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높이 침수되면 어른도 지하공간 대피 못해”

여름철이 되면 반지하 또는 지하 주택에 침수 피해가 되풀이된다.

지하공간에 침수가 시작되면 신속하게 집을 빠져나와야 하지만 물건을 나르느라, 또는 물이 어느 정도 차올라도 지하를 빠져나가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서 대피가 지연되기도 한다.

그러나 안전행정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지하공간에서 실증 실험을 해본 결과 지상 기준으로 무릎 이상 높이로 물이 차면 성인이라도 지하계단을 벗어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연구원이 공개한 '지하 계단·출입문 침수시 대피능력 실증실험' 보고서를 보면 지상에서 성인 기준으로 발목높이(수심 17㎝)로 물이 차오르면 지하공간에 있는 남녀 모두 대피가 가능했다.

수심 35㎝ 정도의 정강이 깊이에서는 슬리퍼나 하이힐을 신은 여성이 물살에 중심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난간과 같은 지지물이 없는 계단이라면 자칫 쓰러져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상 기준 무릎 높이에 해당하는 45.5㎝가 넘는 침수 상황에서는 남녀를 불문하고 대피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출입문을 여는 실험 결과 무릎 바로 아래인 40㎝ 수심에서 남녀 모두 수압으로 문을 열기가 쉽지 않았다.

따라서 홍수가 났을 때 반지하 또는 지하 주택 거주자가 안전하게 대피하려면 지상층 기준으로 물이 무릎 높이까지 차오르기 전에 대피하되, 계단을 오를 때에는 쓰러지지 않도록 주변 난간이나 지지대를 이용하고 구두나 슬리퍼보다는 운동화를 신고 대피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연구원은 "물이 무릎 근처까지 차오를 정도로 침수가 진행됐다면 119나 외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