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따라잡기] “층간 소음 못 참아!” 윗집에 방화

입력 2014.03.28 (08:37) 수정 2014.03.2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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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층간소음 때문에 위층 거주자와 갈등을 겪던 남성이 술에 취해 위층에 불을 지른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과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이승훈 기자와 이 문제를 짚어봅니다.

매번 반복되는 층간 소음문제 해결책은 없을까요?

<기자 멘트>

네, 안타깝게도 해결방법은 위층과 아래층이 조금씩 더 배려하고 또 양보하는 것 밖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파트가 많은 우리나라 주거 형태의 특징상, 인구의 절반 이상이 층간소음에 노출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그러다보니, 이로 인한 이웃사이의 갈등도 많을 수 밖에 없는데요.

문제는 이런 갈등이 극단적인 충돌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해마다 더 심각해지고 있는 층간소음 분쟁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에서 나는 층간 소음이 실제 어느 정도일까?

한 아파트에서 실험을 해봤습니다.

소파 위에서 중학생이 뛰어 내리자 아래층에서는 60데시벨이 넘는 소음이 측정됩니다.

성인이 뒤꿈치로 걸으면 52데시벨을, 가벼운 골프공이 튈 때와 청소기를 돌릴 때의 소음은 모두 60데시벨을 훌쩍 넘습니다.

60데시벨은 1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대화를 나눌 때 들리는 정도의 소리로, 지속될 경우 일상 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줄 수 있습니다.

<인터뷰> 김일(시민) : "피아노를 친다거나, 노래연습을 한다거나. 어떻게, 한밤중에 싸울 수도 없고."

<인터뷰> 김정희(시민) : "벽마다 침대 삐걱대는 소리? 그런 소리 나고... 짜증이 나죠."

참기 힘든 고통에 인터넷에는 층간소음 복수 방법이라는 동영상까지 올라와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선풍기 날개에 추를 달아 위층으로 소음을 올려 보내고, 천장이나 환기구에 저음 스피커를 설치해 놓고 일부러 심한 소음을 내보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정도만 해도 애교 수준입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심해지다 보니, 실제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 구로구의 한 아파트, 한 남성이 계단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보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방관들이 출동합니다.

<인터뷰> 김동주 (구로소방서 현장대응단 재난감식팀) : "새벽 4시 24분경에 화재가 났다는 신고를 받고 소방차 22대가 출동을 했습니다. 화재로 난 시커먼 연기가 통로를 통해 아파트 전층으로 확산됐고 자칫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었던 아찔한 상황."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현관 앞에서 그 연기가 있잖아요. 스멀스멀 막 들어왔다고."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여기(현관 앞) 연기가 막 엉망이니까 (소방관이) 나보고 문 열지 말라고 그러더라고. 위험하니까."

술에 취해 불을 지른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건, CCTV에 포착됐던 30대 남성.

이 남성이 불을 낸 건 층간 소음 때문이었습니다.

방화 피의자인 장모 씨는 5년전부터 위층과 층간소음 문제로 심한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 (음성변조) : "(위층집에) 애가 넷이야. 그래서 상당히 소음이 있었겠죠. 그래서 5년 동안 다툼이 있었어요. 올라가서 조용히 하라고 뭐라 그러고 어느 때는 술 먹고 문을 팍 차고 내려오기도 하고.."

사건은 또 있습니다. 서울 동작구에 살고 있는 허모 씨.

<녹취> 피해자 허모씨 : "층간 소음이 TV에서만 보는 일인 줄 알았지. 제가 직접 겪으니까 황당하고.."

허씨는 보름전인 지난 14일 오후, 초인종 소리에 허 씨는 현관문을 열어줬습니다.

방문객은 층간소음 문제를 항의하러온 아랫집의 아들이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그전에 위 아래층 살다 보니까 층간 소음 문제로 (피의자) 부모님들이 작년 9월부터 올해 사건 직전까지 두 번 정도 항의를 했었죠."

층간 소음 문제를 둘러싼 위아래 층의 갈등은 몇 달 전부터 계속돼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래층 가족들의 항의가 납득되지 않았던 허 씨.

시간이 지나도 아래층과의 갈등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녹취> 피해자 허모씨 : "설명을 했죠. 위층에 저는 혼자 살고 있고, 가족도 없고. 그리고 거실 생활을 하고, 방에 갈 일도 없고. 물 마시러 갈 때, 화장실 갈 때 외에는 다닐 일이 없으니까. 어쨌든 그렇다면 제가 신경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어느 날, 크게 흥분한 상태로 위층에 올라온 아래층 아들.

다툼 허 씨에게 달려들어 흉기까지 휘두르고 말았습니다.

<녹취> 피해자 허모씨 (음성변조) : "무턱대고 와가지고 밤낮으로 쿵쾅 거린다면서 흉기를 품고 와가지고 갑자기 이 거리에서 찌르는 거예요."

다행히 재빨리 몸을 피해 심각한 부상은 면할 수 있었지만 허 씨는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을 받았습니다.

<녹취> 피해자 허모씨 (음성변조) : "갑자기 당하다 보니까 굉장히 불안하고 그래요. 혹시나 뭐가 또 탈이날까 봐. 심리치료도 하고 있어요."

이뿐이 아닙니다.

지난달 13일 부산에서는 층간소음 분쟁을 겪던 40대 여성이 위층에 사는 초등학생을 폭행해 기소됐고, 지난해에는 층간소음 문제로 시작된 다툼 끝에 형제가 흉기로 살해되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층간 소음으로 인한 분쟁은 해마다 더 심해지고 있는데요.

한국환경공단에 접수된 관련 민원 수도 지난 2012년 7천여 건에서, 지난해 만5천여 건으로, 1년 만에 무려 두 배가 넘게 급증했습니다.

<인터뷰> 차상곤(소장/주거문화개선연구소) : "국민의 10명 중에 9명이 층간 소음에 관련해서 문제를 삼고 있다고 봤을 때 이걸 예민하다는 문제라기보다 이제는 뭔가 층간 소음의 문화를 하나 만들어야 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 역시 강화된 층간 소음 기준을 내놨습니다.

소음 기준치를 낮에는 55에서 40데시벨 밤은 45에서 35데시벨로 대폭 낮추고, 피해로 인한 배상금액도 인상했습니다.

하지만, 배상액이나 소음기준치 마련 보다 더 시급한 건 이웃에 대한 배려.

<인터뷰> 차상곤(소장/주거문화개선연구소) : "위층에 사는 사람들은 내가 생활하는 곳이, 바닥이 아래층 사람의 천장이다. 이런 인식도 가지고 서로가 공동체에서는 뭔가 주의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는 의식이 조금 많이 함양이 되고.."

지난해,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는 초등학생들이 아래층의 이웃들에게 혹시 모를 층간소음에 대한 사과와 감사의 편지를 전달한 뒤, 관련 분쟁이 3분의 1 이하로 줄었다는 훈훈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몸싸움을 넘어 방화와 살인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층간소음에 대해 초등학생들이 내놓은 해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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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따라잡기] “층간 소음 못 참아!” 윗집에 방화
    • 입력 2014-03-28 08:17:06
    • 수정2014-03-28 09: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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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층간소음 때문에 위층 거주자와 갈등을 겪던 남성이 술에 취해 위층에 불을 지른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과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이승훈 기자와 이 문제를 짚어봅니다.

매번 반복되는 층간 소음문제 해결책은 없을까요?

<기자 멘트>

네, 안타깝게도 해결방법은 위층과 아래층이 조금씩 더 배려하고 또 양보하는 것 밖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파트가 많은 우리나라 주거 형태의 특징상, 인구의 절반 이상이 층간소음에 노출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그러다보니, 이로 인한 이웃사이의 갈등도 많을 수 밖에 없는데요.

문제는 이런 갈등이 극단적인 충돌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해마다 더 심각해지고 있는 층간소음 분쟁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에서 나는 층간 소음이 실제 어느 정도일까?

한 아파트에서 실험을 해봤습니다.

소파 위에서 중학생이 뛰어 내리자 아래층에서는 60데시벨이 넘는 소음이 측정됩니다.

성인이 뒤꿈치로 걸으면 52데시벨을, 가벼운 골프공이 튈 때와 청소기를 돌릴 때의 소음은 모두 60데시벨을 훌쩍 넘습니다.

60데시벨은 1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대화를 나눌 때 들리는 정도의 소리로, 지속될 경우 일상 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줄 수 있습니다.

<인터뷰> 김일(시민) : "피아노를 친다거나, 노래연습을 한다거나. 어떻게, 한밤중에 싸울 수도 없고."

<인터뷰> 김정희(시민) : "벽마다 침대 삐걱대는 소리? 그런 소리 나고... 짜증이 나죠."

참기 힘든 고통에 인터넷에는 층간소음 복수 방법이라는 동영상까지 올라와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선풍기 날개에 추를 달아 위층으로 소음을 올려 보내고, 천장이나 환기구에 저음 스피커를 설치해 놓고 일부러 심한 소음을 내보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정도만 해도 애교 수준입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심해지다 보니, 실제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 구로구의 한 아파트, 한 남성이 계단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보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방관들이 출동합니다.

<인터뷰> 김동주 (구로소방서 현장대응단 재난감식팀) : "새벽 4시 24분경에 화재가 났다는 신고를 받고 소방차 22대가 출동을 했습니다. 화재로 난 시커먼 연기가 통로를 통해 아파트 전층으로 확산됐고 자칫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었던 아찔한 상황."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현관 앞에서 그 연기가 있잖아요. 스멀스멀 막 들어왔다고."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여기(현관 앞) 연기가 막 엉망이니까 (소방관이) 나보고 문 열지 말라고 그러더라고. 위험하니까."

술에 취해 불을 지른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건, CCTV에 포착됐던 30대 남성.

이 남성이 불을 낸 건 층간 소음 때문이었습니다.

방화 피의자인 장모 씨는 5년전부터 위층과 층간소음 문제로 심한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 (음성변조) : "(위층집에) 애가 넷이야. 그래서 상당히 소음이 있었겠죠. 그래서 5년 동안 다툼이 있었어요. 올라가서 조용히 하라고 뭐라 그러고 어느 때는 술 먹고 문을 팍 차고 내려오기도 하고.."

사건은 또 있습니다. 서울 동작구에 살고 있는 허모 씨.

<녹취> 피해자 허모씨 : "층간 소음이 TV에서만 보는 일인 줄 알았지. 제가 직접 겪으니까 황당하고.."

허씨는 보름전인 지난 14일 오후, 초인종 소리에 허 씨는 현관문을 열어줬습니다.

방문객은 층간소음 문제를 항의하러온 아랫집의 아들이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그전에 위 아래층 살다 보니까 층간 소음 문제로 (피의자) 부모님들이 작년 9월부터 올해 사건 직전까지 두 번 정도 항의를 했었죠."

층간 소음 문제를 둘러싼 위아래 층의 갈등은 몇 달 전부터 계속돼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래층 가족들의 항의가 납득되지 않았던 허 씨.

시간이 지나도 아래층과의 갈등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녹취> 피해자 허모씨 : "설명을 했죠. 위층에 저는 혼자 살고 있고, 가족도 없고. 그리고 거실 생활을 하고, 방에 갈 일도 없고. 물 마시러 갈 때, 화장실 갈 때 외에는 다닐 일이 없으니까. 어쨌든 그렇다면 제가 신경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어느 날, 크게 흥분한 상태로 위층에 올라온 아래층 아들.

다툼 허 씨에게 달려들어 흉기까지 휘두르고 말았습니다.

<녹취> 피해자 허모씨 (음성변조) : "무턱대고 와가지고 밤낮으로 쿵쾅 거린다면서 흉기를 품고 와가지고 갑자기 이 거리에서 찌르는 거예요."

다행히 재빨리 몸을 피해 심각한 부상은 면할 수 있었지만 허 씨는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을 받았습니다.

<녹취> 피해자 허모씨 (음성변조) : "갑자기 당하다 보니까 굉장히 불안하고 그래요. 혹시나 뭐가 또 탈이날까 봐. 심리치료도 하고 있어요."

이뿐이 아닙니다.

지난달 13일 부산에서는 층간소음 분쟁을 겪던 40대 여성이 위층에 사는 초등학생을 폭행해 기소됐고, 지난해에는 층간소음 문제로 시작된 다툼 끝에 형제가 흉기로 살해되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층간 소음으로 인한 분쟁은 해마다 더 심해지고 있는데요.

한국환경공단에 접수된 관련 민원 수도 지난 2012년 7천여 건에서, 지난해 만5천여 건으로, 1년 만에 무려 두 배가 넘게 급증했습니다.

<인터뷰> 차상곤(소장/주거문화개선연구소) : "국민의 10명 중에 9명이 층간 소음에 관련해서 문제를 삼고 있다고 봤을 때 이걸 예민하다는 문제라기보다 이제는 뭔가 층간 소음의 문화를 하나 만들어야 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 역시 강화된 층간 소음 기준을 내놨습니다.

소음 기준치를 낮에는 55에서 40데시벨 밤은 45에서 35데시벨로 대폭 낮추고, 피해로 인한 배상금액도 인상했습니다.

하지만, 배상액이나 소음기준치 마련 보다 더 시급한 건 이웃에 대한 배려.

<인터뷰> 차상곤(소장/주거문화개선연구소) : "위층에 사는 사람들은 내가 생활하는 곳이, 바닥이 아래층 사람의 천장이다. 이런 인식도 가지고 서로가 공동체에서는 뭔가 주의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는 의식이 조금 많이 함양이 되고.."

지난해,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는 초등학생들이 아래층의 이웃들에게 혹시 모를 층간소음에 대한 사과와 감사의 편지를 전달한 뒤, 관련 분쟁이 3분의 1 이하로 줄었다는 훈훈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몸싸움을 넘어 방화와 살인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층간소음에 대해 초등학생들이 내놓은 해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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