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확대경] 크림 ‘사실상 항복’…UN “도둑질” 날 선 공방

입력 2014.03.20 (21:28) 수정 2014.03.20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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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러시아군과 친러 민병대원들이 크림 반도의 우크라이나 군부대를 비교적 손쉽게 점거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도 크림에서 군을 철수시키겠다며 사실상 백기를 들었는데, 국제사회의 반응은 호의적이진 않습니다.

연규선 특파원과 류란 기자가 차례로 전합니다.

<리포트>

러시아 흑해함대 지휘관들이 우크라이나 해군기지를 접수하러 들이닥쳤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에 한 차례 물러섰지만 이 기지는 곧 러시아군 차지가 됐습니다.

또 다른 우크라이나 해군기지, 친러 민병대원들이 몰려와 사실상 점거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기는 내려지고 러시아 국기가 게양됐습니다.

<인터뷰> 친러 민병대원 : "무기를 버리고 부대에서 나가라고 우크라이나 군에게 요구했습니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무기를 내려놓고 투항하듯 부대를 떠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우크라이나 해군 장교

발포명령을 내렸던 것으로 알려진 크림의 우크라이나 해군 사령관은 크림당국에 억류돼 조사를 받았습니다.

흑해 우크라이나 해군 함정의 절반인 20여 척은 러시아 흑해 함대로 편입될 처지입니다.

이런 압박에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백기를 들었습니다.

크림에서 우크라이나군과 가족 등 2만 5천 명을 본토로 철수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크림이 러시아 땅이 되는 걸 받아들일 순 없지만 현실적인 '힘의 열세'는 인정한 겁니다.

우크라이나는 자국 군의 안전한 철군을 위해 크림의 비무장지대화를 유엔에 요청했습니다.

KBS 뉴스 연규선입니다.

<기자 멘트>

크림 합병을 강행하는 러시아의 행보는 이처럼 거칠 게 없지만, 국제사회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우선 미국과 유럽연합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인데요,

크림공화국의 독립과 러시아 합병을 선택한 주민투표 자체가 우크라이나 정부의 뜻에 반한 불법 투표라는 겁니다.

독일은 특히 크림 합병을 독일 통일에 비유한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역사적 왜곡"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고, 우리나라도 어제 러시아의 크림 합병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중국도 신장위구르 자치구 같은 국내 문제로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요.

결국 현재 크림합병을 인정하고 러시아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공식적으로 밝힌 건 인도, 한 나라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인도는 러시아산 무기를 대량 수입하는 등 러시아와 이해관계가 많이 걸려있다는 특수성이 있습니다.

신냉전이란 말이 나올 만큼 대척점에 선 미국과 러시아, 두 나라의 외교전은 유엔 무대에서도 치열하게 펼쳐졌습니다.

이경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어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임시 회의는 우크라이나의 호소로 시작됐습니다.

<인터뷰> 세르게예프(우크라이나 유엔대사) : "전세계의 문명국들이 크림의 불법적인 독립 선언을 인정하지 않길 호소합니다."

이사국 대부분이 크림 주민투표와 러시아의 합병 결정을 '불법'이라고 비난하자 러시아의 반박이 이어지면서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인터뷰> 구더햄(영국 유엔 대사) : "비정상적인 의사 결정이 불러온 역사적 교훈은 충분히 많습니다."

<인터뷰> 추르킨(러시아 유엔 대사) : "크림 합병은 역사적인 불의를 바로잡은 것입니다."

달아오르는 설전에 미국대사가 기름을 부었습니다.

러시아의 크림 합병을 도둑질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인터뷰> 파워(미국 대사) : "도둑이 물건을 훔칠 순 있지만 그렇다고 도둑에게 소유권까지 있는 건 아닙니다."

이에 흥분한 러시아 대사,

<인터뷰> 추르킨(러시아 유엔 대사) : "미국의 모욕적 발언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러시아 대사는 시리아 평화회담과 이란 핵협상 등 산적한 국제 현안을 겨냥한 듯, 러시아의 협조를 원한다면 러시아를 '도둑'이라고 말한 게 뭘 뜻하는지 알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안보리 회의는 결론 없이 끝났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모스크바를 방문했습니다.

크림 사태 이후 첫 방문입니다.

반 총장은 이 시각 현재 푸틴 대통령을 만나 크림을 둘러싼 긴장완화책 등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경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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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확대경] 크림 ‘사실상 항복’…UN “도둑질” 날 선 공방
    • 입력 2014-03-20 21:29:55
    • 수정2014-03-20 22:18:54
    뉴스 9
<앵커 멘트>

러시아군과 친러 민병대원들이 크림 반도의 우크라이나 군부대를 비교적 손쉽게 점거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도 크림에서 군을 철수시키겠다며 사실상 백기를 들었는데, 국제사회의 반응은 호의적이진 않습니다.

연규선 특파원과 류란 기자가 차례로 전합니다.

<리포트>

러시아 흑해함대 지휘관들이 우크라이나 해군기지를 접수하러 들이닥쳤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에 한 차례 물러섰지만 이 기지는 곧 러시아군 차지가 됐습니다.

또 다른 우크라이나 해군기지, 친러 민병대원들이 몰려와 사실상 점거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기는 내려지고 러시아 국기가 게양됐습니다.

<인터뷰> 친러 민병대원 : "무기를 버리고 부대에서 나가라고 우크라이나 군에게 요구했습니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무기를 내려놓고 투항하듯 부대를 떠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우크라이나 해군 장교

발포명령을 내렸던 것으로 알려진 크림의 우크라이나 해군 사령관은 크림당국에 억류돼 조사를 받았습니다.

흑해 우크라이나 해군 함정의 절반인 20여 척은 러시아 흑해 함대로 편입될 처지입니다.

이런 압박에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백기를 들었습니다.

크림에서 우크라이나군과 가족 등 2만 5천 명을 본토로 철수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크림이 러시아 땅이 되는 걸 받아들일 순 없지만 현실적인 '힘의 열세'는 인정한 겁니다.

우크라이나는 자국 군의 안전한 철군을 위해 크림의 비무장지대화를 유엔에 요청했습니다.

KBS 뉴스 연규선입니다.

<기자 멘트>

크림 합병을 강행하는 러시아의 행보는 이처럼 거칠 게 없지만, 국제사회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우선 미국과 유럽연합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인데요,

크림공화국의 독립과 러시아 합병을 선택한 주민투표 자체가 우크라이나 정부의 뜻에 반한 불법 투표라는 겁니다.

독일은 특히 크림 합병을 독일 통일에 비유한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역사적 왜곡"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고, 우리나라도 어제 러시아의 크림 합병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중국도 신장위구르 자치구 같은 국내 문제로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요.

결국 현재 크림합병을 인정하고 러시아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공식적으로 밝힌 건 인도, 한 나라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인도는 러시아산 무기를 대량 수입하는 등 러시아와 이해관계가 많이 걸려있다는 특수성이 있습니다.

신냉전이란 말이 나올 만큼 대척점에 선 미국과 러시아, 두 나라의 외교전은 유엔 무대에서도 치열하게 펼쳐졌습니다.

이경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어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임시 회의는 우크라이나의 호소로 시작됐습니다.

<인터뷰> 세르게예프(우크라이나 유엔대사) : "전세계의 문명국들이 크림의 불법적인 독립 선언을 인정하지 않길 호소합니다."

이사국 대부분이 크림 주민투표와 러시아의 합병 결정을 '불법'이라고 비난하자 러시아의 반박이 이어지면서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인터뷰> 구더햄(영국 유엔 대사) : "비정상적인 의사 결정이 불러온 역사적 교훈은 충분히 많습니다."

<인터뷰> 추르킨(러시아 유엔 대사) : "크림 합병은 역사적인 불의를 바로잡은 것입니다."

달아오르는 설전에 미국대사가 기름을 부었습니다.

러시아의 크림 합병을 도둑질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인터뷰> 파워(미국 대사) : "도둑이 물건을 훔칠 순 있지만 그렇다고 도둑에게 소유권까지 있는 건 아닙니다."

이에 흥분한 러시아 대사,

<인터뷰> 추르킨(러시아 유엔 대사) : "미국의 모욕적 발언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러시아 대사는 시리아 평화회담과 이란 핵협상 등 산적한 국제 현안을 겨냥한 듯, 러시아의 협조를 원한다면 러시아를 '도둑'이라고 말한 게 뭘 뜻하는지 알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안보리 회의는 결론 없이 끝났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모스크바를 방문했습니다.

크림 사태 이후 첫 방문입니다.

반 총장은 이 시각 현재 푸틴 대통령을 만나 크림을 둘러싼 긴장완화책 등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경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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