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목숨 걸고 미국 국경 넘는 어린이들

입력 2014.07.28 (18:07) 수정 2014.07.28 (19:4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목숨을 걸고 홀로 미국 국경을 넘는 어린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독한 가난과 불안한 자국 내 정세에 시달리던 중앙 아메리카 국가 어린이들인데요,

하지만 많은 어린이들이 미국 국경을 보기도 전에 목숨을 잃거나 다시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밀입국에 성공하더라도 대다수가 노동 착취에 시달린다는데요, 국제부 정창화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질문>
미국 밀입국을 시도하는 어린이들, 주로 어떤 나라에서 오는 건가요?

<답변>
네, 과거엔 주로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 어린이들이 밀입국을 시도했는데요,

이 멕시코 국적의 어린이들은 국경수비대에 체포되는 즉시 멕시코로 다시 추방됩니다.

문제는 온두라스나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같은 중앙아메리카 국가에서 밀입국하려는 아이들입니다.

지붕마다,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가장 자리에 걸터앉고 옆에도 매달렸고요,덜컹거리며 다리 위를 지나는 모습은 아찔하기까지 합니다.

'죽음의 기차'로 불리는 열차입니다.

멕시코 남쪽, 중미국가들과의 접경에서 시작해 미국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노선인데, 쉬고 갈아타며 길게는 몇 달까지 걸립니다.

하지만 무사히 미국 접경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떨어지고, 부딪히고, 깔리고... 많은 사람들이 중도에 다치고, 심지어 숨지기도 합니다.

<녹취> 제시카(밀입국 중도 포기자) : "뭔가 일어날 수밖에 없어요. 더 나쁜 일이 일어났을 수도 있죠."

미국 정부는 이 기차의 위험을 알리는 노래까지 스페인어로 만들어 중미 국가들에 배포했는데요, 밀입국 시도는 끊이질 않습니다.

<녹취> "만일 미국에서 태어났다면 인생이 달라졌겠죠. 행복하게 일하고, 좋은 학교도 다니고..

<질문>
미국으로 밀입국하는 미성년자들이 늘고 있다고 했는데, 어느 정돕니까?

<답변>
네,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데요, 그래프로 함께 보실까요?

미국 세관-국경보호국 자료인데요, 18살 미만 밀입국자 숫자입니다.

보시면 지난 2009년엔 3000명 선에 불과했고요, 2011년에도 6천 명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엔 무려 6만 명 수준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엔 9만 명, 내년에는 14만 명에 이를 것으로 미국 국경수비대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질문>
그런데 부모 없이 어린이들이 국경을 넘는다는 건 위험할 것 같은데요?

<답변>
네, 보호자 없이 홀로 수천㎞를 여행하다 지쳐 숨지거나 살해당하는 등 비극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과테말라의 한 시골 마을.

어두운 밤중에 시신 한 구가 마을로 들어옵니다.

하루 벌이 3달러 남짓에 불과한 이곳을 벗어나 병든 어머니의 치료비를 벌겠다고 떠난 15살 소년 힐베르토 라모스인데요

미국으로 불법 입국을 시도하다 국경 검문소를 불과 1.6㎞ 앞두고 사막에서 열사병으로 쓰러져 숨졌습니다.

<녹취> 푸스티노 라모스(아버지) : "아들이 살아 있다면 좋으련만 세상을 떠나버렸어요. 저는 더 이상 아들이 있다는 기대를 가질 수 없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묘지에 데려가는 거네요."

<질문>
미국 정부의 원칙은 불법 밀입국자는 추방한다는 것 아닌가요?

<답변>
네, 그렇죠. 하지만 예외란 게 있기 마련이죠.

현재 미국 정부는 홀로 밀입국하는 청소년들을 성인처럼 적발 즉시 내보내지 않고 미국에 친척이 있는 경우 인계해서 추방 절차를 밟습니다.

길게는 2년 이상이 소요되는 재판 기간 동안 학교에 다닐 수도 있죠.

여기에 지난해엔 보호자가 없으면 정착할 수 있도록 미 정부가 도와준다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중남미 어린이들이 미국행을 택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밀입국한 아이들을 수용하는 시설은 이미 포화 상태입니다.

철망 사이의 바닥에 간이 매트리스 하나만 깔고 자는 등 환경도 열악합니다.

인권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오바마 정부는 수용소가 부족해지자 임시 주택 건설을 발표했습니다.

인도적 차원에서 접근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녹취> 버락 오바마(미국 대통령) : "우리는 어린이들을 옳은 방식으로 대할 겁니다. 하지만 그들의 부모들은 지금 상황이 지극히 위기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질문>
미국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일일 것 같은데요,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구요?

<답변>
네, 공화당은 국경 보호를 위해 당장 밀입국 청소년들을 추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불법 이민자들과 전쟁을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올 정돕니다.

불법 이민자들로 몸살을 겪고 있는 텍사스 주 정치인들은 오바마 행정부의 어정쩡한 대처를 비판하고 나섰는데요,

주 정부는 주 방위군 천 명을 추가 배치해 밀입국 조직을 소탕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입니다.

<녹취> 릭 페리(텍사스 주지사) : "국경을 수호해야 할 관리들은 그들의 우선 업무가 아닌 넘쳐나는 밀입국자들을 관리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그 결과 미국과 멕시코 사이의 국경은 과거 어느 때보다 안전하지 않게 됐습니다."

공화당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 내에서도 엇박자가 나오고 있는데요,

특히 주무부처 장관은 엄격한 국경 관리를 강조했습니다.

<녹취> 제이 존슨(미 국토안보부 장관) : "우리의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만약 누군가 불법으로 밀입국을 한다면 우리는 즉각 법에 따라 돌려보낼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업무를 더 빠르고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해 추가 시설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미국 밀입국에 성공하더라도 불법 체류자로 머무르는 아이의 대다수는 성적 학대나 기아, 노동 착취 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국경이 무너졌다는 공화당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데요,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글로벌24 이슈] 목숨 걸고 미국 국경 넘는 어린이들
    • 입력 2014-07-28 19:14:42
    • 수정2014-07-28 19:47:25
    글로벌24
<앵커 멘트>

목숨을 걸고 홀로 미국 국경을 넘는 어린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독한 가난과 불안한 자국 내 정세에 시달리던 중앙 아메리카 국가 어린이들인데요,

하지만 많은 어린이들이 미국 국경을 보기도 전에 목숨을 잃거나 다시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밀입국에 성공하더라도 대다수가 노동 착취에 시달린다는데요, 국제부 정창화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질문>
미국 밀입국을 시도하는 어린이들, 주로 어떤 나라에서 오는 건가요?

<답변>
네, 과거엔 주로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 어린이들이 밀입국을 시도했는데요,

이 멕시코 국적의 어린이들은 국경수비대에 체포되는 즉시 멕시코로 다시 추방됩니다.

문제는 온두라스나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같은 중앙아메리카 국가에서 밀입국하려는 아이들입니다.

지붕마다,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가장 자리에 걸터앉고 옆에도 매달렸고요,덜컹거리며 다리 위를 지나는 모습은 아찔하기까지 합니다.

'죽음의 기차'로 불리는 열차입니다.

멕시코 남쪽, 중미국가들과의 접경에서 시작해 미국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노선인데, 쉬고 갈아타며 길게는 몇 달까지 걸립니다.

하지만 무사히 미국 접경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떨어지고, 부딪히고, 깔리고... 많은 사람들이 중도에 다치고, 심지어 숨지기도 합니다.

<녹취> 제시카(밀입국 중도 포기자) : "뭔가 일어날 수밖에 없어요. 더 나쁜 일이 일어났을 수도 있죠."

미국 정부는 이 기차의 위험을 알리는 노래까지 스페인어로 만들어 중미 국가들에 배포했는데요, 밀입국 시도는 끊이질 않습니다.

<녹취> "만일 미국에서 태어났다면 인생이 달라졌겠죠. 행복하게 일하고, 좋은 학교도 다니고..

<질문>
미국으로 밀입국하는 미성년자들이 늘고 있다고 했는데, 어느 정돕니까?

<답변>
네,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데요, 그래프로 함께 보실까요?

미국 세관-국경보호국 자료인데요, 18살 미만 밀입국자 숫자입니다.

보시면 지난 2009년엔 3000명 선에 불과했고요, 2011년에도 6천 명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엔 무려 6만 명 수준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엔 9만 명, 내년에는 14만 명에 이를 것으로 미국 국경수비대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질문>
그런데 부모 없이 어린이들이 국경을 넘는다는 건 위험할 것 같은데요?

<답변>
네, 보호자 없이 홀로 수천㎞를 여행하다 지쳐 숨지거나 살해당하는 등 비극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과테말라의 한 시골 마을.

어두운 밤중에 시신 한 구가 마을로 들어옵니다.

하루 벌이 3달러 남짓에 불과한 이곳을 벗어나 병든 어머니의 치료비를 벌겠다고 떠난 15살 소년 힐베르토 라모스인데요

미국으로 불법 입국을 시도하다 국경 검문소를 불과 1.6㎞ 앞두고 사막에서 열사병으로 쓰러져 숨졌습니다.

<녹취> 푸스티노 라모스(아버지) : "아들이 살아 있다면 좋으련만 세상을 떠나버렸어요. 저는 더 이상 아들이 있다는 기대를 가질 수 없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묘지에 데려가는 거네요."

<질문>
미국 정부의 원칙은 불법 밀입국자는 추방한다는 것 아닌가요?

<답변>
네, 그렇죠. 하지만 예외란 게 있기 마련이죠.

현재 미국 정부는 홀로 밀입국하는 청소년들을 성인처럼 적발 즉시 내보내지 않고 미국에 친척이 있는 경우 인계해서 추방 절차를 밟습니다.

길게는 2년 이상이 소요되는 재판 기간 동안 학교에 다닐 수도 있죠.

여기에 지난해엔 보호자가 없으면 정착할 수 있도록 미 정부가 도와준다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중남미 어린이들이 미국행을 택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밀입국한 아이들을 수용하는 시설은 이미 포화 상태입니다.

철망 사이의 바닥에 간이 매트리스 하나만 깔고 자는 등 환경도 열악합니다.

인권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오바마 정부는 수용소가 부족해지자 임시 주택 건설을 발표했습니다.

인도적 차원에서 접근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녹취> 버락 오바마(미국 대통령) : "우리는 어린이들을 옳은 방식으로 대할 겁니다. 하지만 그들의 부모들은 지금 상황이 지극히 위기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질문>
미국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일일 것 같은데요,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구요?

<답변>
네, 공화당은 국경 보호를 위해 당장 밀입국 청소년들을 추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불법 이민자들과 전쟁을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올 정돕니다.

불법 이민자들로 몸살을 겪고 있는 텍사스 주 정치인들은 오바마 행정부의 어정쩡한 대처를 비판하고 나섰는데요,

주 정부는 주 방위군 천 명을 추가 배치해 밀입국 조직을 소탕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입니다.

<녹취> 릭 페리(텍사스 주지사) : "국경을 수호해야 할 관리들은 그들의 우선 업무가 아닌 넘쳐나는 밀입국자들을 관리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그 결과 미국과 멕시코 사이의 국경은 과거 어느 때보다 안전하지 않게 됐습니다."

공화당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 내에서도 엇박자가 나오고 있는데요,

특히 주무부처 장관은 엄격한 국경 관리를 강조했습니다.

<녹취> 제이 존슨(미 국토안보부 장관) : "우리의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만약 누군가 불법으로 밀입국을 한다면 우리는 즉각 법에 따라 돌려보낼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업무를 더 빠르고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해 추가 시설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미국 밀입국에 성공하더라도 불법 체류자로 머무르는 아이의 대다수는 성적 학대나 기아, 노동 착취 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국경이 무너졌다는 공화당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데요,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됩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