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사퇴 선언…마지막 격정 토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후보직 사퇴를 발표했다.

문 총리 후보자는 24일 오전 10시 서울 창성동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시점에서 사퇴하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드리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총리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문 후보자의 전격 사퇴로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뒤 2주일만에 총리 인선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안대희 전 총리후보자 사퇴에 이은 연이은 총리 후보자 낙마로 현 정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에 심각한 구멍이 드러났다. 검증 책임자인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책임론도 불러질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자는 기자 회견에서 “제가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이 나라는 극심한 대립과 분열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런 상황은 대통령이 앞으로 국정 운영을 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며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교회강연 발언 취지가 왜곡됐다며 언론과 정치권을 비판했다. 문 후보자는 “언론이 발언 몇 구절 따서 보도한다면 그것은 문자적인 사실 보도일뿐 진실 보도와는 거리가 멀다”며 “우리나라 언론이 진실을 외면한다면 이 나라 민주주의는 희망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신앙의 자유는 소중한 기본권”이라며 “제가 존경하는 김대중 대통령도 옥중서신에서 신앙을 고백했다. 제가 신앙고백을 한 것은 안 되고, 김대중 대통령이 고백한 것은 괜찮냐”고 반문했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이뤄지지 않은데 대한 아쉬움도 표했다. “대통령이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면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개최할 의무가 있다”며 “국회가 (청문회를 열지 않고)스스로 만든 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이 나라는 누가 법을 지키겠느냐”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일로 우리 가족은 뜻하지 않은 큰 기쁨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는 “검증 과정에서 너무 사리에 맞지 않는 비판이 나오기에 제 조부 이야기를 검증팀에 얘기했더니 검증팀이 뜻밖에 국가보훈처로부터 독립유공자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전날 국가보훈처가 독립유공자로 '애국장' 포상을 받은 문남규(文南奎) 선생이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조부로 추정된다고 발표한 사실을 언급한 것이다. 그는 “이 나라 독립을 위해 목숨 받친 분의 손자로서 비록 시간이 걸려도 보훈처가 다른 분의 경우와 똑같이 처리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