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코끼리’ 김응용에 독수리 타선 ‘번쩍’

입력 2014.05.21 (23:06) 수정 2014.05.21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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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김응용(73) 감독이 무려 15년 만에 왕년의 다혈질 액션을 선보이자 잠잠하던 독수리 타선도 정신이 번쩍 든 모양이다.

김 감독은 21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모처럼 특유의 거친 항의를 선보였다.

2-4로 뒤진 넥센의 6회말 공격에서 3루 베이스 위를 스쳐지나간 윤석민의 타구가 페어로 판정되자 득달같이 달려나간 김 감독은 잠시 심판진과 말을 섞더니 곧장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며 선수단을 철수시켰다.

이 과정에서 심판들과 핏대를 높이며 거친 언사를 주고받았고, 결국 경기시간 지연의 책임을 물은 심판진에 의해 퇴장 처분을 받았다.

예전 '해태 왕조'를 이끌던 김 감독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익숙한, 하지만 한화 사령탑으로 복귀한 이후만을 아는 이들에게는 생소한 모습이다.

아홉 차례나 해태를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려놓던 시절, 김 감독은 '폭력'에 가까운 액션으로 선수단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뿜어내곤 했다.

언론을 교묘히 활용해 선수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심판과는 폭언이나 몸싸움은 물론이고 선수단 철수 등 여러 방식을 이용해 신경전을 벌이고는 퇴장당했다.

김 감독은 해태 시절 역대 프로야구 사령탑 중 가장 많은 5차례 퇴장을 경험했다.

김 감독의 이런 액션은 심판을 향한 불만의 표시면서, 한편으로는 선수단 내부를 향한 메시지이기도 했다.

선수단의 집중력이 흐트러졌다고 생각할 때에 더그아웃에서 쓰레기통을 박차거나 의자를 집어던져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사령탑이 '외부의 적'과 싸우고는 퇴장당하고 나면 선수들은 정신을 다잡고 집중력을 발휘하곤 했다.

그러나 지난해 한화 사령탑으로 현장에 복귀한 뒤로 김 감독은 예전과 같은 액션을 좀처럼 보이지 않아 오히려 화제가 됐다.

팀이 어려우면 마냥 아쉬운 한숨을 지었고, 지난해 13연패의 사슬을 끊고는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그러던 김 감독이 이날 모처럼 왕년의 액션을 다시 보여준 것이다.

개인 통산 6번째 퇴장으로, 해태 사령탑 시절이던 1999년 4월 30일 잠실 LG전 이후 무려 15년 만이다.

흥미롭게도, 김 감독의 '충격 요법'이 이번에도 효과를 낸 듯하다.

전날 홈플레이트에서 넥센 주자의 아웃·세이프 여부를 두고 나온 오심의 당사자로 김 감독 못지않게 속을 끓인 포수 정범모는 4-4로 팽팽히 맞선 9회초에 균형을 깨는 '분노의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정범모의 시즌 1호 홈런이기도 했다.

이어진 1사 만루에서는 올 시즌 1개의 홈런밖에 기록하지 못하던 4번 김태균이 2호 아치를 그렸다. 2009년 이후 5년 만에 김태균이 쏘아 올린 만루포다.

짜임새가 흐트러지고 장타력이 떨어져 어려운 경기만 거듭하던 한화 타선이 감독이 퇴장당하자 거짓말처럼 막판에 집중력과 장타력을 동시에 보여준 셈이다.

김태균은 경기를 마치고 "감독님이 퇴장당한 이후 더 이기고픈 마음 들었고 코치진도 '꼭 이기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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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난 코끼리’ 김응용에 독수리 타선 ‘번쩍’
    • 입력 2014-05-21 23:06:09
    • 수정2014-05-21 23:16:59
    연합뉴스
'코끼리' 김응용(73) 감독이 무려 15년 만에 왕년의 다혈질 액션을 선보이자 잠잠하던 독수리 타선도 정신이 번쩍 든 모양이다.

김 감독은 21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모처럼 특유의 거친 항의를 선보였다.

2-4로 뒤진 넥센의 6회말 공격에서 3루 베이스 위를 스쳐지나간 윤석민의 타구가 페어로 판정되자 득달같이 달려나간 김 감독은 잠시 심판진과 말을 섞더니 곧장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며 선수단을 철수시켰다.

이 과정에서 심판들과 핏대를 높이며 거친 언사를 주고받았고, 결국 경기시간 지연의 책임을 물은 심판진에 의해 퇴장 처분을 받았다.

예전 '해태 왕조'를 이끌던 김 감독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익숙한, 하지만 한화 사령탑으로 복귀한 이후만을 아는 이들에게는 생소한 모습이다.

아홉 차례나 해태를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려놓던 시절, 김 감독은 '폭력'에 가까운 액션으로 선수단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뿜어내곤 했다.

언론을 교묘히 활용해 선수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심판과는 폭언이나 몸싸움은 물론이고 선수단 철수 등 여러 방식을 이용해 신경전을 벌이고는 퇴장당했다.

김 감독은 해태 시절 역대 프로야구 사령탑 중 가장 많은 5차례 퇴장을 경험했다.

김 감독의 이런 액션은 심판을 향한 불만의 표시면서, 한편으로는 선수단 내부를 향한 메시지이기도 했다.

선수단의 집중력이 흐트러졌다고 생각할 때에 더그아웃에서 쓰레기통을 박차거나 의자를 집어던져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사령탑이 '외부의 적'과 싸우고는 퇴장당하고 나면 선수들은 정신을 다잡고 집중력을 발휘하곤 했다.

그러나 지난해 한화 사령탑으로 현장에 복귀한 뒤로 김 감독은 예전과 같은 액션을 좀처럼 보이지 않아 오히려 화제가 됐다.

팀이 어려우면 마냥 아쉬운 한숨을 지었고, 지난해 13연패의 사슬을 끊고는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그러던 김 감독이 이날 모처럼 왕년의 액션을 다시 보여준 것이다.

개인 통산 6번째 퇴장으로, 해태 사령탑 시절이던 1999년 4월 30일 잠실 LG전 이후 무려 15년 만이다.

흥미롭게도, 김 감독의 '충격 요법'이 이번에도 효과를 낸 듯하다.

전날 홈플레이트에서 넥센 주자의 아웃·세이프 여부를 두고 나온 오심의 당사자로 김 감독 못지않게 속을 끓인 포수 정범모는 4-4로 팽팽히 맞선 9회초에 균형을 깨는 '분노의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정범모의 시즌 1호 홈런이기도 했다.

이어진 1사 만루에서는 올 시즌 1개의 홈런밖에 기록하지 못하던 4번 김태균이 2호 아치를 그렸다. 2009년 이후 5년 만에 김태균이 쏘아 올린 만루포다.

짜임새가 흐트러지고 장타력이 떨어져 어려운 경기만 거듭하던 한화 타선이 감독이 퇴장당하자 거짓말처럼 막판에 집중력과 장타력을 동시에 보여준 셈이다.

김태균은 경기를 마치고 "감독님이 퇴장당한 이후 더 이기고픈 마음 들었고 코치진도 '꼭 이기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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