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점검 두 달된 아파트 ‘쿵’…주민 불안 여전
입력 2014.07.29 (08:39)
수정 2014.07.29 (10:2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광주에 있는 노후 아파트의 기둥이 주저앉으면서 붕괴 징후가 나타나 주민들이 긴급대피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현재 이 아파트는 주민들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데요.
이승훈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이 기자, 이 아파트가 안전점검 받은지 두 달 정도 밖에 안됐다면서요?
<기자 멘트>
네, 말씀대로 불과 두 달전에 시행한 안전점검에서 B등급
그러니까, 큰 문제 없다는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급하게 몸만 피해 나와 이재민 아닌 이재민 신세가 된 주민들은 당혹해하는 표정입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사건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170여 세대가 거주하는 광주광역시의 한 아파트입니다.
아파트 주민들이 건물에서 이상 징후를 느낀 건 지난 24일 오후였습니다.
<녹취> 김한순(아파트 주민) : "확 주저앉는 기분이더라고요. 그래서 지진 같은 것인가? 나는 속으로 지진이 났나보다 그 생각만 하고..."
<녹취> 아파트 주민 (음성변조) : “쿵 소리가 났어요. 이 아파트가 흔들리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그 순간에 어디서 벼락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아파트 지하실에서 무언가 심상치 않은 상황을 목격합니다.
<인터뷰> 조용복(계장/광주 북부소방서 현장대응과) : “지하실에 가니까 기둥이 13개가 있었습니다. (기둥) 두 개의 콘크리트가 박리돼서 철근이 보이는 상태였어요. 내용이 참 심각하다는 것을 감지하고 그때부터 바로 대피를 지시했습니다.”
지하 콘크리트 기둥 13개 가운데 두 개의 표면이 벗겨지고 내부 철근까지 휘기 시작한 상황。
긴급히 꾸려진 대책반은 사고 발생 6시간만인 24일 밤.
파손된 기둥 주변에 여러 개의 철제빔을 세워 추가 균열에 대비했습니다.
응급 조치가 조금만 늦었더라도 어떻게 됐을지 모르는 다급한 상황이었습니다.
<인터뷰> 임안재(과장/광주 북구청 건축과) : “ 임시 기둥입니다. 40개를 들여와서 기둥 4개의 보강공사를 완료했습니다. ”
추가 균열은 막았지만, 아파트의 출입은 여전히 전면 통제되고 있습니다.
긴급 대피명령에 허겁지겁 몸만 빠져나왔던 주민들은 인근 초등학교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고 있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극심한 공포감과 외상후 스트레스 증세까지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 (음성변조) : “여기 두 시까지 있다가 세 시간도 못 자고 나왔거 든요. 저희가 편하게 쉴 수가 없잖아요.”
붕괴 우려 때문에 집에 들어가 볼 수 있는 시간은 하루 두 번, 10분씩만 허락되는 상황.
<녹취> “불필요한 코드 반드시 빼고요. 양쪽 문 잠가 주시고 현관문 반드시 잠가 주시고 나오셔야 됩니다.”
당장 먹어야 할 약과 생필품조차 꺼내오지 못한 주민들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갑니다.
<인터뷰> 강정화(아파트 주민) : “꼭 필요한 것만 해서 10분 정도로 시간 줘서 필요한 것만 가방에 넣어서…. 정신이 없으니까 약도 못 갖고 나왔죠.”
<녹취> 아파트 주민 (음성변조) : “몇 명씩만 들어가기 때문에 물건들을 어르신들이 못 갖고 나오시는 거예요, 계속. 음식물도 지금 안에서 썩어가고 이러니까.”
<기자 멘트>
다행히 빠른 신고와 조치로 대형 참사가 발생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주민들은 하루 아침에 이재민 신세가 됐습니다.
두 달전 안전점검에서 양호 등급을 받았다는 아파트가 왜 이런 지경이 됐을까?
일부에선 현행 건물 안전점검 제도의 허점을 지적합니다.
<리포트>
사고 이후 구청과 소방본부, 경찰 등으로 꾸려진 긴급 대책반.
아파트 한 켠에 마련된 상황실에서는 입주민들과의 대책회의가 한창입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 (음성변조) : “안전 진단을 맡겼더니 이상이 없대요”
<녹취> “두 달 전엔가 (점검)했다고 하던데”
주민의 말대로 불과 두 달 전 이 아파트는 안전진단을 받았습니다.
결과는 B등급.
큰 문제 없는 비교적 ‘양호한 상태’라는 진단을 받은겁니다.
주민들도 그동안 건물 안전에 대해 별다른 문제를 느낀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 (음성변조) : “실질적으로 외부에는 균열이 없어요. 외부 상으로는….”
<녹취> 아파트 주민 (음성변조) : “(건물은) 오래됐지만 방이 없어서 못 들어올 정도로 정말 좋거든요. 항상 엘리베이터 옆 게시판에 회의하고 뭘 보수하거나 그런 걸 꼼꼼히 기재해서 항상 저희들이 볼 수 있게끔 열람했기 때문에 저희도 믿고….”
하지만, 아파트는 기둥 철근이 드러나 휠 정도로 위험한 단계였습니다.
멀쩡했던 아파트가 왜 두 달만에 이런 위험한 상태가 된 걸까?
문제는 점검 방식에 있었습니다.
아파트의 안전 점검은 어떠한 전문 장비도 없이, 육안으로만 이뤄져 왔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임안재(과장/광주시청 건축과) : “안전 점검은 육안으로 하는 것이고 전기 쪽도 검사를 하고 설비도 검사를 하고 구조체 부분도 육안으로 검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연히 외관상의 문제가 없으면, 이상을 발견하기가 어렵습니다.
<녹취> 아파트 관리소 관계자 (음성변조) : “기둥 자체에는 전혀 금간 곳이 없었고 육안 점검으로는 전혀 판별을 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 현 상황이 이렇게 될 것이라고는.”
현행법상 16층 이상의 건물은 시설물 안전 특별법에 따라 전문 인력의 정밀 안전점검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16층 미만의 건물은 관리주체가 육안으로 검사만 해도 괜찮도록 돼 있습니다.
육안검사에서 문제가 드러나면 정밀 검사를 하는 방식입니다.
<인터뷰> 임안재(과장/광주 북구청 건축과) : “16층 이상,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은 안전 진단을 1년에 한 번씩 받도록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6층 이상은) 시설물 안전 특별법에서 규정을 하고 16층 미만은 주택법에 의해서 안전 점검을 하고 규정이 다릅니다."
이 때문에 사고 아파트는 지은지 33년이 돼도록 정밀 장비를 이용한 안전 진단을 단 한 차례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강백룡(과장/광주시청 건축주택과) : “30년이 넘었다 할지라도 안전성이 확보된 건물들이 있지 않습니까. 지금 30년이 넘었다고 해서 다 안전진단 해라, 그런 법은 없어요.”
사고 아파트 처럼 지은지 3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30만 가구가 넘습니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일정 기간이 경과한 노후 아파트에 대해 정밀 검사를 의무화하거나 안전점검 기준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녹취> 한국시설안전공단 관계자 : “(일부)지자체에서 안전주택관리사 협회나 공단에 시켜서 위험건물(소규모공동주택)들을 점검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직까지 그것이 정착되고 많이 시행되고 있지는 않아요.”
주민 불안이 커지자, 광주시는 부랴부랴 사고 아파트와 비슷한 상태의 노후 공동주택을 선별해 정밀 안전진단을 벌인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물론, 이 문제는 비단 광주시만의 문제는 아닐겁니다.
광주에 있는 노후 아파트의 기둥이 주저앉으면서 붕괴 징후가 나타나 주민들이 긴급대피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현재 이 아파트는 주민들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데요.
이승훈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이 기자, 이 아파트가 안전점검 받은지 두 달 정도 밖에 안됐다면서요?
<기자 멘트>
네, 말씀대로 불과 두 달전에 시행한 안전점검에서 B등급
그러니까, 큰 문제 없다는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급하게 몸만 피해 나와 이재민 아닌 이재민 신세가 된 주민들은 당혹해하는 표정입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사건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170여 세대가 거주하는 광주광역시의 한 아파트입니다.
아파트 주민들이 건물에서 이상 징후를 느낀 건 지난 24일 오후였습니다.
<녹취> 김한순(아파트 주민) : "확 주저앉는 기분이더라고요. 그래서 지진 같은 것인가? 나는 속으로 지진이 났나보다 그 생각만 하고..."
<녹취> 아파트 주민 (음성변조) : “쿵 소리가 났어요. 이 아파트가 흔들리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그 순간에 어디서 벼락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아파트 지하실에서 무언가 심상치 않은 상황을 목격합니다.
<인터뷰> 조용복(계장/광주 북부소방서 현장대응과) : “지하실에 가니까 기둥이 13개가 있었습니다. (기둥) 두 개의 콘크리트가 박리돼서 철근이 보이는 상태였어요. 내용이 참 심각하다는 것을 감지하고 그때부터 바로 대피를 지시했습니다.”
지하 콘크리트 기둥 13개 가운데 두 개의 표면이 벗겨지고 내부 철근까지 휘기 시작한 상황。
긴급히 꾸려진 대책반은 사고 발생 6시간만인 24일 밤.
파손된 기둥 주변에 여러 개의 철제빔을 세워 추가 균열에 대비했습니다.
응급 조치가 조금만 늦었더라도 어떻게 됐을지 모르는 다급한 상황이었습니다.
<인터뷰> 임안재(과장/광주 북구청 건축과) : “ 임시 기둥입니다. 40개를 들여와서 기둥 4개의 보강공사를 완료했습니다. ”
추가 균열은 막았지만, 아파트의 출입은 여전히 전면 통제되고 있습니다.
긴급 대피명령에 허겁지겁 몸만 빠져나왔던 주민들은 인근 초등학교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고 있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극심한 공포감과 외상후 스트레스 증세까지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 (음성변조) : “여기 두 시까지 있다가 세 시간도 못 자고 나왔거 든요. 저희가 편하게 쉴 수가 없잖아요.”
붕괴 우려 때문에 집에 들어가 볼 수 있는 시간은 하루 두 번, 10분씩만 허락되는 상황.
<녹취> “불필요한 코드 반드시 빼고요. 양쪽 문 잠가 주시고 현관문 반드시 잠가 주시고 나오셔야 됩니다.”
당장 먹어야 할 약과 생필품조차 꺼내오지 못한 주민들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갑니다.
<인터뷰> 강정화(아파트 주민) : “꼭 필요한 것만 해서 10분 정도로 시간 줘서 필요한 것만 가방에 넣어서…. 정신이 없으니까 약도 못 갖고 나왔죠.”
<녹취> 아파트 주민 (음성변조) : “몇 명씩만 들어가기 때문에 물건들을 어르신들이 못 갖고 나오시는 거예요, 계속. 음식물도 지금 안에서 썩어가고 이러니까.”
<기자 멘트>
다행히 빠른 신고와 조치로 대형 참사가 발생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주민들은 하루 아침에 이재민 신세가 됐습니다.
두 달전 안전점검에서 양호 등급을 받았다는 아파트가 왜 이런 지경이 됐을까?
일부에선 현행 건물 안전점검 제도의 허점을 지적합니다.
<리포트>
사고 이후 구청과 소방본부, 경찰 등으로 꾸려진 긴급 대책반.
아파트 한 켠에 마련된 상황실에서는 입주민들과의 대책회의가 한창입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 (음성변조) : “안전 진단을 맡겼더니 이상이 없대요”
<녹취> “두 달 전엔가 (점검)했다고 하던데”
주민의 말대로 불과 두 달 전 이 아파트는 안전진단을 받았습니다.
결과는 B등급.
큰 문제 없는 비교적 ‘양호한 상태’라는 진단을 받은겁니다.
주민들도 그동안 건물 안전에 대해 별다른 문제를 느낀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 (음성변조) : “실질적으로 외부에는 균열이 없어요. 외부 상으로는….”
<녹취> 아파트 주민 (음성변조) : “(건물은) 오래됐지만 방이 없어서 못 들어올 정도로 정말 좋거든요. 항상 엘리베이터 옆 게시판에 회의하고 뭘 보수하거나 그런 걸 꼼꼼히 기재해서 항상 저희들이 볼 수 있게끔 열람했기 때문에 저희도 믿고….”
하지만, 아파트는 기둥 철근이 드러나 휠 정도로 위험한 단계였습니다.
멀쩡했던 아파트가 왜 두 달만에 이런 위험한 상태가 된 걸까?
문제는 점검 방식에 있었습니다.
아파트의 안전 점검은 어떠한 전문 장비도 없이, 육안으로만 이뤄져 왔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임안재(과장/광주시청 건축과) : “안전 점검은 육안으로 하는 것이고 전기 쪽도 검사를 하고 설비도 검사를 하고 구조체 부분도 육안으로 검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연히 외관상의 문제가 없으면, 이상을 발견하기가 어렵습니다.
<녹취> 아파트 관리소 관계자 (음성변조) : “기둥 자체에는 전혀 금간 곳이 없었고 육안 점검으로는 전혀 판별을 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 현 상황이 이렇게 될 것이라고는.”
현행법상 16층 이상의 건물은 시설물 안전 특별법에 따라 전문 인력의 정밀 안전점검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16층 미만의 건물은 관리주체가 육안으로 검사만 해도 괜찮도록 돼 있습니다.
육안검사에서 문제가 드러나면 정밀 검사를 하는 방식입니다.
<인터뷰> 임안재(과장/광주 북구청 건축과) : “16층 이상,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은 안전 진단을 1년에 한 번씩 받도록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6층 이상은) 시설물 안전 특별법에서 규정을 하고 16층 미만은 주택법에 의해서 안전 점검을 하고 규정이 다릅니다."
이 때문에 사고 아파트는 지은지 33년이 돼도록 정밀 장비를 이용한 안전 진단을 단 한 차례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강백룡(과장/광주시청 건축주택과) : “30년이 넘었다 할지라도 안전성이 확보된 건물들이 있지 않습니까. 지금 30년이 넘었다고 해서 다 안전진단 해라, 그런 법은 없어요.”
사고 아파트 처럼 지은지 3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30만 가구가 넘습니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일정 기간이 경과한 노후 아파트에 대해 정밀 검사를 의무화하거나 안전점검 기준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녹취> 한국시설안전공단 관계자 : “(일부)지자체에서 안전주택관리사 협회나 공단에 시켜서 위험건물(소규모공동주택)들을 점검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직까지 그것이 정착되고 많이 시행되고 있지는 않아요.”
주민 불안이 커지자, 광주시는 부랴부랴 사고 아파트와 비슷한 상태의 노후 공동주택을 선별해 정밀 안전진단을 벌인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물론, 이 문제는 비단 광주시만의 문제는 아닐겁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점검 두 달된 아파트 ‘쿵’…주민 불안 여전
-
- 입력 2014-07-29 08:26:07
- 수정2014-07-29 10:23:58
<앵커 멘트>
광주에 있는 노후 아파트의 기둥이 주저앉으면서 붕괴 징후가 나타나 주민들이 긴급대피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현재 이 아파트는 주민들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데요.
이승훈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이 기자, 이 아파트가 안전점검 받은지 두 달 정도 밖에 안됐다면서요?
<기자 멘트>
네, 말씀대로 불과 두 달전에 시행한 안전점검에서 B등급
그러니까, 큰 문제 없다는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급하게 몸만 피해 나와 이재민 아닌 이재민 신세가 된 주민들은 당혹해하는 표정입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사건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170여 세대가 거주하는 광주광역시의 한 아파트입니다.
아파트 주민들이 건물에서 이상 징후를 느낀 건 지난 24일 오후였습니다.
<녹취> 김한순(아파트 주민) : "확 주저앉는 기분이더라고요. 그래서 지진 같은 것인가? 나는 속으로 지진이 났나보다 그 생각만 하고..."
<녹취> 아파트 주민 (음성변조) : “쿵 소리가 났어요. 이 아파트가 흔들리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그 순간에 어디서 벼락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아파트 지하실에서 무언가 심상치 않은 상황을 목격합니다.
<인터뷰> 조용복(계장/광주 북부소방서 현장대응과) : “지하실에 가니까 기둥이 13개가 있었습니다. (기둥) 두 개의 콘크리트가 박리돼서 철근이 보이는 상태였어요. 내용이 참 심각하다는 것을 감지하고 그때부터 바로 대피를 지시했습니다.”
지하 콘크리트 기둥 13개 가운데 두 개의 표면이 벗겨지고 내부 철근까지 휘기 시작한 상황。
긴급히 꾸려진 대책반은 사고 발생 6시간만인 24일 밤.
파손된 기둥 주변에 여러 개의 철제빔을 세워 추가 균열에 대비했습니다.
응급 조치가 조금만 늦었더라도 어떻게 됐을지 모르는 다급한 상황이었습니다.
<인터뷰> 임안재(과장/광주 북구청 건축과) : “ 임시 기둥입니다. 40개를 들여와서 기둥 4개의 보강공사를 완료했습니다. ”
추가 균열은 막았지만, 아파트의 출입은 여전히 전면 통제되고 있습니다.
긴급 대피명령에 허겁지겁 몸만 빠져나왔던 주민들은 인근 초등학교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고 있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극심한 공포감과 외상후 스트레스 증세까지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 (음성변조) : “여기 두 시까지 있다가 세 시간도 못 자고 나왔거 든요. 저희가 편하게 쉴 수가 없잖아요.”
붕괴 우려 때문에 집에 들어가 볼 수 있는 시간은 하루 두 번, 10분씩만 허락되는 상황.
<녹취> “불필요한 코드 반드시 빼고요. 양쪽 문 잠가 주시고 현관문 반드시 잠가 주시고 나오셔야 됩니다.”
당장 먹어야 할 약과 생필품조차 꺼내오지 못한 주민들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갑니다.
<인터뷰> 강정화(아파트 주민) : “꼭 필요한 것만 해서 10분 정도로 시간 줘서 필요한 것만 가방에 넣어서…. 정신이 없으니까 약도 못 갖고 나왔죠.”
<녹취> 아파트 주민 (음성변조) : “몇 명씩만 들어가기 때문에 물건들을 어르신들이 못 갖고 나오시는 거예요, 계속. 음식물도 지금 안에서 썩어가고 이러니까.”
<기자 멘트>
다행히 빠른 신고와 조치로 대형 참사가 발생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주민들은 하루 아침에 이재민 신세가 됐습니다.
두 달전 안전점검에서 양호 등급을 받았다는 아파트가 왜 이런 지경이 됐을까?
일부에선 현행 건물 안전점검 제도의 허점을 지적합니다.
<리포트>
사고 이후 구청과 소방본부, 경찰 등으로 꾸려진 긴급 대책반.
아파트 한 켠에 마련된 상황실에서는 입주민들과의 대책회의가 한창입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 (음성변조) : “안전 진단을 맡겼더니 이상이 없대요”
<녹취> “두 달 전엔가 (점검)했다고 하던데”
주민의 말대로 불과 두 달 전 이 아파트는 안전진단을 받았습니다.
결과는 B등급.
큰 문제 없는 비교적 ‘양호한 상태’라는 진단을 받은겁니다.
주민들도 그동안 건물 안전에 대해 별다른 문제를 느낀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 (음성변조) : “실질적으로 외부에는 균열이 없어요. 외부 상으로는….”
<녹취> 아파트 주민 (음성변조) : “(건물은) 오래됐지만 방이 없어서 못 들어올 정도로 정말 좋거든요. 항상 엘리베이터 옆 게시판에 회의하고 뭘 보수하거나 그런 걸 꼼꼼히 기재해서 항상 저희들이 볼 수 있게끔 열람했기 때문에 저희도 믿고….”
하지만, 아파트는 기둥 철근이 드러나 휠 정도로 위험한 단계였습니다.
멀쩡했던 아파트가 왜 두 달만에 이런 위험한 상태가 된 걸까?
문제는 점검 방식에 있었습니다.
아파트의 안전 점검은 어떠한 전문 장비도 없이, 육안으로만 이뤄져 왔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임안재(과장/광주시청 건축과) : “안전 점검은 육안으로 하는 것이고 전기 쪽도 검사를 하고 설비도 검사를 하고 구조체 부분도 육안으로 검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연히 외관상의 문제가 없으면, 이상을 발견하기가 어렵습니다.
<녹취> 아파트 관리소 관계자 (음성변조) : “기둥 자체에는 전혀 금간 곳이 없었고 육안 점검으로는 전혀 판별을 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 현 상황이 이렇게 될 것이라고는.”
현행법상 16층 이상의 건물은 시설물 안전 특별법에 따라 전문 인력의 정밀 안전점검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16층 미만의 건물은 관리주체가 육안으로 검사만 해도 괜찮도록 돼 있습니다.
육안검사에서 문제가 드러나면 정밀 검사를 하는 방식입니다.
<인터뷰> 임안재(과장/광주 북구청 건축과) : “16층 이상,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은 안전 진단을 1년에 한 번씩 받도록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6층 이상은) 시설물 안전 특별법에서 규정을 하고 16층 미만은 주택법에 의해서 안전 점검을 하고 규정이 다릅니다."
이 때문에 사고 아파트는 지은지 33년이 돼도록 정밀 장비를 이용한 안전 진단을 단 한 차례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강백룡(과장/광주시청 건축주택과) : “30년이 넘었다 할지라도 안전성이 확보된 건물들이 있지 않습니까. 지금 30년이 넘었다고 해서 다 안전진단 해라, 그런 법은 없어요.”
사고 아파트 처럼 지은지 3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30만 가구가 넘습니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일정 기간이 경과한 노후 아파트에 대해 정밀 검사를 의무화하거나 안전점검 기준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녹취> 한국시설안전공단 관계자 : “(일부)지자체에서 안전주택관리사 협회나 공단에 시켜서 위험건물(소규모공동주택)들을 점검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직까지 그것이 정착되고 많이 시행되고 있지는 않아요.”
주민 불안이 커지자, 광주시는 부랴부랴 사고 아파트와 비슷한 상태의 노후 공동주택을 선별해 정밀 안전진단을 벌인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물론, 이 문제는 비단 광주시만의 문제는 아닐겁니다.
광주에 있는 노후 아파트의 기둥이 주저앉으면서 붕괴 징후가 나타나 주민들이 긴급대피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현재 이 아파트는 주민들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데요.
이승훈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이 기자, 이 아파트가 안전점검 받은지 두 달 정도 밖에 안됐다면서요?
<기자 멘트>
네, 말씀대로 불과 두 달전에 시행한 안전점검에서 B등급
그러니까, 큰 문제 없다는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급하게 몸만 피해 나와 이재민 아닌 이재민 신세가 된 주민들은 당혹해하는 표정입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사건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170여 세대가 거주하는 광주광역시의 한 아파트입니다.
아파트 주민들이 건물에서 이상 징후를 느낀 건 지난 24일 오후였습니다.
<녹취> 김한순(아파트 주민) : "확 주저앉는 기분이더라고요. 그래서 지진 같은 것인가? 나는 속으로 지진이 났나보다 그 생각만 하고..."
<녹취> 아파트 주민 (음성변조) : “쿵 소리가 났어요. 이 아파트가 흔들리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그 순간에 어디서 벼락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아파트 지하실에서 무언가 심상치 않은 상황을 목격합니다.
<인터뷰> 조용복(계장/광주 북부소방서 현장대응과) : “지하실에 가니까 기둥이 13개가 있었습니다. (기둥) 두 개의 콘크리트가 박리돼서 철근이 보이는 상태였어요. 내용이 참 심각하다는 것을 감지하고 그때부터 바로 대피를 지시했습니다.”
지하 콘크리트 기둥 13개 가운데 두 개의 표면이 벗겨지고 내부 철근까지 휘기 시작한 상황。
긴급히 꾸려진 대책반은 사고 발생 6시간만인 24일 밤.
파손된 기둥 주변에 여러 개의 철제빔을 세워 추가 균열에 대비했습니다.
응급 조치가 조금만 늦었더라도 어떻게 됐을지 모르는 다급한 상황이었습니다.
<인터뷰> 임안재(과장/광주 북구청 건축과) : “ 임시 기둥입니다. 40개를 들여와서 기둥 4개의 보강공사를 완료했습니다. ”
추가 균열은 막았지만, 아파트의 출입은 여전히 전면 통제되고 있습니다.
긴급 대피명령에 허겁지겁 몸만 빠져나왔던 주민들은 인근 초등학교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고 있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극심한 공포감과 외상후 스트레스 증세까지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 (음성변조) : “여기 두 시까지 있다가 세 시간도 못 자고 나왔거 든요. 저희가 편하게 쉴 수가 없잖아요.”
붕괴 우려 때문에 집에 들어가 볼 수 있는 시간은 하루 두 번, 10분씩만 허락되는 상황.
<녹취> “불필요한 코드 반드시 빼고요. 양쪽 문 잠가 주시고 현관문 반드시 잠가 주시고 나오셔야 됩니다.”
당장 먹어야 할 약과 생필품조차 꺼내오지 못한 주민들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갑니다.
<인터뷰> 강정화(아파트 주민) : “꼭 필요한 것만 해서 10분 정도로 시간 줘서 필요한 것만 가방에 넣어서…. 정신이 없으니까 약도 못 갖고 나왔죠.”
<녹취> 아파트 주민 (음성변조) : “몇 명씩만 들어가기 때문에 물건들을 어르신들이 못 갖고 나오시는 거예요, 계속. 음식물도 지금 안에서 썩어가고 이러니까.”
<기자 멘트>
다행히 빠른 신고와 조치로 대형 참사가 발생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주민들은 하루 아침에 이재민 신세가 됐습니다.
두 달전 안전점검에서 양호 등급을 받았다는 아파트가 왜 이런 지경이 됐을까?
일부에선 현행 건물 안전점검 제도의 허점을 지적합니다.
<리포트>
사고 이후 구청과 소방본부, 경찰 등으로 꾸려진 긴급 대책반.
아파트 한 켠에 마련된 상황실에서는 입주민들과의 대책회의가 한창입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 (음성변조) : “안전 진단을 맡겼더니 이상이 없대요”
<녹취> “두 달 전엔가 (점검)했다고 하던데”
주민의 말대로 불과 두 달 전 이 아파트는 안전진단을 받았습니다.
결과는 B등급.
큰 문제 없는 비교적 ‘양호한 상태’라는 진단을 받은겁니다.
주민들도 그동안 건물 안전에 대해 별다른 문제를 느낀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 (음성변조) : “실질적으로 외부에는 균열이 없어요. 외부 상으로는….”
<녹취> 아파트 주민 (음성변조) : “(건물은) 오래됐지만 방이 없어서 못 들어올 정도로 정말 좋거든요. 항상 엘리베이터 옆 게시판에 회의하고 뭘 보수하거나 그런 걸 꼼꼼히 기재해서 항상 저희들이 볼 수 있게끔 열람했기 때문에 저희도 믿고….”
하지만, 아파트는 기둥 철근이 드러나 휠 정도로 위험한 단계였습니다.
멀쩡했던 아파트가 왜 두 달만에 이런 위험한 상태가 된 걸까?
문제는 점검 방식에 있었습니다.
아파트의 안전 점검은 어떠한 전문 장비도 없이, 육안으로만 이뤄져 왔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임안재(과장/광주시청 건축과) : “안전 점검은 육안으로 하는 것이고 전기 쪽도 검사를 하고 설비도 검사를 하고 구조체 부분도 육안으로 검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연히 외관상의 문제가 없으면, 이상을 발견하기가 어렵습니다.
<녹취> 아파트 관리소 관계자 (음성변조) : “기둥 자체에는 전혀 금간 곳이 없었고 육안 점검으로는 전혀 판별을 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 현 상황이 이렇게 될 것이라고는.”
현행법상 16층 이상의 건물은 시설물 안전 특별법에 따라 전문 인력의 정밀 안전점검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16층 미만의 건물은 관리주체가 육안으로 검사만 해도 괜찮도록 돼 있습니다.
육안검사에서 문제가 드러나면 정밀 검사를 하는 방식입니다.
<인터뷰> 임안재(과장/광주 북구청 건축과) : “16층 이상,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은 안전 진단을 1년에 한 번씩 받도록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6층 이상은) 시설물 안전 특별법에서 규정을 하고 16층 미만은 주택법에 의해서 안전 점검을 하고 규정이 다릅니다."
이 때문에 사고 아파트는 지은지 33년이 돼도록 정밀 장비를 이용한 안전 진단을 단 한 차례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강백룡(과장/광주시청 건축주택과) : “30년이 넘었다 할지라도 안전성이 확보된 건물들이 있지 않습니까. 지금 30년이 넘었다고 해서 다 안전진단 해라, 그런 법은 없어요.”
사고 아파트 처럼 지은지 3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30만 가구가 넘습니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일정 기간이 경과한 노후 아파트에 대해 정밀 검사를 의무화하거나 안전점검 기준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녹취> 한국시설안전공단 관계자 : “(일부)지자체에서 안전주택관리사 협회나 공단에 시켜서 위험건물(소규모공동주택)들을 점검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직까지 그것이 정착되고 많이 시행되고 있지는 않아요.”
주민 불안이 커지자, 광주시는 부랴부랴 사고 아파트와 비슷한 상태의 노후 공동주택을 선별해 정밀 안전진단을 벌인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물론, 이 문제는 비단 광주시만의 문제는 아닐겁니다.
-
-
이승훈 기자 hun21@kbs.co.kr
이승훈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