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구조 체계·장비 개혁해야

입력 2014.05.14 (07:33) 수정 2014.05.14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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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섭 해설위원]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해상재난에 대한 우리의 대응 체계가 허점투성이라는 사실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해경의 부실한 초동 대응과 늑장 구조, 부실 수색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습니다. 구조, 구난 장비도 낯부끄러운 수준이지만 그나마 보유한 장비마저도 제 때 활용하지도 못했습니다.

침몰한다는 연락을 받고 해경 함정과 헬기는 30여 분만에 사고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선박에 들어가 승객을 구조할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물로 뛰어내린 승객과 배에서 빠져나오는 선원을 구했을 뿐입니다. 선박에 올라 선장이나 선원을 확인하고 같이 구조에 나섰어야 했습니다. 승객을 탈출시키라는 지휘관의 명령도 네 차례나 무시됐습니다. 구조에 나선 헬기나 함정에는 해난 구조를 전문으로 하는 경찰도 없었고 구조 장비조차 실려 있지 않았습니다. 출동한 구조 전문 인력은 선박을 몰 항해사가 없어 뭍으로 움직이다가 결국 세월호가 물에 잠긴 뒤에야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수색에 나선 뒤에는 민관 합동 구조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해경은 바다에서 사고가 날 때마다 몸집을 키워왔습니다. 그러나 현장인력보다는 간부 위주였습니다. 게다가 수사와 단속 업무는 강화시킨 반면 구조와 구난 업무는 홀대했습니다. 그동안 제대로 된 구조훈련도 하지 않았습니다. 해경 함정의 90%는 구조를 위한 장비도 없습니다. 고속보트 같은 연안 구조장비가 없는 해경출장소는 40%에 이른다고 합니다. 해양경찰의 1년 예산은 1조 천억 원이 넘지만 안전에 관한 예산은 고작 181억 원, 전체의 1.6%에 불과합니다. 현장 구조 체계가 부실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입니다.

세월호 이후 해경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입니다. 대대적인 개혁만이 살길입니다. 재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조직과 체제를 정비하고, 인력과 예산이 해경의 본래 임무인 해양주권과 해양안전에 모아져야 합니다. 그래야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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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구조 체계·장비 개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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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4-05-14 08: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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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섭 해설위원]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해상재난에 대한 우리의 대응 체계가 허점투성이라는 사실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해경의 부실한 초동 대응과 늑장 구조, 부실 수색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습니다. 구조, 구난 장비도 낯부끄러운 수준이지만 그나마 보유한 장비마저도 제 때 활용하지도 못했습니다.

침몰한다는 연락을 받고 해경 함정과 헬기는 30여 분만에 사고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선박에 들어가 승객을 구조할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물로 뛰어내린 승객과 배에서 빠져나오는 선원을 구했을 뿐입니다. 선박에 올라 선장이나 선원을 확인하고 같이 구조에 나섰어야 했습니다. 승객을 탈출시키라는 지휘관의 명령도 네 차례나 무시됐습니다. 구조에 나선 헬기나 함정에는 해난 구조를 전문으로 하는 경찰도 없었고 구조 장비조차 실려 있지 않았습니다. 출동한 구조 전문 인력은 선박을 몰 항해사가 없어 뭍으로 움직이다가 결국 세월호가 물에 잠긴 뒤에야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수색에 나선 뒤에는 민관 합동 구조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해경은 바다에서 사고가 날 때마다 몸집을 키워왔습니다. 그러나 현장인력보다는 간부 위주였습니다. 게다가 수사와 단속 업무는 강화시킨 반면 구조와 구난 업무는 홀대했습니다. 그동안 제대로 된 구조훈련도 하지 않았습니다. 해경 함정의 90%는 구조를 위한 장비도 없습니다. 고속보트 같은 연안 구조장비가 없는 해경출장소는 40%에 이른다고 합니다. 해양경찰의 1년 예산은 1조 천억 원이 넘지만 안전에 관한 예산은 고작 181억 원, 전체의 1.6%에 불과합니다. 현장 구조 체계가 부실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입니다.

세월호 이후 해경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입니다. 대대적인 개혁만이 살길입니다. 재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조직과 체제를 정비하고, 인력과 예산이 해경의 본래 임무인 해양주권과 해양안전에 모아져야 합니다. 그래야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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