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프리실라'는 공연 시작과 동시에 시각적으로 관객들을 제압한다. 알록달록한 알사탕을 잔뜩 박아 놓는 듯한 색감의 무대는 일단 '보는 재미'를 확실히 책임진다.
핑크색으로 물들인 타조 깃털, 플립플랍(조리 샌들), 번쩍이는 금속과 보석 등으로 만들어진 의상의 향연은 마치 한 편의 독창적인 패션쇼를 보는 듯하다.
여기에 '잇츠 레이닝 맨'(It's Raining Men), '핫 스터프'(Hot Stuff), '아이 윌 서바이브'(I Will Survive)' 등 들으면 몸이 '알아서' 반응하는 히트 팝 메들리까지 쏟아진다.
객석 이곳저곳이 들썩거리는 건 당연지사다.
오는 7월 한국 초연을 앞둔 뮤지컬 '프리실라'를 지난달 26일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 번화가에 있는 고타 레욘(Gota Lejon) 극장에서 미리 관람했다.
2006년 시드니에서 초연된 '프리실라'는 호주에서 가장 성공한 뮤지컬로 꼽힌다.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2009년부터 3년여간 큰 히트를 기록했으며 2011년 뉴욕 브로드웨이에도 입성했다.
이 밖에도 캐나다, 이탈리아, 브라질 등에서 인기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 공연이 12번째 해외 프로덕션이다. '캣츠', '오페라의 유령', '위키드' 등을 국내에 소개한 설앤컴퍼니가 한국 공연의 제작을 맡았다.
◇ '무비컬'과 '주크박스 뮤지컬'의 결합
'프리실라'는 뮤지컬계 대표적 흥행 공식으로 꼽히는 '무비컬'(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과 '주크박스 뮤지컬'(기존 히트곡들을 엮어 만든 뮤지컬)이 결합한 형태다.
일단 이 뮤지컬은 작품성과 흥행을 모두 인정받은 동명의 호주 영화(1994)를 원작으로 한다.
드랙 퀸(Drag Queen·여장 남자) 세 사람이 버스를 타고 떠나는 사막 횡단 여행을 그린다.
'틱'은 자신을 만나고 싶어하는 8세 아들과의 첫 만남을 위해 2천876km의 여행길에 오르고, 왕년의 스타였지만 얼마 전 남편을 잃은 '버나뎃',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막내 '아담'이 이 여정에 함께한다.
원작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인 '다름'에 대한 이해, 행복과 자아 찾기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 등을 무대에도 옮겨 담았다.
극 초반에는 주인공들의 특별한 성정체성과 외모 때문에 신기함 혹은 이질감을 느낄 수 있지만, 여행이 끝나고 무대 위에 남는 것은 이들의 사랑스러움과 인간적인 매력, 그리고 객석의 따뜻한 박수다.
오리지널 제작팀의 개리 맥퀸 프로듀서는 "작품의 성공 비결은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단절됐던 관계를 다시 잇고, 한 때 저질렀던 인생의 실수를 교정하며,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는 이야기가 갖는 힘이 크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1970~80년대 히트 팝 28곡의 신나는 에너지는 이 극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
극 초반부터 웨더 걸스의 '잇츠 레이닝 맨(It's Raining Men)', 티나 터너의 '왓츠 러브 갓 투 두 위드 잇'(What's Love Got To Do With It), 마돈나의 '머터리얼 걸'(Material Girl) 등 왕년의 히트곡이 줄줄이 등장한다.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는 "노래에 먼저 반했다"며 "아바의 히트곡들을 엮어 만든 뮤지컬 '맘마미아'보다도 더 매력적인 요소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눈이 휘둥그레지는 의상·춤추는 무대
'프리실라'에는 495벌의 의상, 60개의 가발, 200여개의 머리 장식이 등장하고 약 260번의 의상 전환이 이뤄진다.
14초 만에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장면까지 있다.
원작 영화에서 의상 디자인을 맡았던 리지 가드너와 팀 샤펠이 뮤지컬 의상 작업에도 참여했다.
공연을 보면 "지상의 모든 소재를 사용하고 싶었다"는 이들 디자이너의 말이 실감이 난다.
타조 깃털로 만든 머리 장식은 솜사탕처럼 풍성하고, 배우들의 몸에는 가죽, 금속, 깃털, 샌들, 보석, 페인트 붓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든 형형색색의 의상이 걸쳐진다.
과장되게 붙인 속눈썹에까지 반짝이가 뿌려져 있고, 아찔한 '킬힐'의 굽에도 보석들이 촘촘히 박혔다.
이 때문에 처음 2만 호주달러(한화 약 1천900만원)를 예상하고 시작한 의상 작업에는 결국 150만 호주달러(약 14억원)가 들어갔다고 한다.
대신 토니상, 올리비에상 등 유명 시상식의 의상상을 모두 휩쓸었다.
무대 중앙에는 360도로 회전하는 8.5톤짜리 '프리실라' 버스가 등장한다.
버스 전면이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치장돼 극의 흐름에 따라 그 모습을 바꾼다.
"에이즈는 꺼져"란 붉은 글씨와 폭력에 노출됐던 은빛 버스는 주인공들의 유쾌한 페인트칠로 핑크빛으로 변한다. 화려한 쇼 타임에는 버스가 무지개 빛깔을 뿜어내는데, 마치 배우들과 함께 노래하고 춤추는 듯하다.
◇ 한국에서도 흥행 이을까
스웨덴 관객들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박수를 이으며 흥겨움을 만끽했다.
아내와 함께 공연을 관람했다는 요한 보렌(44) 씨는 "게이, 드랙 퀸이라는 소재 때문에 느낀 부담감 같은 건 전혀 없었다"며 "신나는 음악과 배우들의 코믹한 연기가 좋았다"며 만족해했다.
하지만, 서구 문화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한국 정서상 여장 남자들의 삶과 사랑, 쇼에 관한 이야기가 이처럼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다소 수위 높은 성적 농담과 안무를 얼마나 매끄럽고 재치있게 전달해내는지가 극의 만족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시각적인 포만감과 흥겨움이라는 미덕이 확실한 대신 연출적인 기발함이나 공연계의 최신 감각 등을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다소 아쉬운 점이 남을 수도 있다.
호주 초연 공연에서 650만 호주달러(한화 약 62억원), 브로드웨이 공연에서 1천700만 달러(한화 약 174억원)가 들어갔을 만큼 제작 비용이 많이 드는 작품이란 점도 제작사에는 부담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설앤컴퍼니는 국내 공연계의 주된 관람층인 20~30대 여성뿐 아니라 40~50대 관객들에게까지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이라 판단하고, 장기적인 안목 아래에서 이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한국 초연은 7월 4일부터 9월 2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이어진다. 5만~13만원. ☎1577-3363.
핑크색으로 물들인 타조 깃털, 플립플랍(조리 샌들), 번쩍이는 금속과 보석 등으로 만들어진 의상의 향연은 마치 한 편의 독창적인 패션쇼를 보는 듯하다.
여기에 '잇츠 레이닝 맨'(It's Raining Men), '핫 스터프'(Hot Stuff), '아이 윌 서바이브'(I Will Survive)' 등 들으면 몸이 '알아서' 반응하는 히트 팝 메들리까지 쏟아진다.
객석 이곳저곳이 들썩거리는 건 당연지사다.
오는 7월 한국 초연을 앞둔 뮤지컬 '프리실라'를 지난달 26일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 번화가에 있는 고타 레욘(Gota Lejon) 극장에서 미리 관람했다.
2006년 시드니에서 초연된 '프리실라'는 호주에서 가장 성공한 뮤지컬로 꼽힌다.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2009년부터 3년여간 큰 히트를 기록했으며 2011년 뉴욕 브로드웨이에도 입성했다.
이 밖에도 캐나다, 이탈리아, 브라질 등에서 인기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 공연이 12번째 해외 프로덕션이다. '캣츠', '오페라의 유령', '위키드' 등을 국내에 소개한 설앤컴퍼니가 한국 공연의 제작을 맡았다.
◇ '무비컬'과 '주크박스 뮤지컬'의 결합
'프리실라'는 뮤지컬계 대표적 흥행 공식으로 꼽히는 '무비컬'(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과 '주크박스 뮤지컬'(기존 히트곡들을 엮어 만든 뮤지컬)이 결합한 형태다.
일단 이 뮤지컬은 작품성과 흥행을 모두 인정받은 동명의 호주 영화(1994)를 원작으로 한다.
드랙 퀸(Drag Queen·여장 남자) 세 사람이 버스를 타고 떠나는 사막 횡단 여행을 그린다.
'틱'은 자신을 만나고 싶어하는 8세 아들과의 첫 만남을 위해 2천876km의 여행길에 오르고, 왕년의 스타였지만 얼마 전 남편을 잃은 '버나뎃',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막내 '아담'이 이 여정에 함께한다.
원작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인 '다름'에 대한 이해, 행복과 자아 찾기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 등을 무대에도 옮겨 담았다.
극 초반에는 주인공들의 특별한 성정체성과 외모 때문에 신기함 혹은 이질감을 느낄 수 있지만, 여행이 끝나고 무대 위에 남는 것은 이들의 사랑스러움과 인간적인 매력, 그리고 객석의 따뜻한 박수다.
오리지널 제작팀의 개리 맥퀸 프로듀서는 "작품의 성공 비결은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단절됐던 관계를 다시 잇고, 한 때 저질렀던 인생의 실수를 교정하며,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는 이야기가 갖는 힘이 크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1970~80년대 히트 팝 28곡의 신나는 에너지는 이 극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
극 초반부터 웨더 걸스의 '잇츠 레이닝 맨(It's Raining Men)', 티나 터너의 '왓츠 러브 갓 투 두 위드 잇'(What's Love Got To Do With It), 마돈나의 '머터리얼 걸'(Material Girl) 등 왕년의 히트곡이 줄줄이 등장한다.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는 "노래에 먼저 반했다"며 "아바의 히트곡들을 엮어 만든 뮤지컬 '맘마미아'보다도 더 매력적인 요소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눈이 휘둥그레지는 의상·춤추는 무대
'프리실라'에는 495벌의 의상, 60개의 가발, 200여개의 머리 장식이 등장하고 약 260번의 의상 전환이 이뤄진다.
14초 만에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장면까지 있다.
원작 영화에서 의상 디자인을 맡았던 리지 가드너와 팀 샤펠이 뮤지컬 의상 작업에도 참여했다.
공연을 보면 "지상의 모든 소재를 사용하고 싶었다"는 이들 디자이너의 말이 실감이 난다.
타조 깃털로 만든 머리 장식은 솜사탕처럼 풍성하고, 배우들의 몸에는 가죽, 금속, 깃털, 샌들, 보석, 페인트 붓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든 형형색색의 의상이 걸쳐진다.
과장되게 붙인 속눈썹에까지 반짝이가 뿌려져 있고, 아찔한 '킬힐'의 굽에도 보석들이 촘촘히 박혔다.
이 때문에 처음 2만 호주달러(한화 약 1천900만원)를 예상하고 시작한 의상 작업에는 결국 150만 호주달러(약 14억원)가 들어갔다고 한다.
대신 토니상, 올리비에상 등 유명 시상식의 의상상을 모두 휩쓸었다.
무대 중앙에는 360도로 회전하는 8.5톤짜리 '프리실라' 버스가 등장한다.
버스 전면이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치장돼 극의 흐름에 따라 그 모습을 바꾼다.
"에이즈는 꺼져"란 붉은 글씨와 폭력에 노출됐던 은빛 버스는 주인공들의 유쾌한 페인트칠로 핑크빛으로 변한다. 화려한 쇼 타임에는 버스가 무지개 빛깔을 뿜어내는데, 마치 배우들과 함께 노래하고 춤추는 듯하다.
◇ 한국에서도 흥행 이을까
스웨덴 관객들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박수를 이으며 흥겨움을 만끽했다.
아내와 함께 공연을 관람했다는 요한 보렌(44) 씨는 "게이, 드랙 퀸이라는 소재 때문에 느낀 부담감 같은 건 전혀 없었다"며 "신나는 음악과 배우들의 코믹한 연기가 좋았다"며 만족해했다.
하지만, 서구 문화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한국 정서상 여장 남자들의 삶과 사랑, 쇼에 관한 이야기가 이처럼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다소 수위 높은 성적 농담과 안무를 얼마나 매끄럽고 재치있게 전달해내는지가 극의 만족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시각적인 포만감과 흥겨움이라는 미덕이 확실한 대신 연출적인 기발함이나 공연계의 최신 감각 등을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다소 아쉬운 점이 남을 수도 있다.
호주 초연 공연에서 650만 호주달러(한화 약 62억원), 브로드웨이 공연에서 1천700만 달러(한화 약 174억원)가 들어갔을 만큼 제작 비용이 많이 드는 작품이란 점도 제작사에는 부담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설앤컴퍼니는 국내 공연계의 주된 관람층인 20~30대 여성뿐 아니라 40~50대 관객들에게까지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이라 판단하고, 장기적인 안목 아래에서 이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한국 초연은 7월 4일부터 9월 2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이어진다. 5만~13만원. ☎1577-3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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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동과 재미 주는 여장남자들…뮤지컬 ‘프리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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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4-05-12 08:33:57

뮤지컬 '프리실라'는 공연 시작과 동시에 시각적으로 관객들을 제압한다. 알록달록한 알사탕을 잔뜩 박아 놓는 듯한 색감의 무대는 일단 '보는 재미'를 확실히 책임진다.
핑크색으로 물들인 타조 깃털, 플립플랍(조리 샌들), 번쩍이는 금속과 보석 등으로 만들어진 의상의 향연은 마치 한 편의 독창적인 패션쇼를 보는 듯하다.
여기에 '잇츠 레이닝 맨'(It's Raining Men), '핫 스터프'(Hot Stuff), '아이 윌 서바이브'(I Will Survive)' 등 들으면 몸이 '알아서' 반응하는 히트 팝 메들리까지 쏟아진다.
객석 이곳저곳이 들썩거리는 건 당연지사다.
오는 7월 한국 초연을 앞둔 뮤지컬 '프리실라'를 지난달 26일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 번화가에 있는 고타 레욘(Gota Lejon) 극장에서 미리 관람했다.
2006년 시드니에서 초연된 '프리실라'는 호주에서 가장 성공한 뮤지컬로 꼽힌다.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2009년부터 3년여간 큰 히트를 기록했으며 2011년 뉴욕 브로드웨이에도 입성했다.
이 밖에도 캐나다, 이탈리아, 브라질 등에서 인기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 공연이 12번째 해외 프로덕션이다. '캣츠', '오페라의 유령', '위키드' 등을 국내에 소개한 설앤컴퍼니가 한국 공연의 제작을 맡았다.
◇ '무비컬'과 '주크박스 뮤지컬'의 결합
'프리실라'는 뮤지컬계 대표적 흥행 공식으로 꼽히는 '무비컬'(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과 '주크박스 뮤지컬'(기존 히트곡들을 엮어 만든 뮤지컬)이 결합한 형태다.
일단 이 뮤지컬은 작품성과 흥행을 모두 인정받은 동명의 호주 영화(1994)를 원작으로 한다.
드랙 퀸(Drag Queen·여장 남자) 세 사람이 버스를 타고 떠나는 사막 횡단 여행을 그린다.
'틱'은 자신을 만나고 싶어하는 8세 아들과의 첫 만남을 위해 2천876km의 여행길에 오르고, 왕년의 스타였지만 얼마 전 남편을 잃은 '버나뎃',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막내 '아담'이 이 여정에 함께한다.
원작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인 '다름'에 대한 이해, 행복과 자아 찾기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 등을 무대에도 옮겨 담았다.
극 초반에는 주인공들의 특별한 성정체성과 외모 때문에 신기함 혹은 이질감을 느낄 수 있지만, 여행이 끝나고 무대 위에 남는 것은 이들의 사랑스러움과 인간적인 매력, 그리고 객석의 따뜻한 박수다.
오리지널 제작팀의 개리 맥퀸 프로듀서는 "작품의 성공 비결은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단절됐던 관계를 다시 잇고, 한 때 저질렀던 인생의 실수를 교정하며,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는 이야기가 갖는 힘이 크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1970~80년대 히트 팝 28곡의 신나는 에너지는 이 극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
극 초반부터 웨더 걸스의 '잇츠 레이닝 맨(It's Raining Men)', 티나 터너의 '왓츠 러브 갓 투 두 위드 잇'(What's Love Got To Do With It), 마돈나의 '머터리얼 걸'(Material Girl) 등 왕년의 히트곡이 줄줄이 등장한다.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는 "노래에 먼저 반했다"며 "아바의 히트곡들을 엮어 만든 뮤지컬 '맘마미아'보다도 더 매력적인 요소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눈이 휘둥그레지는 의상·춤추는 무대
'프리실라'에는 495벌의 의상, 60개의 가발, 200여개의 머리 장식이 등장하고 약 260번의 의상 전환이 이뤄진다.
14초 만에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장면까지 있다.
원작 영화에서 의상 디자인을 맡았던 리지 가드너와 팀 샤펠이 뮤지컬 의상 작업에도 참여했다.
공연을 보면 "지상의 모든 소재를 사용하고 싶었다"는 이들 디자이너의 말이 실감이 난다.
타조 깃털로 만든 머리 장식은 솜사탕처럼 풍성하고, 배우들의 몸에는 가죽, 금속, 깃털, 샌들, 보석, 페인트 붓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든 형형색색의 의상이 걸쳐진다.
과장되게 붙인 속눈썹에까지 반짝이가 뿌려져 있고, 아찔한 '킬힐'의 굽에도 보석들이 촘촘히 박혔다.
이 때문에 처음 2만 호주달러(한화 약 1천900만원)를 예상하고 시작한 의상 작업에는 결국 150만 호주달러(약 14억원)가 들어갔다고 한다.
대신 토니상, 올리비에상 등 유명 시상식의 의상상을 모두 휩쓸었다.
무대 중앙에는 360도로 회전하는 8.5톤짜리 '프리실라' 버스가 등장한다.
버스 전면이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치장돼 극의 흐름에 따라 그 모습을 바꾼다.
"에이즈는 꺼져"란 붉은 글씨와 폭력에 노출됐던 은빛 버스는 주인공들의 유쾌한 페인트칠로 핑크빛으로 변한다. 화려한 쇼 타임에는 버스가 무지개 빛깔을 뿜어내는데, 마치 배우들과 함께 노래하고 춤추는 듯하다.
◇ 한국에서도 흥행 이을까
스웨덴 관객들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박수를 이으며 흥겨움을 만끽했다.
아내와 함께 공연을 관람했다는 요한 보렌(44) 씨는 "게이, 드랙 퀸이라는 소재 때문에 느낀 부담감 같은 건 전혀 없었다"며 "신나는 음악과 배우들의 코믹한 연기가 좋았다"며 만족해했다.
하지만, 서구 문화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한국 정서상 여장 남자들의 삶과 사랑, 쇼에 관한 이야기가 이처럼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다소 수위 높은 성적 농담과 안무를 얼마나 매끄럽고 재치있게 전달해내는지가 극의 만족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시각적인 포만감과 흥겨움이라는 미덕이 확실한 대신 연출적인 기발함이나 공연계의 최신 감각 등을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다소 아쉬운 점이 남을 수도 있다.
호주 초연 공연에서 650만 호주달러(한화 약 62억원), 브로드웨이 공연에서 1천700만 달러(한화 약 174억원)가 들어갔을 만큼 제작 비용이 많이 드는 작품이란 점도 제작사에는 부담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설앤컴퍼니는 국내 공연계의 주된 관람층인 20~30대 여성뿐 아니라 40~50대 관객들에게까지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이라 판단하고, 장기적인 안목 아래에서 이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한국 초연은 7월 4일부터 9월 2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이어진다. 5만~13만원. ☎1577-3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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