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여심잡기 총력전…‘유급 출산휴가 입법화”

입력 2014.06.2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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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과 시간외근무 수당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어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유급 출산휴가 카드를 꺼냈다.

23일(현지시간) 백악관 등의 주최로 워싱턴DC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일하는 가족 서밋' 행사에서다. 올 11월 중간선거 풍향을 좌지우지할 여심(女心)을 겨냥한 포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은 유급 출산휴가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유일한 선진국"이라며 "이제는 변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세계적으로 유급 출산휴가를 보장하지 않는 국가 리스트에 미국과 파푸아뉴기니, 스와질란드 단 3개국이 올라 있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많은 여성이 유급 출산휴가를 얻지 못하는 것은 용납되기 어렵다"며 "만일 프랑스가 할 수 있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처럼 유급 출산휴가 카드를 꺼낸 것은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을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그동안 관련 입법 추진을 다각도로 모색해왔으나 무급휴가 원칙을 강조하는 공화당의 부정적 기류로 인해 적극적 추진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는 현실적으로 재원마련이 쉽지 않다는 부담감도 작용했다. 이를 실현하려면 근로자들의 급여에서 일정 세금을 떼어내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증세에 따른 국민의 심리적 저항이 우려됐던 것이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선 유세과정에서 연간 소득이 25만 달러 미만인 가정에 대해서는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주(州)와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유급 출산휴가를 인정하면서 오바마 행정부로서도 태도가 바뀌었다. 특히 '우회적 방식'으로 관련 재원을 조달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서 적극적 입법추진 모드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발레리 자렛 백악관 선임고문은 기자들과 만나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사안에 대해 국가적 차원의 대화를 하고 싶어한다"며 "어떤 연방 프로그램이건 결국 비용이 문제이지만 우리는 중산층 가정에 대해 세금을 올리지 않는 방향으로 일을 추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로자 드로로(민주·코네티컷) 하원의원이 최근 발의한 법안이 주목을 받고 있다. 법안의 골자는 일단 사회보장관리청 기금을 활용해 출산 여성들에게 12주까지 유급휴직을 제공하고, 필요한 재원은 노사가 공동으로 임금의 0.2%씩 기부하는 방식으로 조달하는 것이다.

현재 캘리포니아와 로드아일랜드, 뉴저지주는 자체 입법으로 유급 출산휴가를 인정하고 있고 일부 기업들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2009년 취임 이후부터 백악관 여성직원들을 대상으로 6주간의 유급 출산휴가를 허용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유급 출산휴가 카드를 꺼낸 '일하는 가족 서밋'은 수개월 전부터 야심차게 기획된 이벤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과 노동부, 미국 진보센터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는 미국 각지의 여성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수백 여명이 집결한 가운데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온종일 진행됐다.

특히 외국인들로는 한국과 일본의 여성 리더를 각각 5명씩 초청해 주목을 받았다. 이는 지난 4월말 오바마 대통령의 한·일 순방 때 양국 정부가 요청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경우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의원과 김균미 서울신문 부국장, 한경희 생활과학 대표, 곽정은 코스모폴리탄 한국판 에디터, 이은영 한국기술과학대학 교수가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 여사, 조 바이든 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토머스 페레즈 노동부 장관, 니라 탠던 미국 진보센터 회장, 벳시 스티븐슨 경제자문위원 등이 참석했다.

행사에서는 ▲가족 문제 ▲노사가 함께하는 21세기 경제 ▲경력 사다리와 리더십을 주제로 전체회의가 열린 가운데 재능개발과 사업장 구조, 돌봄 서비스,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관련 직업 등을 주제로 한 소규모 토론이 이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어린 시절 그의 홀어머니가 '싱글맘'으로 겪었던 애환, 자신과 미셸 여사가 경험했던 어려움 등을 소개하며 직장 내에서의 여성 지위향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에 따라 유급 출산휴가 외에도 근로시간 유연화와 아이돌봄 서비스를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서 지난주말 라디오 주례연설에서 "우리는 노사를 모두 만나 일하는 부모들이 매일 직면하는 도전과제들과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정애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동일노동에 대한 동일임금, 가족 돌봄서비스 제공 등 여성 근로자들과 관련된 핵심이슈들을 매우 적극적인 방식으로 공론화하고 있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자신의 임기내에 반드시 제도적인 진전을 이뤄내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읽혔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우리 정부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여성근로자 관련 이슈들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며 "특히 여성 고용률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사회적 공론을 모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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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 여심잡기 총력전…‘유급 출산휴가 입법화”
    • 입력 2014-06-24 10:27:08
    연합뉴스
최저임금 인상과 시간외근무 수당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어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유급 출산휴가 카드를 꺼냈다. 23일(현지시간) 백악관 등의 주최로 워싱턴DC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일하는 가족 서밋' 행사에서다. 올 11월 중간선거 풍향을 좌지우지할 여심(女心)을 겨냥한 포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은 유급 출산휴가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유일한 선진국"이라며 "이제는 변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세계적으로 유급 출산휴가를 보장하지 않는 국가 리스트에 미국과 파푸아뉴기니, 스와질란드 단 3개국이 올라 있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많은 여성이 유급 출산휴가를 얻지 못하는 것은 용납되기 어렵다"며 "만일 프랑스가 할 수 있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처럼 유급 출산휴가 카드를 꺼낸 것은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을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그동안 관련 입법 추진을 다각도로 모색해왔으나 무급휴가 원칙을 강조하는 공화당의 부정적 기류로 인해 적극적 추진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는 현실적으로 재원마련이 쉽지 않다는 부담감도 작용했다. 이를 실현하려면 근로자들의 급여에서 일정 세금을 떼어내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증세에 따른 국민의 심리적 저항이 우려됐던 것이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선 유세과정에서 연간 소득이 25만 달러 미만인 가정에 대해서는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주(州)와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유급 출산휴가를 인정하면서 오바마 행정부로서도 태도가 바뀌었다. 특히 '우회적 방식'으로 관련 재원을 조달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서 적극적 입법추진 모드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발레리 자렛 백악관 선임고문은 기자들과 만나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사안에 대해 국가적 차원의 대화를 하고 싶어한다"며 "어떤 연방 프로그램이건 결국 비용이 문제이지만 우리는 중산층 가정에 대해 세금을 올리지 않는 방향으로 일을 추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로자 드로로(민주·코네티컷) 하원의원이 최근 발의한 법안이 주목을 받고 있다. 법안의 골자는 일단 사회보장관리청 기금을 활용해 출산 여성들에게 12주까지 유급휴직을 제공하고, 필요한 재원은 노사가 공동으로 임금의 0.2%씩 기부하는 방식으로 조달하는 것이다. 현재 캘리포니아와 로드아일랜드, 뉴저지주는 자체 입법으로 유급 출산휴가를 인정하고 있고 일부 기업들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2009년 취임 이후부터 백악관 여성직원들을 대상으로 6주간의 유급 출산휴가를 허용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유급 출산휴가 카드를 꺼낸 '일하는 가족 서밋'은 수개월 전부터 야심차게 기획된 이벤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과 노동부, 미국 진보센터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는 미국 각지의 여성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수백 여명이 집결한 가운데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온종일 진행됐다. 특히 외국인들로는 한국과 일본의 여성 리더를 각각 5명씩 초청해 주목을 받았다. 이는 지난 4월말 오바마 대통령의 한·일 순방 때 양국 정부가 요청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경우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의원과 김균미 서울신문 부국장, 한경희 생활과학 대표, 곽정은 코스모폴리탄 한국판 에디터, 이은영 한국기술과학대학 교수가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 여사, 조 바이든 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토머스 페레즈 노동부 장관, 니라 탠던 미국 진보센터 회장, 벳시 스티븐슨 경제자문위원 등이 참석했다. 행사에서는 ▲가족 문제 ▲노사가 함께하는 21세기 경제 ▲경력 사다리와 리더십을 주제로 전체회의가 열린 가운데 재능개발과 사업장 구조, 돌봄 서비스,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관련 직업 등을 주제로 한 소규모 토론이 이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어린 시절 그의 홀어머니가 '싱글맘'으로 겪었던 애환, 자신과 미셸 여사가 경험했던 어려움 등을 소개하며 직장 내에서의 여성 지위향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에 따라 유급 출산휴가 외에도 근로시간 유연화와 아이돌봄 서비스를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서 지난주말 라디오 주례연설에서 "우리는 노사를 모두 만나 일하는 부모들이 매일 직면하는 도전과제들과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정애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동일노동에 대한 동일임금, 가족 돌봄서비스 제공 등 여성 근로자들과 관련된 핵심이슈들을 매우 적극적인 방식으로 공론화하고 있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자신의 임기내에 반드시 제도적인 진전을 이뤄내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읽혔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우리 정부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여성근로자 관련 이슈들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며 "특히 여성 고용률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사회적 공론을 모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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