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아버지’, 퀵 서비스 기사에게 가족이란?

입력 2014.05.0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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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숨을 건 질주, 그 헬멧 뒤에 숨겨진 아버지의 얼굴

복잡한 도심을 위험천만하게 달리고 있는 퀵 서비스 오토바이들. 그 아슬아슬한 질주의 주인공은 대부분 누군가의 '아버지'다.

성장과 속도의 시대에 등 떠밀린 그들의 마지막 선택. '가족'이라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짐을 짊어진 그들은 오늘도 빨리, 더 빨리를 외치며 그렇게 외롭게 달리고 있다.



서울 구로구 중앙유통상가 옆의 한 퀵 서비스 사무실. 50명 남짓한 퀵 기사들이 서로 등을 기대며 살아가는 곳이다. 위험한 오토바이를 계속 타야 하냐는 물음에 이들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한다. "가정을 꾸리는 아버지이기 때문"이라고.

전국의 퀵 서비스 기사는 17만 명. 비바람을 맞아가며 위태롭게 달리고 있지만 25%에 가까운 수수료에 콜 프로그램 사용료, 기름값, 수리비 등을 제외하고 나면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요금의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턱 없이 낮은 수입이지만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그들은 매 순간 치열하게 살아간다.

지금 이 시간에도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위험한 질주는 계속되고 있다.



■ '빨리빨리' 시대가 만든 퀵 서비스 아버지

조영재 씨가 퀵 서비스 일을 시작한 것은 교통사고 때문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휴대전화 부품을 만드는 업체에 취직했던 조 씨는 외근 도중 불의의 교통 사고로 3년 동안 투병생활을 했고 회사가 재취업에 난색을 보이자 결국 퀵 서비스를 시작했다.

공사현장을 전전하던 윤성식 씨도, 섀시 설치 일을 하던 김상문 씨도, 가진 것 하나 없던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오토바이 한 대면 다시 시작 할 수 있는 퀵 서비스가 유일했다.



■ 그럼에도 달린다, 나는 아버지니까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한 거예요.
근데 해보니까 이게 마지막이 아니야. 또 있어..."

-유기원- 


하루에 3가지 일을 하는 유기원 씨. 아침 7시에 출근해 퀵 서비스 일을 하고 오후에는 렌즈 배달, 밤엔 호프집에서 서빙과 설거지를 한다. 올해 환갑인 그는 자식들에게 아무것도 남겨주지 못하고 세상을 떠날까봐 늘 마음이 조급해진다. 네 식구가 한 집에 살지만 얼굴 한 번 보기 힘들다며 쓴 웃음을 짓는 유 씨. 한 가장의 아버지기에 그는 잠들어 있는 가족을 뒤로한 채 새벽 일찍 나와 다시 오토바이에 몸을 싣는다.



면역 관련 질환을 앓고 있는 아들을 둔 조영재 씨도 쉴 새 없이 달려야 한다. 빚은 쌓여만 가고 몸과 마음은 지쳐가지만 아들을 보면 조 씨는 힘이 난다. 아들 건우는 게을렀던 자신을 책임감 있는 가장으로 변화시켰고, 그런 건우를 남부럽지 않게 키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삶의 끝에 서 있다고 말하는 아버지들. 하지만 그들에겐 가족이라는 희망이 있기에 오늘도 달릴 수 있다.

"99%가 절망이에요. 진짜 1%의 희망을 안고 사는거예요.  
그런데 조금씩 노력하다보면 절망이 98%가 되고 희망이 2%가 되고...
어느 정도 올라가다 보면 같아지고, 언젠가 희망이 더 높아지겠죠.
저는 초보 아빠고 건우는 제 아들이니까 더 노력할거예요"

-조영재-


길 위를 달리고 또 달려야 하는 이 시대 아버지들의 자화상을 담은 KBS 파노라마 '길 위의 아버지'는 오늘(8일) 밤 10시 KBS 1TV를 통해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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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 위의 아버지’, 퀵 서비스 기사에게 가족이란?
    • 입력 2014-05-08 17:17:43
    사회
■ 목숨을 건 질주, 그 헬멧 뒤에 숨겨진 아버지의 얼굴 복잡한 도심을 위험천만하게 달리고 있는 퀵 서비스 오토바이들. 그 아슬아슬한 질주의 주인공은 대부분 누군가의 '아버지'다. 성장과 속도의 시대에 등 떠밀린 그들의 마지막 선택. '가족'이라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짐을 짊어진 그들은 오늘도 빨리, 더 빨리를 외치며 그렇게 외롭게 달리고 있다. 서울 구로구 중앙유통상가 옆의 한 퀵 서비스 사무실. 50명 남짓한 퀵 기사들이 서로 등을 기대며 살아가는 곳이다. 위험한 오토바이를 계속 타야 하냐는 물음에 이들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한다. "가정을 꾸리는 아버지이기 때문"이라고. 전국의 퀵 서비스 기사는 17만 명. 비바람을 맞아가며 위태롭게 달리고 있지만 25%에 가까운 수수료에 콜 프로그램 사용료, 기름값, 수리비 등을 제외하고 나면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요금의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턱 없이 낮은 수입이지만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그들은 매 순간 치열하게 살아간다. 지금 이 시간에도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위험한 질주는 계속되고 있다. ■ '빨리빨리' 시대가 만든 퀵 서비스 아버지 조영재 씨가 퀵 서비스 일을 시작한 것은 교통사고 때문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휴대전화 부품을 만드는 업체에 취직했던 조 씨는 외근 도중 불의의 교통 사고로 3년 동안 투병생활을 했고 회사가 재취업에 난색을 보이자 결국 퀵 서비스를 시작했다. 공사현장을 전전하던 윤성식 씨도, 섀시 설치 일을 하던 김상문 씨도, 가진 것 하나 없던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오토바이 한 대면 다시 시작 할 수 있는 퀵 서비스가 유일했다. ■ 그럼에도 달린다, 나는 아버지니까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한 거예요. 근데 해보니까 이게 마지막이 아니야. 또 있어..." -유기원-  하루에 3가지 일을 하는 유기원 씨. 아침 7시에 출근해 퀵 서비스 일을 하고 오후에는 렌즈 배달, 밤엔 호프집에서 서빙과 설거지를 한다. 올해 환갑인 그는 자식들에게 아무것도 남겨주지 못하고 세상을 떠날까봐 늘 마음이 조급해진다. 네 식구가 한 집에 살지만 얼굴 한 번 보기 힘들다며 쓴 웃음을 짓는 유 씨. 한 가장의 아버지기에 그는 잠들어 있는 가족을 뒤로한 채 새벽 일찍 나와 다시 오토바이에 몸을 싣는다. 면역 관련 질환을 앓고 있는 아들을 둔 조영재 씨도 쉴 새 없이 달려야 한다. 빚은 쌓여만 가고 몸과 마음은 지쳐가지만 아들을 보면 조 씨는 힘이 난다. 아들 건우는 게을렀던 자신을 책임감 있는 가장으로 변화시켰고, 그런 건우를 남부럽지 않게 키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삶의 끝에 서 있다고 말하는 아버지들. 하지만 그들에겐 가족이라는 희망이 있기에 오늘도 달릴 수 있다. "99%가 절망이에요. 진짜 1%의 희망을 안고 사는거예요.   그런데 조금씩 노력하다보면 절망이 98%가 되고 희망이 2%가 되고... 어느 정도 올라가다 보면 같아지고, 언젠가 희망이 더 높아지겠죠. 저는 초보 아빠고 건우는 제 아들이니까 더 노력할거예요" -조영재- 길 위를 달리고 또 달려야 하는 이 시대 아버지들의 자화상을 담은 KBS 파노라마 '길 위의 아버지'는 오늘(8일) 밤 10시 KBS 1TV를 통해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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