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 끝에 강도범 잡은 ‘모범시민’의 애타는 사연

입력 2014.06.27 (18:4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고아로 자라서 그런지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얼마 안 되지만 어르신들께 드렸을 뿐입니다"

27일 격투 끝에 강도범을 붙잡고 받은 포상금을 동네 홀몸노인들에게 전달한 유민우(42·자영업)씨는 쑥스러운 듯 말을 아꼈다.

유씨는 다섯 살이던 1977년 어딘가에서 길을 잃고 충남의 한 보육원에 맡겨졌다.

그곳에서 7년을 보낸 그는 초등학교 5학년이 되던 해 원장과 형들의 구타를 견디지 못하고 거리로 나왔다.

그때부터 중국집 배달 등 안 해본 일없이 천안 등지를 돌다가 열아홉 살 때 한 회사에 들어가면서 경기 안양에 정착했다.

자리가 잡히자 어렴풋이 기억나는 자신을 업고 염전 근처를 거닐던 할머니,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가슴에 사무쳤다.

2010년 1월 1일 가족을 찾는 프로그램인 KBS의 '그 사람이 보고 싶다'에 출연한 이유도 그래서다.

그러나 짧은 방송 분량 탓인지 기다리던 연락은 오지 않았고 유씨는 그렇게 가슴 한편을 비워둔 채 생업에 전념했다.

그러던 지난 19일 오후 11시 40분께 안양시 호계동 주택가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퇴근 준비를 하던 유씨는 창밖에서 들려오는 여성의 날카로운 비명에 곧장 밖으로 뛰쳐나갔다.

골목길에 주저앉은 여성 뒤로 달아나는 남성을 본 순간 강도임을 직감하고 50여m를 뒤쫓아 격투 끝에 제압한 뒤 경찰에 넘겼다.

안양동안경찰서는 유씨에게 감사장과 함께 포상금 50만 원을 수여했지만 유씨는 이모(83·여)씨 등 동네 홀몸노인 2명에게 포상금 전액을 전달했다.

유씨의 의로움과 선행을 알리기 위한 보도자료에 넣을 사진을 요청한 경찰관에게는 지금 모습 대신 보육원에 들어가자마자 찍은 어렸을 적 사진을 내밀었다.

유씨는 "생각할 겨를없이 몸이 반응해서 강도를 붙잡았을 뿐이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다만, 이번 일을 통해 어렸을 적 사진을 부모님이나 친척들이 보고 연락해주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격투 끝에 강도범 잡은 ‘모범시민’의 애타는 사연
    • 입력 2014-06-27 18:48:59
    연합뉴스
"고아로 자라서 그런지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얼마 안 되지만 어르신들께 드렸을 뿐입니다" 27일 격투 끝에 강도범을 붙잡고 받은 포상금을 동네 홀몸노인들에게 전달한 유민우(42·자영업)씨는 쑥스러운 듯 말을 아꼈다. 유씨는 다섯 살이던 1977년 어딘가에서 길을 잃고 충남의 한 보육원에 맡겨졌다. 그곳에서 7년을 보낸 그는 초등학교 5학년이 되던 해 원장과 형들의 구타를 견디지 못하고 거리로 나왔다. 그때부터 중국집 배달 등 안 해본 일없이 천안 등지를 돌다가 열아홉 살 때 한 회사에 들어가면서 경기 안양에 정착했다. 자리가 잡히자 어렴풋이 기억나는 자신을 업고 염전 근처를 거닐던 할머니,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가슴에 사무쳤다. 2010년 1월 1일 가족을 찾는 프로그램인 KBS의 '그 사람이 보고 싶다'에 출연한 이유도 그래서다. 그러나 짧은 방송 분량 탓인지 기다리던 연락은 오지 않았고 유씨는 그렇게 가슴 한편을 비워둔 채 생업에 전념했다. 그러던 지난 19일 오후 11시 40분께 안양시 호계동 주택가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퇴근 준비를 하던 유씨는 창밖에서 들려오는 여성의 날카로운 비명에 곧장 밖으로 뛰쳐나갔다. 골목길에 주저앉은 여성 뒤로 달아나는 남성을 본 순간 강도임을 직감하고 50여m를 뒤쫓아 격투 끝에 제압한 뒤 경찰에 넘겼다. 안양동안경찰서는 유씨에게 감사장과 함께 포상금 50만 원을 수여했지만 유씨는 이모(83·여)씨 등 동네 홀몸노인 2명에게 포상금 전액을 전달했다. 유씨의 의로움과 선행을 알리기 위한 보도자료에 넣을 사진을 요청한 경찰관에게는 지금 모습 대신 보육원에 들어가자마자 찍은 어렸을 적 사진을 내밀었다. 유씨는 "생각할 겨를없이 몸이 반응해서 강도를 붙잡았을 뿐이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다만, 이번 일을 통해 어렸을 적 사진을 부모님이나 친척들이 보고 연락해주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