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상황 그대로’ 서스펜디드 게임 진풍경

입력 2014.08.06 (16:25) 수정 2014.08.06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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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서 2011년 이후 약 3년 4개월 만에 이틀에 걸쳐 '서스펜디드 게임'이 치러진 사직구장은 평범하게 이어지던 예전과 다른 독특한 볼거리들을 선사했다.

전날 전광판 고장으로 일시 중지됐다가 6일 속개를 앞둔 사직구장 3루쪽 더그아웃의 테이블 위에는 적다 만 기록지가 펼쳐져 있었다.

기록지는 전날 중단된 5회초 2사 1루에서 김종호의 타석을 앞둔 상황까지만 채워져 있어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는 김경문 NC 감독의 뒤편 벽 위에도 5일의 선수단 운용을 기록해 둔 표가 그대로 붙어 있었다.

멈춰 있던 기록지 그대로 경기도 이어졌다.

오후 4시가 되자 롯데 선수들은 중단돼 있던 상황 그대로 수비 위치를 잡고 섰다.

NC에서도 박민우가 1루 주자로 들어갔다.

심판의 위치도 똑같았다. 보통 심판들은 경기마다 돌아가며 다른 위치에 서지만, 멈춘 경기가 계속된 만큼 전날과 똑같이 김병주 팀장이 구심 자리에 섰다.

이 경기에서 2루심을 본 오훈규 심판이 다음 경기에서 구심으로 나섰다.

물론, 경기가 벌어진 날짜가 다른 만큼 똑같이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경기는 다른 경기일 수밖에 없다.

롯데는 경기 중단 직전까지 던지던 장원준을 대신해 강영식이 마운드에 올라갔다.

NC도 타석에 원래 예정돼 있던 김종호 대신 대타 권희동을 내세웠다.

선수단 구성도 달라졌다.

이날 NC는 이성민·노진혁 등 두 명의 선수를, 롯데는 손아섭을 새로 등록했다.

이에 따른 희비도 엇갈렸다.

서스펜디드 게임이 속개될 경우 그날 새로 등록한 선수는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야구 규칙에 따라 롯데는 부상을 털어낸 간판타자 손아섭을 승부처의 조커로 남겨둘 수 있게 됐다.

반대로 NC는 전날 교체한 용병 에릭 테임즈를 속행 경기에서도 쓸 수 없어 카드가 줄어든 상황이 됐다.

하루에 두 경기를 치러야 하는 부담감이야 모두 같지만, 다급한 정도가 다른 양 팀 사령탑의 태도도 묘하게 엇갈렸다.

고장난 사직구장 조명탑은 달라붙은 전기선을 제거하는 작업을 통해 복구됐지만, 52개의 전등 가운데 10여개는 살리지 못한 채 경기를 치러야 했다.

야구장 조명이 일정한 수준의 조도에 이르지 못할 경우 선수들의 기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경기가 취소될 수도 있다.

이를 두고 NC 김경문 감독은 "페넌트레이스에서 가장 힘들고 중요한 시기인데, 라이트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굳이 무리해서 경기할 필요가 있느냐"고 속내를 드러냈다.

반면 롯데 김시진 감독은 "물론 경기장이 어두우면 안되겠지만, 기본적으로 정해놓은 데 따르면 되지 않느냐"며 조금 더 유보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한편, 전날 중단된 경기의 티켓을 전액 환불한 롯데는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티켓 판매를 시작해 표를 산 관중은 두 경기를 모두 볼 수 있도록 했다.

평일 낮 경기임에도 예상보다 많은 팬이 첫 경기부터 사직구장을 찾아 드문드문 관중석에 자리를 잡고 응원전을 벌였다.

이에 따라 또 하나의 이색 기록도 탄생했다.

하나의 티켓으로 두 경기를 모두 볼 수 있도록 조치함에 따라, 이날 두 경기의 관객은 똑같은 1만3천260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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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제 상황 그대로’ 서스펜디드 게임 진풍경
    • 입력 2014-08-06 16:25:26
    • 수정2014-08-06 22:28:45
    연합뉴스
프로야구에서 2011년 이후 약 3년 4개월 만에 이틀에 걸쳐 '서스펜디드 게임'이 치러진 사직구장은 평범하게 이어지던 예전과 다른 독특한 볼거리들을 선사했다.

전날 전광판 고장으로 일시 중지됐다가 6일 속개를 앞둔 사직구장 3루쪽 더그아웃의 테이블 위에는 적다 만 기록지가 펼쳐져 있었다.

기록지는 전날 중단된 5회초 2사 1루에서 김종호의 타석을 앞둔 상황까지만 채워져 있어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는 김경문 NC 감독의 뒤편 벽 위에도 5일의 선수단 운용을 기록해 둔 표가 그대로 붙어 있었다.

멈춰 있던 기록지 그대로 경기도 이어졌다.

오후 4시가 되자 롯데 선수들은 중단돼 있던 상황 그대로 수비 위치를 잡고 섰다.

NC에서도 박민우가 1루 주자로 들어갔다.

심판의 위치도 똑같았다. 보통 심판들은 경기마다 돌아가며 다른 위치에 서지만, 멈춘 경기가 계속된 만큼 전날과 똑같이 김병주 팀장이 구심 자리에 섰다.

이 경기에서 2루심을 본 오훈규 심판이 다음 경기에서 구심으로 나섰다.

물론, 경기가 벌어진 날짜가 다른 만큼 똑같이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경기는 다른 경기일 수밖에 없다.

롯데는 경기 중단 직전까지 던지던 장원준을 대신해 강영식이 마운드에 올라갔다.

NC도 타석에 원래 예정돼 있던 김종호 대신 대타 권희동을 내세웠다.

선수단 구성도 달라졌다.

이날 NC는 이성민·노진혁 등 두 명의 선수를, 롯데는 손아섭을 새로 등록했다.

이에 따른 희비도 엇갈렸다.

서스펜디드 게임이 속개될 경우 그날 새로 등록한 선수는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야구 규칙에 따라 롯데는 부상을 털어낸 간판타자 손아섭을 승부처의 조커로 남겨둘 수 있게 됐다.

반대로 NC는 전날 교체한 용병 에릭 테임즈를 속행 경기에서도 쓸 수 없어 카드가 줄어든 상황이 됐다.

하루에 두 경기를 치러야 하는 부담감이야 모두 같지만, 다급한 정도가 다른 양 팀 사령탑의 태도도 묘하게 엇갈렸다.

고장난 사직구장 조명탑은 달라붙은 전기선을 제거하는 작업을 통해 복구됐지만, 52개의 전등 가운데 10여개는 살리지 못한 채 경기를 치러야 했다.

야구장 조명이 일정한 수준의 조도에 이르지 못할 경우 선수들의 기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경기가 취소될 수도 있다.

이를 두고 NC 김경문 감독은 "페넌트레이스에서 가장 힘들고 중요한 시기인데, 라이트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굳이 무리해서 경기할 필요가 있느냐"고 속내를 드러냈다.

반면 롯데 김시진 감독은 "물론 경기장이 어두우면 안되겠지만, 기본적으로 정해놓은 데 따르면 되지 않느냐"며 조금 더 유보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한편, 전날 중단된 경기의 티켓을 전액 환불한 롯데는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티켓 판매를 시작해 표를 산 관중은 두 경기를 모두 볼 수 있도록 했다.

평일 낮 경기임에도 예상보다 많은 팬이 첫 경기부터 사직구장을 찾아 드문드문 관중석에 자리를 잡고 응원전을 벌였다.

이에 따라 또 하나의 이색 기록도 탄생했다.

하나의 티켓으로 두 경기를 모두 볼 수 있도록 조치함에 따라, 이날 두 경기의 관객은 똑같은 1만3천260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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