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전쟁과 빈곤, 아프간에 희망 심다

입력 2014.07.12 (08:25) 수정 2014.07.1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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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됐던 마지막 부대인 오쉬노 부대가 지난달 말 임무를 마치고 무사히 귀환해 해산했습니다.

오쉬노 부대는, 민간이 주축이 된 지방재건팀과 함께 활동하면서 잦은 전쟁과 빈곤에 시달리는 아프간에 희망을 심어줬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정정이 불안한 아프간에서는 최근 대통령 선거가 실시됐지만 낙선 후보측의 불복으로 내전이 재발할 수 있다는 걱정스런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이지만 한국 민간 지방재건팀은 군부대 철수 이후에도 현지에 남아 재건 지원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복창현 특파원이 현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프가니스탄 북동부에 위치한 바그람 기지, 산악 지대에 둘러싸인 평지로 수도 카불에서 40km가량 떨어져 있습니다.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알카에다와 탈레반 무장세력 축출을 위해 이곳에 주둔해 있는 병력은 모두 14개 나라 3만 여명, 우리 오쉬노 부대도 폭염에 거센 모래 바람과 싸우며 함께 했습니다.

철군을 일주일 앞둔 지난달 중순, 기지 경계에 나선 한국군 병사들의 눈매가 매섭습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기에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기 때문입니다.

<녹취> "정지, 접근하지 말고 돌아가"

현지어로 '친구'를 뜻하는 오쉬노, 그동안 기지 방호뿐 아니라, 아프간 경찰 교육과 지역 학교 건설 지원 등 민사 작전을 맡아왔습니다.

<인터뷰> 필립 브리디(ISAF 동부사령부) : "부사령관 오쉬노 부대가 바그람 기지 경계와 현지 경찰력 강화 등 아프간 주민들을 위해 수행한 기여는 대단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오쉬노 부대가 아프간 재건 지원을 위해 파병된 때는 지난 2010년 7월, 지난 4년 동안 투입된 부대원은 2천 명에 이릅니다.

<인터뷰> 조성룡(중령/오쉬노 부대장) : "오쉬노 부대 전원은 대한민국 국군의 일원으로서 아프간의 재건과 평화를 위하여 기여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쉬노 부대 주둔지 옆, 아프간 현지인들을 위한 바그람 한국병원이 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치료를 받으려는 아프간 현지인들이 건물 밖에서 길게 줄을 서 있습니다.

이슬람권 휴일인 금, 토요일을 빼곤 언제든지 무료로 진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 아흐마드 칸(아프간 현지인) : "이곳은 처음인데 한국 의료진 기술이 뛰어나고 의료시설이 너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루 평균 이곳을 찾는 현지 환자들은 줄잡아 2백여 명, 아프간의 열악한 의료 수준 탓에 환자들 대부분은 현지 의료시설에선 치료가 힘든 상황입니다.

대부분 만성적인 질환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녹취> 이형민(바그람 한국 병원장) : "불균형한 식단을 유지하기 때문에 당뇨라든지 고지혈증 이런 대사성 질환이 많고요. 해산물 섭취를 못 하기 때문에 갑상선 질환도 상당히 많습니다."

12살 아프간 소년 타밈도 수술을 앞두고 있습니다.

간 혈관이 막혀 황달과 복부팽창 등으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온 타밈, 한국 의료진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지만 상태가 워낙 위중해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녹취> 이효준(집도의) : "좁아져 있는 간 문맥 부분을 넓혀줄 수는 없고 우회해서 다른 길을 하나 더 만들어주는 수술입니다.

<인터뷰> 샤 미르자(타밈 아버지) : "한국 의료진들이 여기 와서 도와줘서 고맙습니다. 우리 아들도 도와줘서 고맙고요."

외과와 치과 등 9개 진료 분야에서 의료 지원에 나선 한국인 의료진은 25명, 한국 바그람 병원이 문을 연 지난 2008년부터 지금까지 이곳을 거쳐간 환자만도 5만 명이나 됩니다.

바그람 인근 지역 주민 20만 명의 4분의 1에 이를 정돕니다.

바그람 오쉬노 부대 철군 이후에도 현지 주민들을 위한 이곳 한국 바그람 병원은 현지 사정을 고려해 당분간 더 운영될 예정입니다.

병원 옆 건물에서는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합니다.

한국 지방재건팀, PRT가 운영하는 현지인 직업훈련소입니다.

이곳에선 한국인 강사들이 컴퓨터와 전기 자동차 등 5개 분야에서 현지인들에게 기술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압둘 타와브(아프간 직업 훈련생) : "젊은이들을 상대로 다양한 직업훈련을 해줘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3년여 동안 한국직업훈련원에서 기술을 익힌 아프간 현지 젊은이들은 8백 명, 취업률은 거의 백%에 이릅니다.

<인터뷰> 공덕수(한국직업훈련원 원장) : "졸업생들이 주로 해외 엔지니어링 회사라든지 건설 회사에 취업해서 그 회사로부터 상당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우수 훈련생들에겐 한국 연수 기회도 주어질 뿐만아니라, 창업 지원도 해줍니다.

특히 무장단체 탈레반을 탈퇴한 전향자들을 위한 직업 훈련도 해줘 지역 사회로부터 호평을 얻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유철(한국 아프간지방재건팀/대표) : "이런 PRT 모델들이 앞으로 아프간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많이 퍼져나갔으면 하는 바람이고."

오쉬노 부대가 철군한 뒤 바그람병원 등 한국 지방재건팀의 경호는 우리 경찰이 맡게 됩니다.

<인터뷰> 나홍규(아프간 PRT 경찰파견단장) : "간접 공격은 물론이고 직접 침투를 노린 복합 공격 이런 것까지 가정해서 다양한 상황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1979년 소련 침공 이후, 바그람 지난 30여 년 동안 참혹한 전쟁과 내전에 시달린 아프가니스탄,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나라로 꼽히고 있습니다.

테러 집단과의 계속되는 전쟁과 정정 불안 속에 아직 들어서지도 못한 새 정부, 여기에 경제난과 높은 실업률은 아프간 주민들의 삶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만큼 아프간 현지 주민들이 한국 지방재건팀에 대한 거는 기대는 큽니다.

<인터뷰> 카렌 덱커(미 국무부 고위민간대표) : "앞으로도 한국 직업 훈련원과 병원이 아프간 주민들을 위해 계속 운영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아프간에 파병됐던 한국군 부대는 다산 동의 등을 포함해 모두 5개, 오쉬노 부대의 철군을 끝으로 지난 13년간의 아프간 파병 활동이 이제 역사로 남게 된 가운데, 한국 지방재건팀은 오늘도 아프간 주민들의 가슴에 희망의 씨앗을 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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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리포트] 전쟁과 빈곤, 아프간에 희망 심다
    • 입력 2014-07-12 08:58:38
    • 수정2014-07-12 10:35:13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됐던 마지막 부대인 오쉬노 부대가 지난달 말 임무를 마치고 무사히 귀환해 해산했습니다.

오쉬노 부대는, 민간이 주축이 된 지방재건팀과 함께 활동하면서 잦은 전쟁과 빈곤에 시달리는 아프간에 희망을 심어줬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정정이 불안한 아프간에서는 최근 대통령 선거가 실시됐지만 낙선 후보측의 불복으로 내전이 재발할 수 있다는 걱정스런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이지만 한국 민간 지방재건팀은 군부대 철수 이후에도 현지에 남아 재건 지원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복창현 특파원이 현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프가니스탄 북동부에 위치한 바그람 기지, 산악 지대에 둘러싸인 평지로 수도 카불에서 40km가량 떨어져 있습니다.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알카에다와 탈레반 무장세력 축출을 위해 이곳에 주둔해 있는 병력은 모두 14개 나라 3만 여명, 우리 오쉬노 부대도 폭염에 거센 모래 바람과 싸우며 함께 했습니다.

철군을 일주일 앞둔 지난달 중순, 기지 경계에 나선 한국군 병사들의 눈매가 매섭습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기에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기 때문입니다.

<녹취> "정지, 접근하지 말고 돌아가"

현지어로 '친구'를 뜻하는 오쉬노, 그동안 기지 방호뿐 아니라, 아프간 경찰 교육과 지역 학교 건설 지원 등 민사 작전을 맡아왔습니다.

<인터뷰> 필립 브리디(ISAF 동부사령부) : "부사령관 오쉬노 부대가 바그람 기지 경계와 현지 경찰력 강화 등 아프간 주민들을 위해 수행한 기여는 대단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오쉬노 부대가 아프간 재건 지원을 위해 파병된 때는 지난 2010년 7월, 지난 4년 동안 투입된 부대원은 2천 명에 이릅니다.

<인터뷰> 조성룡(중령/오쉬노 부대장) : "오쉬노 부대 전원은 대한민국 국군의 일원으로서 아프간의 재건과 평화를 위하여 기여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쉬노 부대 주둔지 옆, 아프간 현지인들을 위한 바그람 한국병원이 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치료를 받으려는 아프간 현지인들이 건물 밖에서 길게 줄을 서 있습니다.

이슬람권 휴일인 금, 토요일을 빼곤 언제든지 무료로 진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 아흐마드 칸(아프간 현지인) : "이곳은 처음인데 한국 의료진 기술이 뛰어나고 의료시설이 너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루 평균 이곳을 찾는 현지 환자들은 줄잡아 2백여 명, 아프간의 열악한 의료 수준 탓에 환자들 대부분은 현지 의료시설에선 치료가 힘든 상황입니다.

대부분 만성적인 질환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녹취> 이형민(바그람 한국 병원장) : "불균형한 식단을 유지하기 때문에 당뇨라든지 고지혈증 이런 대사성 질환이 많고요. 해산물 섭취를 못 하기 때문에 갑상선 질환도 상당히 많습니다."

12살 아프간 소년 타밈도 수술을 앞두고 있습니다.

간 혈관이 막혀 황달과 복부팽창 등으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온 타밈, 한국 의료진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지만 상태가 워낙 위중해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녹취> 이효준(집도의) : "좁아져 있는 간 문맥 부분을 넓혀줄 수는 없고 우회해서 다른 길을 하나 더 만들어주는 수술입니다.

<인터뷰> 샤 미르자(타밈 아버지) : "한국 의료진들이 여기 와서 도와줘서 고맙습니다. 우리 아들도 도와줘서 고맙고요."

외과와 치과 등 9개 진료 분야에서 의료 지원에 나선 한국인 의료진은 25명, 한국 바그람 병원이 문을 연 지난 2008년부터 지금까지 이곳을 거쳐간 환자만도 5만 명이나 됩니다.

바그람 인근 지역 주민 20만 명의 4분의 1에 이를 정돕니다.

바그람 오쉬노 부대 철군 이후에도 현지 주민들을 위한 이곳 한국 바그람 병원은 현지 사정을 고려해 당분간 더 운영될 예정입니다.

병원 옆 건물에서는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합니다.

한국 지방재건팀, PRT가 운영하는 현지인 직업훈련소입니다.

이곳에선 한국인 강사들이 컴퓨터와 전기 자동차 등 5개 분야에서 현지인들에게 기술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압둘 타와브(아프간 직업 훈련생) : "젊은이들을 상대로 다양한 직업훈련을 해줘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3년여 동안 한국직업훈련원에서 기술을 익힌 아프간 현지 젊은이들은 8백 명, 취업률은 거의 백%에 이릅니다.

<인터뷰> 공덕수(한국직업훈련원 원장) : "졸업생들이 주로 해외 엔지니어링 회사라든지 건설 회사에 취업해서 그 회사로부터 상당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우수 훈련생들에겐 한국 연수 기회도 주어질 뿐만아니라, 창업 지원도 해줍니다.

특히 무장단체 탈레반을 탈퇴한 전향자들을 위한 직업 훈련도 해줘 지역 사회로부터 호평을 얻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유철(한국 아프간지방재건팀/대표) : "이런 PRT 모델들이 앞으로 아프간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많이 퍼져나갔으면 하는 바람이고."

오쉬노 부대가 철군한 뒤 바그람병원 등 한국 지방재건팀의 경호는 우리 경찰이 맡게 됩니다.

<인터뷰> 나홍규(아프간 PRT 경찰파견단장) : "간접 공격은 물론이고 직접 침투를 노린 복합 공격 이런 것까지 가정해서 다양한 상황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1979년 소련 침공 이후, 바그람 지난 30여 년 동안 참혹한 전쟁과 내전에 시달린 아프가니스탄,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나라로 꼽히고 있습니다.

테러 집단과의 계속되는 전쟁과 정정 불안 속에 아직 들어서지도 못한 새 정부, 여기에 경제난과 높은 실업률은 아프간 주민들의 삶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만큼 아프간 현지 주민들이 한국 지방재건팀에 대한 거는 기대는 큽니다.

<인터뷰> 카렌 덱커(미 국무부 고위민간대표) : "앞으로도 한국 직업 훈련원과 병원이 아프간 주민들을 위해 계속 운영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아프간에 파병됐던 한국군 부대는 다산 동의 등을 포함해 모두 5개, 오쉬노 부대의 철군을 끝으로 지난 13년간의 아프간 파병 활동이 이제 역사로 남게 된 가운데, 한국 지방재건팀은 오늘도 아프간 주민들의 가슴에 희망의 씨앗을 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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