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전쟁에 희생되는 죄 없는 아이들

입력 2014.07.25 (18:06) 수정 2014.07.25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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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붕 없는 지상 최대의 감옥'으로 불리는 가자지구...

약 180만 명이 몰려 살고 있는 이곳은 요즘 끔찍한 비극의 현장입니다.

주택과 사원, 학교, 병원 등에 무차별적으로 떨어진 포탄으로 팔레스타인의 사망자는 8백 명을 넘어섰고 4천여 명이 다쳤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죽거나 다치고 울부짖는 이들의 상당수가 어린이라는 겁니다.

최근 전쟁은 이렇게 어린이까지 노리는 무자비한 양상으로 바뀌고 있어 우려가 큽니다.

국제부 정창화 기자와 알아봅니다.

<질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유혈사태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데요?

<답변>
네, 답답한 시간만 흐르고 있는데요, 이 비극을 이해하려면 먼저 가자지구의 지리적, 역사적 특수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자지구는 길이 40km, 너비 8km의 길쭉한 직사각형 모양인데요, 동쪽과 북쪽은 이스라엘이 쌓은 8m 높이의 장벽에 가로막혀 있고, 남쪽은 이집트에, 서쪽의 바닷길은 이스라엘 해군에 의해 각각 봉쇄됐습니다.

외부 통로라곤 이스라엘 쪽 에레즈 국경 검문소뿐인데 이마저도 급한 수술 같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통과가 가능합니다.

면적은 365제곱킬로미터, 서울의 절반보다 약간 큰 정도고, 인구는 180만 명입니다.

이 가자지구는 1967년 3차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이 차지했었는데요, 1994년부터는 국제 중재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다스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동예루살렘 지역엔 기독교의 성지인 예수 무덤성당과 십자가의 길이 있기도 하지만, 이슬람 4대 성지 중 한 곳인 알 아크사 사원도 함께 있습니다.

때문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종교적 주권 다툼이 끊이지 않습니다.

<질문>
지금까지 팔레스타인 사망자 8백여 명 가운데 어린이 희생자가 많은데요, 18세 미만 희생자가 20%나 된다구요?

<답변>
네, 이스라엘의 포격과 공습은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파놓은 땅굴에 집중되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 땅굴 입구가 주거 밀집 지역에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여성과 어린이 희생자가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가자지구의 해변.

축구를 하던 팔레스타인 소년들이 폭격 소리에 인근 건물로 황급히 몸을 피합니다.

그러나 곧이어 떨어진 이스라엘 해군의 포탄에 4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졌습니다.

<녹취> 목격자 : "이 소년이 그중 한 명이에요. 오, 신이시여."

어린이들이 치료받던 민간 병원마저 이스라엘군의 목표물이 됐는데요, 이번 공습으로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아이들 수는 헤아리기 힘든 상황입니다.

<녹취> 사이드 바라위(가자 시민) : "재앙입니다. 이스라엘 공습으로 주택들이 모두 무너졌어요."

<질문>
정말 분개할 만한 일인데.....

어린이를 목표로 겨냥하는 전쟁, 과거에도 있었죠?

<답변>
네, 힘이 지배하는 전쟁터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없는 어린이는 절대적인 약자죠.

그런데 문제는 지난 50년 간의 전쟁이 이런 양상으로 발전해 왔다는 겁니다.

미국 시사잡지 뉴요커가 분석한 건데요, 대표적인 사례로 르완다와 시리아 내전을 들었습니다.

1994년 르완다에선 종족분쟁으로 100만 명 이상이 희생됐습니다.

다수 부족인 후투족은 라디오를 통해 종족 간의 증오를 확산시키고 소수 부족인 후치족 말살을 선동했는데요, 당시 방송에 "큰 쥐를 잡기 위해선 작은 쥐를 잡아야 한다"는 말이 등장했습니다.

여기서 작은 쥐란 바로 어린이를 가리키는데요, 이후 넉 달 동안, 무려 30만 명의 후치족 어린이가 살해됐습니다.

시리아에서도 어린이를 목표로 하는 끔찍한 사건이 종종 보고됩니다.

지난 2011년, 13세 소년 함자 알 하티브가 반정부 시위에 따라나섰다 구금됐는데요, 한 달 뒤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왔습니다.

총상을 입은 시신은 고문을 받은 듯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는데요, 정부군과 반군 사이에 격한 대립과 진실 공방을 가져온 대표적 사례입니다.

아시다시피 시리아 내전 3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데요, 이 내전에서 숨진 어린이가 최소 만 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국제사회는 추산하고 있습니다.

<녹취> 사미 아부 주흐리(하마스 대변인) : "팔레스타인 소년들의 잔인한 죽음과 관련해 이게 전쟁 범죄, 국제법 위반이 아닙니까?"

<질문>
전 세계 분쟁 현장에서 어린이들이 고통받고 있는 곳이 많을텐데, 또 어떤 나라들이 있나요?

<답변>
네, 이달 초 유엔이 사무총장 연례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국가 간 전쟁보다는 내전으로 인한 어린이 피해를 우려했습니다.

전 세계 분쟁 현장에서 고통받고 있는 어린이들이 있는 대표적인 위험국가로는 소말리아와 남수단, 이라크, 시리아 등이 꼽혔습니다.

여기에 지난 4월 여학생 2백여 명이 납치된 나이지리아에도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유엔은 최근 이스라엘군의 인권 침해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나비 필라이(유엔 인권고등판무관) : "국제 인권 법률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이스라엘의 행동은 어떤 면에선 전쟁 범죄에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 미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이스라엘 군대가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자국 군대가 이번 가자지구 작전에서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구상 어떤 군대보다 높은 자제력을 보이고 있다는 게 주장의 근거였습니다.

하지만 8백 명이 넘는 희생자 수 앞에서 평화상 언급 자체가 어떤 설득력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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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이슈] 전쟁에 희생되는 죄 없는 아이들
    • 입력 2014-07-25 18:25:38
    • 수정2014-07-25 18:52:39
    글로벌24
<앵커 멘트>

'지붕 없는 지상 최대의 감옥'으로 불리는 가자지구...

약 180만 명이 몰려 살고 있는 이곳은 요즘 끔찍한 비극의 현장입니다.

주택과 사원, 학교, 병원 등에 무차별적으로 떨어진 포탄으로 팔레스타인의 사망자는 8백 명을 넘어섰고 4천여 명이 다쳤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죽거나 다치고 울부짖는 이들의 상당수가 어린이라는 겁니다.

최근 전쟁은 이렇게 어린이까지 노리는 무자비한 양상으로 바뀌고 있어 우려가 큽니다.

국제부 정창화 기자와 알아봅니다.

<질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유혈사태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데요?

<답변>
네, 답답한 시간만 흐르고 있는데요, 이 비극을 이해하려면 먼저 가자지구의 지리적, 역사적 특수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자지구는 길이 40km, 너비 8km의 길쭉한 직사각형 모양인데요, 동쪽과 북쪽은 이스라엘이 쌓은 8m 높이의 장벽에 가로막혀 있고, 남쪽은 이집트에, 서쪽의 바닷길은 이스라엘 해군에 의해 각각 봉쇄됐습니다.

외부 통로라곤 이스라엘 쪽 에레즈 국경 검문소뿐인데 이마저도 급한 수술 같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통과가 가능합니다.

면적은 365제곱킬로미터, 서울의 절반보다 약간 큰 정도고, 인구는 180만 명입니다.

이 가자지구는 1967년 3차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이 차지했었는데요, 1994년부터는 국제 중재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다스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동예루살렘 지역엔 기독교의 성지인 예수 무덤성당과 십자가의 길이 있기도 하지만, 이슬람 4대 성지 중 한 곳인 알 아크사 사원도 함께 있습니다.

때문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종교적 주권 다툼이 끊이지 않습니다.

<질문>
지금까지 팔레스타인 사망자 8백여 명 가운데 어린이 희생자가 많은데요, 18세 미만 희생자가 20%나 된다구요?

<답변>
네, 이스라엘의 포격과 공습은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파놓은 땅굴에 집중되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 땅굴 입구가 주거 밀집 지역에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여성과 어린이 희생자가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가자지구의 해변.

축구를 하던 팔레스타인 소년들이 폭격 소리에 인근 건물로 황급히 몸을 피합니다.

그러나 곧이어 떨어진 이스라엘 해군의 포탄에 4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졌습니다.

<녹취> 목격자 : "이 소년이 그중 한 명이에요. 오, 신이시여."

어린이들이 치료받던 민간 병원마저 이스라엘군의 목표물이 됐는데요, 이번 공습으로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아이들 수는 헤아리기 힘든 상황입니다.

<녹취> 사이드 바라위(가자 시민) : "재앙입니다. 이스라엘 공습으로 주택들이 모두 무너졌어요."

<질문>
정말 분개할 만한 일인데.....

어린이를 목표로 겨냥하는 전쟁, 과거에도 있었죠?

<답변>
네, 힘이 지배하는 전쟁터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없는 어린이는 절대적인 약자죠.

그런데 문제는 지난 50년 간의 전쟁이 이런 양상으로 발전해 왔다는 겁니다.

미국 시사잡지 뉴요커가 분석한 건데요, 대표적인 사례로 르완다와 시리아 내전을 들었습니다.

1994년 르완다에선 종족분쟁으로 100만 명 이상이 희생됐습니다.

다수 부족인 후투족은 라디오를 통해 종족 간의 증오를 확산시키고 소수 부족인 후치족 말살을 선동했는데요, 당시 방송에 "큰 쥐를 잡기 위해선 작은 쥐를 잡아야 한다"는 말이 등장했습니다.

여기서 작은 쥐란 바로 어린이를 가리키는데요, 이후 넉 달 동안, 무려 30만 명의 후치족 어린이가 살해됐습니다.

시리아에서도 어린이를 목표로 하는 끔찍한 사건이 종종 보고됩니다.

지난 2011년, 13세 소년 함자 알 하티브가 반정부 시위에 따라나섰다 구금됐는데요, 한 달 뒤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왔습니다.

총상을 입은 시신은 고문을 받은 듯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는데요, 정부군과 반군 사이에 격한 대립과 진실 공방을 가져온 대표적 사례입니다.

아시다시피 시리아 내전 3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데요, 이 내전에서 숨진 어린이가 최소 만 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국제사회는 추산하고 있습니다.

<녹취> 사미 아부 주흐리(하마스 대변인) : "팔레스타인 소년들의 잔인한 죽음과 관련해 이게 전쟁 범죄, 국제법 위반이 아닙니까?"

<질문>
전 세계 분쟁 현장에서 어린이들이 고통받고 있는 곳이 많을텐데, 또 어떤 나라들이 있나요?

<답변>
네, 이달 초 유엔이 사무총장 연례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국가 간 전쟁보다는 내전으로 인한 어린이 피해를 우려했습니다.

전 세계 분쟁 현장에서 고통받고 있는 어린이들이 있는 대표적인 위험국가로는 소말리아와 남수단, 이라크, 시리아 등이 꼽혔습니다.

여기에 지난 4월 여학생 2백여 명이 납치된 나이지리아에도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유엔은 최근 이스라엘군의 인권 침해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나비 필라이(유엔 인권고등판무관) : "국제 인권 법률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이스라엘의 행동은 어떤 면에선 전쟁 범죄에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 미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이스라엘 군대가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자국 군대가 이번 가자지구 작전에서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구상 어떤 군대보다 높은 자제력을 보이고 있다는 게 주장의 근거였습니다.

하지만 8백 명이 넘는 희생자 수 앞에서 평화상 언급 자체가 어떤 설득력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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