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eye] 쓰레기 대란, 산호가 죽어간다

입력 2014.07.12 (08:40) 수정 2014.07.1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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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남태평양의 산호초입니다.

산호 군락과 석회질 퇴적물이 암초처럼 변한 것인데요.

산호초를 이루는 산호 군락은 바다의 열대우림 역할을 합니다.

산호 군락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어 줍니다.

주변에 먹이도 풍부해서 해양 생태계의 중심 역할을 하죠.

이렇게 소중한 산호 군락이 남태평양에서 빠르게 파괴되고 있습니다.

쓰레기 대란으로 생기는 환경 파괴가 그 원인입니다.

쓰레기 섬으로 변해가면서 바다의 보물 산호까지 위협하는 남태평양 미크로네시아를 은준수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남태평양 미크로네시아의 추크 주.

300여 개에 달하는 섬을 거대한 반지 모양의 산호초인 '환초'가 에워싸고 있습니다.

둘레만 224km, 제주도가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지진 해일을 막는 천연 방파제 역할도 합니다.

잔잔한 바다 아래, 밀림처럼 우거진 산호 군락, 다양한 모양의 산호들은 열대어들의 먹이와 은신처를 제공합니다.

미생물과 무척추 동물까지, 이곳에 살고 있는 바다 생물만 100만 종류가 넘습니다.

그래서 산호들의 군락인 산호초는 해양 생태계의 중심으로 불립니다.

<인터뷰> 토마스 그루(해양생물학자) : "산호는 물고기에 먹이를 공급하고, 해안을 보호하는 모래를 공급하는 해양 생태계의 주요 자원입니다."

산호초는 이산화탄소를 소비하면서 지구 온난화 속도를 늦춰주기도 합니다.

산호 촉수에 살고 있는 식물 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하기 때문입니다.

바다 속에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꾸는데, 그 능력이 열대 우림에 버금갑니다.

이런 산호 군락이 해양 오염 때문에 사라지고 있습니다.

하얗게 죽은 산호들.

서식지에는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로 가득합니다.

<인터뷰> 토마스 그루(해양생물학자) : "산호가 공급하는 거대한 생태계를 잃을 겁니다. 돈을 내지 않아 가치를 계산하기 어렵지만, 그런 가치를 잃은 뒤에 알게 될 겁니다."

파도에 휩쓸려 뒤집힌 여객선은 13년째 방치돼 있습니다.

상당량의 기름이 유출됐지만. 이렇다할 방제 작업조차 없었습니다.

해안가도 생활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PET 병과 비닐을 물론 냉장고와 같은 가전제품, 자동차까지 버려져 있습니다.

<인터뷰> 카타 : "바닷물이 도로로 넘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이런 폐차들을 끌어다 놓은 겁니다."

최근 가까스로 마련된 쓰레기 매립지.

3년 전 부터 일부 주민들이 이곳에 쓰레기를 모아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축구장 3배 크기인 이 매립지 역시 포화 상태입니다.

<인터뷰> 길리언 :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매립장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간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수거 차량은 계속해서 쓰레기를 쏟아냅니다.

인화물질이 담긴 용기, 폐 목재 등을 분리하지 않은 채 버립니다.

음식물 쓰레기가 뒤섞여 악취를 뿜어내고 있지만 매립도 제대로 되지 않아 오염물질이 땅으로 스며들고, 일부는 바다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이 섬에 쓰레기가 넘쳐나기 시작했던 건 약 70년 전 부터입니다.

문명이 이기가 확산 되면서 자연으로부터 필요한 만큼만 얻고 살았던 주민들의 일상도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1940년대, 미 군정이 시작된 이후, 원주민들은 쏟아져 들어온 현대 문물의 편리함에 빠져들었고, 쓰레기는 급증했습니다.

더 이상 힘들게 열매를 수확하거나 물고기를 잡지 않고, 포장된 수입 식품을 선호하게 된 겁니다.

하지만. 자연으로 돌아갔던 열매 껍질이나 물고기 뼈와는 달리,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 등으로 만든 용기는 쉽게 썩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잭 샘 : "원주민들은 전통음식보다 더 많은 음식을 샀습니다. 쓰레기들이 늘게 된 가장 큰 이유입니다."

현대 의학이 보급되면서 4배 가까이 늘어난 인구도 산호의 서식 환경을 악화시켰습니다.

바다로 흘러드는 육지의 오염물질을 막는 맹그로브 숲.

나무 줄기와 뿌리 곳곳이 잘려나갔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이 지역에서만 20% 가까운 맹그로브 숲이 사라졌습니다.

<인터뷰> 김슨 : "많은 사람들이 나무를 잘라갑니다. 집을 짓거나 땔감으로 사용하기 위해서지요. 지금은 이렇게 망가졌지만 예전에는 울창했습니다."

실제로 가족 10명인 이 가정집에서 조리용으로 사용하는 나무는 하루 5kg 정도.

한 달이면 작은 맹그로브 나무 한 그루를 사용합니다.

<인터뷰> 미치에 : "가족 수가 많이 늘었지만. 화석 연료를 살 수 있는 돈은 없습니다. 그래서 맹그로브 나무를 쓸 수 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의 욕심도 산호의 생존을 직접 위협하고 있습니다.

시장이 형성되면서, 원주민들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물고기를 남획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업에는 폭약까지 사용됐고. 수 만년 이상을 살아온 산호는 한 순간에 파괴됐습니다.

<인터뷰> 티케이 : "시장에 물고기를 팔기 위해 한번에 많은 물고기를 쉽게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이너 마이트를 사용했습니다."

국민 1인당 국내 총생산이 3천 달러에 불과한 가난한 추크주의 주민들.

환경 오염과 무분별한 환경 파괴 속에 산호가 사라지고 있지만. 계속되는 생활고에 이런 문제를 고민할 여유는 없습니다.

최근 처벌 규정이 생겼지만. 지키는 사람도 드뭅니다.

<인터뷰> 샘 : "심각한 문제라고 우리가 얘기하지만, 사람들은 따르지 않습니다. 그냥 예전 방식대로 생활하기를 바랍니다."

정부 역시 환경 문제에는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때문에 단속이나 계도 활동 역시 턱없이 부족합니다.

<인터뷰> 시삼(추크주 공무원) : "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제한된 예산만 배정돼 있습니다. 환경 보호를 위해 좋은 프로그램이 있지만. 정부의 대응은 사실 매우 더딥니다."

산호가 가득한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왔던 원주민들.

강태공은 한가롭게 낚시를 즐기고, 아이들은 해맑은 모습으로 바다에 뛰어듭니다.

하지만. 편리함에 익숙해지고, 문명의 이기에 매몰된 사이.

이 열대 바다의 보물은 머지않아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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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eye] 쓰레기 대란, 산호가 죽어간다
    • 입력 2014-07-12 09:00:56
    • 수정2014-07-12 10:37:12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남태평양의 산호초입니다.

산호 군락과 석회질 퇴적물이 암초처럼 변한 것인데요.

산호초를 이루는 산호 군락은 바다의 열대우림 역할을 합니다.

산호 군락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어 줍니다.

주변에 먹이도 풍부해서 해양 생태계의 중심 역할을 하죠.

이렇게 소중한 산호 군락이 남태평양에서 빠르게 파괴되고 있습니다.

쓰레기 대란으로 생기는 환경 파괴가 그 원인입니다.

쓰레기 섬으로 변해가면서 바다의 보물 산호까지 위협하는 남태평양 미크로네시아를 은준수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남태평양 미크로네시아의 추크 주.

300여 개에 달하는 섬을 거대한 반지 모양의 산호초인 '환초'가 에워싸고 있습니다.

둘레만 224km, 제주도가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지진 해일을 막는 천연 방파제 역할도 합니다.

잔잔한 바다 아래, 밀림처럼 우거진 산호 군락, 다양한 모양의 산호들은 열대어들의 먹이와 은신처를 제공합니다.

미생물과 무척추 동물까지, 이곳에 살고 있는 바다 생물만 100만 종류가 넘습니다.

그래서 산호들의 군락인 산호초는 해양 생태계의 중심으로 불립니다.

<인터뷰> 토마스 그루(해양생물학자) : "산호는 물고기에 먹이를 공급하고, 해안을 보호하는 모래를 공급하는 해양 생태계의 주요 자원입니다."

산호초는 이산화탄소를 소비하면서 지구 온난화 속도를 늦춰주기도 합니다.

산호 촉수에 살고 있는 식물 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하기 때문입니다.

바다 속에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꾸는데, 그 능력이 열대 우림에 버금갑니다.

이런 산호 군락이 해양 오염 때문에 사라지고 있습니다.

하얗게 죽은 산호들.

서식지에는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로 가득합니다.

<인터뷰> 토마스 그루(해양생물학자) : "산호가 공급하는 거대한 생태계를 잃을 겁니다. 돈을 내지 않아 가치를 계산하기 어렵지만, 그런 가치를 잃은 뒤에 알게 될 겁니다."

파도에 휩쓸려 뒤집힌 여객선은 13년째 방치돼 있습니다.

상당량의 기름이 유출됐지만. 이렇다할 방제 작업조차 없었습니다.

해안가도 생활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PET 병과 비닐을 물론 냉장고와 같은 가전제품, 자동차까지 버려져 있습니다.

<인터뷰> 카타 : "바닷물이 도로로 넘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이런 폐차들을 끌어다 놓은 겁니다."

최근 가까스로 마련된 쓰레기 매립지.

3년 전 부터 일부 주민들이 이곳에 쓰레기를 모아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축구장 3배 크기인 이 매립지 역시 포화 상태입니다.

<인터뷰> 길리언 :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매립장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간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수거 차량은 계속해서 쓰레기를 쏟아냅니다.

인화물질이 담긴 용기, 폐 목재 등을 분리하지 않은 채 버립니다.

음식물 쓰레기가 뒤섞여 악취를 뿜어내고 있지만 매립도 제대로 되지 않아 오염물질이 땅으로 스며들고, 일부는 바다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이 섬에 쓰레기가 넘쳐나기 시작했던 건 약 70년 전 부터입니다.

문명이 이기가 확산 되면서 자연으로부터 필요한 만큼만 얻고 살았던 주민들의 일상도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1940년대, 미 군정이 시작된 이후, 원주민들은 쏟아져 들어온 현대 문물의 편리함에 빠져들었고, 쓰레기는 급증했습니다.

더 이상 힘들게 열매를 수확하거나 물고기를 잡지 않고, 포장된 수입 식품을 선호하게 된 겁니다.

하지만. 자연으로 돌아갔던 열매 껍질이나 물고기 뼈와는 달리,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 등으로 만든 용기는 쉽게 썩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잭 샘 : "원주민들은 전통음식보다 더 많은 음식을 샀습니다. 쓰레기들이 늘게 된 가장 큰 이유입니다."

현대 의학이 보급되면서 4배 가까이 늘어난 인구도 산호의 서식 환경을 악화시켰습니다.

바다로 흘러드는 육지의 오염물질을 막는 맹그로브 숲.

나무 줄기와 뿌리 곳곳이 잘려나갔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이 지역에서만 20% 가까운 맹그로브 숲이 사라졌습니다.

<인터뷰> 김슨 : "많은 사람들이 나무를 잘라갑니다. 집을 짓거나 땔감으로 사용하기 위해서지요. 지금은 이렇게 망가졌지만 예전에는 울창했습니다."

실제로 가족 10명인 이 가정집에서 조리용으로 사용하는 나무는 하루 5kg 정도.

한 달이면 작은 맹그로브 나무 한 그루를 사용합니다.

<인터뷰> 미치에 : "가족 수가 많이 늘었지만. 화석 연료를 살 수 있는 돈은 없습니다. 그래서 맹그로브 나무를 쓸 수 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의 욕심도 산호의 생존을 직접 위협하고 있습니다.

시장이 형성되면서, 원주민들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물고기를 남획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업에는 폭약까지 사용됐고. 수 만년 이상을 살아온 산호는 한 순간에 파괴됐습니다.

<인터뷰> 티케이 : "시장에 물고기를 팔기 위해 한번에 많은 물고기를 쉽게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이너 마이트를 사용했습니다."

국민 1인당 국내 총생산이 3천 달러에 불과한 가난한 추크주의 주민들.

환경 오염과 무분별한 환경 파괴 속에 산호가 사라지고 있지만. 계속되는 생활고에 이런 문제를 고민할 여유는 없습니다.

최근 처벌 규정이 생겼지만. 지키는 사람도 드뭅니다.

<인터뷰> 샘 : "심각한 문제라고 우리가 얘기하지만, 사람들은 따르지 않습니다. 그냥 예전 방식대로 생활하기를 바랍니다."

정부 역시 환경 문제에는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때문에 단속이나 계도 활동 역시 턱없이 부족합니다.

<인터뷰> 시삼(추크주 공무원) : "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제한된 예산만 배정돼 있습니다. 환경 보호를 위해 좋은 프로그램이 있지만. 정부의 대응은 사실 매우 더딥니다."

산호가 가득한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왔던 원주민들.

강태공은 한가롭게 낚시를 즐기고, 아이들은 해맑은 모습으로 바다에 뛰어듭니다.

하지만. 편리함에 익숙해지고, 문명의 이기에 매몰된 사이.

이 열대 바다의 보물은 머지않아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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