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또 안전 매뉴얼 작동 안 돼

입력 2014.05.05 (07:38) 수정 2014.05.05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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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제 해설위원]

세월호 침몰 참사가 수습되기도 전에 이번엔 지하철 추돌사고가 났습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열차 사고로 다친 사람만 240명이 넘습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고 원인은 신호기 고장입니다. 고장 사실을 나흘 동안이나 몰랐다니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하루 200만 명이 이용하는 지하철에서 일어난 사고라 시민들의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지하철 신호기는 열차의 충돌을 막기 위한 핵심 장비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장비의 고장을 사고가 난 뒤에야 알았습니다. 신호기가 고장 나면서 위급할 때 열차를 자동으로 멈추게 하는 추가 안전장치도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열차 운행을 실시간으로 통제하는 ‘종합관제실’은 무슨 일을 했는지도 의문입니다. 두 열차 간격이 좁혀지는데도 추돌 위험을 경고하지 않았습니다. 2중, 3중의 안전장치가 있었지만 모두 무용지물이었던 셈입니다. 어느 단계에선가 제대로 살폈더라면 피할 수 있는 사고였기에 더욱 안타깝습니다.

사고 대처 과정도 문제였습니다. 승객들은 스스로 비상문을 열고 선로를 통해 대피했습니다. 다른 열차가 진입했다면 대형 인명피해가 날 뻔했습니다. 정확한 사고 상황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라고 합니다. “기다리라”는 방송을 했다지만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던 승객들의 불안감만 키웠습니다. 지하철 사고는 최근 석 달 사이 6차례나 일어났습니다. 지난 2일엔 승객 수백 명을 태운 여객선이 기관고장을 일으키는 사고도 2건이나 있었습니다.

수십 년 된 낡은 시설을 두고도 ‘안전’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해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습니다. 정부가 마련 중인 재난 안전대책은 시설 점검과 함께 안전에 대한 투자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후진국형 사고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설 운영자의 ‘방심과 태만’을 뿌리 뽑는 일도 시급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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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또 안전 매뉴얼 작동 안 돼
    • 입력 2014-05-05 07:48:56
    • 수정2014-05-05 08:4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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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제 해설위원]

세월호 침몰 참사가 수습되기도 전에 이번엔 지하철 추돌사고가 났습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열차 사고로 다친 사람만 240명이 넘습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고 원인은 신호기 고장입니다. 고장 사실을 나흘 동안이나 몰랐다니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하루 200만 명이 이용하는 지하철에서 일어난 사고라 시민들의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지하철 신호기는 열차의 충돌을 막기 위한 핵심 장비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장비의 고장을 사고가 난 뒤에야 알았습니다. 신호기가 고장 나면서 위급할 때 열차를 자동으로 멈추게 하는 추가 안전장치도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열차 운행을 실시간으로 통제하는 ‘종합관제실’은 무슨 일을 했는지도 의문입니다. 두 열차 간격이 좁혀지는데도 추돌 위험을 경고하지 않았습니다. 2중, 3중의 안전장치가 있었지만 모두 무용지물이었던 셈입니다. 어느 단계에선가 제대로 살폈더라면 피할 수 있는 사고였기에 더욱 안타깝습니다.

사고 대처 과정도 문제였습니다. 승객들은 스스로 비상문을 열고 선로를 통해 대피했습니다. 다른 열차가 진입했다면 대형 인명피해가 날 뻔했습니다. 정확한 사고 상황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라고 합니다. “기다리라”는 방송을 했다지만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던 승객들의 불안감만 키웠습니다. 지하철 사고는 최근 석 달 사이 6차례나 일어났습니다. 지난 2일엔 승객 수백 명을 태운 여객선이 기관고장을 일으키는 사고도 2건이나 있었습니다.

수십 년 된 낡은 시설을 두고도 ‘안전’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해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습니다. 정부가 마련 중인 재난 안전대책은 시설 점검과 함께 안전에 대한 투자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후진국형 사고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설 운영자의 ‘방심과 태만’을 뿌리 뽑는 일도 시급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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