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간다] 요금은 올랐는데...
입력 2014.03.28 (23:12)
수정 2014.03.29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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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금 보시는 장면은 김포공항 앞에 택시가 승객들을 태우기 위해 끝도 보이지 않는 긴 행렬을 이루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밤늦은 시간대엔 이와는 반대로 손님들이 택시를 잡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녀야 합니다.
얼마 전엔 택시 손님들이 몰리는 강남 지역에 이른바 조폭형 택시까지 등장해 승객들을 더욱 불편하게 했습니다.
요금은 올랐는데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걸까요?
김상협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자정을 훨씬 넘긴 새벽 시간대 서울 종로 거리, 술자리나 모임을 마친 사람들이 늦은 귀가를 위해 대로변에서 택시를 기다립니다.
빈 택시는 곧잘 눈에 띄지만 타기는 어렵습니다.
택시 기사들이 돈이 되는 장거리 승객이 아니면 계속 외면하기 때문입니다.
승객들도 승차거부에 이골이 났습니다.
<녹취> 승객 : "(지금 몇 번 승차거부 당했어요?) 수도 없이 당해요...열번 넘게 (집에 갈 수 있을까요?) 못 가요 오늘."
사라진 줄 알았던 합승도 여기서는 예욉니다.
기사들이 아예 드러내놓고 호객 행위에 나설 정돕니다.
<녹취> "(어디 가세요?) 안양가는데 가요? (안양? 합승할래요?) 얼마에 가는데요? (3만5천원) 3만5천원 너무 비싼거 아니에요? (평일 날 같으면 그냥 가지, 가는데 오늘 금요일이잖아)"
승차거부는 급기야 택시 기사와 승객들 간의 거친 말싸움과 실랑이로 이어지는 일이 다반삽니다.
승차거부에 화가 난 일부 승객들은 왜 단속을 하지 않냐며 112에 신고까지 합니다.
경찰이 출동해야 간신히 상황이 종료되는 풍경도 흔히 볼 수 있는 밤거리의 모습입니다.
<녹취> 승객 : "(안간대요) 신고 하시라구요 마음껏 신고하시라고요."
비슷한 시각 강남대로, 얼마 전 이른바 조폭 택시 기사들이 붙잡혀 단속이 강화됐지만 택시 잡기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녹취> "(승차거부 얼마나 당했는지?) 지금 한 4번 당한것 같아요 (어디 가시는데요?) 아차산이요 (택시기사들이 뭐라고 해요?) 다 경기도나 수원쪽으로 간다고"
택시를 잡지 못해 귀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승객들은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뾰족한 수가 달리 없습니다.
<녹취> "(승차거부 당하면 기분이 어떤지?) 당연히 기분이 안좋죠 좋을리가 없죠 똑같은 돈 내고 가는 목적지는 똑같이 가는데 (승차거부가 불법인데 항의 안하나?) 주변엔 하는 사람도 있는데 특별히 대처나 결과가 좋지 않으니까..."
<녹취> "(승차거부 당하면 기분이 어떤지?) 기분 나쁘죠 (불법인데 항의 안하나?) 어떻게 할 수 없는게 일단 전 집에 가야 되니까 어떻게든지 태워주시면..."
택시기사들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일부 목소리도 있긴 합니다.
<녹취> 승객 : "승차거부를 많이 하죠. 왜냐면 돈이 안되니까 갈 때는 돈을 받고 가는데 올 때 손님이 없으니까 승차거부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택시 기사들은 할 말이 더 많습니다.
승객이 몰리는 늦은 밤시간대는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합니다.
피크 시간대에 단거리 손님을 태우다가는 돈이 되는 장거리 손님들을 다른 택시에 빼앗긴다고 말합니다.
<녹취> 택시기사 : "여기가 바글바글하잖아요 월,화,수,목까지 그래요 일요일부터 금에일엔 사람이 더 많고 택시가 없죠 장거리 위주로 가니까, 장거리 아니면 안해요. 골라 태우지 않으면 돈이 안되니까 경기,인천,노원,상계..."
택시 기사들이 내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회사에 꼬박꼬박 내야 하는 사납금이었습니다.
<녹취> 택시기사 : "12시간 안에 회사에 일정 금액을 사납금으로 맞춰야 나머지 시간동안 벌어야 되는데 요즘 손님도 없고 사납금에 대한 부담금이 크기 때문에 굉장히 압박을 많이 받고 있어요 생활에."
승객들이 몰리는 이 시간대에 한 몫 잡지 못하면 적자 운행이 뻔하다고 주장합니다.
<녹취> 택시기사 : "일단 입금을 못하면 내 지갑에서 돈이 나가야 되는 상황이니까 그렇잖아요 막말로 12시간 운전 일이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데 12시간 나름대로 일을 하는데 임금이 3만원이에여 하루 일당이"
<녹취> 택시기사 : "사납금이 보통 야간에 14-5만원 사이거든요 12시간 동안 밥은 한 끼 먹어야 되니까 11시간 동안 만5천원 수입을 올려야지만 사납금하고 추가 가스는 기사가 낸 단 말이에요 시간당 만5천원 찍는다는게 기본요금 5명을 한 시간에 유치한다는 소리인데 여기서 기다린지도 20분이 넘었거든요 그게 안된다고요"
늦은 밤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으로 어려워진 데는 장거리만 고집하는 기사들이 택시 손님들이 몰리는 대로변과 골목을 장악하고 있는 것도 한 몫 했습니다.
단거리 손님들이라도 태우려는 택시 기사들을 힘으로 내쫓고 과도한 요금을 요구하며 호객행위를 하는 이른바 조폭형 택시기사 일당이 사조직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녹취> 최해종(택시기사/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 "아저씨 차 좀 빼주세요 그래서 왜 당신이 빼라 마라 하느냐 그러니까 여기는 우리가 집중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니까 아저씨는 나가서 벌어라고 이런 식으로 하면서 차를 빼달라고 욕지거리도 하고 그래요 나이 어린 아들 같은 사람들이 그러니까 더러워서 빼주는 거죠."
호객 행위는 부당한 요금 청구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승객들은 그런 택시를 타는 것 자체가 불안할 뿐입니다.
<녹취> 승객 : "정신 차리고 가다보니까"
<녹취> "미터기로 하면 얼마 안 나오는데 만원,2만원 더 붙고 아니면 술 취해서 가는 경우는 완전 뺑 돌아가서 원래 만5천원 나오는데 2,3만원 이렇게 나오는 경우도 있고..."
서울시가 이런 승차거부와 난폭운전을 없애는 등 택시 서비스를 개선하겠다며 6개월 전에 기본요금 600원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사납금이 함께 인상되면서 택시 기사들은 요금 인상 혜택을 보지 못하고, 회사 배만 불렸다는 비난을 불러왔습니다.
<녹취> 택시기사 : "요금은 올리고 사납금은 안 올리면 기사 수입이 아무래도 600원씩 올랐으니까 더 받잖아요? 그런데 사납금도 덩달하 올라 버리니까 차라리 안 올린게 낫다고요 기사들 입장에서 100이면 100 다 그럴거에요."
<녹취> 최해종(경기도 고양시 화정동) : "요금 올리기 전이나 지금이나 수입은 똑같아 그대신 입금은 2만5천원씩 더 줘야 되잖아요 한 달에 26일 근무해서 65만원 줘버리면 봉급은 그 전하고 별로 차이가 없고 너무 하잖아요 수입이 전보다 더 많이 올랐냐? 그것도 아니에요 그러니까 애로 사항이 많죠."
택시 기사들은 승차거부나 난폭운전, 불친절 등 고질적인 병폐를 없애기 위해선 사납금을 폐지하고 전액관리제, 즉 월급제가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하지 않고선 요금을 올리거나, 단속을 강화하고 정부 지원을 늘려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얘깁니다.
<인터뷰> 이희대(전국택시노련 사무처장) ; "사납금의 굴레에서 벗어난다면 오늘 하루 어떻게 서비스를 할까 이런 마음을 가지고 나가지 않겠느냐? 운전기사가 사납금 신경쓸 일 없으면 불친절, 승차거부 할 이유가 없잖아요. 정부가 제도를 그렇게 만들어 놓고 그걸 하지마라 뭐 어떻게 하라고요."
반면 택시 회사 측은 사납금은 최소한의 회사 경영을 담보하기 위한 기준선이라는 입장입니다.
노조나 정부가 요구하는 월급제를 받아들이면 세금 부담이 너무 늘어나 가뜩이나 어려운 회사 운영이 더 어려워진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오광원(택시조합 이사장) : "성과급제를 하면 우수 종사자 입장에서는 40%는 못 가져가게 되는 그런 입장이 되고 회사 입장에선 100% 전체를 수입으로 잡음으로써 생기는 부가세라든지 세제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결국은 수익금 전액관리제를 해서 득을 본다는 건 정부 밖에 없다..."
택시 회사들은 요금 인상 이후 손님이 줄면서 오히려 기사들이 대거 직장을 떠나면서 정상 운영조차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이 택시회사는 지난해 10월 요금 인상 이후 지난 5개월간 10명의 기사가 수입이 줄어들었다며 일을 그만뒀습니다.
이 회사의 전체 택시 대수는 모두 95대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10대는 폐차된 뒤 새 차를 구입하지 못하고 있고 16대는 이처럼 운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탭니다.
모두 26대가 가동되지 못하는 바람에 한 달에 천 만원 가까이 손실을 입고 있는 셈입니다.
<인터뷰> 김충식(OK택시 대표) : "이번에 요금 인상해서 손님들의 승차율이 떨어지니까 기사들 수입이 감소가 되고 거기에 따른 불만과 수입 감소가 되니까 다른 직업으로 이직을 하는 기사들이 많이 생기게 됩니다.. "
일본 나가노현...
한 주택 앞에서 할머니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요양병원 간호사나 사회복지사도 아니고 택시 기사입니다.
할머니가 안전하게 택시에 탈 수 있도록 세심하게 챙기고서야 운전석에 앉습니다.
이 할머니는 20년째 이 회사 택시만 이용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오카미야(나가노현/88살) : "기사 교육이 정말 잘 돼 있어요. 친절하고 정중해요. 저희 가족은 츄오 택시만 이용해요. 운전 기사가 매우 친절하고 모든 면에서 좋아요. 주위 사람들도 모두 츄오 택시만 찾더라고요."
나가노현의 이 택시회사는 전체 승객 가운데 93%가 예약 손님으로 운행되고 있습니다. 빈 차로 돌아다니는 경우가 거의 없어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얘깁니다.
한 명이라도 더 손님을 태우기 위해 빨리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친절하고 안전하게 모시는 편이 훨씬 중요하고 결국 더 많은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우츠노 미야(츄오택시 대표) : "저희들에게는 비효율적일지도 모르지만 조금이라도 더 손님들이 안심할 수 있고 기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편이 다음 손님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잇따라 일이 창출돼 매출이 오르고 결과적으로 수익을 올리게 되는 거죠."
호텔 앞에 미리 도착한 택시 기사가 차에서 내려 기다리다가 승객들의 짐을 받아듭니다.
인구 천만 명이 넘는 도쿄에서도 이 회사 택시의 80%는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미야자와(MK택시 기사) : "아침엔 역시 공항이거나 도쿄역으로 가고 평일엔 아침 일찍 병원을 가시는 손님들도 많죠. 그래서 다리가 불편한 손님들을 위해선 밴이나 왜건 같은 차체가 낮은 차를 배차하죠."
일본 택시기사들이 예약 손님들만 모시고 다녀도 돈벌이가 되는 이유는 완전 월급제 때문입니다.
기사들은 월 20만엔, 200만원 정도의 기본급을 받고 벌어 들이는 하루 수입의 절반 정도를 성과급으로 챙깁니다.
목표 금액에 도달하면 6%의 추가 보너스가 주어집니다.
이렇게 받은 돈을 합한 연평균 수입은 550만엔, 우리 돈 5천 5백만원이 넘습니다.
물론 회사에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사납금 같은 제도는 없습니다.
결국 안정된 수입은 기사들의 친절 마인드로 이어지고 회사는 서비스에만 주력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인터뷰> 키타무라 타로(MK택시 도쿄지부장) : "사회의 인프라 같은 회사를 지향합니다. 예를 들어 전기나 수도, 철도 등 사회에 필수불가결한 회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MK도 그런 회사가 되고 싶은 겁니다. 그래서 기사 교육에 힘을 기울여 이 지역에서 MK택시가 사라지면 정말 불편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정도로..."
택시 서비스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수요와 공급도 적정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습니다.
고이즈미 총리 시절 대폭 늘어났던 택시는 특별조치법에 따라 수급의 균형이 맞춰졌습니다.
일본 전국의 택시는 모두 25만 여대로 이 가운데 4만여대가 이 곳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에서 운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5만3천 여대에 비하면 훨씬 적은 숫자입니다.
<인터뷰> 강상욱(한국교통연구원) : "택시가 살려면 결국은 택시 대당 벌이가 돼야 되는데 그래야 서비스도 나오고 근로자도 중산층 지위에 들어갈 수 있고 활기가 넘치고 택시가 재기능 할 수 있고 그런데 우선 공급 측면에서 택시가 너무 많습니다. 넘쳐나는 택시를 줄이지 않고는 택시 서비스는 기대할 수 없다."
택시가 넘쳐나지만 출퇴근이나 밤늦은 시간대엔 택시 잡기가 힘들다는 것은 수급에 문제가 있다는 얘깁니다.
특히 심야 시간엔 더 많은 택시들이 영업에 나설 수 있도록 유인책이 필요합니다.
할증을 시간대 별로 좀 더 세분화시켜 밤늦게 일하는 기사들의 수입을 올려주고 반대로 손님이 적은 시간대엔 할인을 해주는 등 탄력적인 요금 체계 도입 방안이 있습니다.
<인터뷰> 이태경(박사/서울시 택시물류과) : "기술적으로 시간대 별로 요금을 달리 한다든지 수요에 따라 요금을 바꾼다는지 하는 것들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사실 그것을 시행하기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과정이 좀 쉽지 않을 거고요."
택시 요금의 현실화도 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숙젭니다.
기본요금이 3천원으로 올랐지만 도쿄나 뉴욕, 런던에 비하면 물가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인터뷰> 안기정(박사/서울연구원) : "택시 요금을 단계적으로 현실화시켜야 해요. 가장 중요한 근로자 처우조건 개선 그런 부분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거든요 그걸 감안해서 요금 조정을 현실화시키는 측면이 중요하고..."
4년 만의 요금 인상에도 택시 기사는 직장을 떠나고 회사는 경영이 어렵다고 울상이고, 승객은 서비스가 형편없다며 모두가 불만인 택시!
밤 늦은 시간대엔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이고 낮엔 빈 택시가 넘쳐 나는 모습들, 한 때 난폭운전의 대명사였던 시내버스가 친절하고 편리한 대중교통으로 거듭난 사실을 보면 결코 풀지 못할 숙제는 아닙니다.
지금 보시는 장면은 김포공항 앞에 택시가 승객들을 태우기 위해 끝도 보이지 않는 긴 행렬을 이루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밤늦은 시간대엔 이와는 반대로 손님들이 택시를 잡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녀야 합니다.
얼마 전엔 택시 손님들이 몰리는 강남 지역에 이른바 조폭형 택시까지 등장해 승객들을 더욱 불편하게 했습니다.
요금은 올랐는데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걸까요?
김상협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자정을 훨씬 넘긴 새벽 시간대 서울 종로 거리, 술자리나 모임을 마친 사람들이 늦은 귀가를 위해 대로변에서 택시를 기다립니다.
빈 택시는 곧잘 눈에 띄지만 타기는 어렵습니다.
택시 기사들이 돈이 되는 장거리 승객이 아니면 계속 외면하기 때문입니다.
승객들도 승차거부에 이골이 났습니다.
<녹취> 승객 : "(지금 몇 번 승차거부 당했어요?) 수도 없이 당해요...열번 넘게 (집에 갈 수 있을까요?) 못 가요 오늘."
사라진 줄 알았던 합승도 여기서는 예욉니다.
기사들이 아예 드러내놓고 호객 행위에 나설 정돕니다.
<녹취> "(어디 가세요?) 안양가는데 가요? (안양? 합승할래요?) 얼마에 가는데요? (3만5천원) 3만5천원 너무 비싼거 아니에요? (평일 날 같으면 그냥 가지, 가는데 오늘 금요일이잖아)"
승차거부는 급기야 택시 기사와 승객들 간의 거친 말싸움과 실랑이로 이어지는 일이 다반삽니다.
승차거부에 화가 난 일부 승객들은 왜 단속을 하지 않냐며 112에 신고까지 합니다.
경찰이 출동해야 간신히 상황이 종료되는 풍경도 흔히 볼 수 있는 밤거리의 모습입니다.
<녹취> 승객 : "(안간대요) 신고 하시라구요 마음껏 신고하시라고요."
비슷한 시각 강남대로, 얼마 전 이른바 조폭 택시 기사들이 붙잡혀 단속이 강화됐지만 택시 잡기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녹취> "(승차거부 얼마나 당했는지?) 지금 한 4번 당한것 같아요 (어디 가시는데요?) 아차산이요 (택시기사들이 뭐라고 해요?) 다 경기도나 수원쪽으로 간다고"
택시를 잡지 못해 귀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승객들은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뾰족한 수가 달리 없습니다.
<녹취> "(승차거부 당하면 기분이 어떤지?) 당연히 기분이 안좋죠 좋을리가 없죠 똑같은 돈 내고 가는 목적지는 똑같이 가는데 (승차거부가 불법인데 항의 안하나?) 주변엔 하는 사람도 있는데 특별히 대처나 결과가 좋지 않으니까..."
<녹취> "(승차거부 당하면 기분이 어떤지?) 기분 나쁘죠 (불법인데 항의 안하나?) 어떻게 할 수 없는게 일단 전 집에 가야 되니까 어떻게든지 태워주시면..."
택시기사들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일부 목소리도 있긴 합니다.
<녹취> 승객 : "승차거부를 많이 하죠. 왜냐면 돈이 안되니까 갈 때는 돈을 받고 가는데 올 때 손님이 없으니까 승차거부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택시 기사들은 할 말이 더 많습니다.
승객이 몰리는 늦은 밤시간대는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합니다.
피크 시간대에 단거리 손님을 태우다가는 돈이 되는 장거리 손님들을 다른 택시에 빼앗긴다고 말합니다.
<녹취> 택시기사 : "여기가 바글바글하잖아요 월,화,수,목까지 그래요 일요일부터 금에일엔 사람이 더 많고 택시가 없죠 장거리 위주로 가니까, 장거리 아니면 안해요. 골라 태우지 않으면 돈이 안되니까 경기,인천,노원,상계..."
택시 기사들이 내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회사에 꼬박꼬박 내야 하는 사납금이었습니다.
<녹취> 택시기사 : "12시간 안에 회사에 일정 금액을 사납금으로 맞춰야 나머지 시간동안 벌어야 되는데 요즘 손님도 없고 사납금에 대한 부담금이 크기 때문에 굉장히 압박을 많이 받고 있어요 생활에."
승객들이 몰리는 이 시간대에 한 몫 잡지 못하면 적자 운행이 뻔하다고 주장합니다.
<녹취> 택시기사 : "일단 입금을 못하면 내 지갑에서 돈이 나가야 되는 상황이니까 그렇잖아요 막말로 12시간 운전 일이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데 12시간 나름대로 일을 하는데 임금이 3만원이에여 하루 일당이"
<녹취> 택시기사 : "사납금이 보통 야간에 14-5만원 사이거든요 12시간 동안 밥은 한 끼 먹어야 되니까 11시간 동안 만5천원 수입을 올려야지만 사납금하고 추가 가스는 기사가 낸 단 말이에요 시간당 만5천원 찍는다는게 기본요금 5명을 한 시간에 유치한다는 소리인데 여기서 기다린지도 20분이 넘었거든요 그게 안된다고요"
늦은 밤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으로 어려워진 데는 장거리만 고집하는 기사들이 택시 손님들이 몰리는 대로변과 골목을 장악하고 있는 것도 한 몫 했습니다.
단거리 손님들이라도 태우려는 택시 기사들을 힘으로 내쫓고 과도한 요금을 요구하며 호객행위를 하는 이른바 조폭형 택시기사 일당이 사조직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녹취> 최해종(택시기사/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 "아저씨 차 좀 빼주세요 그래서 왜 당신이 빼라 마라 하느냐 그러니까 여기는 우리가 집중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니까 아저씨는 나가서 벌어라고 이런 식으로 하면서 차를 빼달라고 욕지거리도 하고 그래요 나이 어린 아들 같은 사람들이 그러니까 더러워서 빼주는 거죠."
호객 행위는 부당한 요금 청구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승객들은 그런 택시를 타는 것 자체가 불안할 뿐입니다.
<녹취> 승객 : "정신 차리고 가다보니까"
<녹취> "미터기로 하면 얼마 안 나오는데 만원,2만원 더 붙고 아니면 술 취해서 가는 경우는 완전 뺑 돌아가서 원래 만5천원 나오는데 2,3만원 이렇게 나오는 경우도 있고..."
서울시가 이런 승차거부와 난폭운전을 없애는 등 택시 서비스를 개선하겠다며 6개월 전에 기본요금 600원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사납금이 함께 인상되면서 택시 기사들은 요금 인상 혜택을 보지 못하고, 회사 배만 불렸다는 비난을 불러왔습니다.
<녹취> 택시기사 : "요금은 올리고 사납금은 안 올리면 기사 수입이 아무래도 600원씩 올랐으니까 더 받잖아요? 그런데 사납금도 덩달하 올라 버리니까 차라리 안 올린게 낫다고요 기사들 입장에서 100이면 100 다 그럴거에요."
<녹취> 최해종(경기도 고양시 화정동) : "요금 올리기 전이나 지금이나 수입은 똑같아 그대신 입금은 2만5천원씩 더 줘야 되잖아요 한 달에 26일 근무해서 65만원 줘버리면 봉급은 그 전하고 별로 차이가 없고 너무 하잖아요 수입이 전보다 더 많이 올랐냐? 그것도 아니에요 그러니까 애로 사항이 많죠."
택시 기사들은 승차거부나 난폭운전, 불친절 등 고질적인 병폐를 없애기 위해선 사납금을 폐지하고 전액관리제, 즉 월급제가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하지 않고선 요금을 올리거나, 단속을 강화하고 정부 지원을 늘려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얘깁니다.
<인터뷰> 이희대(전국택시노련 사무처장) ; "사납금의 굴레에서 벗어난다면 오늘 하루 어떻게 서비스를 할까 이런 마음을 가지고 나가지 않겠느냐? 운전기사가 사납금 신경쓸 일 없으면 불친절, 승차거부 할 이유가 없잖아요. 정부가 제도를 그렇게 만들어 놓고 그걸 하지마라 뭐 어떻게 하라고요."
반면 택시 회사 측은 사납금은 최소한의 회사 경영을 담보하기 위한 기준선이라는 입장입니다.
노조나 정부가 요구하는 월급제를 받아들이면 세금 부담이 너무 늘어나 가뜩이나 어려운 회사 운영이 더 어려워진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오광원(택시조합 이사장) : "성과급제를 하면 우수 종사자 입장에서는 40%는 못 가져가게 되는 그런 입장이 되고 회사 입장에선 100% 전체를 수입으로 잡음으로써 생기는 부가세라든지 세제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결국은 수익금 전액관리제를 해서 득을 본다는 건 정부 밖에 없다..."
택시 회사들은 요금 인상 이후 손님이 줄면서 오히려 기사들이 대거 직장을 떠나면서 정상 운영조차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이 택시회사는 지난해 10월 요금 인상 이후 지난 5개월간 10명의 기사가 수입이 줄어들었다며 일을 그만뒀습니다.
이 회사의 전체 택시 대수는 모두 95대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10대는 폐차된 뒤 새 차를 구입하지 못하고 있고 16대는 이처럼 운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탭니다.
모두 26대가 가동되지 못하는 바람에 한 달에 천 만원 가까이 손실을 입고 있는 셈입니다.
<인터뷰> 김충식(OK택시 대표) : "이번에 요금 인상해서 손님들의 승차율이 떨어지니까 기사들 수입이 감소가 되고 거기에 따른 불만과 수입 감소가 되니까 다른 직업으로 이직을 하는 기사들이 많이 생기게 됩니다.. "
일본 나가노현...
한 주택 앞에서 할머니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요양병원 간호사나 사회복지사도 아니고 택시 기사입니다.
할머니가 안전하게 택시에 탈 수 있도록 세심하게 챙기고서야 운전석에 앉습니다.
이 할머니는 20년째 이 회사 택시만 이용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오카미야(나가노현/88살) : "기사 교육이 정말 잘 돼 있어요. 친절하고 정중해요. 저희 가족은 츄오 택시만 이용해요. 운전 기사가 매우 친절하고 모든 면에서 좋아요. 주위 사람들도 모두 츄오 택시만 찾더라고요."
나가노현의 이 택시회사는 전체 승객 가운데 93%가 예약 손님으로 운행되고 있습니다. 빈 차로 돌아다니는 경우가 거의 없어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얘깁니다.
한 명이라도 더 손님을 태우기 위해 빨리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친절하고 안전하게 모시는 편이 훨씬 중요하고 결국 더 많은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우츠노 미야(츄오택시 대표) : "저희들에게는 비효율적일지도 모르지만 조금이라도 더 손님들이 안심할 수 있고 기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편이 다음 손님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잇따라 일이 창출돼 매출이 오르고 결과적으로 수익을 올리게 되는 거죠."
호텔 앞에 미리 도착한 택시 기사가 차에서 내려 기다리다가 승객들의 짐을 받아듭니다.
인구 천만 명이 넘는 도쿄에서도 이 회사 택시의 80%는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미야자와(MK택시 기사) : "아침엔 역시 공항이거나 도쿄역으로 가고 평일엔 아침 일찍 병원을 가시는 손님들도 많죠. 그래서 다리가 불편한 손님들을 위해선 밴이나 왜건 같은 차체가 낮은 차를 배차하죠."
일본 택시기사들이 예약 손님들만 모시고 다녀도 돈벌이가 되는 이유는 완전 월급제 때문입니다.
기사들은 월 20만엔, 200만원 정도의 기본급을 받고 벌어 들이는 하루 수입의 절반 정도를 성과급으로 챙깁니다.
목표 금액에 도달하면 6%의 추가 보너스가 주어집니다.
이렇게 받은 돈을 합한 연평균 수입은 550만엔, 우리 돈 5천 5백만원이 넘습니다.
물론 회사에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사납금 같은 제도는 없습니다.
결국 안정된 수입은 기사들의 친절 마인드로 이어지고 회사는 서비스에만 주력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인터뷰> 키타무라 타로(MK택시 도쿄지부장) : "사회의 인프라 같은 회사를 지향합니다. 예를 들어 전기나 수도, 철도 등 사회에 필수불가결한 회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MK도 그런 회사가 되고 싶은 겁니다. 그래서 기사 교육에 힘을 기울여 이 지역에서 MK택시가 사라지면 정말 불편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정도로..."
택시 서비스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수요와 공급도 적정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습니다.
고이즈미 총리 시절 대폭 늘어났던 택시는 특별조치법에 따라 수급의 균형이 맞춰졌습니다.
일본 전국의 택시는 모두 25만 여대로 이 가운데 4만여대가 이 곳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에서 운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5만3천 여대에 비하면 훨씬 적은 숫자입니다.
<인터뷰> 강상욱(한국교통연구원) : "택시가 살려면 결국은 택시 대당 벌이가 돼야 되는데 그래야 서비스도 나오고 근로자도 중산층 지위에 들어갈 수 있고 활기가 넘치고 택시가 재기능 할 수 있고 그런데 우선 공급 측면에서 택시가 너무 많습니다. 넘쳐나는 택시를 줄이지 않고는 택시 서비스는 기대할 수 없다."
택시가 넘쳐나지만 출퇴근이나 밤늦은 시간대엔 택시 잡기가 힘들다는 것은 수급에 문제가 있다는 얘깁니다.
특히 심야 시간엔 더 많은 택시들이 영업에 나설 수 있도록 유인책이 필요합니다.
할증을 시간대 별로 좀 더 세분화시켜 밤늦게 일하는 기사들의 수입을 올려주고 반대로 손님이 적은 시간대엔 할인을 해주는 등 탄력적인 요금 체계 도입 방안이 있습니다.
<인터뷰> 이태경(박사/서울시 택시물류과) : "기술적으로 시간대 별로 요금을 달리 한다든지 수요에 따라 요금을 바꾼다는지 하는 것들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사실 그것을 시행하기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과정이 좀 쉽지 않을 거고요."
택시 요금의 현실화도 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숙젭니다.
기본요금이 3천원으로 올랐지만 도쿄나 뉴욕, 런던에 비하면 물가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인터뷰> 안기정(박사/서울연구원) : "택시 요금을 단계적으로 현실화시켜야 해요. 가장 중요한 근로자 처우조건 개선 그런 부분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거든요 그걸 감안해서 요금 조정을 현실화시키는 측면이 중요하고..."
4년 만의 요금 인상에도 택시 기사는 직장을 떠나고 회사는 경영이 어렵다고 울상이고, 승객은 서비스가 형편없다며 모두가 불만인 택시!
밤 늦은 시간대엔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이고 낮엔 빈 택시가 넘쳐 나는 모습들, 한 때 난폭운전의 대명사였던 시내버스가 친절하고 편리한 대중교통으로 거듭난 사실을 보면 결코 풀지 못할 숙제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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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가 간다] 요금은 올랐는데...
-
- 입력 2014-03-28 20:37:57
- 수정2014-03-29 00:21:24
<앵커 멘트>
지금 보시는 장면은 김포공항 앞에 택시가 승객들을 태우기 위해 끝도 보이지 않는 긴 행렬을 이루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밤늦은 시간대엔 이와는 반대로 손님들이 택시를 잡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녀야 합니다.
얼마 전엔 택시 손님들이 몰리는 강남 지역에 이른바 조폭형 택시까지 등장해 승객들을 더욱 불편하게 했습니다.
요금은 올랐는데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걸까요?
김상협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자정을 훨씬 넘긴 새벽 시간대 서울 종로 거리, 술자리나 모임을 마친 사람들이 늦은 귀가를 위해 대로변에서 택시를 기다립니다.
빈 택시는 곧잘 눈에 띄지만 타기는 어렵습니다.
택시 기사들이 돈이 되는 장거리 승객이 아니면 계속 외면하기 때문입니다.
승객들도 승차거부에 이골이 났습니다.
<녹취> 승객 : "(지금 몇 번 승차거부 당했어요?) 수도 없이 당해요...열번 넘게 (집에 갈 수 있을까요?) 못 가요 오늘."
사라진 줄 알았던 합승도 여기서는 예욉니다.
기사들이 아예 드러내놓고 호객 행위에 나설 정돕니다.
<녹취> "(어디 가세요?) 안양가는데 가요? (안양? 합승할래요?) 얼마에 가는데요? (3만5천원) 3만5천원 너무 비싼거 아니에요? (평일 날 같으면 그냥 가지, 가는데 오늘 금요일이잖아)"
승차거부는 급기야 택시 기사와 승객들 간의 거친 말싸움과 실랑이로 이어지는 일이 다반삽니다.
승차거부에 화가 난 일부 승객들은 왜 단속을 하지 않냐며 112에 신고까지 합니다.
경찰이 출동해야 간신히 상황이 종료되는 풍경도 흔히 볼 수 있는 밤거리의 모습입니다.
<녹취> 승객 : "(안간대요) 신고 하시라구요 마음껏 신고하시라고요."
비슷한 시각 강남대로, 얼마 전 이른바 조폭 택시 기사들이 붙잡혀 단속이 강화됐지만 택시 잡기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녹취> "(승차거부 얼마나 당했는지?) 지금 한 4번 당한것 같아요 (어디 가시는데요?) 아차산이요 (택시기사들이 뭐라고 해요?) 다 경기도나 수원쪽으로 간다고"
택시를 잡지 못해 귀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승객들은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뾰족한 수가 달리 없습니다.
<녹취> "(승차거부 당하면 기분이 어떤지?) 당연히 기분이 안좋죠 좋을리가 없죠 똑같은 돈 내고 가는 목적지는 똑같이 가는데 (승차거부가 불법인데 항의 안하나?) 주변엔 하는 사람도 있는데 특별히 대처나 결과가 좋지 않으니까..."
<녹취> "(승차거부 당하면 기분이 어떤지?) 기분 나쁘죠 (불법인데 항의 안하나?) 어떻게 할 수 없는게 일단 전 집에 가야 되니까 어떻게든지 태워주시면..."
택시기사들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일부 목소리도 있긴 합니다.
<녹취> 승객 : "승차거부를 많이 하죠. 왜냐면 돈이 안되니까 갈 때는 돈을 받고 가는데 올 때 손님이 없으니까 승차거부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택시 기사들은 할 말이 더 많습니다.
승객이 몰리는 늦은 밤시간대는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합니다.
피크 시간대에 단거리 손님을 태우다가는 돈이 되는 장거리 손님들을 다른 택시에 빼앗긴다고 말합니다.
<녹취> 택시기사 : "여기가 바글바글하잖아요 월,화,수,목까지 그래요 일요일부터 금에일엔 사람이 더 많고 택시가 없죠 장거리 위주로 가니까, 장거리 아니면 안해요. 골라 태우지 않으면 돈이 안되니까 경기,인천,노원,상계..."
택시 기사들이 내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회사에 꼬박꼬박 내야 하는 사납금이었습니다.
<녹취> 택시기사 : "12시간 안에 회사에 일정 금액을 사납금으로 맞춰야 나머지 시간동안 벌어야 되는데 요즘 손님도 없고 사납금에 대한 부담금이 크기 때문에 굉장히 압박을 많이 받고 있어요 생활에."
승객들이 몰리는 이 시간대에 한 몫 잡지 못하면 적자 운행이 뻔하다고 주장합니다.
<녹취> 택시기사 : "일단 입금을 못하면 내 지갑에서 돈이 나가야 되는 상황이니까 그렇잖아요 막말로 12시간 운전 일이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데 12시간 나름대로 일을 하는데 임금이 3만원이에여 하루 일당이"
<녹취> 택시기사 : "사납금이 보통 야간에 14-5만원 사이거든요 12시간 동안 밥은 한 끼 먹어야 되니까 11시간 동안 만5천원 수입을 올려야지만 사납금하고 추가 가스는 기사가 낸 단 말이에요 시간당 만5천원 찍는다는게 기본요금 5명을 한 시간에 유치한다는 소리인데 여기서 기다린지도 20분이 넘었거든요 그게 안된다고요"
늦은 밤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으로 어려워진 데는 장거리만 고집하는 기사들이 택시 손님들이 몰리는 대로변과 골목을 장악하고 있는 것도 한 몫 했습니다.
단거리 손님들이라도 태우려는 택시 기사들을 힘으로 내쫓고 과도한 요금을 요구하며 호객행위를 하는 이른바 조폭형 택시기사 일당이 사조직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녹취> 최해종(택시기사/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 "아저씨 차 좀 빼주세요 그래서 왜 당신이 빼라 마라 하느냐 그러니까 여기는 우리가 집중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니까 아저씨는 나가서 벌어라고 이런 식으로 하면서 차를 빼달라고 욕지거리도 하고 그래요 나이 어린 아들 같은 사람들이 그러니까 더러워서 빼주는 거죠."
호객 행위는 부당한 요금 청구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승객들은 그런 택시를 타는 것 자체가 불안할 뿐입니다.
<녹취> 승객 : "정신 차리고 가다보니까"
<녹취> "미터기로 하면 얼마 안 나오는데 만원,2만원 더 붙고 아니면 술 취해서 가는 경우는 완전 뺑 돌아가서 원래 만5천원 나오는데 2,3만원 이렇게 나오는 경우도 있고..."
서울시가 이런 승차거부와 난폭운전을 없애는 등 택시 서비스를 개선하겠다며 6개월 전에 기본요금 600원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사납금이 함께 인상되면서 택시 기사들은 요금 인상 혜택을 보지 못하고, 회사 배만 불렸다는 비난을 불러왔습니다.
<녹취> 택시기사 : "요금은 올리고 사납금은 안 올리면 기사 수입이 아무래도 600원씩 올랐으니까 더 받잖아요? 그런데 사납금도 덩달하 올라 버리니까 차라리 안 올린게 낫다고요 기사들 입장에서 100이면 100 다 그럴거에요."
<녹취> 최해종(경기도 고양시 화정동) : "요금 올리기 전이나 지금이나 수입은 똑같아 그대신 입금은 2만5천원씩 더 줘야 되잖아요 한 달에 26일 근무해서 65만원 줘버리면 봉급은 그 전하고 별로 차이가 없고 너무 하잖아요 수입이 전보다 더 많이 올랐냐? 그것도 아니에요 그러니까 애로 사항이 많죠."
택시 기사들은 승차거부나 난폭운전, 불친절 등 고질적인 병폐를 없애기 위해선 사납금을 폐지하고 전액관리제, 즉 월급제가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하지 않고선 요금을 올리거나, 단속을 강화하고 정부 지원을 늘려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얘깁니다.
<인터뷰> 이희대(전국택시노련 사무처장) ; "사납금의 굴레에서 벗어난다면 오늘 하루 어떻게 서비스를 할까 이런 마음을 가지고 나가지 않겠느냐? 운전기사가 사납금 신경쓸 일 없으면 불친절, 승차거부 할 이유가 없잖아요. 정부가 제도를 그렇게 만들어 놓고 그걸 하지마라 뭐 어떻게 하라고요."
반면 택시 회사 측은 사납금은 최소한의 회사 경영을 담보하기 위한 기준선이라는 입장입니다.
노조나 정부가 요구하는 월급제를 받아들이면 세금 부담이 너무 늘어나 가뜩이나 어려운 회사 운영이 더 어려워진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오광원(택시조합 이사장) : "성과급제를 하면 우수 종사자 입장에서는 40%는 못 가져가게 되는 그런 입장이 되고 회사 입장에선 100% 전체를 수입으로 잡음으로써 생기는 부가세라든지 세제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결국은 수익금 전액관리제를 해서 득을 본다는 건 정부 밖에 없다..."
택시 회사들은 요금 인상 이후 손님이 줄면서 오히려 기사들이 대거 직장을 떠나면서 정상 운영조차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이 택시회사는 지난해 10월 요금 인상 이후 지난 5개월간 10명의 기사가 수입이 줄어들었다며 일을 그만뒀습니다.
이 회사의 전체 택시 대수는 모두 95대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10대는 폐차된 뒤 새 차를 구입하지 못하고 있고 16대는 이처럼 운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탭니다.
모두 26대가 가동되지 못하는 바람에 한 달에 천 만원 가까이 손실을 입고 있는 셈입니다.
<인터뷰> 김충식(OK택시 대표) : "이번에 요금 인상해서 손님들의 승차율이 떨어지니까 기사들 수입이 감소가 되고 거기에 따른 불만과 수입 감소가 되니까 다른 직업으로 이직을 하는 기사들이 많이 생기게 됩니다.. "
일본 나가노현...
한 주택 앞에서 할머니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요양병원 간호사나 사회복지사도 아니고 택시 기사입니다.
할머니가 안전하게 택시에 탈 수 있도록 세심하게 챙기고서야 운전석에 앉습니다.
이 할머니는 20년째 이 회사 택시만 이용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오카미야(나가노현/88살) : "기사 교육이 정말 잘 돼 있어요. 친절하고 정중해요. 저희 가족은 츄오 택시만 이용해요. 운전 기사가 매우 친절하고 모든 면에서 좋아요. 주위 사람들도 모두 츄오 택시만 찾더라고요."
나가노현의 이 택시회사는 전체 승객 가운데 93%가 예약 손님으로 운행되고 있습니다. 빈 차로 돌아다니는 경우가 거의 없어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얘깁니다.
한 명이라도 더 손님을 태우기 위해 빨리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친절하고 안전하게 모시는 편이 훨씬 중요하고 결국 더 많은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우츠노 미야(츄오택시 대표) : "저희들에게는 비효율적일지도 모르지만 조금이라도 더 손님들이 안심할 수 있고 기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편이 다음 손님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잇따라 일이 창출돼 매출이 오르고 결과적으로 수익을 올리게 되는 거죠."
호텔 앞에 미리 도착한 택시 기사가 차에서 내려 기다리다가 승객들의 짐을 받아듭니다.
인구 천만 명이 넘는 도쿄에서도 이 회사 택시의 80%는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미야자와(MK택시 기사) : "아침엔 역시 공항이거나 도쿄역으로 가고 평일엔 아침 일찍 병원을 가시는 손님들도 많죠. 그래서 다리가 불편한 손님들을 위해선 밴이나 왜건 같은 차체가 낮은 차를 배차하죠."
일본 택시기사들이 예약 손님들만 모시고 다녀도 돈벌이가 되는 이유는 완전 월급제 때문입니다.
기사들은 월 20만엔, 200만원 정도의 기본급을 받고 벌어 들이는 하루 수입의 절반 정도를 성과급으로 챙깁니다.
목표 금액에 도달하면 6%의 추가 보너스가 주어집니다.
이렇게 받은 돈을 합한 연평균 수입은 550만엔, 우리 돈 5천 5백만원이 넘습니다.
물론 회사에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사납금 같은 제도는 없습니다.
결국 안정된 수입은 기사들의 친절 마인드로 이어지고 회사는 서비스에만 주력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인터뷰> 키타무라 타로(MK택시 도쿄지부장) : "사회의 인프라 같은 회사를 지향합니다. 예를 들어 전기나 수도, 철도 등 사회에 필수불가결한 회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MK도 그런 회사가 되고 싶은 겁니다. 그래서 기사 교육에 힘을 기울여 이 지역에서 MK택시가 사라지면 정말 불편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정도로..."
택시 서비스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수요와 공급도 적정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습니다.
고이즈미 총리 시절 대폭 늘어났던 택시는 특별조치법에 따라 수급의 균형이 맞춰졌습니다.
일본 전국의 택시는 모두 25만 여대로 이 가운데 4만여대가 이 곳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에서 운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5만3천 여대에 비하면 훨씬 적은 숫자입니다.
<인터뷰> 강상욱(한국교통연구원) : "택시가 살려면 결국은 택시 대당 벌이가 돼야 되는데 그래야 서비스도 나오고 근로자도 중산층 지위에 들어갈 수 있고 활기가 넘치고 택시가 재기능 할 수 있고 그런데 우선 공급 측면에서 택시가 너무 많습니다. 넘쳐나는 택시를 줄이지 않고는 택시 서비스는 기대할 수 없다."
택시가 넘쳐나지만 출퇴근이나 밤늦은 시간대엔 택시 잡기가 힘들다는 것은 수급에 문제가 있다는 얘깁니다.
특히 심야 시간엔 더 많은 택시들이 영업에 나설 수 있도록 유인책이 필요합니다.
할증을 시간대 별로 좀 더 세분화시켜 밤늦게 일하는 기사들의 수입을 올려주고 반대로 손님이 적은 시간대엔 할인을 해주는 등 탄력적인 요금 체계 도입 방안이 있습니다.
<인터뷰> 이태경(박사/서울시 택시물류과) : "기술적으로 시간대 별로 요금을 달리 한다든지 수요에 따라 요금을 바꾼다는지 하는 것들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사실 그것을 시행하기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과정이 좀 쉽지 않을 거고요."
택시 요금의 현실화도 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숙젭니다.
기본요금이 3천원으로 올랐지만 도쿄나 뉴욕, 런던에 비하면 물가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인터뷰> 안기정(박사/서울연구원) : "택시 요금을 단계적으로 현실화시켜야 해요. 가장 중요한 근로자 처우조건 개선 그런 부분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거든요 그걸 감안해서 요금 조정을 현실화시키는 측면이 중요하고..."
4년 만의 요금 인상에도 택시 기사는 직장을 떠나고 회사는 경영이 어렵다고 울상이고, 승객은 서비스가 형편없다며 모두가 불만인 택시!
밤 늦은 시간대엔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이고 낮엔 빈 택시가 넘쳐 나는 모습들, 한 때 난폭운전의 대명사였던 시내버스가 친절하고 편리한 대중교통으로 거듭난 사실을 보면 결코 풀지 못할 숙제는 아닙니다.
지금 보시는 장면은 김포공항 앞에 택시가 승객들을 태우기 위해 끝도 보이지 않는 긴 행렬을 이루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밤늦은 시간대엔 이와는 반대로 손님들이 택시를 잡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녀야 합니다.
얼마 전엔 택시 손님들이 몰리는 강남 지역에 이른바 조폭형 택시까지 등장해 승객들을 더욱 불편하게 했습니다.
요금은 올랐는데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걸까요?
김상협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자정을 훨씬 넘긴 새벽 시간대 서울 종로 거리, 술자리나 모임을 마친 사람들이 늦은 귀가를 위해 대로변에서 택시를 기다립니다.
빈 택시는 곧잘 눈에 띄지만 타기는 어렵습니다.
택시 기사들이 돈이 되는 장거리 승객이 아니면 계속 외면하기 때문입니다.
승객들도 승차거부에 이골이 났습니다.
<녹취> 승객 : "(지금 몇 번 승차거부 당했어요?) 수도 없이 당해요...열번 넘게 (집에 갈 수 있을까요?) 못 가요 오늘."
사라진 줄 알았던 합승도 여기서는 예욉니다.
기사들이 아예 드러내놓고 호객 행위에 나설 정돕니다.
<녹취> "(어디 가세요?) 안양가는데 가요? (안양? 합승할래요?) 얼마에 가는데요? (3만5천원) 3만5천원 너무 비싼거 아니에요? (평일 날 같으면 그냥 가지, 가는데 오늘 금요일이잖아)"
승차거부는 급기야 택시 기사와 승객들 간의 거친 말싸움과 실랑이로 이어지는 일이 다반삽니다.
승차거부에 화가 난 일부 승객들은 왜 단속을 하지 않냐며 112에 신고까지 합니다.
경찰이 출동해야 간신히 상황이 종료되는 풍경도 흔히 볼 수 있는 밤거리의 모습입니다.
<녹취> 승객 : "(안간대요) 신고 하시라구요 마음껏 신고하시라고요."
비슷한 시각 강남대로, 얼마 전 이른바 조폭 택시 기사들이 붙잡혀 단속이 강화됐지만 택시 잡기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녹취> "(승차거부 얼마나 당했는지?) 지금 한 4번 당한것 같아요 (어디 가시는데요?) 아차산이요 (택시기사들이 뭐라고 해요?) 다 경기도나 수원쪽으로 간다고"
택시를 잡지 못해 귀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승객들은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뾰족한 수가 달리 없습니다.
<녹취> "(승차거부 당하면 기분이 어떤지?) 당연히 기분이 안좋죠 좋을리가 없죠 똑같은 돈 내고 가는 목적지는 똑같이 가는데 (승차거부가 불법인데 항의 안하나?) 주변엔 하는 사람도 있는데 특별히 대처나 결과가 좋지 않으니까..."
<녹취> "(승차거부 당하면 기분이 어떤지?) 기분 나쁘죠 (불법인데 항의 안하나?) 어떻게 할 수 없는게 일단 전 집에 가야 되니까 어떻게든지 태워주시면..."
택시기사들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일부 목소리도 있긴 합니다.
<녹취> 승객 : "승차거부를 많이 하죠. 왜냐면 돈이 안되니까 갈 때는 돈을 받고 가는데 올 때 손님이 없으니까 승차거부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택시 기사들은 할 말이 더 많습니다.
승객이 몰리는 늦은 밤시간대는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합니다.
피크 시간대에 단거리 손님을 태우다가는 돈이 되는 장거리 손님들을 다른 택시에 빼앗긴다고 말합니다.
<녹취> 택시기사 : "여기가 바글바글하잖아요 월,화,수,목까지 그래요 일요일부터 금에일엔 사람이 더 많고 택시가 없죠 장거리 위주로 가니까, 장거리 아니면 안해요. 골라 태우지 않으면 돈이 안되니까 경기,인천,노원,상계..."
택시 기사들이 내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회사에 꼬박꼬박 내야 하는 사납금이었습니다.
<녹취> 택시기사 : "12시간 안에 회사에 일정 금액을 사납금으로 맞춰야 나머지 시간동안 벌어야 되는데 요즘 손님도 없고 사납금에 대한 부담금이 크기 때문에 굉장히 압박을 많이 받고 있어요 생활에."
승객들이 몰리는 이 시간대에 한 몫 잡지 못하면 적자 운행이 뻔하다고 주장합니다.
<녹취> 택시기사 : "일단 입금을 못하면 내 지갑에서 돈이 나가야 되는 상황이니까 그렇잖아요 막말로 12시간 운전 일이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데 12시간 나름대로 일을 하는데 임금이 3만원이에여 하루 일당이"
<녹취> 택시기사 : "사납금이 보통 야간에 14-5만원 사이거든요 12시간 동안 밥은 한 끼 먹어야 되니까 11시간 동안 만5천원 수입을 올려야지만 사납금하고 추가 가스는 기사가 낸 단 말이에요 시간당 만5천원 찍는다는게 기본요금 5명을 한 시간에 유치한다는 소리인데 여기서 기다린지도 20분이 넘었거든요 그게 안된다고요"
늦은 밤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으로 어려워진 데는 장거리만 고집하는 기사들이 택시 손님들이 몰리는 대로변과 골목을 장악하고 있는 것도 한 몫 했습니다.
단거리 손님들이라도 태우려는 택시 기사들을 힘으로 내쫓고 과도한 요금을 요구하며 호객행위를 하는 이른바 조폭형 택시기사 일당이 사조직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녹취> 최해종(택시기사/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 "아저씨 차 좀 빼주세요 그래서 왜 당신이 빼라 마라 하느냐 그러니까 여기는 우리가 집중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니까 아저씨는 나가서 벌어라고 이런 식으로 하면서 차를 빼달라고 욕지거리도 하고 그래요 나이 어린 아들 같은 사람들이 그러니까 더러워서 빼주는 거죠."
호객 행위는 부당한 요금 청구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승객들은 그런 택시를 타는 것 자체가 불안할 뿐입니다.
<녹취> 승객 : "정신 차리고 가다보니까"
<녹취> "미터기로 하면 얼마 안 나오는데 만원,2만원 더 붙고 아니면 술 취해서 가는 경우는 완전 뺑 돌아가서 원래 만5천원 나오는데 2,3만원 이렇게 나오는 경우도 있고..."
서울시가 이런 승차거부와 난폭운전을 없애는 등 택시 서비스를 개선하겠다며 6개월 전에 기본요금 600원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사납금이 함께 인상되면서 택시 기사들은 요금 인상 혜택을 보지 못하고, 회사 배만 불렸다는 비난을 불러왔습니다.
<녹취> 택시기사 : "요금은 올리고 사납금은 안 올리면 기사 수입이 아무래도 600원씩 올랐으니까 더 받잖아요? 그런데 사납금도 덩달하 올라 버리니까 차라리 안 올린게 낫다고요 기사들 입장에서 100이면 100 다 그럴거에요."
<녹취> 최해종(경기도 고양시 화정동) : "요금 올리기 전이나 지금이나 수입은 똑같아 그대신 입금은 2만5천원씩 더 줘야 되잖아요 한 달에 26일 근무해서 65만원 줘버리면 봉급은 그 전하고 별로 차이가 없고 너무 하잖아요 수입이 전보다 더 많이 올랐냐? 그것도 아니에요 그러니까 애로 사항이 많죠."
택시 기사들은 승차거부나 난폭운전, 불친절 등 고질적인 병폐를 없애기 위해선 사납금을 폐지하고 전액관리제, 즉 월급제가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하지 않고선 요금을 올리거나, 단속을 강화하고 정부 지원을 늘려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얘깁니다.
<인터뷰> 이희대(전국택시노련 사무처장) ; "사납금의 굴레에서 벗어난다면 오늘 하루 어떻게 서비스를 할까 이런 마음을 가지고 나가지 않겠느냐? 운전기사가 사납금 신경쓸 일 없으면 불친절, 승차거부 할 이유가 없잖아요. 정부가 제도를 그렇게 만들어 놓고 그걸 하지마라 뭐 어떻게 하라고요."
반면 택시 회사 측은 사납금은 최소한의 회사 경영을 담보하기 위한 기준선이라는 입장입니다.
노조나 정부가 요구하는 월급제를 받아들이면 세금 부담이 너무 늘어나 가뜩이나 어려운 회사 운영이 더 어려워진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오광원(택시조합 이사장) : "성과급제를 하면 우수 종사자 입장에서는 40%는 못 가져가게 되는 그런 입장이 되고 회사 입장에선 100% 전체를 수입으로 잡음으로써 생기는 부가세라든지 세제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결국은 수익금 전액관리제를 해서 득을 본다는 건 정부 밖에 없다..."
택시 회사들은 요금 인상 이후 손님이 줄면서 오히려 기사들이 대거 직장을 떠나면서 정상 운영조차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이 택시회사는 지난해 10월 요금 인상 이후 지난 5개월간 10명의 기사가 수입이 줄어들었다며 일을 그만뒀습니다.
이 회사의 전체 택시 대수는 모두 95대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10대는 폐차된 뒤 새 차를 구입하지 못하고 있고 16대는 이처럼 운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탭니다.
모두 26대가 가동되지 못하는 바람에 한 달에 천 만원 가까이 손실을 입고 있는 셈입니다.
<인터뷰> 김충식(OK택시 대표) : "이번에 요금 인상해서 손님들의 승차율이 떨어지니까 기사들 수입이 감소가 되고 거기에 따른 불만과 수입 감소가 되니까 다른 직업으로 이직을 하는 기사들이 많이 생기게 됩니다.. "
일본 나가노현...
한 주택 앞에서 할머니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요양병원 간호사나 사회복지사도 아니고 택시 기사입니다.
할머니가 안전하게 택시에 탈 수 있도록 세심하게 챙기고서야 운전석에 앉습니다.
이 할머니는 20년째 이 회사 택시만 이용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오카미야(나가노현/88살) : "기사 교육이 정말 잘 돼 있어요. 친절하고 정중해요. 저희 가족은 츄오 택시만 이용해요. 운전 기사가 매우 친절하고 모든 면에서 좋아요. 주위 사람들도 모두 츄오 택시만 찾더라고요."
나가노현의 이 택시회사는 전체 승객 가운데 93%가 예약 손님으로 운행되고 있습니다. 빈 차로 돌아다니는 경우가 거의 없어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얘깁니다.
한 명이라도 더 손님을 태우기 위해 빨리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친절하고 안전하게 모시는 편이 훨씬 중요하고 결국 더 많은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우츠노 미야(츄오택시 대표) : "저희들에게는 비효율적일지도 모르지만 조금이라도 더 손님들이 안심할 수 있고 기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편이 다음 손님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잇따라 일이 창출돼 매출이 오르고 결과적으로 수익을 올리게 되는 거죠."
호텔 앞에 미리 도착한 택시 기사가 차에서 내려 기다리다가 승객들의 짐을 받아듭니다.
인구 천만 명이 넘는 도쿄에서도 이 회사 택시의 80%는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미야자와(MK택시 기사) : "아침엔 역시 공항이거나 도쿄역으로 가고 평일엔 아침 일찍 병원을 가시는 손님들도 많죠. 그래서 다리가 불편한 손님들을 위해선 밴이나 왜건 같은 차체가 낮은 차를 배차하죠."
일본 택시기사들이 예약 손님들만 모시고 다녀도 돈벌이가 되는 이유는 완전 월급제 때문입니다.
기사들은 월 20만엔, 200만원 정도의 기본급을 받고 벌어 들이는 하루 수입의 절반 정도를 성과급으로 챙깁니다.
목표 금액에 도달하면 6%의 추가 보너스가 주어집니다.
이렇게 받은 돈을 합한 연평균 수입은 550만엔, 우리 돈 5천 5백만원이 넘습니다.
물론 회사에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사납금 같은 제도는 없습니다.
결국 안정된 수입은 기사들의 친절 마인드로 이어지고 회사는 서비스에만 주력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인터뷰> 키타무라 타로(MK택시 도쿄지부장) : "사회의 인프라 같은 회사를 지향합니다. 예를 들어 전기나 수도, 철도 등 사회에 필수불가결한 회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MK도 그런 회사가 되고 싶은 겁니다. 그래서 기사 교육에 힘을 기울여 이 지역에서 MK택시가 사라지면 정말 불편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정도로..."
택시 서비스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수요와 공급도 적정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습니다.
고이즈미 총리 시절 대폭 늘어났던 택시는 특별조치법에 따라 수급의 균형이 맞춰졌습니다.
일본 전국의 택시는 모두 25만 여대로 이 가운데 4만여대가 이 곳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에서 운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5만3천 여대에 비하면 훨씬 적은 숫자입니다.
<인터뷰> 강상욱(한국교통연구원) : "택시가 살려면 결국은 택시 대당 벌이가 돼야 되는데 그래야 서비스도 나오고 근로자도 중산층 지위에 들어갈 수 있고 활기가 넘치고 택시가 재기능 할 수 있고 그런데 우선 공급 측면에서 택시가 너무 많습니다. 넘쳐나는 택시를 줄이지 않고는 택시 서비스는 기대할 수 없다."
택시가 넘쳐나지만 출퇴근이나 밤늦은 시간대엔 택시 잡기가 힘들다는 것은 수급에 문제가 있다는 얘깁니다.
특히 심야 시간엔 더 많은 택시들이 영업에 나설 수 있도록 유인책이 필요합니다.
할증을 시간대 별로 좀 더 세분화시켜 밤늦게 일하는 기사들의 수입을 올려주고 반대로 손님이 적은 시간대엔 할인을 해주는 등 탄력적인 요금 체계 도입 방안이 있습니다.
<인터뷰> 이태경(박사/서울시 택시물류과) : "기술적으로 시간대 별로 요금을 달리 한다든지 수요에 따라 요금을 바꾼다는지 하는 것들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사실 그것을 시행하기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과정이 좀 쉽지 않을 거고요."
택시 요금의 현실화도 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숙젭니다.
기본요금이 3천원으로 올랐지만 도쿄나 뉴욕, 런던에 비하면 물가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인터뷰> 안기정(박사/서울연구원) : "택시 요금을 단계적으로 현실화시켜야 해요. 가장 중요한 근로자 처우조건 개선 그런 부분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거든요 그걸 감안해서 요금 조정을 현실화시키는 측면이 중요하고..."
4년 만의 요금 인상에도 택시 기사는 직장을 떠나고 회사는 경영이 어렵다고 울상이고, 승객은 서비스가 형편없다며 모두가 불만인 택시!
밤 늦은 시간대엔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이고 낮엔 빈 택시가 넘쳐 나는 모습들, 한 때 난폭운전의 대명사였던 시내버스가 친절하고 편리한 대중교통으로 거듭난 사실을 보면 결코 풀지 못할 숙제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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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협 기자 kshsg89@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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