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 뮤지컬? 사람과 편견, 이해에 관한 이야기”

입력 2014.05.1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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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에게 우호적인지 그렇지 않은지, 정치적으로 보수적인지 그렇지 않은지가 중요한 작품이 아닙니다. 한 아버지가 아들을 만나서 이해와 공감을 이뤄내는 장면이 감동을 줄 뿐이죠."

호주 뮤지컬 '프리실라'의 오리지널 프로듀서 개리 맥퀸(58)은 지난달 25일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래디슨 블루 워터프론트 호텔 회의실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작품의 장점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2006년 호주 시드니에서 초연한 이후 런던 웨스트엔드, 뉴욕 브로드웨이를 거쳐 캐나다, 이탈리아, 브라질 등에서 인기 행진을 이어온 뮤지컬 '프리실라'는 오는 7월 한국 초연을 앞두고 있다.

이 뮤지컬은 드랙 퀸(Drag Queen·여장 남자) 세 사람이 버스를 타고 떠나는 사막 횡단 여행을 그린다.

자신을 만나고 싶어하는 8세 아들과의 첫 만남을 위해 2천876km의 여행길에 오르는 '틱', 왕년의 스타였지만 얼마 전 남편을 잃은 '버나뎃',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매력의 막내 '아담'이 주인공이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어떻게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됐나.

▲ 뮤지컬 '프리실라'는 동명의 호주 영화(1994)를 원작으로 한다. 2004년 처음 이 영화의 뮤지컬화를 떠올렸지만, 당시엔 최악의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사막과 호주의 광활한 자연, 거대한 버스를 무대 위에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2년이 지나고 나서 집에서 영화를 보다가 다시 한 번 '프리실라'의 뮤지컬화를 떠올렸다. 영화 속 이야기의 힘은 뮤지컬에서도 많은 사람의 공감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 처음 지녔던 고민은 어떻게 해결했나.

▲ 버스가 가장 큰 문제였다. 처음엔 어떻게든 버스를 빼고 뮤지컬을 만들어볼 순 없을까 궁리했다. 하지만, 결국 버스 없이 뮤지컬 '프리실라'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8.5톤짜리 버스를 무대에 세우게 됐다. 오랫동안 공연계에서 일했지만, 지금껏 가장 뛰어난 뮤지컬 디바를 꼽으라면 서슴지 않고 이 버스를 선택할 것이다. 여기에 호주 최고의 무대 디자이너 브라이언 톰슨과 의상 디자이너 리지 가드너와 팀 샤펠을 합류시켰다. 결과는 정말 훌륭했다.

-- 호주뿐만 아니라 해외 많은 나라에서 흥행을 이어오고 있다. 작품의 성공 비결을 꼽는다면.

▲ 성공의 비밀은 화려한 의상도, 버스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림의 틀이 아주 멋질 순 있지만, 중요한 건 틀이 아니라 그림 그 자체다. 우리 작품 역시 이야기 그 자체에 힘이 있다. 따뜻한 이야기와 감동이 많은 관객의 감성과 소통을 이뤄냈다. 지금까지 약 450만명이 관람했고 3천500번 이상의 공연이 무대에 올려졌다. 한국이 12번째 해외 프로덕션이며 향후 2년 동안 4~5개의 새 프로덕션이 더 예정돼 있다.

-- 이야기의 어떤 부분이 관객과 통했을까.

▲ 이상한 형태의 가족이긴 하지만, 이 작품은 분명히 가족에 관한 이야기다. 여장남자로서 쇼에 서는 주인공 '틱'이 아내와 아들 등 단절됐던 관계를 다시 잇고, 한 때 저질렀던 인생의 실수를 교정한다. 여기에 진정한 자아를 찾는 과정도 이야기의 큰 축이다. 재밌는 건 굉장히 보수적인 사람들도 이 작품을 보고 나서 아무런 문제도 제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성소수자를 지지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아버지와 아들이 만나 편견을 넘어서고 공감을 이뤄내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관객들에게 감동을 준다.

-- '무비컬'(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기도 하지만, 1970~80년대 히트 팝들을 엮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기도 한데.

▲ 주크박스 뮤지컬인 것은 맞지만, 다른 주크박스 뮤지컬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 대부분은 노래 가사를 활용해 극을 전개해나가고, 그 부분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 작품 속에는 드랙 퀸의 공연이 자주 등장한다. 이 때문에 가사나 인물들의 사연과 상관없이 단순히 쇼를 보여주기 위한 음악들도 등장한다. 끼워맞추기 식 억지 주크박스 뮤지컬을 만들진 않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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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이 뮤지컬? 사람과 편견, 이해에 관한 이야기”
    • 입력 2014-05-12 08:32:16
    연합뉴스
"성소수자에게 우호적인지 그렇지 않은지, 정치적으로 보수적인지 그렇지 않은지가 중요한 작품이 아닙니다. 한 아버지가 아들을 만나서 이해와 공감을 이뤄내는 장면이 감동을 줄 뿐이죠." 호주 뮤지컬 '프리실라'의 오리지널 프로듀서 개리 맥퀸(58)은 지난달 25일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래디슨 블루 워터프론트 호텔 회의실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작품의 장점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2006년 호주 시드니에서 초연한 이후 런던 웨스트엔드, 뉴욕 브로드웨이를 거쳐 캐나다, 이탈리아, 브라질 등에서 인기 행진을 이어온 뮤지컬 '프리실라'는 오는 7월 한국 초연을 앞두고 있다. 이 뮤지컬은 드랙 퀸(Drag Queen·여장 남자) 세 사람이 버스를 타고 떠나는 사막 횡단 여행을 그린다. 자신을 만나고 싶어하는 8세 아들과의 첫 만남을 위해 2천876km의 여행길에 오르는 '틱', 왕년의 스타였지만 얼마 전 남편을 잃은 '버나뎃',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매력의 막내 '아담'이 주인공이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어떻게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됐나. ▲ 뮤지컬 '프리실라'는 동명의 호주 영화(1994)를 원작으로 한다. 2004년 처음 이 영화의 뮤지컬화를 떠올렸지만, 당시엔 최악의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사막과 호주의 광활한 자연, 거대한 버스를 무대 위에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2년이 지나고 나서 집에서 영화를 보다가 다시 한 번 '프리실라'의 뮤지컬화를 떠올렸다. 영화 속 이야기의 힘은 뮤지컬에서도 많은 사람의 공감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 처음 지녔던 고민은 어떻게 해결했나. ▲ 버스가 가장 큰 문제였다. 처음엔 어떻게든 버스를 빼고 뮤지컬을 만들어볼 순 없을까 궁리했다. 하지만, 결국 버스 없이 뮤지컬 '프리실라'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8.5톤짜리 버스를 무대에 세우게 됐다. 오랫동안 공연계에서 일했지만, 지금껏 가장 뛰어난 뮤지컬 디바를 꼽으라면 서슴지 않고 이 버스를 선택할 것이다. 여기에 호주 최고의 무대 디자이너 브라이언 톰슨과 의상 디자이너 리지 가드너와 팀 샤펠을 합류시켰다. 결과는 정말 훌륭했다. -- 호주뿐만 아니라 해외 많은 나라에서 흥행을 이어오고 있다. 작품의 성공 비결을 꼽는다면. ▲ 성공의 비밀은 화려한 의상도, 버스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림의 틀이 아주 멋질 순 있지만, 중요한 건 틀이 아니라 그림 그 자체다. 우리 작품 역시 이야기 그 자체에 힘이 있다. 따뜻한 이야기와 감동이 많은 관객의 감성과 소통을 이뤄냈다. 지금까지 약 450만명이 관람했고 3천500번 이상의 공연이 무대에 올려졌다. 한국이 12번째 해외 프로덕션이며 향후 2년 동안 4~5개의 새 프로덕션이 더 예정돼 있다. -- 이야기의 어떤 부분이 관객과 통했을까. ▲ 이상한 형태의 가족이긴 하지만, 이 작품은 분명히 가족에 관한 이야기다. 여장남자로서 쇼에 서는 주인공 '틱'이 아내와 아들 등 단절됐던 관계를 다시 잇고, 한 때 저질렀던 인생의 실수를 교정한다. 여기에 진정한 자아를 찾는 과정도 이야기의 큰 축이다. 재밌는 건 굉장히 보수적인 사람들도 이 작품을 보고 나서 아무런 문제도 제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성소수자를 지지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아버지와 아들이 만나 편견을 넘어서고 공감을 이뤄내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관객들에게 감동을 준다. -- '무비컬'(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기도 하지만, 1970~80년대 히트 팝들을 엮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기도 한데. ▲ 주크박스 뮤지컬인 것은 맞지만, 다른 주크박스 뮤지컬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 대부분은 노래 가사를 활용해 극을 전개해나가고, 그 부분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 작품 속에는 드랙 퀸의 공연이 자주 등장한다. 이 때문에 가사나 인물들의 사연과 상관없이 단순히 쇼를 보여주기 위한 음악들도 등장한다. 끼워맞추기 식 억지 주크박스 뮤지컬을 만들진 않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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