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성폭력 피하려다 살해”­…진실은?

입력 2014.06.12 (08:37) 수정 2014.06.1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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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달 말 경기도 파주의 한 모텔에서 30대 여성이 50대 남성을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붙잡혔습니다.

이 여성은 성폭력에 반항하다 우발적으로 남성을 살해했다고 주장해 왔는데요.

하지만 여러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어서 이승훈 기자가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여성의 주장과 경찰이 밝힌 정황에 다른 점들이 있다고요?

<기자 멘트>

네, 피의자인 여성은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호신용 칼을 휘두르다 남성을 살해했다 이렇게 주장을 해왔는데요,

그런데, 남성과의 만남부터 사건 이후의 행동. 그리고 호신용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크고 예리한 흉기까지.. 여러 가지 의문점이 제기돼 왔습니다.

사건 뒤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인지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31일.

인천 남동 공단의 한 골목길.

길을 걷던 공단 근로자가 담벼락에서 수상한 가방을 발견합니다.

가방 안에 든 건 끔찍하게도 누군가에 의해 잔인하게 훼손된 시신이었습니다.

<인터뷰> 송명수(강력5팀장/인천남동경찰서) : "목격자가 남동공단의 근로자였습니다. 담벼락에 가방 물체를 확인하고 열어봤더니 ‘사람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있다.’라고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즉시 수사에 들어간 경찰.

시신의 신원 파악과 함께, 주변 탐문을 시작했습니다.

그 무렵.

인천의 119 상황실에 접수된 실종 신고 전화.

가장이 귀가를 하지 않고 있다는 가족들의 신고였습니다.

<녹취> 명대훈(소방관/인천 119 종합지령실/27일) : "(남편이) 서울로 면접을 보러 간다고 나가서 아직 안 들어오고 있다. 전화도 꺼져 있고...’ 그래서 위치조회를 요청 한 거죠."

면접을 보겠다며 집을 나선 뒤 연락이 두절된 50대 남성.

<인터뷰> 장동구(여청계장/인천 서부경찰서) : "피해자의 휴대폰 위치 추적 마지막 장소가 경기도 파주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전단지를 배포를 하고 모텔 주변을 탐문하고 주변 CCTV를 탐문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사라진 50대 남성을 찾던 경찰은 경기도 파주의 한 도로변에서 실종자 소유의 차량을 발견합니다.

<녹취> "인근 모텔 관계자 그 차가 길 건너에서 발견됐지.(통일 전망대 입구?) 거기 맞아요."

주변 CCTV를 확인한 경찰.

사라진 50대 남성이 낯선 여자의 차에 타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여자의 차가 향한 곳은 파주의 한 무인 모텔이었습니다.

모텔 CCTV에는 실종자가 운전자인 30대 여성과 함께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촬영됐는데요.

그리고 사흘 뒤 자신의 차에 다시 모습을 나타낸 30대 여성.

그런데, 이번엔 혼자였습니다.

홀로 등장한 여성이 힘겹게 끌고 나온 커다란 검정색 가방.

이 가방은 인천 공단에서 발견된 훼손된 시신이 담긴 바로 그 가방이었습니다.

<녹취> 공장 관계자 : "한 이만큼 열어봤을 거야. 안 열어보면 모르잖아요. 이게 사람인지 뭔지... 열어 보고 피가 묻은 혈흔이 나와 가지고 그거 보고 신고했다."

경찰은 즉각 CCTV 속의 여성을 살인 용의자로 지목하고, 지난달 1일 검거했습니다.

<인터뷰> 송명수(강력5팀장/인천남동경찰서) : "용의자로 특정해 놓고 잠복을 좀 했었는데, 집에서 외출하려고 하는 거였기 때문에 그날도 저희들이 집에 있는 걸 검거했습니다."

경찰조사 결과 이 여성은 미리 갖고 있던 흉기로 남성을 살해한 뒤시신을 훼손해 인천의 공단과 파주의 농수로에 각각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피의자는 경찰조사에서, 강제적인 성관계를 시도하는 남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호신용 칼을 휘둘렀다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 송명수(강력5팀장/인천남동경찰서) : "자기를 성폭행 하려고 해서 본인이 호신용으로 가지고 있는 예리한 흉기로 살해했다고."

경찰은 두 사람이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송명수(강력5팀장/인천남동경찰서) : "범행이 이루어지기 전날 채팅으로 (이뤄진) 만남이었는데, 어떤 목적에 의해서 만나가지고 바로 모텔 들어가서..."

이후 모텔 안에서 남성은 잔인하게 살해됐습니다.

피의자가 사용한 흉기는 30cm 길이의 예리한 흉기.

여성이 호신용으로 들고 다니는 물건이라고 선뜻 여겨지지가 않습니다.

게다가 일부 범행 도구는 미리 준비한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송명수(강력5팀장/인천남동경찰서) : "상당히 예리한 칼이기 때문에 본인이 호신용으로 가지고 다닌 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지고, 칼을 미리 구입해서 가지고 다닌 점, 범행에 사용된 일부 도구를 사전에 준비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획된 살인으로 저희는 보고 있습니다."

살해 뒤의 행동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사건 직후 여성은 경찰 신고 대신 인근 상점에서 전기톱과 비닐, 세제 등을 구입해 잔인하게 시신을 훼손했습니다.

<인터뷰> 송명수(강력5팀장/인천남동경찰서) : "모텔은 범인이 살해하고 청소를 했습니다. 범행 이후에 청소를 깨끗이 하다 보니까 여관 종업원이나 업주가 몰랐다 합니다."

피해 남성의 신용카드를 사용한 혐의도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최근 이 여성이 사건직후 숨진 남성의 신용카드로 귀금속을 구입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송명수(강력5팀장/인천남동경찰서) : "처음에 300만 원 정도 구매하다가 그게 성공을 했죠. 그 직후에 바로 가서 500만 원대 카드를 결제하니까 귀금속 업주가 이상하게 본 거죠. 카드 소지자하고 카드 명의자가 다르단 얘기죠. 그래서 승인을 취소했던 거죠."

경찰 조사에서 일정한 직업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 피의자.

하지만 외제차를 소유하고 명품을 구입하는 등

비교적 여유로운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피의자 이웃 주민집 : "주인이 임대료 밀린 거 있고 그러니까 압류를 하겠다고, 명품 가방이랑 신발이랑 어마어마하게 많다 그랬잖아요. 자기 가방, 신발 이런 거에 대해서, 물건에 대한 애착이 엄청 강한..."

<인터뷰> 염건령(교수/한국범죄학연구소) : "정상적인 사람이면 절대로 피해자의 카드를 쓰지 않겠죠. 근데 그 카드를 들고 가서 귀금속을 샀다는 건 자기가 그동안 못 했던 과도한 소비로 인한 ..."

경찰은 이번 살인 사건에 계획성이 있다고 보고, 피의자의 혐의를 강도 살인으로 변경해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또 시신 유기 등에 공범이 있었는지 여부 등도 수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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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성폭력 피하려다 살해”­…진실은?
    • 입력 2014-06-12 08:39:30
    • 수정2014-06-12 1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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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경기도 파주의 한 모텔에서 30대 여성이 50대 남성을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붙잡혔습니다.

이 여성은 성폭력에 반항하다 우발적으로 남성을 살해했다고 주장해 왔는데요.

하지만 여러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어서 이승훈 기자가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여성의 주장과 경찰이 밝힌 정황에 다른 점들이 있다고요?

<기자 멘트>

네, 피의자인 여성은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호신용 칼을 휘두르다 남성을 살해했다 이렇게 주장을 해왔는데요,

그런데, 남성과의 만남부터 사건 이후의 행동. 그리고 호신용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크고 예리한 흉기까지.. 여러 가지 의문점이 제기돼 왔습니다.

사건 뒤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인지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31일.

인천 남동 공단의 한 골목길.

길을 걷던 공단 근로자가 담벼락에서 수상한 가방을 발견합니다.

가방 안에 든 건 끔찍하게도 누군가에 의해 잔인하게 훼손된 시신이었습니다.

<인터뷰> 송명수(강력5팀장/인천남동경찰서) : "목격자가 남동공단의 근로자였습니다. 담벼락에 가방 물체를 확인하고 열어봤더니 ‘사람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있다.’라고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즉시 수사에 들어간 경찰.

시신의 신원 파악과 함께, 주변 탐문을 시작했습니다.

그 무렵.

인천의 119 상황실에 접수된 실종 신고 전화.

가장이 귀가를 하지 않고 있다는 가족들의 신고였습니다.

<녹취> 명대훈(소방관/인천 119 종합지령실/27일) : "(남편이) 서울로 면접을 보러 간다고 나가서 아직 안 들어오고 있다. 전화도 꺼져 있고...’ 그래서 위치조회를 요청 한 거죠."

면접을 보겠다며 집을 나선 뒤 연락이 두절된 50대 남성.

<인터뷰> 장동구(여청계장/인천 서부경찰서) : "피해자의 휴대폰 위치 추적 마지막 장소가 경기도 파주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전단지를 배포를 하고 모텔 주변을 탐문하고 주변 CCTV를 탐문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사라진 50대 남성을 찾던 경찰은 경기도 파주의 한 도로변에서 실종자 소유의 차량을 발견합니다.

<녹취> "인근 모텔 관계자 그 차가 길 건너에서 발견됐지.(통일 전망대 입구?) 거기 맞아요."

주변 CCTV를 확인한 경찰.

사라진 50대 남성이 낯선 여자의 차에 타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여자의 차가 향한 곳은 파주의 한 무인 모텔이었습니다.

모텔 CCTV에는 실종자가 운전자인 30대 여성과 함께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촬영됐는데요.

그리고 사흘 뒤 자신의 차에 다시 모습을 나타낸 30대 여성.

그런데, 이번엔 혼자였습니다.

홀로 등장한 여성이 힘겹게 끌고 나온 커다란 검정색 가방.

이 가방은 인천 공단에서 발견된 훼손된 시신이 담긴 바로 그 가방이었습니다.

<녹취> 공장 관계자 : "한 이만큼 열어봤을 거야. 안 열어보면 모르잖아요. 이게 사람인지 뭔지... 열어 보고 피가 묻은 혈흔이 나와 가지고 그거 보고 신고했다."

경찰은 즉각 CCTV 속의 여성을 살인 용의자로 지목하고, 지난달 1일 검거했습니다.

<인터뷰> 송명수(강력5팀장/인천남동경찰서) : "용의자로 특정해 놓고 잠복을 좀 했었는데, 집에서 외출하려고 하는 거였기 때문에 그날도 저희들이 집에 있는 걸 검거했습니다."

경찰조사 결과 이 여성은 미리 갖고 있던 흉기로 남성을 살해한 뒤시신을 훼손해 인천의 공단과 파주의 농수로에 각각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피의자는 경찰조사에서, 강제적인 성관계를 시도하는 남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호신용 칼을 휘둘렀다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 송명수(강력5팀장/인천남동경찰서) : "자기를 성폭행 하려고 해서 본인이 호신용으로 가지고 있는 예리한 흉기로 살해했다고."

경찰은 두 사람이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송명수(강력5팀장/인천남동경찰서) : "범행이 이루어지기 전날 채팅으로 (이뤄진) 만남이었는데, 어떤 목적에 의해서 만나가지고 바로 모텔 들어가서..."

이후 모텔 안에서 남성은 잔인하게 살해됐습니다.

피의자가 사용한 흉기는 30cm 길이의 예리한 흉기.

여성이 호신용으로 들고 다니는 물건이라고 선뜻 여겨지지가 않습니다.

게다가 일부 범행 도구는 미리 준비한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송명수(강력5팀장/인천남동경찰서) : "상당히 예리한 칼이기 때문에 본인이 호신용으로 가지고 다닌 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지고, 칼을 미리 구입해서 가지고 다닌 점, 범행에 사용된 일부 도구를 사전에 준비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획된 살인으로 저희는 보고 있습니다."

살해 뒤의 행동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사건 직후 여성은 경찰 신고 대신 인근 상점에서 전기톱과 비닐, 세제 등을 구입해 잔인하게 시신을 훼손했습니다.

<인터뷰> 송명수(강력5팀장/인천남동경찰서) : "모텔은 범인이 살해하고 청소를 했습니다. 범행 이후에 청소를 깨끗이 하다 보니까 여관 종업원이나 업주가 몰랐다 합니다."

피해 남성의 신용카드를 사용한 혐의도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최근 이 여성이 사건직후 숨진 남성의 신용카드로 귀금속을 구입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송명수(강력5팀장/인천남동경찰서) : "처음에 300만 원 정도 구매하다가 그게 성공을 했죠. 그 직후에 바로 가서 500만 원대 카드를 결제하니까 귀금속 업주가 이상하게 본 거죠. 카드 소지자하고 카드 명의자가 다르단 얘기죠. 그래서 승인을 취소했던 거죠."

경찰 조사에서 일정한 직업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 피의자.

하지만 외제차를 소유하고 명품을 구입하는 등

비교적 여유로운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피의자 이웃 주민집 : "주인이 임대료 밀린 거 있고 그러니까 압류를 하겠다고, 명품 가방이랑 신발이랑 어마어마하게 많다 그랬잖아요. 자기 가방, 신발 이런 거에 대해서, 물건에 대한 애착이 엄청 강한..."

<인터뷰> 염건령(교수/한국범죄학연구소) : "정상적인 사람이면 절대로 피해자의 카드를 쓰지 않겠죠. 근데 그 카드를 들고 가서 귀금속을 샀다는 건 자기가 그동안 못 했던 과도한 소비로 인한 ..."

경찰은 이번 살인 사건에 계획성이 있다고 보고, 피의자의 혐의를 강도 살인으로 변경해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또 시신 유기 등에 공범이 있었는지 여부 등도 수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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