한 초등 교과서의 검정 결과와 외교청서 발표가 예정돼있고, 5월엔 강제 징용 피해자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판결 등이 예정돼있습니다.

<인터뷰> 이명찬(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 "위안부 문제가 어느 정도 실마리가 풀리면 그 다음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서 빈번한 실무자끼리 회담도 계속하고 그런 과정에서 풀어갈 수 있지 않나..."

관계개선의 출발점이 될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한일 양국은 고위급 협의체를 구성해 해법을 찾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민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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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3-19 21:02:55
    • 수정2014-03-19 22: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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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정부가 한미일 정상회담에 대한 검토에 나선 데는 최근 아베 일본 총리의 잇단 발언이 계기가 됐습니다.

아베는 지난주 처음,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계승하겠다, 이런 방침을 밝혔고, 어제는 "한국은 가장 중요한 이웃이다" 이런 말도 했습니다.

정상회담이 하게 되면 한일 정상 간에는 2년여 만에 첫 대면이 이뤄지는 셈인데요.

이슈앤뉴스 오늘은 변화의 조짐이 엿보이는 한일 관계를 진단합니다.

먼저, 최악으로 치달아온 한일 관계의 현주소를 황현택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서울 명동 거리.

몇 년 전까지 일본어 일색이던 가게 간판들이 상당수 중국어로 바뀌었습니다.

<녹취> "어서 오세요. 들어와서 보시고 가세요."

지난해 한국을 찾은 일본인은 270여만 명, 전년보다 20% 넘게 줄었습니다.

<녹취> 아라이 후미코(일본인 관광객) : "일본에선 한국에 간다고 하면 모두들 '왜 가느냐'고 하는 분위기가 됐어요."

일본 학교와 자매결연을 맺는 서울 시내 학교는 5년 만에 증가세가 꺾였고, 그마저도 실질 교류는 중단된 상태입니다.

한때 한류의 중심이었던 일본에선 NHK 등 5대 방송사들이 올 봄 개편에서 일제히 한국 드라마를 뺐습니다.

서점가는 오히려 한국을 혐오하는 '혐 한류'가 인기입니다.

이런 분위기는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호감도 조사에서도 여실히 확인됩니다.

한국에 대한 일본인들의 호감도는 최근 거의 반토막이 났고, 한국에선 아베 총리의 인기가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보다도 낮을 정도입니다.

<인터뷰> 한혁수(경기도 군포시) : "자기 잘못 인정 안하는 게 가장 큰 것 같아요. 가장 큰 게 위안부 문제인 것 같고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민간교류마저 크게 얼어붙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전범들의 위패가 있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 야스쿠니 신사입니다.

지난해 말 아베 총리가 이 신사 참배를 강행하면서 한일 관계는 치명타를 입게 되는데요.

집권 이후 아베 총리가 보인 우경화 행보를 보면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기도 합니다.

<인터뷰> 아베(일본 총리) : "침략의 정의는 학계적으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이후 일본의 식민 지배는 물론 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각종 담화를 잇따라 부정하며 우경화는 절정으로 치달았습니다.

하지만 아베의 이런 행보는 곧 국제사회의 싸늘한 시선에 부딪혔습니다.

먼저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서는 일본의 최대 후견인이랄 수 있는 미국마저 매우 비판적입니다.

여기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다 해결됐다는 태도는 UN 인권이사회에서 우리는 물론 다른 나라의 지탄을 받기도 했죠.

이렇게 국제적 고립이 심화되면서 이제는 일본 내에서도 우려와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요.

국민들과 야당의 반대 여론이 높고 어제는 집권당인 자민당 내부에서도 "아베는 어리석은 도련님 같다" 이런 비판이 나왔습니다.

아베 총리가 최근 무라야마.

고노 담화 계승입장을 밝히는 등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는데요.

따라서 최근 전향적 행보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판단입니다.

그렇다면 한일관계가 개선되기 위한 조건은 뭔지 김민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매주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 20년 넘게 위안부 할머니들의 외침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복동(위안부 피해 할머니) : "일본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우리들이 다 죽기 전에 잘못을 뉘우치고 사죄를 하면 오늘 죽어도 다리를 쭉 뻗고 죽겠고..."

구순을 전후한 피해 할머니들이 지금도 현장을 지키듯, 위안부 문제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정부가 일본의 태도 변화를 가늠할 진정성 있는 조치의 1순위로 위안부 문제 해결을 꼽는 이윱니다.

<인터뷰> 조태영(외교부 대변인) : "우리가 말하는 진정성 있는 조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 군대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라는 얘기다."

위안부 문제 말고도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합니다.

당장 다음달엔 독도 영유권을 명시한 초등 교과서의 검정 결과와 외교청서 발표가 예정돼있고, 5월엔 강제 징용 피해자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판결 등이 예정돼있습니다.

<인터뷰> 이명찬(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 "위안부 문제가 어느 정도 실마리가 풀리면 그 다음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서 빈번한 실무자끼리 회담도 계속하고 그런 과정에서 풀어갈 수 있지 않나..."

관계개선의 출발점이 될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한일 양국은 고위급 협의체를 구성해 해법을 찾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민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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