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 성형공화국…의사도 노예였다

입력 2014.04.07 (23:39) 수정 2014.04.08 (01:1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성형공화국,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를 설명하는 단어가 됐습니다.

우리나라의 성형 수술 실태는 어떨까요?

사회1부 범기영 기자와 짚어봅니다.

<질문>
우리나라 성형수술 얼마나 많이 하는지 집계된 통계가 있나요?

<답변>
수술 건수로는 한 해에 65만 건 정도 됩니다.

미국이 310만 건으로 가장 많고요 중국과 브라질도 100만 건이 넘습니다.

이 정도면 많지 않은 수준인가 싶지만 문제는 인구 규모입니다.

정확히 보려면 단위 인원당 얼마나 수술을 많이 하나 그 수치를 비교해야겠죠.

천 명당 성형수술 건수로 보면 한국이 13.5건으로 1위,

시장 규모로 보면 더 놀랍습니다.

세계 성형수술 시장 규모가 대략 21조 원 정도 규모인데요.

한국 시장만 5조 원대로 추산됩니다.

세계 시장의 4분의 1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수술을 많이 하기도 하지만 어렵고 복잡한 수술, 대수술을 많이 해서 그만큼 시장 규모가 큰 겁니다.

성형공화국이라는 별칭은 달갑지 않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수준입니다.

<질문>
왜 이렇게 성형수술을 많이 할까요?

<답변>
우리 사회가 예쁘냐 예쁘지 않냐, 잘 생겼냐 아니냐에 유독 민감하기 때문 아닐까요?

일자리나 짝을 찾는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성형 시장은 기형적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졸업 선물로 성형수술을 권하는 풍조가 자리잡으면서 겨울철은 성형외과 병원에는 최대 성수기입니다.

성형외과 병원들의 경쟁은 갖가지 광고로 일상에 파고듭니다.

심지어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성형으로 인생 역전한 사람들 이야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시장이 커지는만큼 덩치 커진 병원들은 서울로, 강남으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전국에 성형외과는 4천 개 정도 되는데 이중 300여 곳이 서울 강남구에 있습니다.

특히 대형 성형외과는 많은 의사를 '월급쟁이 원장'으로 거느리고 이익을 남기기 위해 뛰고 있습니다.

수요가 커지니 공급도 늘고 공급자의 광고로 새로운 수요가 생기는 구조가 자리잡은 것처럼 보입니다.

<질문>
성형 수술과정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도 이런 병원간 경쟁과 연관이 있겠죠?

<답변>
KBS가 확보한 성형외과 근로계약서를 보실까요?

강남 대형성형외과와 의사가 맺은 계약입니다.

환자에게 수술할 것으로 알려준 의사가 아니라 다른 의사가 수술할 경우, 수당을 어떻게 나눌지까지 적시했습니다.

대리 의사, 대리 수술이 문서로 확인된 겁니다.

대리 의사가 수술하는 경우 프로포폴 같은 마취제를 필요 이상 투약하기도 했습니다.

의사가 바뀌는 것을 환자가 알아채면 안 되니까요.

필요량 이상으로 약을 쓰면 물론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지겠죠.

계약서에는 또 의사가 아닌 상담실장이 정한 수술법을 의사가 바꿀 수 없다는 대목도 있습니다.

힘들게 공부해서 의사가 된 분들이 비전문가 지시에 따를까 싶지만 그럴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수술법을 바꾼 의사에게는 환자를 배정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성형외과 의사의 증언 들어보시죠.

<녹취>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수술하고 일을 하는데 나만 앉아서 놀게 되는 거죠. 그런 생활을 1,2주 하게 되면 따를 수밖에 없죠."

<질문>
성형 전문 병원 수술실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가요?

<답변>
저희가 취재 과정에서 성형외과 병원 원장이 소속 의사들에게 보낸 지시사항도 확보했는데요. 보시죠.

일일이 각 수술마다 시간을 정해뒀습니다.

코와 이마는 30분씩, 지방 주입은 15분 이내로 돼 있습니다.

이게 환자가 수술대에 누운 뒤에 디자인, 그러니까 수술을 어떻게 할지 정하고 수술을 마친 뒤 마무리할 때까지 시간입니다

의사들에게 물어보니 빠듯한 시간이라고 하더군요.

수술실에서는 매번 타이머로 시간을 재고 병원장이 확인한다고도 써 있습니다.

다시 의사 증언 들어보시죠.

<녹취> "간호조무사가 수술 시작하면 타이머 켜고 끝나면 끄죠. 어떻게 보면 정석대로 꼼꼼하게 하는 분들이 관리감독을 당하기 쉽죠."

이쯤 되면 시간 지키는 게 중요하지, 수술 잘 하는 게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그러니까 성형외과 의사들은 어떤 수술할지를 스스로 정하지 못하고 시간에 쫓기면서 때때로 대리 수술을 하면서 그나마 감시당하고 있었습니다.

국민 건강을 위해서 성형외과 실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해보입니다.

KBS가 준비한 성형외과 실태 보도는 수요일까지 계속될 예정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오늘의 이슈] 성형공화국…의사도 노예였다
    • 입력 2014-04-07 23:43:53
    • 수정2014-04-08 01:13:38
    뉴스라인 W
<앵커 멘트>

성형공화국,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를 설명하는 단어가 됐습니다.

우리나라의 성형 수술 실태는 어떨까요?

사회1부 범기영 기자와 짚어봅니다.

<질문>
우리나라 성형수술 얼마나 많이 하는지 집계된 통계가 있나요?

<답변>
수술 건수로는 한 해에 65만 건 정도 됩니다.

미국이 310만 건으로 가장 많고요 중국과 브라질도 100만 건이 넘습니다.

이 정도면 많지 않은 수준인가 싶지만 문제는 인구 규모입니다.

정확히 보려면 단위 인원당 얼마나 수술을 많이 하나 그 수치를 비교해야겠죠.

천 명당 성형수술 건수로 보면 한국이 13.5건으로 1위,

시장 규모로 보면 더 놀랍습니다.

세계 성형수술 시장 규모가 대략 21조 원 정도 규모인데요.

한국 시장만 5조 원대로 추산됩니다.

세계 시장의 4분의 1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수술을 많이 하기도 하지만 어렵고 복잡한 수술, 대수술을 많이 해서 그만큼 시장 규모가 큰 겁니다.

성형공화국이라는 별칭은 달갑지 않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수준입니다.

<질문>
왜 이렇게 성형수술을 많이 할까요?

<답변>
우리 사회가 예쁘냐 예쁘지 않냐, 잘 생겼냐 아니냐에 유독 민감하기 때문 아닐까요?

일자리나 짝을 찾는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성형 시장은 기형적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졸업 선물로 성형수술을 권하는 풍조가 자리잡으면서 겨울철은 성형외과 병원에는 최대 성수기입니다.

성형외과 병원들의 경쟁은 갖가지 광고로 일상에 파고듭니다.

심지어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성형으로 인생 역전한 사람들 이야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시장이 커지는만큼 덩치 커진 병원들은 서울로, 강남으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전국에 성형외과는 4천 개 정도 되는데 이중 300여 곳이 서울 강남구에 있습니다.

특히 대형 성형외과는 많은 의사를 '월급쟁이 원장'으로 거느리고 이익을 남기기 위해 뛰고 있습니다.

수요가 커지니 공급도 늘고 공급자의 광고로 새로운 수요가 생기는 구조가 자리잡은 것처럼 보입니다.

<질문>
성형 수술과정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도 이런 병원간 경쟁과 연관이 있겠죠?

<답변>
KBS가 확보한 성형외과 근로계약서를 보실까요?

강남 대형성형외과와 의사가 맺은 계약입니다.

환자에게 수술할 것으로 알려준 의사가 아니라 다른 의사가 수술할 경우, 수당을 어떻게 나눌지까지 적시했습니다.

대리 의사, 대리 수술이 문서로 확인된 겁니다.

대리 의사가 수술하는 경우 프로포폴 같은 마취제를 필요 이상 투약하기도 했습니다.

의사가 바뀌는 것을 환자가 알아채면 안 되니까요.

필요량 이상으로 약을 쓰면 물론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지겠죠.

계약서에는 또 의사가 아닌 상담실장이 정한 수술법을 의사가 바꿀 수 없다는 대목도 있습니다.

힘들게 공부해서 의사가 된 분들이 비전문가 지시에 따를까 싶지만 그럴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수술법을 바꾼 의사에게는 환자를 배정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성형외과 의사의 증언 들어보시죠.

<녹취>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수술하고 일을 하는데 나만 앉아서 놀게 되는 거죠. 그런 생활을 1,2주 하게 되면 따를 수밖에 없죠."

<질문>
성형 전문 병원 수술실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가요?

<답변>
저희가 취재 과정에서 성형외과 병원 원장이 소속 의사들에게 보낸 지시사항도 확보했는데요. 보시죠.

일일이 각 수술마다 시간을 정해뒀습니다.

코와 이마는 30분씩, 지방 주입은 15분 이내로 돼 있습니다.

이게 환자가 수술대에 누운 뒤에 디자인, 그러니까 수술을 어떻게 할지 정하고 수술을 마친 뒤 마무리할 때까지 시간입니다

의사들에게 물어보니 빠듯한 시간이라고 하더군요.

수술실에서는 매번 타이머로 시간을 재고 병원장이 확인한다고도 써 있습니다.

다시 의사 증언 들어보시죠.

<녹취> "간호조무사가 수술 시작하면 타이머 켜고 끝나면 끄죠. 어떻게 보면 정석대로 꼼꼼하게 하는 분들이 관리감독을 당하기 쉽죠."

이쯤 되면 시간 지키는 게 중요하지, 수술 잘 하는 게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그러니까 성형외과 의사들은 어떤 수술할지를 스스로 정하지 못하고 시간에 쫓기면서 때때로 대리 수술을 하면서 그나마 감시당하고 있었습니다.

국민 건강을 위해서 성형외과 실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해보입니다.

KBS가 준비한 성형외과 실태 보도는 수요일까지 계속될 예정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