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이 만능?

입력 2014.04.06 (17:28) 수정 2014.04.06 (17:4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개편 때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새로운 형식의 예능프로그램들을 앞 다퉈 선보이는데요. 최근엔 소재도 다양해져서 육아부터 정치, 시사까지 우리 삶을 둘러싼 대부분이 예능 소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예능과 시사교양의 경계가 모호한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들이 새로운 경향으로 나타나면서 전체 방송 프로그램의 연성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늘어나는 예능 프로그램, 어떻게 봐야 할지 이민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 1일, 첫 방송된 KBS 2TV의 <대변인들>

<녹취> 성시경: “KBS2tv 봄 개편 신설 프로그램 공식 브리핑입니다.“

진행자들이 대변인이 돼 우리 사회의 소통을 이끌어낸다는 취지로 신설된 프로그램입니다. 연예인들이 집단으로 진행을 맡고 아이돌 게스트가 출연해 집단 토크를 하는 형식으로 최근 프로그램들의 새로운 경향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나 익살스러운 자막이 영락없는 예능프로그램처럼 보입니다.

<녹취> “성시경: 본인 소개 하라고 했지 흘리라고 한 게 아니예요 (김지민 얼굴에 자막: 혼 미)”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시사/교양 장르로 분류됩니다.

<녹취> “성시경: 교양물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pd: 재미없으니까 다시 갈게요“

최근 이처럼 프로그램의 형식이나 내용은 기존의 예능프로그램을 닮아있지만 시사교양으로 분류되는 장르 혼합형의 프로그램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한석현 간사(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예전에 생각하는 교양 프로그램은 딱딱하고 재미없고 방송시간대도 주시청시간대가 아닌 경우에 방송이 많이 되고 그래서 시청률이 낮았는데 이런 교양프로가 그런 걸 탈피하려고 하다보니까 예능화되는 측면들이 있거든요”

지난 2월 말 종영된 MBC <컬투의 베란다쇼>는 대표적인 장르 혼합형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개그맨 진행자와 배우, 변호사 등의 출연진들이 정치, 사회를 막론한 다양한 주제에 대해 함께 토론하는 새로운 형식을 시도했습니다.

<녹취> MBC 컬투의 베란다쇼 4회: “김재원 의원이 법안을 발의하셨는데 사실 그분이 담배를 안 피신데요. 근데 조사해봤더니 그분이 중국차랑 떡을 좋아한대요. 그럼 떡값 올리면 그분은 떡을 끊습니까?”

하지만, 이런 현상이 자칫 시사교양 프로그램 주제의 연성화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실제로, MBC <컬투의 베란다쇼>는 다양한 시사 주제를 다루던 프로그램 초창기와 달리, 올해 1월부터 지난 2월 종영되기 전까지 방송된 내용은 연애 기술이나 성형 트렌드 같은 연성 아이템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녹취> MBC 컬투의 베란다쇼 211회: "찬우: 연애 성공의 비결 뭘까요? 정란: 뭐니뭐니해도 외모니까요 태균: 외모, 건물, 재산 찬우: 건물 중요합니다."

<인터뷰> 김헌식(대중문화평론가): “예능 프로그램인데 그것을 약간 위장하기 위한 은폐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교양정보라는 타이틀을 거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좀 예능프로그램과 교양정보 프로그램의 결합이 본질적으로 바뀌었다기보다는 하나의 수단화되는 그런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방영된 학교폭력 가해 학생들이 합창대회에 참여하는 과정을 담은 SBS의 특집 예능 프로그램은. 심각한 사회문제인 학교폭력을 웃음과 감동으로 포장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이를 미화한다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녹취> SBS 파일럿 <송포유>: “애들 막 땅에다 묻고 그런 적도 있었어요 과거에도 공익적인 내용에 예능 형식을 접목해 시청자들의 반향을 일으켰던 프로그램들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특징은 육아부터 정치, 시사는 물론 개인의 양심과 도덕성까지 우리 삶의 전반이 예능의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정덕현(대중문화평론가): “이전에 있던 정보를 다루는 교양 프로그램들이 인포테인먼트화하고 최근에 예능 프로그램들도 자기가 본래 갖고 있던 오락적인 성격에만 머물지 않고 좀 더 다양한 재미거리들, 다양한 즐거움을 찾아나가다 보니까 영역이 확장된 느낌이 있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예능이 드라마든 시사든 교양이든 이런 부분에 상당히 많이 끌어안고 같이 움직이는 이런 경향으로 바뀌고 있는 거죠”

<앵커 멘트>

또, 방송 프로그램에 예능적인 요소를 가미하는 현상이 과거엔 단순히 시청률 경쟁 때문이었다면, 최근엔 SNS나 포털사이트를 통한 파급력이 커진 것이 예능 영역이 확장되고 있는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예능 프로그램은 연예인들의 인지도를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녹취>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김종서: “음악을 하면 뭐합니까. 나온지도 모르는데/인지도를 올려서 분위기를 만들어서 새로운 음악을 할테니 두고봐라”

전문가들은 대중문화의 유통이 지나치게 예능에 의존하는 현상이 계속된다면 대중문화 콘텐츠의 소통 경로가 좁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인터뷰> 이종혁 교수(광운대 미디어여상학부); “본인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콘텐츠, 즉 가수면 노래, 연기자면 스스로의 연기력, 이런 본질적인 능력들을 갖고 그 분야에서 대중으로부터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예능 안에서 본질적인 능력이 아닌 그 분위기 또는 그들과의 입담만 가지고 모든 것들이 평가받는 이런 부작용이 양산될 수 있다는 것이죠“

또 예능 프로그램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사람들에게 슬그머니 이른바 면죄부를 주는 통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범죄 경력마저 소재로 등장하기도 하고

<녹취> tvN 신동엽: “여기 있는 이 콩밥 저도 먹어봤는데요.”

막말파문으로 고소와 맞고소를 벌였던 전 정치인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고소왕’이라는 별명을 스스로 희화화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얻어 이미지 쇄신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김헌식(대중문화평론가): “논란의 본질은 흐지부지 되고 연예인이 복귀활동하게 되는 문간 역할을 예능프로그램들이 슬그머니 해왔다는 점은 결국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의 사회적 영향력이라든지 여기에 대한 적절한 조치들을 무색하게 만드는 역작용도 일으켰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논란 속에 주시청시간대 오락 프로그램들의 편성시간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5년간 지상파 3사의 방송편성 현황을 비교한 결과, 전체 편성시간만 놓고 보면 오락 프로그램의 비중을 50% 이하로 편성한다는 방송법상의 편성비율 규제를 준수하고 있지만,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주시청시간대에는 60%가 오락 프로그램으로 편성돼 있습니다. 특히, KBS 2TV의 경우 지난해 주시청간대 오락프로그램의 편성비율이 2010년에 비해 10% 포인트 이상 증가했습니다.

오락 프로그램의 방송시간이 경쟁적으로 늘어나자, 지난해 10월, 지상파 3사는 광고시간을 제외한 실제 방송시간을 드라마는 기존의 72분에서 67분으로 예능 프로그램은 80분에서 75분으로 단축하는데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주말 황금시간대 방송 중인 예능 프로그램들 대부분이 광고를 제외한 실제 방송시간이 90분 이상으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런 현실에 대해 한 대표적 예능 PD는 트위터를 통해 "예능 프로그램의 방송시간이 계속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건 이제 시청자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예능 프로그램의 편성 시간이 계속해서 늘어난다면, 편성 다양성의 훼손은 물론, 수용자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이종혁 교수(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꾸 예능화된 프로에 익숙하면 익숙해질수록 사회적인 진지함의 수치는 계속 떨어질 것이고 사회적 진지함의 수치가 떨어진다는 얘기는 사회적으로 우리가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한 공동의 담론을 형성해낼 수 있는 능력들이 계속 저하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또, 이러한 폐해를 막기 위해선 기준이 모호한 방송법상 편성규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주창윤 교수(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어느 것이 오락 프로그램이다라는 분명한 프로그램 유형별 기준을 설정한 것이 방송법에서 편성고시로 규정돼서 통과가 돼야 하는데 그 부분이 통과 안 된 상태기 때문에 만일 방송사들이 위반했다 하더라도 법적 제재를 하는데 재한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텔레비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되는 보도의 문제라든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프로그램 편성 이런 것들을 새로운 규정으로 넣어서 방송의 편성규제를 하면 훨씬 더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밝고 건강한 사회를 위해 예능이 본래의 오락적 속성에만 머물지 않고 다양한 변화를 꾀하는 건 분명 긍정적 시도입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재미만을 쫓으면서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소중한 사회적 가치들을 마비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성찰해 봐야 할 때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예능이 만능?
    • 입력 2014-04-06 17:34:07
    • 수정2014-04-06 17:48:30
    미디어 인사이드
<앵커 멘트>

개편 때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새로운 형식의 예능프로그램들을 앞 다퉈 선보이는데요. 최근엔 소재도 다양해져서 육아부터 정치, 시사까지 우리 삶을 둘러싼 대부분이 예능 소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예능과 시사교양의 경계가 모호한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들이 새로운 경향으로 나타나면서 전체 방송 프로그램의 연성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늘어나는 예능 프로그램, 어떻게 봐야 할지 이민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 1일, 첫 방송된 KBS 2TV의 <대변인들>

<녹취> 성시경: “KBS2tv 봄 개편 신설 프로그램 공식 브리핑입니다.“

진행자들이 대변인이 돼 우리 사회의 소통을 이끌어낸다는 취지로 신설된 프로그램입니다. 연예인들이 집단으로 진행을 맡고 아이돌 게스트가 출연해 집단 토크를 하는 형식으로 최근 프로그램들의 새로운 경향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나 익살스러운 자막이 영락없는 예능프로그램처럼 보입니다.

<녹취> “성시경: 본인 소개 하라고 했지 흘리라고 한 게 아니예요 (김지민 얼굴에 자막: 혼 미)”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시사/교양 장르로 분류됩니다.

<녹취> “성시경: 교양물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pd: 재미없으니까 다시 갈게요“

최근 이처럼 프로그램의 형식이나 내용은 기존의 예능프로그램을 닮아있지만 시사교양으로 분류되는 장르 혼합형의 프로그램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한석현 간사(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예전에 생각하는 교양 프로그램은 딱딱하고 재미없고 방송시간대도 주시청시간대가 아닌 경우에 방송이 많이 되고 그래서 시청률이 낮았는데 이런 교양프로가 그런 걸 탈피하려고 하다보니까 예능화되는 측면들이 있거든요”

지난 2월 말 종영된 MBC <컬투의 베란다쇼>는 대표적인 장르 혼합형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개그맨 진행자와 배우, 변호사 등의 출연진들이 정치, 사회를 막론한 다양한 주제에 대해 함께 토론하는 새로운 형식을 시도했습니다.

<녹취> MBC 컬투의 베란다쇼 4회: “김재원 의원이 법안을 발의하셨는데 사실 그분이 담배를 안 피신데요. 근데 조사해봤더니 그분이 중국차랑 떡을 좋아한대요. 그럼 떡값 올리면 그분은 떡을 끊습니까?”

하지만, 이런 현상이 자칫 시사교양 프로그램 주제의 연성화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실제로, MBC <컬투의 베란다쇼>는 다양한 시사 주제를 다루던 프로그램 초창기와 달리, 올해 1월부터 지난 2월 종영되기 전까지 방송된 내용은 연애 기술이나 성형 트렌드 같은 연성 아이템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녹취> MBC 컬투의 베란다쇼 211회: "찬우: 연애 성공의 비결 뭘까요? 정란: 뭐니뭐니해도 외모니까요 태균: 외모, 건물, 재산 찬우: 건물 중요합니다."

<인터뷰> 김헌식(대중문화평론가): “예능 프로그램인데 그것을 약간 위장하기 위한 은폐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교양정보라는 타이틀을 거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좀 예능프로그램과 교양정보 프로그램의 결합이 본질적으로 바뀌었다기보다는 하나의 수단화되는 그런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방영된 학교폭력 가해 학생들이 합창대회에 참여하는 과정을 담은 SBS의 특집 예능 프로그램은. 심각한 사회문제인 학교폭력을 웃음과 감동으로 포장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이를 미화한다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녹취> SBS 파일럿 <송포유>: “애들 막 땅에다 묻고 그런 적도 있었어요 과거에도 공익적인 내용에 예능 형식을 접목해 시청자들의 반향을 일으켰던 프로그램들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특징은 육아부터 정치, 시사는 물론 개인의 양심과 도덕성까지 우리 삶의 전반이 예능의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정덕현(대중문화평론가): “이전에 있던 정보를 다루는 교양 프로그램들이 인포테인먼트화하고 최근에 예능 프로그램들도 자기가 본래 갖고 있던 오락적인 성격에만 머물지 않고 좀 더 다양한 재미거리들, 다양한 즐거움을 찾아나가다 보니까 영역이 확장된 느낌이 있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예능이 드라마든 시사든 교양이든 이런 부분에 상당히 많이 끌어안고 같이 움직이는 이런 경향으로 바뀌고 있는 거죠”

<앵커 멘트>

또, 방송 프로그램에 예능적인 요소를 가미하는 현상이 과거엔 단순히 시청률 경쟁 때문이었다면, 최근엔 SNS나 포털사이트를 통한 파급력이 커진 것이 예능 영역이 확장되고 있는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예능 프로그램은 연예인들의 인지도를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녹취>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김종서: “음악을 하면 뭐합니까. 나온지도 모르는데/인지도를 올려서 분위기를 만들어서 새로운 음악을 할테니 두고봐라”

전문가들은 대중문화의 유통이 지나치게 예능에 의존하는 현상이 계속된다면 대중문화 콘텐츠의 소통 경로가 좁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인터뷰> 이종혁 교수(광운대 미디어여상학부); “본인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콘텐츠, 즉 가수면 노래, 연기자면 스스로의 연기력, 이런 본질적인 능력들을 갖고 그 분야에서 대중으로부터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예능 안에서 본질적인 능력이 아닌 그 분위기 또는 그들과의 입담만 가지고 모든 것들이 평가받는 이런 부작용이 양산될 수 있다는 것이죠“

또 예능 프로그램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사람들에게 슬그머니 이른바 면죄부를 주는 통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범죄 경력마저 소재로 등장하기도 하고

<녹취> tvN 신동엽: “여기 있는 이 콩밥 저도 먹어봤는데요.”

막말파문으로 고소와 맞고소를 벌였던 전 정치인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고소왕’이라는 별명을 스스로 희화화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얻어 이미지 쇄신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김헌식(대중문화평론가): “논란의 본질은 흐지부지 되고 연예인이 복귀활동하게 되는 문간 역할을 예능프로그램들이 슬그머니 해왔다는 점은 결국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의 사회적 영향력이라든지 여기에 대한 적절한 조치들을 무색하게 만드는 역작용도 일으켰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논란 속에 주시청시간대 오락 프로그램들의 편성시간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5년간 지상파 3사의 방송편성 현황을 비교한 결과, 전체 편성시간만 놓고 보면 오락 프로그램의 비중을 50% 이하로 편성한다는 방송법상의 편성비율 규제를 준수하고 있지만,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주시청시간대에는 60%가 오락 프로그램으로 편성돼 있습니다. 특히, KBS 2TV의 경우 지난해 주시청간대 오락프로그램의 편성비율이 2010년에 비해 10% 포인트 이상 증가했습니다.

오락 프로그램의 방송시간이 경쟁적으로 늘어나자, 지난해 10월, 지상파 3사는 광고시간을 제외한 실제 방송시간을 드라마는 기존의 72분에서 67분으로 예능 프로그램은 80분에서 75분으로 단축하는데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주말 황금시간대 방송 중인 예능 프로그램들 대부분이 광고를 제외한 실제 방송시간이 90분 이상으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런 현실에 대해 한 대표적 예능 PD는 트위터를 통해 "예능 프로그램의 방송시간이 계속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건 이제 시청자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예능 프로그램의 편성 시간이 계속해서 늘어난다면, 편성 다양성의 훼손은 물론, 수용자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이종혁 교수(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꾸 예능화된 프로에 익숙하면 익숙해질수록 사회적인 진지함의 수치는 계속 떨어질 것이고 사회적 진지함의 수치가 떨어진다는 얘기는 사회적으로 우리가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한 공동의 담론을 형성해낼 수 있는 능력들이 계속 저하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또, 이러한 폐해를 막기 위해선 기준이 모호한 방송법상 편성규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주창윤 교수(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어느 것이 오락 프로그램이다라는 분명한 프로그램 유형별 기준을 설정한 것이 방송법에서 편성고시로 규정돼서 통과가 돼야 하는데 그 부분이 통과 안 된 상태기 때문에 만일 방송사들이 위반했다 하더라도 법적 제재를 하는데 재한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텔레비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되는 보도의 문제라든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프로그램 편성 이런 것들을 새로운 규정으로 넣어서 방송의 편성규제를 하면 훨씬 더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밝고 건강한 사회를 위해 예능이 본래의 오락적 속성에만 머물지 않고 다양한 변화를 꾀하는 건 분명 긍정적 시도입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재미만을 쫓으면서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소중한 사회적 가치들을 마비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성찰해 봐야 할 때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