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조부모는 힘들어~” 황혼의 육아전쟁

입력 2014.07.03 (08:17) 수정 2014.07.0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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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얼마 전 주위에 한 어르신이 막 고민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런데 이유가 손주가 또 생겼다는 거였습니다.

그분 엄마 대신 아이 봐주시나요?

어떻게 아셨어요.

척하면 딱이죠, 요즘 하나의 세태잖아요.

옛말에 손자손녀는 오면 반갑지만, 가면 더 반갑다고도 하는데, 할아버지 할머님들 정말 고생이 많으십니다.

그렇죠, 아무리 나이에 비해 젊어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하루 종일 아이들의 끊임없이 샘솟는 에너지를 당해내기에는 부담이 아닐까 싶은데요.

오늘 직접 만나보시죠,

김지원 아나운서.

<아나운서 멘트>

네, 옛날에 대가족이었을 때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주를 봐주는 일이 별로 어렵지 않았다고 합니다.

고모나 삼촌들도 함께 거들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핵가족이 된 요즘은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맞벌이 부부는 늘고, 아이를 믿고 맡길 보육시설은 많이 부족한 현실 속에, 선택의 여지가 없이 육아 전선에 뛰어들게 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 오늘 만나봅니다.

육아 휴직을 끝내고 출근한 딸을 대신해 쌍둥이 외손주들을 돌보는 이은희씨.

번갈아 울어대며 할머니를 찾는 쌍 둥이들 때문에, 잠시도 다리 뻗고 앉아 쉴 틈이 없습니다.

<인터뷰> 이은희(58 쌍둥이 외손주 육아) : "(딸이) 출근하고 할머니가 (아이들을) 보니까 힘들어요. 그렇다고 딸보고 출근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힘들어도 둘을 봐줘야죠."

끝없이 반복되는 육아.

그나마 얼마 전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육아 용품이 어려움을 덜어줍니다.

센서가 부착된 우윳병은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해 편리합니다.

대개 젖병 소독법은 젊은 엄마와 할머니 사이의 최대 쟁점인데요, 삶는 효과를 주면서 환경호르몬 걱정을 덜어주는 소독기가 든든한 지원군입니다.

<인터뷰> 이은희(58 쌍둥이 외손주 육아) : "옛날에는 저렇게 소독하고 그런 게 있었나요? 집에서 그냥 냄비같은 데다 끓여가지고 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다 좋은 걸로 쓰고 하니까 때로는 힘이 좀 들어도 먹이고 그런 거는 쉽더라고요."

최근 들어 육아용품 매장의 풍경이 바뀌고 있습니다. 늘어가는 황혼육아 어르신들이 큰 고객으로 떠오른 것입니다.

<인터뷰> 김쌍녀 (서울 강서구) : "너무너무 예쁘잖아. 아기자기 하고. 어쩌면 이렇게 물건들을 잘 해놨을까.. 가슴이 설레요 너무 좋아서.."

편리성을 강조한 유모차인데요.

손목을 이용해서 회전하시면 이렇게 접혀요.

설명 한마디도 놓치지 않습니다.

<녹취> "우리 친구 보니까 집안에서 애 놓고 일도 하더라고.. 이것도 있어야 돼. 없으면 애 보질 못 해. 힘들어서 못 봐. 팔뚝 아프고.."

황혼육아 용품들은 주고 가볍고 사용법이 편리하며 쉽게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 큰 특징입니다.

눈이 침침한 어르신을 위한 선명한 눈금의 우윳병, 서서 씻기는 욕조 같은 황혼 육아용품의 인기에 힘입어 2~3년 사이에 아동유아용품의 60대 이상 구매객이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인터뷰> 최은경 (ㄹ백화점 유아용품 담당 CMD) : "황혼육아라고 하잖아요.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조부모님들이 아이 육아를 분담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그래서 어르신들이 사용하기 편한 상품위주로 판매가 되고 있고 많이 찾고 계십니다."

황혼육아의 흐름에 맞춰 변화하는 것은 육아용품 뿐이 아닙니다.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 육아용품 박람회를 찾는 것은 더 이상 놀랄 일도 아니고,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한 맞춤 육아 교육 서비스도 등장해 육아 문화의 전반적인 흐름을 바꿔가고 있습니다.

하필분씨 역시 며느리가 일을 하는 동안 돌이 채 되지 않은 손자를 돌봐주는 황혼육아 할머니입니다.

<녹취> "엄마 올 때 됐네. 어머니~ 승윤아~~ 승윤아~~~ 손 씻고 와서 안아야지.."

퇴근하는 며느리가 반갑기로 치자면 하필분씨도 손자 못지 않습니다.

<녹취> "할머니가 밥줄께.."

식사를 준비할 요량으로 며느리에게 넘긴 손자가 금새 울음을 터뜨리고 맙니다.

<녹취> 김진현 : "제가 안으면 애가 울어요"

할머니 품에 안겨야 울음을 그치는 손자가 예쁘기도 하지만, 때론 며느리 눈치가 보이기도 합니다.

몸 힘든 것보다 더 괴로운 것은 불편한 마음.

육아를 담당하는 시어머니와 육아를 맡기는 며느리가 서로의 속마음을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육아에 관련된 질문에 각자의 생각을 썼는데요.. 생각이 많이 다르죠?!

<녹취> "(어머니 음매가 뭐예요?) 승윤이가 울 때 음매 음매 하면 무서워 해.."

아이를 위해서는 육아의 어려움도 공유해야 합니다.

<녹취> "아 어머니는 재울 때가 제일 힘들어요?"

<인터뷰> 하필분 (60 친손주 육아) : "힘든 내색을 해봐야 저희도 더 힘들 거고, 난 그래도 애기하고 같이 웃고 즐기고 있는데 저희는 나가서 일한다고 힘들잖아요.. (인터뷰)김진현 오늘 이 시간을 통해서 정말 힘든데도 저희한테 티도 안 내시고 그러려고 노력하시는 걸 보니까 좀 더 마음 아프고 더 잘 해 드려야 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맡는 사람도 맡기는 사람도 편치 않은 황혼육아.

그렇다면 가족간의 해법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인터뷰> 최광현(교수/한세대 치료상담대학원) : "어쩌면 황혼육아는 앞으로도 계속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모에게 부모의 노동과 시간의 투자에 대해서 말이라든가 마음으로라도 돌려주게 되면 이런 주고 받음을 통해서 도움을 받는 자녀 세대와 도움을 주는 부모 세대가 건강하게 관계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자식들 다 키우고 이제 좀 여유로워진 시기에 다시 육아 현장에 뛰어드는 황혼육아 어르신들.

가족 모두가 행복하려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주를 돌보는 마음으로 어르신들의 몸과 마음을 챙겨드려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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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포착] “조부모는 힘들어~” 황혼의 육아전쟁
    • 입력 2014-07-03 08:15:59
    • 수정2014-07-03 10:5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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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얼마 전 주위에 한 어르신이 막 고민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런데 이유가 손주가 또 생겼다는 거였습니다.

그분 엄마 대신 아이 봐주시나요?

어떻게 아셨어요.

척하면 딱이죠, 요즘 하나의 세태잖아요.

옛말에 손자손녀는 오면 반갑지만, 가면 더 반갑다고도 하는데, 할아버지 할머님들 정말 고생이 많으십니다.

그렇죠, 아무리 나이에 비해 젊어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하루 종일 아이들의 끊임없이 샘솟는 에너지를 당해내기에는 부담이 아닐까 싶은데요.

오늘 직접 만나보시죠,

김지원 아나운서.

<아나운서 멘트>

네, 옛날에 대가족이었을 때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주를 봐주는 일이 별로 어렵지 않았다고 합니다.

고모나 삼촌들도 함께 거들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핵가족이 된 요즘은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맞벌이 부부는 늘고, 아이를 믿고 맡길 보육시설은 많이 부족한 현실 속에, 선택의 여지가 없이 육아 전선에 뛰어들게 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 오늘 만나봅니다.

육아 휴직을 끝내고 출근한 딸을 대신해 쌍둥이 외손주들을 돌보는 이은희씨.

번갈아 울어대며 할머니를 찾는 쌍 둥이들 때문에, 잠시도 다리 뻗고 앉아 쉴 틈이 없습니다.

<인터뷰> 이은희(58 쌍둥이 외손주 육아) : "(딸이) 출근하고 할머니가 (아이들을) 보니까 힘들어요. 그렇다고 딸보고 출근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힘들어도 둘을 봐줘야죠."

끝없이 반복되는 육아.

그나마 얼마 전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육아 용품이 어려움을 덜어줍니다.

센서가 부착된 우윳병은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해 편리합니다.

대개 젖병 소독법은 젊은 엄마와 할머니 사이의 최대 쟁점인데요, 삶는 효과를 주면서 환경호르몬 걱정을 덜어주는 소독기가 든든한 지원군입니다.

<인터뷰> 이은희(58 쌍둥이 외손주 육아) : "옛날에는 저렇게 소독하고 그런 게 있었나요? 집에서 그냥 냄비같은 데다 끓여가지고 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다 좋은 걸로 쓰고 하니까 때로는 힘이 좀 들어도 먹이고 그런 거는 쉽더라고요."

최근 들어 육아용품 매장의 풍경이 바뀌고 있습니다. 늘어가는 황혼육아 어르신들이 큰 고객으로 떠오른 것입니다.

<인터뷰> 김쌍녀 (서울 강서구) : "너무너무 예쁘잖아. 아기자기 하고. 어쩌면 이렇게 물건들을 잘 해놨을까.. 가슴이 설레요 너무 좋아서.."

편리성을 강조한 유모차인데요.

손목을 이용해서 회전하시면 이렇게 접혀요.

설명 한마디도 놓치지 않습니다.

<녹취> "우리 친구 보니까 집안에서 애 놓고 일도 하더라고.. 이것도 있어야 돼. 없으면 애 보질 못 해. 힘들어서 못 봐. 팔뚝 아프고.."

황혼육아 용품들은 주고 가볍고 사용법이 편리하며 쉽게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 큰 특징입니다.

눈이 침침한 어르신을 위한 선명한 눈금의 우윳병, 서서 씻기는 욕조 같은 황혼 육아용품의 인기에 힘입어 2~3년 사이에 아동유아용품의 60대 이상 구매객이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인터뷰> 최은경 (ㄹ백화점 유아용품 담당 CMD) : "황혼육아라고 하잖아요.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조부모님들이 아이 육아를 분담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그래서 어르신들이 사용하기 편한 상품위주로 판매가 되고 있고 많이 찾고 계십니다."

황혼육아의 흐름에 맞춰 변화하는 것은 육아용품 뿐이 아닙니다.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 육아용품 박람회를 찾는 것은 더 이상 놀랄 일도 아니고,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한 맞춤 육아 교육 서비스도 등장해 육아 문화의 전반적인 흐름을 바꿔가고 있습니다.

하필분씨 역시 며느리가 일을 하는 동안 돌이 채 되지 않은 손자를 돌봐주는 황혼육아 할머니입니다.

<녹취> "엄마 올 때 됐네. 어머니~ 승윤아~~ 승윤아~~~ 손 씻고 와서 안아야지.."

퇴근하는 며느리가 반갑기로 치자면 하필분씨도 손자 못지 않습니다.

<녹취> "할머니가 밥줄께.."

식사를 준비할 요량으로 며느리에게 넘긴 손자가 금새 울음을 터뜨리고 맙니다.

<녹취> 김진현 : "제가 안으면 애가 울어요"

할머니 품에 안겨야 울음을 그치는 손자가 예쁘기도 하지만, 때론 며느리 눈치가 보이기도 합니다.

몸 힘든 것보다 더 괴로운 것은 불편한 마음.

육아를 담당하는 시어머니와 육아를 맡기는 며느리가 서로의 속마음을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육아에 관련된 질문에 각자의 생각을 썼는데요.. 생각이 많이 다르죠?!

<녹취> "(어머니 음매가 뭐예요?) 승윤이가 울 때 음매 음매 하면 무서워 해.."

아이를 위해서는 육아의 어려움도 공유해야 합니다.

<녹취> "아 어머니는 재울 때가 제일 힘들어요?"

<인터뷰> 하필분 (60 친손주 육아) : "힘든 내색을 해봐야 저희도 더 힘들 거고, 난 그래도 애기하고 같이 웃고 즐기고 있는데 저희는 나가서 일한다고 힘들잖아요.. (인터뷰)김진현 오늘 이 시간을 통해서 정말 힘든데도 저희한테 티도 안 내시고 그러려고 노력하시는 걸 보니까 좀 더 마음 아프고 더 잘 해 드려야 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맡는 사람도 맡기는 사람도 편치 않은 황혼육아.

그렇다면 가족간의 해법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인터뷰> 최광현(교수/한세대 치료상담대학원) : "어쩌면 황혼육아는 앞으로도 계속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모에게 부모의 노동과 시간의 투자에 대해서 말이라든가 마음으로라도 돌려주게 되면 이런 주고 받음을 통해서 도움을 받는 자녀 세대와 도움을 주는 부모 세대가 건강하게 관계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자식들 다 키우고 이제 좀 여유로워진 시기에 다시 육아 현장에 뛰어드는 황혼육아 어르신들.

가족 모두가 행복하려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주를 돌보는 마음으로 어르신들의 몸과 마음을 챙겨드려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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