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주인도 CCTV도 없는 가게, 과연…

입력 2014.08.05 (08:17) 수정 2014.08.05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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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우리가 흔히들 '양심'이라는 말을 자주 쓰잖아요,

양심이 살아 있다 양심적이다... 이런 말을 하는데, 이 양심이라는 건 어떨 때 느껴볼 수 있을까요?

한 가지 분명한 건 이겁니다. 남이 보지 않을 때! 다시 말해 누가 보고 있지 않아도, 옳은 일 마땅히 해야하는 행동을 하는 거죠,

우연히 남의 양심적인 행동을 느끼게 됐을 때는 그 사람에 대한 존경하는 마음, 고마운 마음과 함께 나도 그래야겠다라는 감화까지 받게 되는데요, 오늘 그런 곳을 한 번 보여드리려고요, 네, 박예원 기자 이게 골에 있는 무인 가게들이라고 하죠?

<기자 멘트>

네. 사실 처음부터 양심을 지키거나 자랑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가게는 아닙니다.

일손이 모자란 시골 마을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무인 가게가 된 셈인데,잘 가꾸고 키우는 과정에서 마을의 자랑이 되고, 상징이 됐다고 해요. 곧 보게 되시겠지만, 가게 모습을 보면 아니 저런데도아무도 물건을 안 가져간단 말이야? 하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도시에서는 불가능해 보여서 더 따뜻한 시골 마을 무인 가게, 지금부터 그 사연을 들려드리겠습니다.

<리포트>

충남 서천의 한 작은 마을 입구에는, 아주 특별한 가게 하나가 있는데요.

그날 수확한 농산물이 가득 진열돼 있지만 주인은 없습니다.

돈이 든 상자가 있어도 그 흔한 방범 카메라 한 대 없는 이곳.

물건 사는 사람이 알아서, 양심껏, 물건값을 치르고 가는 이 가게의 정체는요.

<인터뷰> 박대수(이장) : "지키는 사람이 없습니다.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무인 가게입니다.”

이 마을의 자랑, 무인가겝니다.

주민들이 멀리 5일장에 나가는 수고를 덜고 마을 홍보도 함께하자는 뜻에서 만든 건데요.

<녹취> “토마토랑 달걀 좀 팔러 가려고요.”

마을에 있는 스무 가구 중에서 여덟 집이 무인가게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녹취> “여러 가지 다 있습니다. 오이, 녹두, 꽈리.”

힘들게 키운 농산물이지만 손님들을 생각하며 싼 값에 내놓죠. 주인이 없으니 깎아줄 수도 없잖아요.

<인터뷰> 김영희(마을 주민) : “비싸게 받으면 소비자들이 안 사가요. 우리가 직접 재배한 거라 이렇게 싸게 파는 것이죠. 이것 보세요. 이렇게 많은데도 이천 원밖에 안 하잖아요.”

가격표까지 꼼꼼히 붙이고요.

<녹취> “이따 저녁에 봅시다.”

<녹취> "대박나라!"

주인장들이 모두 사라지고 나야 오늘 장사 시작입니다.

처음엔 이게 될까? 했다는데, 4년째에 접어든 지금은 단골도 있습니다.

<인터뷰> 박지선(충남 서천군) : “신선하고, 동네에서 한다고 이야기를 들었어요. 먹으면서 건강해지는 기분.”

<인터뷰> 방은실 (서울시 강서구) : “저희는 좋아요. 고를 수 있어서 좋고, 물건을 믿을 수 있어서 좋고요.”

<인터뷰> 고안옥 (충남 서천군) : "잔돈요? 준비해서 와야죠. 저희는 항상 천 원짜리 준비해서 옵니다."

생산자가 나를 믿고 파는 듯한 기분, 물건 사면서 왠지 정직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어쩌면 여기서는 믿음을 사고 파는지도 모릅니다. 자, 그렇다면 오늘 무인가게의 매출은 얼마나 될까요?

<녹취> "대박 났네요."

<인터뷰> 김영희 (마을 주민) : “예. 대박 났어요. 이렇게 막. 이렇게 흐트러진 만 원짜리 지폐가 여러 장이잖아요.”

이 작은 무인가게에서 어떤 날은 20만 원 넘게 물건이 팔린다고 하는데요.

돈통에 있던 돈을 다 세고 나면, 내놨던 물건을 확인하고 수익을 나눕니다.

<녹취> "많이 벌었네 오늘은.“

<녹취> "만 육천 원이요.“

<녹취> "고맙습니다.“

<녹취> "이순자 어머님 만 원.“

<녹취> "응갑이네 만 오천 원.“

<녹취> "오늘은 참말로 제대로 월급 타가네.“

뿌듯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친 주민들!

발걸음이 가벼워 보이죠?

<인터뷰> 박대수(이장) : “벽오리 무인 가게는 9.9㎡(3평)도 안 되는 작은 공간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마을의 경제적인 역할을 해주고, 항상 관심을 갖게 되는 공간이 되었어요. 이런 게 농촌의 작은 희망, 씨앗이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는 전남 장성의 또 다른 무인가게 얘깁니다.

무인가게라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는데, 가게에 들어서니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앉아 계시네요. 어르신, 가게 주인 아니세요?

<녹취> "쉬러 왔지요, 시원하니까.

<녹취> "우리도 손님입니다.

<녹취> "주민들이 다 주인이에요, 주인.

이 마을에선 몇 년 새 젊은이가 모두 떠나고 인구가 줄어들면서, 9년 전 딱 하나 남았던 구멍가게가 문을 닫았습니다.

가장 가까운 슈퍼도 마을에서 16킬로미터 거리, 30분은 차를 타야 하는데 어떡하나? 고심 끝에 이장님이 무인 가게를 연 겁니다.

<인터뷰> 박충렬(이장) : "본인들이 여기다 적고, 본인들이 돈을 갚고 다시 지우면 되기 때문에 제가 볼 필요가 없죠. 또 꼭 주민들이 필요하면, 필요하다고 써 놓으면 제가 보고 찾아 드리고 그러죠."

가게에는 장부 하나, 돈 통 하나뿐.

특히 외상 장부가 주민들 간의 소통 창구랍니다.

<녹취> "뭘 사다 드릴까요?“

<녹취> "오징어 다리.“

<녹취> "오징어 다리? 장 보러 갈 때 오징어 다리 한 봉지 사다 드려요?“

마트까지 가려면 왕복 버스비만도 4천 원 정돈데요.

게다가 하루에 버스가 10번만 왕복한다니, 정말 무인가게 열만 하죠?

<인터뷰> 박충렬(이장) : "여기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는 기동력도, 자동차도 없고, 라면이나 간장 간단한 것을 사는 데도 여기까지 차비를 내야 하고, 차비도 그렇지만 몸이 불편해서 이렇게 장을 받아서 가게를 열죠."

동네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출발한 무인 가게. 그 고마움을 알기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물건값을 꼭 내는 양심으로 화답했고요. 이곳은 이제, 이웃 사랑의 상징이 됐습니다.

<인터뷰> 박충렬(이장) : : "지금 현재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저희 부모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했던 것처럼 건강하고, 더 욕심을 내기보다 지금처럼만 운영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물건을 사고 팔지만, 파는만큼 각박해지고 사는 만큼 욕심이 느는 요즘 우리를 생각해봅니다. 그에 비하면 이 가게들, 훈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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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포착] 주인도 CCTV도 없는 가게, 과연…
    • 입력 2014-08-05 08:20:31
    • 수정2014-08-05 13: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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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우리가 흔히들 '양심'이라는 말을 자주 쓰잖아요,

양심이 살아 있다 양심적이다... 이런 말을 하는데, 이 양심이라는 건 어떨 때 느껴볼 수 있을까요?

한 가지 분명한 건 이겁니다. 남이 보지 않을 때! 다시 말해 누가 보고 있지 않아도, 옳은 일 마땅히 해야하는 행동을 하는 거죠,

우연히 남의 양심적인 행동을 느끼게 됐을 때는 그 사람에 대한 존경하는 마음, 고마운 마음과 함께 나도 그래야겠다라는 감화까지 받게 되는데요, 오늘 그런 곳을 한 번 보여드리려고요, 네, 박예원 기자 이게 골에 있는 무인 가게들이라고 하죠?

<기자 멘트>

네. 사실 처음부터 양심을 지키거나 자랑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가게는 아닙니다.

일손이 모자란 시골 마을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무인 가게가 된 셈인데,잘 가꾸고 키우는 과정에서 마을의 자랑이 되고, 상징이 됐다고 해요. 곧 보게 되시겠지만, 가게 모습을 보면 아니 저런데도아무도 물건을 안 가져간단 말이야? 하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도시에서는 불가능해 보여서 더 따뜻한 시골 마을 무인 가게, 지금부터 그 사연을 들려드리겠습니다.

<리포트>

충남 서천의 한 작은 마을 입구에는, 아주 특별한 가게 하나가 있는데요.

그날 수확한 농산물이 가득 진열돼 있지만 주인은 없습니다.

돈이 든 상자가 있어도 그 흔한 방범 카메라 한 대 없는 이곳.

물건 사는 사람이 알아서, 양심껏, 물건값을 치르고 가는 이 가게의 정체는요.

<인터뷰> 박대수(이장) : "지키는 사람이 없습니다.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무인 가게입니다.”

이 마을의 자랑, 무인가겝니다.

주민들이 멀리 5일장에 나가는 수고를 덜고 마을 홍보도 함께하자는 뜻에서 만든 건데요.

<녹취> “토마토랑 달걀 좀 팔러 가려고요.”

마을에 있는 스무 가구 중에서 여덟 집이 무인가게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녹취> “여러 가지 다 있습니다. 오이, 녹두, 꽈리.”

힘들게 키운 농산물이지만 손님들을 생각하며 싼 값에 내놓죠. 주인이 없으니 깎아줄 수도 없잖아요.

<인터뷰> 김영희(마을 주민) : “비싸게 받으면 소비자들이 안 사가요. 우리가 직접 재배한 거라 이렇게 싸게 파는 것이죠. 이것 보세요. 이렇게 많은데도 이천 원밖에 안 하잖아요.”

가격표까지 꼼꼼히 붙이고요.

<녹취> “이따 저녁에 봅시다.”

<녹취> "대박나라!"

주인장들이 모두 사라지고 나야 오늘 장사 시작입니다.

처음엔 이게 될까? 했다는데, 4년째에 접어든 지금은 단골도 있습니다.

<인터뷰> 박지선(충남 서천군) : “신선하고, 동네에서 한다고 이야기를 들었어요. 먹으면서 건강해지는 기분.”

<인터뷰> 방은실 (서울시 강서구) : “저희는 좋아요. 고를 수 있어서 좋고, 물건을 믿을 수 있어서 좋고요.”

<인터뷰> 고안옥 (충남 서천군) : "잔돈요? 준비해서 와야죠. 저희는 항상 천 원짜리 준비해서 옵니다."

생산자가 나를 믿고 파는 듯한 기분, 물건 사면서 왠지 정직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어쩌면 여기서는 믿음을 사고 파는지도 모릅니다. 자, 그렇다면 오늘 무인가게의 매출은 얼마나 될까요?

<녹취> "대박 났네요."

<인터뷰> 김영희 (마을 주민) : “예. 대박 났어요. 이렇게 막. 이렇게 흐트러진 만 원짜리 지폐가 여러 장이잖아요.”

이 작은 무인가게에서 어떤 날은 20만 원 넘게 물건이 팔린다고 하는데요.

돈통에 있던 돈을 다 세고 나면, 내놨던 물건을 확인하고 수익을 나눕니다.

<녹취> "많이 벌었네 오늘은.“

<녹취> "만 육천 원이요.“

<녹취> "고맙습니다.“

<녹취> "이순자 어머님 만 원.“

<녹취> "응갑이네 만 오천 원.“

<녹취> "오늘은 참말로 제대로 월급 타가네.“

뿌듯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친 주민들!

발걸음이 가벼워 보이죠?

<인터뷰> 박대수(이장) : “벽오리 무인 가게는 9.9㎡(3평)도 안 되는 작은 공간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마을의 경제적인 역할을 해주고, 항상 관심을 갖게 되는 공간이 되었어요. 이런 게 농촌의 작은 희망, 씨앗이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는 전남 장성의 또 다른 무인가게 얘깁니다.

무인가게라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는데, 가게에 들어서니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앉아 계시네요. 어르신, 가게 주인 아니세요?

<녹취> "쉬러 왔지요, 시원하니까.

<녹취> "우리도 손님입니다.

<녹취> "주민들이 다 주인이에요, 주인.

이 마을에선 몇 년 새 젊은이가 모두 떠나고 인구가 줄어들면서, 9년 전 딱 하나 남았던 구멍가게가 문을 닫았습니다.

가장 가까운 슈퍼도 마을에서 16킬로미터 거리, 30분은 차를 타야 하는데 어떡하나? 고심 끝에 이장님이 무인 가게를 연 겁니다.

<인터뷰> 박충렬(이장) : "본인들이 여기다 적고, 본인들이 돈을 갚고 다시 지우면 되기 때문에 제가 볼 필요가 없죠. 또 꼭 주민들이 필요하면, 필요하다고 써 놓으면 제가 보고 찾아 드리고 그러죠."

가게에는 장부 하나, 돈 통 하나뿐.

특히 외상 장부가 주민들 간의 소통 창구랍니다.

<녹취> "뭘 사다 드릴까요?“

<녹취> "오징어 다리.“

<녹취> "오징어 다리? 장 보러 갈 때 오징어 다리 한 봉지 사다 드려요?“

마트까지 가려면 왕복 버스비만도 4천 원 정돈데요.

게다가 하루에 버스가 10번만 왕복한다니, 정말 무인가게 열만 하죠?

<인터뷰> 박충렬(이장) : "여기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는 기동력도, 자동차도 없고, 라면이나 간장 간단한 것을 사는 데도 여기까지 차비를 내야 하고, 차비도 그렇지만 몸이 불편해서 이렇게 장을 받아서 가게를 열죠."

동네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출발한 무인 가게. 그 고마움을 알기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물건값을 꼭 내는 양심으로 화답했고요. 이곳은 이제, 이웃 사랑의 상징이 됐습니다.

<인터뷰> 박충렬(이장) : : "지금 현재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저희 부모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했던 것처럼 건강하고, 더 욕심을 내기보다 지금처럼만 운영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물건을 사고 팔지만, 파는만큼 각박해지고 사는 만큼 욕심이 느는 요즘 우리를 생각해봅니다. 그에 비하면 이 가게들, 훈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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