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검·경, 유령을 쫓다

입력 2014.07.25 (22:53) 수정 2014.07.25 (23:5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취재파일 K 한상권입니다.

사상 최대의 검거 작전이라고 했습니다.

유병언씨를 꼭 검거하겠다던 검찰,경찰, 한쪽은 은신처를 수색하면서도 숨어있던 유씨를 못 찾았고, 한쪽은 여러 정황들에도 불구하고 변사체를 대충 조사해 유씨 사망을 뒤늦게 확인했습니다.

취재파일 K, 유령을 쫓은 어이없는 유병언 수사, 오늘 이슈로 다룹니다.

추적 장소 지척에서 발견된 사체, 유병언으로... 유병언 지문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한 집에 있던 유병언, 수색하고도 모른 검찰 최고액 현상금...

사상 최대 검거작전...

40일 허송세월 추락한 검·경

<녹취> 이성한(경찰청장) : "사과 말씀 드린다"

<녹취> 황교안(법무) : "송구하다."

<앵커 멘트>

변사체로 발견된 유병언도 그렇지만 수사당국의 속속 드러나는 행태를 보면 더 어이없다 싶습니다.

송현정 기자와 함께 이 문제 짚어봅니다.

<질문>
유병언이 변사체로 발견된 지점이 사실, 유병언이 5월에 머물렀다는 은신처 별장과 상당히 가까운 곳이었잖아요.

이런 곳에서 변사체가 발견됐다면, 혹시 유병언과 관계는 없나, 살펴봤어야 하는 게 기본 중 기본일텐데요.

<답변>
네. 사체가 발견된 곳은 은신처였던 곳에서 단 2.5km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이런 곳에서 백발 남성 시신이 발견됐는데, 경찰,검찰, 단 한 사람도 유병언과 연결시켜 최소한의 의문을 품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도대체 현장은 어땠는지, 한승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전남 순천의 한 야산에 있는 매실밭입니다.

지난달 12일 오전.

매실밭 주인 박윤석 씨는 이곳을 지나가다 시신을 발견합니다.

박 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순천경찰서 강력팀과 과학수사팀, 서면파출소 직원 2명 등 경찰관들이 출동했습니다.

<녹취> 박윤석(최초 신고자) : "처음에 와 가지고 사진 다 찍었어요 몇명이서 왔었어요? 차가 두 대 왔으니까 다섯여섯명 정도 있었지요. 경찰에서 오고 순천 파출소에서 오고 두 군데서 왔어요."

출동한 경찰은 현장을 살피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그러나 시신은 상당히 부패가 심한 상태, 경찰은 점퍼 차림에 술병이 있는 것으로 미뤄 노숙인으로 여겼습니다.

<녹취> 경찰관·기자 : "완전히 헐어진 겨울옷에다가 소주도 있고 막걸리도 있고 안에 든 물건 자체가 거지들이나 갖고 있는 그런 물건들만 나왔기 때문에...(말하자면 전형적인 노숙인이나 그런 걸로 생각했던 거죠?) 당시에는 그랬을 거예요."

신고했던 박 씨도 시신을 노숙인으로 생각했습니다.

<녹취> 박윤석(최초 신고자) : "보따리를 봐도 아무것도 없는 빈병만 있고 소주병도 두 개, 막걸리병도 플라스틱으로 된 거 하나. 경찰 아저씨가 행태를 보니까 노숙자라고 해서 아 노숙자인가보다."

1차로 시신을 부검한 담당 의사도 시신이 상당히 훼손돼 있어 사인이나 사망 시점을 추론하기 어려운 상태였다고 말합니다.

<녹취> "굉장히 부패가 심하게 진행...두개골 뼈만 거의 남아있는 상태.몸도 마찬가지.구더기에 의한 훼손이 굉장히 많았다."

경찰은 시신이 발견된 이튿날인 6월 13일, 광주 과학수사연구소에 시신 감정을 의뢰했습니다.

훼손된 시신의 DNA 감정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신원이 불분명한 시신의 일반적인 수사 과정이었습니다.

노숙자로 여긴 터라 신원 확인을 재촉할 이유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40일이 지난 지난 21일 저녁, 순천경찰서에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옵니다.

시신의 DNA가 경찰이 순천 별장과 금수원에서 확보한 유병언 전 세모그룹회장의 DNA와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가 그것입니다.

경찰은 이때까지 매실밭의 시신이 자신들이 그토록 찾고 있었던 유병언인 줄을 까마득히 몰랐던 겁니다.

시신이 발견된 매실밭입니다.

이곳은 유 씨가 달아났던 별장에서 3킬로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검찰과 경찰은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이 일대를 수색해왔지만 이곳은 수색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습니다.

유 씨가 지난 5월 25일, 수사 당국을 피해 달아났던 별장입니다.

이 별장에서 시신이 발견된 매실밭까지 차로는 5분, 걸어서는 30분 거리입니다.

경찰은 유 씨를 찾으려고 55차례에 걸쳐 8천여 명을 투입해서 이 별장과 송치재 휴게소 일대를 수색해왔습니다.

그러나 시신이 부패될 때까지 이렇게 가까운 매실밭은 수색 범위 밖이었습니다.

<녹취> 김동수(주민)·기자 : "지나가는 차들 검문만 계속했지. 하루도 안빠지고. (이쪽으로는 잘 안 왔어요?) 그렇지."

유씨가 도보로 도주할 가능성은 생각지도 않은 겁니다.

유씨 별장 인근에서 대대적인 수색을 벌이는 와중에, 역시 인근에서 시신이 발견됐는데도 시신이 유벙언일 수도 있다는 의심은 전혀 없었습니다.

<녹취> 경찰관·기자 : "(사석에서라든지 경찰관분들께서 서로 이야기할 때 이 변사체가 혹시 유병언 아닐까 이런 이야기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지금 결론을 가지고 이야기를 했는데 말씀드렸잖아요. 전혀 그런 생각 누가 상상해본 사람이 없다고..."

시신 신고 당시 출동했던 서면파출소.

이 파출소에서 출동했던 경찰관이 변사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이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순천경찰서 서면파출소 관계자·기자 : "(6월 12일 당시에 작성했던 변사 보고서 있잖아요. 그것 좀 볼 수 있을까요?) 그건 경찰서 가셔서 정보공개 요청하셔야 되고요. 저희가 여기엔 아예 없고 경찰서 가셔야돼요. 서류 자체가 다 가버리기 때문에 저희는 가지고 있는 게 없고요."

경찰은 초동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점을 인정했습니다.

<녹취> 우형호(전 전남 순천경찰서장) : "우리가 완벽하지 못했다는 거 인정하고요, 그렇습니다."

독극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술병은 감식 의뢰조차 하지 않았고, 머리카락 뭉치는 유씨 시신으로 확인된 뒤에도 현장에 있었습니다.

경찰은 뒤늦게 대대적인 주변 수색을 벌이고 있습니다.

<질문>
그런데 유병언씨 사망에 사실 여러 의문들이 남지 않습니까?

사인도 그렇지만, 시신 훼손 정도도 그렇고....

<답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변사자가 유병언씨 확실하다며, 논란들을 해소시키기 위해 상당히 신경을 썼습니다만, 명확한 사인은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김대영 기자가 남은 의혹들을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갑작스레 시신으로 발견된 유병언은 큰 충격을 준 동시에 여러 의문을 품게 했습니다.

유병언 맞나?

<인터뷰> 김은경(서울 영등포구) : "시체 부패된 정도라든지 이런 것도 좀 말이 안 되고요."

유 씨의 시신은 발견 당시 부패가 매우 심한 상태였습니다.

경찰은 80% 정도 백골화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마지막 행적 이후 시신으로 발견되기 까지 길어야 18일 정도만에 이 정도 부패가 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매우 예외적이긴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합니다.

유씨가 별장에서 도주했을 때로 추정되던 당시 순천의 낮 기온은 30도를 웃돌았고, 평균 습도도 74%나 됐습니다.

<인터뷰> 이윤성(교수/서울대 법의학교실) : "낮 온도가 25도 30도까지 올라가고 5월말 6월초 그때는 야생동물이나 시식성 곤충이나 이런 동물들의 활동이 굉장히 활발하기 때문에 시체 훼손이 빨라져요. 그래서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의심할 수 없는 증거는 DNA와 지문입니다.

첫 번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골반뼈 DNA 확인.

두 번째, 경찰의 변사체 오른손 둘째 손가락 지문 확인.

세 번째 서울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에 의한 7개 부위 DNA 확인.

네 번째 치아 상태 확인.

모두 변사체의 신원이 유병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서중석(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 : "유병언과 동일한 유전자 결과를 얻게 돼서 이건 과학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부정할 여지가 전혀 없는 결과를 얻게 됐다."

유병언 사인은?

<인터뷰> 이동열(서울 광진구) : "누가 살인을 해서 사체를 갖다놨는지 이걸 밝히지 않으면 절대 검경을 신뢰할 수 없습니다."

시신이 유병언으로 확인된만큼 남아있는 핵심 의혹은 사망 원인입니다.

경찰은 당초 타살로 볼 만한 단서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시신에 목을 조르거나 폭행을 한 흔적이 없다는 겁니다.

<인터뷰> 우형호(전남 순천경찰서장) : "1차적으로 타살 혐의는 없는 것으로 외견상 보입니다."

부검을 통한 정밀감식을 벌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사인을 끝내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확인된 사실은 독극물에 의한 사망은 아니다, 그리고 질식이나 폭행, 즉 타살 가능성은 확인할 수 없다는 겁니다.

<녹취> 이한영(법의학센터장) : "너무 많은 조직의 손실이 있었기 때문에 사인 규명의 실마리들이 전혀 관찰되지 않아서 사인 불명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타살이 아니라면 자연사 또는 자살입니다.

우선 유병언이 처한 상황으로 볼 때 자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인터뷰> 이윤호(교수/동국대 경찰행정학과) : "자살한만한 동기가 하나도 없잖아요. 내 주위에는 10만명의 구원파가 있고 난 구원파 왕국의 신인데 그런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이유는 없고, 또 목숨을 끊는다고 하더라도 마치 내가 정말 박해받는 종교인의 숭고한 죽음을 택하지 이렇게 비참하게 숨어서 죽진 않았을 것이고..."

이 때문에 발견 직후에는 유씨가 도피 과정에서 질병이나 저체온증으로 숨졌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습니다.

급박한 도피 행각으로 극도의 불안과 피로 속에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산 속을 헤매다 숨졌다는 추정입니다.

<인터뷰> 표창원(범죄심리학자) : "스스로가 질병이나 호흡곤란 심장박동의 정지 저체온 이런 몸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 때문에 발생한 사망일 가능성, 그것이 가장 높은 가능성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시신 발견 당시 사진이 유출되면서 사진을 본 전문가들은 타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유씨의 시신은 발견 당시 반듯이 하늘을 보고 누운 채로 발견됐습니다.

<녹취> 과학수사경찰관 : "지병으로 인해서 사망한 것 같으면 고통스러운 자세가 나와야 되거든. 부자연스럽죠. 그쪽에 너무 반듯하게 누워져 있어서. 그런 거를 보면 제3의 장소에서 사망한 상태에서 옮긴 것 같아요. 누군가에 의해 옮겨진 게 아닌가."

또 발 아래 놓여있는 신발이 발과 반대 방향인 점도 석연치 않습니다.

<녹취> 현직 과학수사경찰 : "누워있는 상태에서 자연적으로 부패가 됐다고 하면 (신발의 방향이) 그렇게 될 수가 없지."

이밖에도 타살을 의심해볼 수 있는 핵심 정황은 돈입니다.

목격자들의 말에 따르면 유 씨는 여행용 가방에 현금 20억원 정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유씨는 발견 당시 현금을 한푼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별장에서 발견된 10억원을 빼더라도 수억원을 갖고 있을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지만 지갑 자체가 없었습니다.

도주자가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는 휴대전화를 갖고 있지 않았던 것도 의문입니다.

먹을 것도 육포를 조금 챙겼을 뿐입니다.

술을 먹지 않는 유병언의 가방에서 빈 술병들이 나온 것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전문가들은 유씨가 타살될 동기는 충분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윤호(교수/동국대 경찰행정학과) : "유병언이가 죽음으로써 4천억원 ~6천억운의 구원파 재산이 그대로 보존될 수 있죠. 또 유병언이가 죽음으로써 구원파 조직이 그대로 존재할 수 있죠. 유병언이가 그동안 정관계 로비를 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관련돼 있던 사람들도 이 사람이 죽음으로써 두 다리 쭉뻗고 잘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유병언을 그림자처럼 보필하다 검찰이 별장을 수색하기 직전에 달아난 운전기사 양회정 씨, 그의 행적이 의문의 죽음을 풀어낼 열쇠입니다.

<질문>
그런데 수사당국이 설명을 내놓아도 의혹이 수그러들지 않고, 또 이런저런 루머들이 돌고 있습니다.

수사당국을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

<답변>
별장에 숨어있던 유병언을 수색을 하면서도 몰랐고, 별장 근처에서 발견된 변사체인데도 아무런 의심이 없던 검찰, 경찰이었습니다.

세월호 구조에서만 국가가 무능한 게 아니라, 수사도 무능했습니다.

수사 곳곳에서 드러난 부실의 흔적들을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사체 발견 당시 현장에는 사체의 신원을 말해주는 증거들이 널려있었습니다.

세모에서 나온 스쿠알렌 병, 가방에 쓰인 유씨의 책 제목.

그런데 이 유류품을 경찰은 그냥 넘겼습니다.

<인터뷰> 순천서장(22일 오전) : "스쿠알렌, 그쪽 계열 회사로 나중에 확인되고그때 당시는 몰랐습니다. 천가방에 있는 그것도 유병언씨가 쓴 책 제목으로.. 그것도 당시에는 몰랐습니다."

변사자 지문은 신원확인을 위해 열 손가락 다 채취해야 하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녹취> "지문을 좌우 손 열손가락을 다 떳어야 됐는데 안 떴고.채취를 안 했고."

변사 사건 지휘를 맡은 검사의 지휘 내용도 간단했습니다.

사망 원인을 밝힌 뒤 시신을 유족에 인계하라는 겁니다.

검찰이 경찰로부터 이 서류를 받아 담당 검사가 지휘 의견을 쓰고 결재를 맡아 경찰에 넘기기까지는 단 1시간 2분이 걸렸습니다.

아무 의심 없이 살폈다는 겁니다.

이렇게 40일을 보내고 국과수 DNA 검사 결과가 나온 게 21일 저녁, 검찰이 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발부받은 날이었습니다.

죽은 사람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한 겁니다.

<인터뷰> 차장검사 : "유병언에 대한 구속영장이 새로이 발부되었으므로 추적에 더욱 총력을 기울여 반드시 검거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사체 확인만 허술했던 게 아니라 사상 최대라던 수색 역시 허점을 드러냈습니다.

유병언씨가 한때 은신했던 순천 송치재 부근 별장.

나무 벽인듯 한데 문이 열리고, 10 제곱미터 정도의 공간이 드러납니다.

성인 서너 명이 있을 수 있는 정도의 크기.

5월 25일 검찰이 이 곳을 급습했을 당시 유씨가 이곳에 숨어있었습니다.

은폐가 정교했다고는 하지만, 검찰 수사팀 수십여 명이 한시간 50분 동안 130 제곱미터 별장을 수사하고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입니다.

<녹취> 황교안(국회) : "몇 차례에 걸쳐서 뒤졌는데 그러나 저희들이 다 미치지 못해서 발견하지 못한 걸로 보고를 받았습니다."

이런 사실은 당시 유씨와 함께 있던 여비서 신씨 진술로 지난달 26일 드러났는데, 검찰은 그간 이를 철저히 숨겨오다 이틀 전에야 슬그머니 밝혔습니다.

정보를 공유했어야 할 경찰은 언론을 통해서야 이런 사실을 알았습니다.

검찰이 금수원을 압수수색하던 지난달 11일, 금수원 대강당에서 대낮에 낮잠을 자던 이들, 검찰 수사관이었습니다.

그 시각, 경찰 병력 8백여 명은 밖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경찰에서는 검찰이 중요 정보는 주지 않은 채 검문 검색 등에 부리기만 한다는 불만이 수사 내내 나왔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유병언 씨에 대한 자료 같은 게 수시로 공개되고 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기 때문에, (수배) 차량 번호만 들어와 있어요."

검찰의 수사 방식 자체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검찰이 유병언씨 출석을 통보한 게 5월 13일, 사흘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21일 금수원에 진입합니다.

상당 시일 동안 진입을 예고한 것이나 다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지난 1993년 서해 페리호 침몰 사고의 수사 검사는 검찰의 판단력 문제를 지적합니다.

<녹취> 김희수(변호사) : "서해 페리호 때는 사건 당일 압수수색을 했거든요 모르게 해야지,상대방이 아는 순간에 어떤 방어책을 쓰고 증거를 훼손시킬 수도 있고 도망가버릴 수도 있고.수사라고 하는 것은 그래서 전격적이기도 하고 아무도 모르게 밀행성을 띄어서 하는 게 수사의 본질이라고..."

그나마 유씨 장남 대균씨가 잡혔지만 이제 유씨 재산을 환수할 방법도 상당히 어려워졌습니다.

피의자가 숨져 공소권이 사라졌기 때문에 추징에 문제가 생긴 겁니다.

민사상 가압류 역시, 유씨 사망 시점이 언제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녹취> 김희수(변호사) : "가압류의 경우 만약 유병언씨가 살아 생전에 채무자를 유병언씨로 해서 유병언씨 재산에 가압류를 했다면 이건 유효합니다. 만약 사망한 사람을 상대로 해서 가압류를 했다면 이건 무효가 됩니다."

속속 드러나는 부실 수사의 민낯에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의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녹취> "어떻게 세월호 관련하여 정부가 밝히는 모든 것이 확실한 것 없이 의혹 투성이인지 모르겠습니다.정부의 또다른 무능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참사 백일, 안산에서 서울까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1박 2일을 걸었습니다.

부실 구조에서 시작된 세월호 참사와 부실 수사가 드러난 세월호 백일, 4월 16일 이후의 대한민국은 다를 것이라던 정부의 공언은 이들에게 지키지 못한 약속이 됐습니다.

<앵커 멘트>

유가족들의 공권력에 대한 불신은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의 부실 때문인 것 같습니다.

<답변>
골든 타임, 수사에서도 놓쳤습니다.

유병언은 못 잡았지만, 남은 의혹들을 얼마나 풀어내느냐가 신뢰를 잃은 공권력에게 남은 과제일 겁니다.

송현정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슈] 검·경, 유령을 쫓다
    • 입력 2014-07-25 19:10:43
    • 수정2014-07-25 23:50:32
    취재파일K
<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취재파일 K 한상권입니다.

사상 최대의 검거 작전이라고 했습니다.

유병언씨를 꼭 검거하겠다던 검찰,경찰, 한쪽은 은신처를 수색하면서도 숨어있던 유씨를 못 찾았고, 한쪽은 여러 정황들에도 불구하고 변사체를 대충 조사해 유씨 사망을 뒤늦게 확인했습니다.

취재파일 K, 유령을 쫓은 어이없는 유병언 수사, 오늘 이슈로 다룹니다.

추적 장소 지척에서 발견된 사체, 유병언으로... 유병언 지문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한 집에 있던 유병언, 수색하고도 모른 검찰 최고액 현상금...

사상 최대 검거작전...

40일 허송세월 추락한 검·경

<녹취> 이성한(경찰청장) : "사과 말씀 드린다"

<녹취> 황교안(법무) : "송구하다."

<앵커 멘트>

변사체로 발견된 유병언도 그렇지만 수사당국의 속속 드러나는 행태를 보면 더 어이없다 싶습니다.

송현정 기자와 함께 이 문제 짚어봅니다.

<질문>
유병언이 변사체로 발견된 지점이 사실, 유병언이 5월에 머물렀다는 은신처 별장과 상당히 가까운 곳이었잖아요.

이런 곳에서 변사체가 발견됐다면, 혹시 유병언과 관계는 없나, 살펴봤어야 하는 게 기본 중 기본일텐데요.

<답변>
네. 사체가 발견된 곳은 은신처였던 곳에서 단 2.5km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이런 곳에서 백발 남성 시신이 발견됐는데, 경찰,검찰, 단 한 사람도 유병언과 연결시켜 최소한의 의문을 품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도대체 현장은 어땠는지, 한승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전남 순천의 한 야산에 있는 매실밭입니다.

지난달 12일 오전.

매실밭 주인 박윤석 씨는 이곳을 지나가다 시신을 발견합니다.

박 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순천경찰서 강력팀과 과학수사팀, 서면파출소 직원 2명 등 경찰관들이 출동했습니다.

<녹취> 박윤석(최초 신고자) : "처음에 와 가지고 사진 다 찍었어요 몇명이서 왔었어요? 차가 두 대 왔으니까 다섯여섯명 정도 있었지요. 경찰에서 오고 순천 파출소에서 오고 두 군데서 왔어요."

출동한 경찰은 현장을 살피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그러나 시신은 상당히 부패가 심한 상태, 경찰은 점퍼 차림에 술병이 있는 것으로 미뤄 노숙인으로 여겼습니다.

<녹취> 경찰관·기자 : "완전히 헐어진 겨울옷에다가 소주도 있고 막걸리도 있고 안에 든 물건 자체가 거지들이나 갖고 있는 그런 물건들만 나왔기 때문에...(말하자면 전형적인 노숙인이나 그런 걸로 생각했던 거죠?) 당시에는 그랬을 거예요."

신고했던 박 씨도 시신을 노숙인으로 생각했습니다.

<녹취> 박윤석(최초 신고자) : "보따리를 봐도 아무것도 없는 빈병만 있고 소주병도 두 개, 막걸리병도 플라스틱으로 된 거 하나. 경찰 아저씨가 행태를 보니까 노숙자라고 해서 아 노숙자인가보다."

1차로 시신을 부검한 담당 의사도 시신이 상당히 훼손돼 있어 사인이나 사망 시점을 추론하기 어려운 상태였다고 말합니다.

<녹취> "굉장히 부패가 심하게 진행...두개골 뼈만 거의 남아있는 상태.몸도 마찬가지.구더기에 의한 훼손이 굉장히 많았다."

경찰은 시신이 발견된 이튿날인 6월 13일, 광주 과학수사연구소에 시신 감정을 의뢰했습니다.

훼손된 시신의 DNA 감정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신원이 불분명한 시신의 일반적인 수사 과정이었습니다.

노숙자로 여긴 터라 신원 확인을 재촉할 이유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40일이 지난 지난 21일 저녁, 순천경찰서에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옵니다.

시신의 DNA가 경찰이 순천 별장과 금수원에서 확보한 유병언 전 세모그룹회장의 DNA와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가 그것입니다.

경찰은 이때까지 매실밭의 시신이 자신들이 그토록 찾고 있었던 유병언인 줄을 까마득히 몰랐던 겁니다.

시신이 발견된 매실밭입니다.

이곳은 유 씨가 달아났던 별장에서 3킬로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검찰과 경찰은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이 일대를 수색해왔지만 이곳은 수색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습니다.

유 씨가 지난 5월 25일, 수사 당국을 피해 달아났던 별장입니다.

이 별장에서 시신이 발견된 매실밭까지 차로는 5분, 걸어서는 30분 거리입니다.

경찰은 유 씨를 찾으려고 55차례에 걸쳐 8천여 명을 투입해서 이 별장과 송치재 휴게소 일대를 수색해왔습니다.

그러나 시신이 부패될 때까지 이렇게 가까운 매실밭은 수색 범위 밖이었습니다.

<녹취> 김동수(주민)·기자 : "지나가는 차들 검문만 계속했지. 하루도 안빠지고. (이쪽으로는 잘 안 왔어요?) 그렇지."

유씨가 도보로 도주할 가능성은 생각지도 않은 겁니다.

유씨 별장 인근에서 대대적인 수색을 벌이는 와중에, 역시 인근에서 시신이 발견됐는데도 시신이 유벙언일 수도 있다는 의심은 전혀 없었습니다.

<녹취> 경찰관·기자 : "(사석에서라든지 경찰관분들께서 서로 이야기할 때 이 변사체가 혹시 유병언 아닐까 이런 이야기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지금 결론을 가지고 이야기를 했는데 말씀드렸잖아요. 전혀 그런 생각 누가 상상해본 사람이 없다고..."

시신 신고 당시 출동했던 서면파출소.

이 파출소에서 출동했던 경찰관이 변사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이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순천경찰서 서면파출소 관계자·기자 : "(6월 12일 당시에 작성했던 변사 보고서 있잖아요. 그것 좀 볼 수 있을까요?) 그건 경찰서 가셔서 정보공개 요청하셔야 되고요. 저희가 여기엔 아예 없고 경찰서 가셔야돼요. 서류 자체가 다 가버리기 때문에 저희는 가지고 있는 게 없고요."

경찰은 초동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점을 인정했습니다.

<녹취> 우형호(전 전남 순천경찰서장) : "우리가 완벽하지 못했다는 거 인정하고요, 그렇습니다."

독극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술병은 감식 의뢰조차 하지 않았고, 머리카락 뭉치는 유씨 시신으로 확인된 뒤에도 현장에 있었습니다.

경찰은 뒤늦게 대대적인 주변 수색을 벌이고 있습니다.

<질문>
그런데 유병언씨 사망에 사실 여러 의문들이 남지 않습니까?

사인도 그렇지만, 시신 훼손 정도도 그렇고....

<답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변사자가 유병언씨 확실하다며, 논란들을 해소시키기 위해 상당히 신경을 썼습니다만, 명확한 사인은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김대영 기자가 남은 의혹들을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갑작스레 시신으로 발견된 유병언은 큰 충격을 준 동시에 여러 의문을 품게 했습니다.

유병언 맞나?

<인터뷰> 김은경(서울 영등포구) : "시체 부패된 정도라든지 이런 것도 좀 말이 안 되고요."

유 씨의 시신은 발견 당시 부패가 매우 심한 상태였습니다.

경찰은 80% 정도 백골화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마지막 행적 이후 시신으로 발견되기 까지 길어야 18일 정도만에 이 정도 부패가 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매우 예외적이긴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합니다.

유씨가 별장에서 도주했을 때로 추정되던 당시 순천의 낮 기온은 30도를 웃돌았고, 평균 습도도 74%나 됐습니다.

<인터뷰> 이윤성(교수/서울대 법의학교실) : "낮 온도가 25도 30도까지 올라가고 5월말 6월초 그때는 야생동물이나 시식성 곤충이나 이런 동물들의 활동이 굉장히 활발하기 때문에 시체 훼손이 빨라져요. 그래서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의심할 수 없는 증거는 DNA와 지문입니다.

첫 번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골반뼈 DNA 확인.

두 번째, 경찰의 변사체 오른손 둘째 손가락 지문 확인.

세 번째 서울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에 의한 7개 부위 DNA 확인.

네 번째 치아 상태 확인.

모두 변사체의 신원이 유병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서중석(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 : "유병언과 동일한 유전자 결과를 얻게 돼서 이건 과학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부정할 여지가 전혀 없는 결과를 얻게 됐다."

유병언 사인은?

<인터뷰> 이동열(서울 광진구) : "누가 살인을 해서 사체를 갖다놨는지 이걸 밝히지 않으면 절대 검경을 신뢰할 수 없습니다."

시신이 유병언으로 확인된만큼 남아있는 핵심 의혹은 사망 원인입니다.

경찰은 당초 타살로 볼 만한 단서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시신에 목을 조르거나 폭행을 한 흔적이 없다는 겁니다.

<인터뷰> 우형호(전남 순천경찰서장) : "1차적으로 타살 혐의는 없는 것으로 외견상 보입니다."

부검을 통한 정밀감식을 벌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사인을 끝내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확인된 사실은 독극물에 의한 사망은 아니다, 그리고 질식이나 폭행, 즉 타살 가능성은 확인할 수 없다는 겁니다.

<녹취> 이한영(법의학센터장) : "너무 많은 조직의 손실이 있었기 때문에 사인 규명의 실마리들이 전혀 관찰되지 않아서 사인 불명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타살이 아니라면 자연사 또는 자살입니다.

우선 유병언이 처한 상황으로 볼 때 자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인터뷰> 이윤호(교수/동국대 경찰행정학과) : "자살한만한 동기가 하나도 없잖아요. 내 주위에는 10만명의 구원파가 있고 난 구원파 왕국의 신인데 그런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이유는 없고, 또 목숨을 끊는다고 하더라도 마치 내가 정말 박해받는 종교인의 숭고한 죽음을 택하지 이렇게 비참하게 숨어서 죽진 않았을 것이고..."

이 때문에 발견 직후에는 유씨가 도피 과정에서 질병이나 저체온증으로 숨졌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습니다.

급박한 도피 행각으로 극도의 불안과 피로 속에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산 속을 헤매다 숨졌다는 추정입니다.

<인터뷰> 표창원(범죄심리학자) : "스스로가 질병이나 호흡곤란 심장박동의 정지 저체온 이런 몸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 때문에 발생한 사망일 가능성, 그것이 가장 높은 가능성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시신 발견 당시 사진이 유출되면서 사진을 본 전문가들은 타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유씨의 시신은 발견 당시 반듯이 하늘을 보고 누운 채로 발견됐습니다.

<녹취> 과학수사경찰관 : "지병으로 인해서 사망한 것 같으면 고통스러운 자세가 나와야 되거든. 부자연스럽죠. 그쪽에 너무 반듯하게 누워져 있어서. 그런 거를 보면 제3의 장소에서 사망한 상태에서 옮긴 것 같아요. 누군가에 의해 옮겨진 게 아닌가."

또 발 아래 놓여있는 신발이 발과 반대 방향인 점도 석연치 않습니다.

<녹취> 현직 과학수사경찰 : "누워있는 상태에서 자연적으로 부패가 됐다고 하면 (신발의 방향이) 그렇게 될 수가 없지."

이밖에도 타살을 의심해볼 수 있는 핵심 정황은 돈입니다.

목격자들의 말에 따르면 유 씨는 여행용 가방에 현금 20억원 정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유씨는 발견 당시 현금을 한푼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별장에서 발견된 10억원을 빼더라도 수억원을 갖고 있을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지만 지갑 자체가 없었습니다.

도주자가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는 휴대전화를 갖고 있지 않았던 것도 의문입니다.

먹을 것도 육포를 조금 챙겼을 뿐입니다.

술을 먹지 않는 유병언의 가방에서 빈 술병들이 나온 것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전문가들은 유씨가 타살될 동기는 충분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윤호(교수/동국대 경찰행정학과) : "유병언이가 죽음으로써 4천억원 ~6천억운의 구원파 재산이 그대로 보존될 수 있죠. 또 유병언이가 죽음으로써 구원파 조직이 그대로 존재할 수 있죠. 유병언이가 그동안 정관계 로비를 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관련돼 있던 사람들도 이 사람이 죽음으로써 두 다리 쭉뻗고 잘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유병언을 그림자처럼 보필하다 검찰이 별장을 수색하기 직전에 달아난 운전기사 양회정 씨, 그의 행적이 의문의 죽음을 풀어낼 열쇠입니다.

<질문>
그런데 수사당국이 설명을 내놓아도 의혹이 수그러들지 않고, 또 이런저런 루머들이 돌고 있습니다.

수사당국을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

<답변>
별장에 숨어있던 유병언을 수색을 하면서도 몰랐고, 별장 근처에서 발견된 변사체인데도 아무런 의심이 없던 검찰, 경찰이었습니다.

세월호 구조에서만 국가가 무능한 게 아니라, 수사도 무능했습니다.

수사 곳곳에서 드러난 부실의 흔적들을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사체 발견 당시 현장에는 사체의 신원을 말해주는 증거들이 널려있었습니다.

세모에서 나온 스쿠알렌 병, 가방에 쓰인 유씨의 책 제목.

그런데 이 유류품을 경찰은 그냥 넘겼습니다.

<인터뷰> 순천서장(22일 오전) : "스쿠알렌, 그쪽 계열 회사로 나중에 확인되고그때 당시는 몰랐습니다. 천가방에 있는 그것도 유병언씨가 쓴 책 제목으로.. 그것도 당시에는 몰랐습니다."

변사자 지문은 신원확인을 위해 열 손가락 다 채취해야 하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녹취> "지문을 좌우 손 열손가락을 다 떳어야 됐는데 안 떴고.채취를 안 했고."

변사 사건 지휘를 맡은 검사의 지휘 내용도 간단했습니다.

사망 원인을 밝힌 뒤 시신을 유족에 인계하라는 겁니다.

검찰이 경찰로부터 이 서류를 받아 담당 검사가 지휘 의견을 쓰고 결재를 맡아 경찰에 넘기기까지는 단 1시간 2분이 걸렸습니다.

아무 의심 없이 살폈다는 겁니다.

이렇게 40일을 보내고 국과수 DNA 검사 결과가 나온 게 21일 저녁, 검찰이 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발부받은 날이었습니다.

죽은 사람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한 겁니다.

<인터뷰> 차장검사 : "유병언에 대한 구속영장이 새로이 발부되었으므로 추적에 더욱 총력을 기울여 반드시 검거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사체 확인만 허술했던 게 아니라 사상 최대라던 수색 역시 허점을 드러냈습니다.

유병언씨가 한때 은신했던 순천 송치재 부근 별장.

나무 벽인듯 한데 문이 열리고, 10 제곱미터 정도의 공간이 드러납니다.

성인 서너 명이 있을 수 있는 정도의 크기.

5월 25일 검찰이 이 곳을 급습했을 당시 유씨가 이곳에 숨어있었습니다.

은폐가 정교했다고는 하지만, 검찰 수사팀 수십여 명이 한시간 50분 동안 130 제곱미터 별장을 수사하고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입니다.

<녹취> 황교안(국회) : "몇 차례에 걸쳐서 뒤졌는데 그러나 저희들이 다 미치지 못해서 발견하지 못한 걸로 보고를 받았습니다."

이런 사실은 당시 유씨와 함께 있던 여비서 신씨 진술로 지난달 26일 드러났는데, 검찰은 그간 이를 철저히 숨겨오다 이틀 전에야 슬그머니 밝혔습니다.

정보를 공유했어야 할 경찰은 언론을 통해서야 이런 사실을 알았습니다.

검찰이 금수원을 압수수색하던 지난달 11일, 금수원 대강당에서 대낮에 낮잠을 자던 이들, 검찰 수사관이었습니다.

그 시각, 경찰 병력 8백여 명은 밖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경찰에서는 검찰이 중요 정보는 주지 않은 채 검문 검색 등에 부리기만 한다는 불만이 수사 내내 나왔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유병언 씨에 대한 자료 같은 게 수시로 공개되고 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기 때문에, (수배) 차량 번호만 들어와 있어요."

검찰의 수사 방식 자체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검찰이 유병언씨 출석을 통보한 게 5월 13일, 사흘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21일 금수원에 진입합니다.

상당 시일 동안 진입을 예고한 것이나 다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지난 1993년 서해 페리호 침몰 사고의 수사 검사는 검찰의 판단력 문제를 지적합니다.

<녹취> 김희수(변호사) : "서해 페리호 때는 사건 당일 압수수색을 했거든요 모르게 해야지,상대방이 아는 순간에 어떤 방어책을 쓰고 증거를 훼손시킬 수도 있고 도망가버릴 수도 있고.수사라고 하는 것은 그래서 전격적이기도 하고 아무도 모르게 밀행성을 띄어서 하는 게 수사의 본질이라고..."

그나마 유씨 장남 대균씨가 잡혔지만 이제 유씨 재산을 환수할 방법도 상당히 어려워졌습니다.

피의자가 숨져 공소권이 사라졌기 때문에 추징에 문제가 생긴 겁니다.

민사상 가압류 역시, 유씨 사망 시점이 언제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녹취> 김희수(변호사) : "가압류의 경우 만약 유병언씨가 살아 생전에 채무자를 유병언씨로 해서 유병언씨 재산에 가압류를 했다면 이건 유효합니다. 만약 사망한 사람을 상대로 해서 가압류를 했다면 이건 무효가 됩니다."

속속 드러나는 부실 수사의 민낯에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의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녹취> "어떻게 세월호 관련하여 정부가 밝히는 모든 것이 확실한 것 없이 의혹 투성이인지 모르겠습니다.정부의 또다른 무능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참사 백일, 안산에서 서울까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1박 2일을 걸었습니다.

부실 구조에서 시작된 세월호 참사와 부실 수사가 드러난 세월호 백일, 4월 16일 이후의 대한민국은 다를 것이라던 정부의 공언은 이들에게 지키지 못한 약속이 됐습니다.

<앵커 멘트>

유가족들의 공권력에 대한 불신은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의 부실 때문인 것 같습니다.

<답변>
골든 타임, 수사에서도 놓쳤습니다.

유병언은 못 잡았지만, 남은 의혹들을 얼마나 풀어내느냐가 신뢰를 잃은 공권력에게 남은 과제일 겁니다.

송현정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