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골 시신으로 발견된 유병언, 밝혀야 할 미스터리 4제
입력 2014.07.22 (11:01)
수정 2014.07.2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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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2일 발견된 사체가 유병언씨가 맞다는 경찰 발표에도 불구하고 남은 의문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앞으로 수사기관이 풀어야할 유병언 죽음의 미스터리를 정리해 본다.
①2주만에 백골화?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 사체 부패 정도다.
변사체는 발견 당시 백골화가 80% 가량 진행된 상태였다.
부패가 심해 신체 형태로는 신원을 분간할 수 없는 정도였다.
지난 5월 25일 순천 송치재에서 달아난 것으로 알려진 유씨가 아무리 날씨가 더웠다해도 불과 18일 만에 반 백골 상태의 변사체로 발견된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한 경찰은 "20년간 사체를 다뤄온 경험으로 미뤄볼 때 이번 변사체를 유씨라고 믿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로 매장된 시신은 7~10년, 땅 위에 노출되는 시신은 1년 가량 지나야 연골 조직이 부패해 완전한 백골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의학계에서는 2주만에 부패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전남대 법의학 교실 김형석 교수는 “지난해 목욕탕에서 발견된 한 시신은 5일 밖에 안됐는데도 피부와 조직이 모두 없어졌다”며 “시신의 단백질과 지방양 등 부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다양하기 때문에 부패의 정도를 공식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씨 시신의 백골화가 야생동물이나 시식성(屍食性) 곤충에 의한 것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구더기' 때문에 뼈가 드러난 상태라는 얘기다.
전북대 의학전문대학원 이호 교수는 "노출된 부위에 구더기가 생길 경우 불과 며칠 만에 뼈가 드러날 만큼 훼손될 수 있다"며 현재 시신 상태만 가지고 사망시점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②술 안마시는 유 회장이 웬 술병?
경찰이 매실밭에서 발견된 변사체를 유씨라고 단정하는 결정적인 증거는 현장에서 발견된 유품들이다. 변사체 주변에서 구원파 계열사의 제품인 ‘스쿠알렌’빈통이 발견됐고, 함께 발견된 가방 안 쪽에는 유씨의 저서 제목인 ‘꿈 같은 사랑’글자가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들 물품과 함께 막걸리 1병, 소주 2명이 빈 채로 발견된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유씨는 평소 유기농 식품만 먹고, 술은 전혀 입에 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원파 이태종 대변인은 “순천 별장을 경찰이 급습했을 때까지만 해도 살아있던 유 전 회장이 2주 만에 완전 부패된 상태로 발견되는게 가능하냐”며 “그는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다. 유류품으로 빈 술병이 나왔다는 점도 사체가 유 전 회장이 아니라는 것을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도주 장기화에 따른 스트레스로 안 마시던 술을 그가 입에 댔을 가능성은 있다. 의료계에서는 고령이고, 고혈압과 당뇨 같은 지병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유씨가 술을 마시다 저혈당 쇼크로 사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③자연사? 타살?
변사체가 유씨가 맞다면 측근들의 비호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유씨가 왜 이렇게 허망한 죽음을 맞았는지도 규명해야 할 대목이다.
지금으로선 자연사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유씨가 두꺼운 겨울옷을 입고 있던 점으로 볼 때 송치재 별장에서 도주하며 일행과 흩어져 고립됐고, 숲속에서 노숙하다 사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고령인데다 극심한 스트레스, 지병 등이 비 내리는 날씨와 겹치면서 급격히 건강이 악화돼 자연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물론 사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부검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변사체의 부패 정도가 심해 사인을 규명하는데 애를 먹을 것으로 보인다. 혹여 자연사가 아니라면 자상을 비롯한 상처, 목졸리거나 반항한 흔적 등이 타살 여부를 가늠할 중요한 단서다. 약물에 의한 사망일 경우 위 내용물이나 혈액 분석이 필요하다. 헌데, 유씨의 경우 피부나 근육조직, 혈액이 대부분 부패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④유전자 검사에 40일 소요?
변사체가 유씨 것으로 확인되는데 40여 일이나 걸렸다는 것은 또 다른 의문점이다. 세월호 수색현장에서는 희생자가 수습되면 DNA검사를 통해 본인을 확인하는 데 딱 하루가 걸린다. 유씨 신원 확인에 40일이 걸렸다는 경찰 발표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에서 변사체를 발견한 경찰은 다음날 머리카락과 대퇴부뼈를 국과수에 보내 유전자 감정을 의뢰했다.
두 샘플 중 대퇴부뼈의 유전자 정보가 수사기관이 유씨의 것으로 추정해 확보해 놓은 유전자와 일치했고, 형 유병일씨와 같은 부모를 가진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변사체 머리카락을 통한 신원 확인은 실패했다. 머리카락의 모근이 살아 있어야 하는데 부패가 심해 모근이 상해 유전자 분석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경찰은 신원 확인이 한달 이상 걸린 이유에 대해 “대퇴부뼈를 통해 유전자를 분석하면 보통 그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특히 유전자의 부분인 미토콘드리아를 분석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전남대 법의학교실 김형석 교수도 “대퇴부는 뼈가 두꺼워 아주 작은 가루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해 신원 확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검찰과 경찰이 사체와 대조를 한 유전자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않아 신원 확인이 늦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금까지 확보된 유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전자는 금수원 압수수색 과정에서 유씨 집무실에서 발견한 유전자와 순천 송치재 인근 별장에서 발견한 유전자다. 여기에 더해 형 병일씨의 유전자도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들 유전자 정보는 모두 경찰이 아니라 검찰이 갖고 있는 정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지점 관계자는 “금수원에서 확보한 것과 형 병일씨의 유전자는 검찰이 확보해 대검에서 관리했지만 송치재 별장에서 나온 유전자는 경찰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병언 변사체 초동수사 미흡에 대한 책임으로 우형호 순천경찰서장이 22일 오후 전격 직위 해제됐다.
경찰청은 22일 “유병언 청해진해운 회장의 수사와 관련해 시신을 발견하고도 초동대처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우형호 서장을 직위 해제한다”고 밝혔다. 우 서장은 22일 오전 9시 언론과의 브리핑 이후 4시간 만에 경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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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4-07-22 11:01:20
- 수정2014-07-22 18:11:49
6월 12일 발견된 사체가 유병언씨가 맞다는 경찰 발표에도 불구하고 남은 의문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앞으로 수사기관이 풀어야할 유병언 죽음의 미스터리를 정리해 본다.
①2주만에 백골화?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 사체 부패 정도다.
변사체는 발견 당시 백골화가 80% 가량 진행된 상태였다.
부패가 심해 신체 형태로는 신원을 분간할 수 없는 정도였다.
지난 5월 25일 순천 송치재에서 달아난 것으로 알려진 유씨가 아무리 날씨가 더웠다해도 불과 18일 만에 반 백골 상태의 변사체로 발견된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한 경찰은 "20년간 사체를 다뤄온 경험으로 미뤄볼 때 이번 변사체를 유씨라고 믿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로 매장된 시신은 7~10년, 땅 위에 노출되는 시신은 1년 가량 지나야 연골 조직이 부패해 완전한 백골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의학계에서는 2주만에 부패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전남대 법의학 교실 김형석 교수는 “지난해 목욕탕에서 발견된 한 시신은 5일 밖에 안됐는데도 피부와 조직이 모두 없어졌다”며 “시신의 단백질과 지방양 등 부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다양하기 때문에 부패의 정도를 공식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씨 시신의 백골화가 야생동물이나 시식성(屍食性) 곤충에 의한 것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구더기' 때문에 뼈가 드러난 상태라는 얘기다.
전북대 의학전문대학원 이호 교수는 "노출된 부위에 구더기가 생길 경우 불과 며칠 만에 뼈가 드러날 만큼 훼손될 수 있다"며 현재 시신 상태만 가지고 사망시점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②술 안마시는 유 회장이 웬 술병?
경찰이 매실밭에서 발견된 변사체를 유씨라고 단정하는 결정적인 증거는 현장에서 발견된 유품들이다. 변사체 주변에서 구원파 계열사의 제품인 ‘스쿠알렌’빈통이 발견됐고, 함께 발견된 가방 안 쪽에는 유씨의 저서 제목인 ‘꿈 같은 사랑’글자가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들 물품과 함께 막걸리 1병, 소주 2명이 빈 채로 발견된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유씨는 평소 유기농 식품만 먹고, 술은 전혀 입에 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원파 이태종 대변인은 “순천 별장을 경찰이 급습했을 때까지만 해도 살아있던 유 전 회장이 2주 만에 완전 부패된 상태로 발견되는게 가능하냐”며 “그는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다. 유류품으로 빈 술병이 나왔다는 점도 사체가 유 전 회장이 아니라는 것을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도주 장기화에 따른 스트레스로 안 마시던 술을 그가 입에 댔을 가능성은 있다. 의료계에서는 고령이고, 고혈압과 당뇨 같은 지병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유씨가 술을 마시다 저혈당 쇼크로 사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③자연사? 타살?
변사체가 유씨가 맞다면 측근들의 비호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유씨가 왜 이렇게 허망한 죽음을 맞았는지도 규명해야 할 대목이다.
지금으로선 자연사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유씨가 두꺼운 겨울옷을 입고 있던 점으로 볼 때 송치재 별장에서 도주하며 일행과 흩어져 고립됐고, 숲속에서 노숙하다 사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고령인데다 극심한 스트레스, 지병 등이 비 내리는 날씨와 겹치면서 급격히 건강이 악화돼 자연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물론 사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부검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변사체의 부패 정도가 심해 사인을 규명하는데 애를 먹을 것으로 보인다. 혹여 자연사가 아니라면 자상을 비롯한 상처, 목졸리거나 반항한 흔적 등이 타살 여부를 가늠할 중요한 단서다. 약물에 의한 사망일 경우 위 내용물이나 혈액 분석이 필요하다. 헌데, 유씨의 경우 피부나 근육조직, 혈액이 대부분 부패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④유전자 검사에 40일 소요?
변사체가 유씨 것으로 확인되는데 40여 일이나 걸렸다는 것은 또 다른 의문점이다. 세월호 수색현장에서는 희생자가 수습되면 DNA검사를 통해 본인을 확인하는 데 딱 하루가 걸린다. 유씨 신원 확인에 40일이 걸렸다는 경찰 발표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에서 변사체를 발견한 경찰은 다음날 머리카락과 대퇴부뼈를 국과수에 보내 유전자 감정을 의뢰했다.
두 샘플 중 대퇴부뼈의 유전자 정보가 수사기관이 유씨의 것으로 추정해 확보해 놓은 유전자와 일치했고, 형 유병일씨와 같은 부모를 가진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변사체 머리카락을 통한 신원 확인은 실패했다. 머리카락의 모근이 살아 있어야 하는데 부패가 심해 모근이 상해 유전자 분석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경찰은 신원 확인이 한달 이상 걸린 이유에 대해 “대퇴부뼈를 통해 유전자를 분석하면 보통 그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특히 유전자의 부분인 미토콘드리아를 분석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전남대 법의학교실 김형석 교수도 “대퇴부는 뼈가 두꺼워 아주 작은 가루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해 신원 확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검찰과 경찰이 사체와 대조를 한 유전자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않아 신원 확인이 늦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금까지 확보된 유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전자는 금수원 압수수색 과정에서 유씨 집무실에서 발견한 유전자와 순천 송치재 인근 별장에서 발견한 유전자다. 여기에 더해 형 병일씨의 유전자도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들 유전자 정보는 모두 경찰이 아니라 검찰이 갖고 있는 정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지점 관계자는 “금수원에서 확보한 것과 형 병일씨의 유전자는 검찰이 확보해 대검에서 관리했지만 송치재 별장에서 나온 유전자는 경찰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병언 변사체 초동수사 미흡에 대한 책임으로 우형호 순천경찰서장이 22일 오후 전격 직위 해제됐다.
경찰청은 22일 “유병언 청해진해운 회장의 수사와 관련해 시신을 발견하고도 초동대처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우형호 서장을 직위 해제한다”고 밝혔다. 우 서장은 22일 오전 9시 언론과의 브리핑 이후 4시간 만에 경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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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희 기자 thepla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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