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정장 차림 떼강도…성형외과 털려다

입력 2014.05.19 (08:36) 수정 2014.05.1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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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주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 6인조 떼강도가 침입해 의사와 간호사들을 흉기로 위협하고 금품을 요구하다 달아난 사건이 있었죠.

위험하기도 했고, 또 황당했던 이 사건 이승훈 기자가 자세한 사건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이 기자, 범인들은 모두 검거가 된거죠?

<기자 멘트>

네, 좀 특이하죠. 6명 모두 말쑥한 검은 양복을 맞춰 입고 있었는데요.

그 이유가 좀 황당합니다.

어딘지 어리숙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들의 범행은 결국 실패로 끝났고, 또 하루 만에 피의자 6명이 모두 검거 됐습니다.

낮 시간,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황당한 떼강도 사건을 재구성해봤습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의 한 거리.

지난 15일 오후 6시 쯤.

쿵하는 소리와 함께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인터뷰> 목격자 : "쿵 소리 나서 나가봤더니 오토바이 옆에서 쓰러져 있어서 그냥 배달하신 분인가 했는 데 ‘강도, 강도!’ 소리 지르셔서…."

건물 2층에서 갑자기 떨어져 내린 남성.

잠시 뒤, 이번엔 건물에서 정장차림의 남성들이 우루루 몰려 나오더니, 떨어진 남성을 뒤로 한 채 황급히 사건 현장을 빠져나갑니다.

<인터뷰> 박상준 (목격자) : "남자 한 분이 떨어져 계셨더라고요. 그래서 창문을 보는 순간에 이쪽으로 정장 입은 분이 도망가고 있었고요."

떨어진 사람은 건물 2층에 있는 성형외과의 의사였습니다.

자신이 강도를 당했다고 다급히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인터뷰> 영동119 안전센터 관계자 (음성변조) : "병원에 강도가 들어와서 2층에서 강도를 피하려다가 1층 아스팔트 바닥으로 떨어진 모양이에요. 그래서 오른쪽 엉덩이 부분에 찰과상을 입고…."

오후 6시, 대낮같이 밝은 시간 강남 한복판의 병원에서 일어난 강도사건.

사건의 시작은 범행 한 시간 전인 오후 5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성형외과로 한 남성이 예약 문의 전화를 걸어왔고, 이 남성은 병원의 마지막 상담 시간에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이건화(형사과장/서울 강남경찰서) : "사전에 병원에 전화를 해서 퇴근 시간 무렵에 상담 예약을 했고, 퇴근 무렵에 들어왔기 때문에 일반 손님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예약 시간에 맞춰 병원을 찾아온 남성.

그런데, 이 남성은 성형수술 상담 도중 갑자기 흉기를 든 강도로 돌변했습니다.

게다가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이건화(형사과장/서울 강남경찰서) : "먼저 들어간 2명은 원장실에 들어가서 원장을 위협해서 제압했고, 이어 들어간 나머지 3명은 간호사들 5명을 제압했습니다."

망을 보는 한 명까지 포함해 강도 일당은 모두 6명.

이들은 준비해 간 흉기로 의사와 간호사를 위협해 손발을 묶은 뒤 현금 3억 원을 요구했습니다.

나름대로, 일이 순조롭게 풀리고 있다고 생각한 이들.

하지만 계획은 어디까지나 계획일 뿐이었습니다.

느슨하게 묶여있던 결박을 푼 의사가, 2층 창문에서 1층으로 뛰어내린 겁니다.

지나가던 행인들이 모여들고, 신고까지 이뤄지자,

당황한 강도일당은 빈 가방을 들고 황급히 병원을 빠져나와 줄행랑을 쳤습니다.

<기자 멘트>

강도 일당은 줄행랑을 쳤지만, 그리 오래 가지는 못했습니다.

달아난지 하루만에 6명이 모두 검거됐는데요.

잡고보니, 대부분 20대 초중반의 앳된 얼굴이었습니다.

이들이 어떻게 병원으로 모이게 된건지, 또 검은 양복은 왜 맞춰 입은건지, 의아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리포트>

범행 직후, 성형외과에서 도망쳤던 6인조 강도.

이들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도주했지만, 결국 범행 하루만에 모두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결정적인 단서는 급하게 달아나느라 성형외과에 놔두고 간 한 피의자의 가방이었습니다.

<인터뷰> 이건화(형사과장/서울 강남경찰서) : "가방이 하나 있었는데 그 안에 피의자 중에 한 명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이 있었습니다."

피의자의 신원을 확보한 경찰.

범행 5시간여 만에 지방으로 달아나려던 일당 3명을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붙잡았습니다.

그리고, 공범이 붙잡혔다는 소식에 압박감을 느낀 나머지 3명도 차례로 경찰에 자수했습니다.

<인터뷰> 경북 경산경찰서 관계자 (음성변조) : "피의자 2명이 우리 경찰서에 자수하러 왔습니다. 범행 이후에 많이 괴로웠던 모양이더라고요."

왜 검은 양복을 맞춰 입고, 강도 행각을 벌였냐는 경찰의 질문에 이들은 대답은 좀 황당했습니다.

<인터뷰> 이건화(형사과장/서울 강남경찰서) : "조폭처럼 보이면 범행을 할 때 제압하기가 쉽고 차후라도 두려워서 신고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정장을 입고 범행을 했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조폭으로 보이기 위해 양복을 차려 입었다는 이들.

모이게 된 사연도 좀 특이했습니다.

사건 전까지는 서로 일면식도 없었던 이들은 인터넷 구인-구직 사이트의 구인글을 통해 모이게 됐습니다.

<인터뷰> 김00(피의자/음성변조) : "인터넷 구인광고를 했어요. 제가 사람을 모았습니다. 어려운 사람들 함께 하자고 그런 식으로 글을 올렸습니다."

주범격인 40살 김 모 씨.

김 씨는 오랜 시간 직업 없이 지낸 탓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김00(피의자/음성변조) : "집이 경매로 넘어가고 노부모하고 애들이 집에 살고 있는데 당장 방을 구해야 되는 상황이라서 월세방이라도 구하려고 한 것입니다."

올해 초, 인터넷 구직사이트를 둘러보던 김 씨는 ‘돈 때문에 절망한 사람들은 모이라는’ 라는 글을 올렸는데요.

그 글을 읽고 취업을 준비하던 20대 청년 5명이 한꺼번에 연락을 해 온 겁니다.

그렇게 범행 사흘 전 처음 만나게 된 여섯 사람.

사흘 동안 합숙까지 하면서, 치밀한 범행 계획을 세운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건화(형사과장/서울 강남경찰서) : "3일 정도 찜질방에서 같이 생활을 하면서 충분하게 범행 계획과 범행 대상 선정을 하고 모의를 했던 것으로 확인이 됐습니다."

<인터뷰> 김00(피의자/음성변조) : "성형외과는 인터넷 상이나 뉴스에서 장사도 잘 된다고 하고 진료도 비급여로 많이 받아서 현금을 많이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일자리를 찾아 헤맸지만, 결국 취업이 아닌 범죄의 수렁에 빠지게 된 여섯 사람.

<인터뷰> 이건화(형사과장/서울 강남경찰서) : "사전 모의 과정에서 범죄 수익금이 생기면 각자 균등하게 분배를 해서 갖자. 약속을 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돈은 커녕, 철창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습니다.

경찰은 이들 6명 전원에 대해 특수강도 등의 혐의로 구속 영장을 신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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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정장 차림 떼강도…성형외과 털려다
    • 입력 2014-05-19 08:37:38
    • 수정2014-05-19 10:5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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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주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 6인조 떼강도가 침입해 의사와 간호사들을 흉기로 위협하고 금품을 요구하다 달아난 사건이 있었죠.

위험하기도 했고, 또 황당했던 이 사건 이승훈 기자가 자세한 사건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이 기자, 범인들은 모두 검거가 된거죠?

<기자 멘트>

네, 좀 특이하죠. 6명 모두 말쑥한 검은 양복을 맞춰 입고 있었는데요.

그 이유가 좀 황당합니다.

어딘지 어리숙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들의 범행은 결국 실패로 끝났고, 또 하루 만에 피의자 6명이 모두 검거 됐습니다.

낮 시간,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황당한 떼강도 사건을 재구성해봤습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의 한 거리.

지난 15일 오후 6시 쯤.

쿵하는 소리와 함께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인터뷰> 목격자 : "쿵 소리 나서 나가봤더니 오토바이 옆에서 쓰러져 있어서 그냥 배달하신 분인가 했는 데 ‘강도, 강도!’ 소리 지르셔서…."

건물 2층에서 갑자기 떨어져 내린 남성.

잠시 뒤, 이번엔 건물에서 정장차림의 남성들이 우루루 몰려 나오더니, 떨어진 남성을 뒤로 한 채 황급히 사건 현장을 빠져나갑니다.

<인터뷰> 박상준 (목격자) : "남자 한 분이 떨어져 계셨더라고요. 그래서 창문을 보는 순간에 이쪽으로 정장 입은 분이 도망가고 있었고요."

떨어진 사람은 건물 2층에 있는 성형외과의 의사였습니다.

자신이 강도를 당했다고 다급히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인터뷰> 영동119 안전센터 관계자 (음성변조) : "병원에 강도가 들어와서 2층에서 강도를 피하려다가 1층 아스팔트 바닥으로 떨어진 모양이에요. 그래서 오른쪽 엉덩이 부분에 찰과상을 입고…."

오후 6시, 대낮같이 밝은 시간 강남 한복판의 병원에서 일어난 강도사건.

사건의 시작은 범행 한 시간 전인 오후 5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성형외과로 한 남성이 예약 문의 전화를 걸어왔고, 이 남성은 병원의 마지막 상담 시간에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이건화(형사과장/서울 강남경찰서) : "사전에 병원에 전화를 해서 퇴근 시간 무렵에 상담 예약을 했고, 퇴근 무렵에 들어왔기 때문에 일반 손님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예약 시간에 맞춰 병원을 찾아온 남성.

그런데, 이 남성은 성형수술 상담 도중 갑자기 흉기를 든 강도로 돌변했습니다.

게다가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이건화(형사과장/서울 강남경찰서) : "먼저 들어간 2명은 원장실에 들어가서 원장을 위협해서 제압했고, 이어 들어간 나머지 3명은 간호사들 5명을 제압했습니다."

망을 보는 한 명까지 포함해 강도 일당은 모두 6명.

이들은 준비해 간 흉기로 의사와 간호사를 위협해 손발을 묶은 뒤 현금 3억 원을 요구했습니다.

나름대로, 일이 순조롭게 풀리고 있다고 생각한 이들.

하지만 계획은 어디까지나 계획일 뿐이었습니다.

느슨하게 묶여있던 결박을 푼 의사가, 2층 창문에서 1층으로 뛰어내린 겁니다.

지나가던 행인들이 모여들고, 신고까지 이뤄지자,

당황한 강도일당은 빈 가방을 들고 황급히 병원을 빠져나와 줄행랑을 쳤습니다.

<기자 멘트>

강도 일당은 줄행랑을 쳤지만, 그리 오래 가지는 못했습니다.

달아난지 하루만에 6명이 모두 검거됐는데요.

잡고보니, 대부분 20대 초중반의 앳된 얼굴이었습니다.

이들이 어떻게 병원으로 모이게 된건지, 또 검은 양복은 왜 맞춰 입은건지, 의아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리포트>

범행 직후, 성형외과에서 도망쳤던 6인조 강도.

이들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도주했지만, 결국 범행 하루만에 모두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결정적인 단서는 급하게 달아나느라 성형외과에 놔두고 간 한 피의자의 가방이었습니다.

<인터뷰> 이건화(형사과장/서울 강남경찰서) : "가방이 하나 있었는데 그 안에 피의자 중에 한 명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이 있었습니다."

피의자의 신원을 확보한 경찰.

범행 5시간여 만에 지방으로 달아나려던 일당 3명을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붙잡았습니다.

그리고, 공범이 붙잡혔다는 소식에 압박감을 느낀 나머지 3명도 차례로 경찰에 자수했습니다.

<인터뷰> 경북 경산경찰서 관계자 (음성변조) : "피의자 2명이 우리 경찰서에 자수하러 왔습니다. 범행 이후에 많이 괴로웠던 모양이더라고요."

왜 검은 양복을 맞춰 입고, 강도 행각을 벌였냐는 경찰의 질문에 이들은 대답은 좀 황당했습니다.

<인터뷰> 이건화(형사과장/서울 강남경찰서) : "조폭처럼 보이면 범행을 할 때 제압하기가 쉽고 차후라도 두려워서 신고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정장을 입고 범행을 했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조폭으로 보이기 위해 양복을 차려 입었다는 이들.

모이게 된 사연도 좀 특이했습니다.

사건 전까지는 서로 일면식도 없었던 이들은 인터넷 구인-구직 사이트의 구인글을 통해 모이게 됐습니다.

<인터뷰> 김00(피의자/음성변조) : "인터넷 구인광고를 했어요. 제가 사람을 모았습니다. 어려운 사람들 함께 하자고 그런 식으로 글을 올렸습니다."

주범격인 40살 김 모 씨.

김 씨는 오랜 시간 직업 없이 지낸 탓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김00(피의자/음성변조) : "집이 경매로 넘어가고 노부모하고 애들이 집에 살고 있는데 당장 방을 구해야 되는 상황이라서 월세방이라도 구하려고 한 것입니다."

올해 초, 인터넷 구직사이트를 둘러보던 김 씨는 ‘돈 때문에 절망한 사람들은 모이라는’ 라는 글을 올렸는데요.

그 글을 읽고 취업을 준비하던 20대 청년 5명이 한꺼번에 연락을 해 온 겁니다.

그렇게 범행 사흘 전 처음 만나게 된 여섯 사람.

사흘 동안 합숙까지 하면서, 치밀한 범행 계획을 세운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건화(형사과장/서울 강남경찰서) : "3일 정도 찜질방에서 같이 생활을 하면서 충분하게 범행 계획과 범행 대상 선정을 하고 모의를 했던 것으로 확인이 됐습니다."

<인터뷰> 김00(피의자/음성변조) : "성형외과는 인터넷 상이나 뉴스에서 장사도 잘 된다고 하고 진료도 비급여로 많이 받아서 현금을 많이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일자리를 찾아 헤맸지만, 결국 취업이 아닌 범죄의 수렁에 빠지게 된 여섯 사람.

<인터뷰> 이건화(형사과장/서울 강남경찰서) : "사전 모의 과정에서 범죄 수익금이 생기면 각자 균등하게 분배를 해서 갖자. 약속을 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돈은 커녕, 철창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습니다.

경찰은 이들 6명 전원에 대해 특수강도 등의 혐의로 구속 영장을 신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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