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범죄의 온상’ 대포폰·대포차·대포통장

입력 2014.08.07 (21:25) 수정 2014.08.07 (22:1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유대균의 도주를 도운 박수경 씨, 도피에 앞서 '대포폰'부터 물색했습니다.

재력가 피살사건에서도 김형식 시의원이 대포폰 3개로 범행을 모의했다고 합니다.

최근 검찰에 붙잡힌 한 뺑소니범은 '대포차' 덕에 5년 넘게 추적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명의자와 실제 사용자가 다른 휴대전화와 자동차, 통장을 이른바 '대포 3종세트'라고 부르는데요.

대출사기 등 각종 범죄에 꼭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대포 물건들, 어떻게 생겨나고 어디에 이용되는 걸까요?

먼저 이슬기 기자가 대포통장의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휴대전화를 보며 초조하게 누군가를 기다리는 남성.

대포통장의 현금인출카드를 '인출책'에게 전달하려는 겁니다.

카드를 넘겨 받은 여성 '인출책'.

입금된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돈을 뽑기 위해 은행으로 향하고..

경찰의 추격이 시작됩니다.

은행 5곳을 돌던 여성이 돈을 인출하는 순간, 잠복중이던 경찰에게 덜미를 잡힙니다.

<녹취> "전자금융법 위반으로 긴급 체포되신거에요."

<녹취> 보이스피싱 인출책 : "은행 옆에 가서 바로바로 뽑으라고 했어요. 자기가 돈을 다 주고 통장을 사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했어요."

'보이스피싱' 사기로 '대포통장'에 모인 돈을 중국 사기조직의 실시간 지시를 받으며 인출해 온 겁니다.

대포 통장을 거쳐 매일 수천만원씩 중국으로 흘러간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습니다.

특히 인출책이 갖고 있던 카드 열(10)장 가운데 넉(4)장은 증권사 계좌와 연결된 겁니다.

실제로 입출금이 자유로운 증권사 CMA 계좌가 대포통장에 악용돼 두 달 사이 50배 급증했습니다.

시중은행 계좌에 대한 단속이 강화된데 따른 겁니다.

<인터뷰> 백의형(서대문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과거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증권사 계좌까지도 대포통장 모집 조직에서 적극적으로 모집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기자 멘트>

최근 2년간 범죄에 악용된 대포 통장만 10만여 개.

이제 사기 조직들은 콜센터까지 만들어 대포통장 명의대여자를 대대적으로 확보하고 있습니다.

거리에 넘쳐나는 자동차들, 올 연말이면 등록대수가 2천 만대를 넘어섭니다.

이 가운데 100만대 가량이 대포차로 추정되는데, 스무 대 중 한 대 꼴입니다.

명의자와 실제 운전자가 달라 '도로 위 유령'으로도 불리는 대포차.

대부분 빚을 갚지 못해 타인에게 넘어갔지만 명의가 이전되지 않은 차량입니다.

대포차는 각종 강력범죄에 사용되는 것은 물론이고, 도로 안전에도 위협을 주고 있습니다.

차 한 대당 법규 위반만 50건에 달할 정도인데, 실제 운전자를 확인하기 어려운 점을 악용하는 겁니다.

또 요즘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손쉽게 대포차를 살 수 있어 더 문젭니다.

이렇게 택시에 휴대전화를 놓고 내리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요.

'분실폰'에 노숙자 등 다른 사람 명의의 유심칩을 끼워 대포폰으로 악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 휴대전화 판매점에서는 빼돌린 개인정보를 이용해 명의상 주인도 모르게 대포폰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검찰과 경찰은 올 2월 '대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지만 대포 범죄는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대포 물건' 근절 방안은 없는지 대책을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이 은행 영업점에는 하루 10여 명의 고객이 계좌를 개설합니다.

예전엔 입출금 통장 하나 만드는데 5분이면 충분했지만 최근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녹취> 은행원 : "(최근 한달 동안 금융권에서 통장 개설하신 적 있으세요?) 없어요."

대포 계좌를 막기 위해 단기간에 많은 통장을 만들수 없도록 규정이 강화된 겁니다.

실시간 거래 내역을 추적하며 보이스피싱 등 대포 의심 통장을 추려내기도 합니다.

<녹취> "(대포 통장은) 거래 패턴 자체가 워낙 다르기 때문에 그 여러가지 유형을 12가지로 나눠서..."

이런 노력으로 대포통장 10개 중 6개 꼴이었던 이 은행의 비중은 올해 들어 크게 떨어졌습니다.

현행법상 이러한 통장이나 현금카드를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거나 또 판매하는 행위는 명백히 불법입니다.

하지만 대포통장 명의 제공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본인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대포폰도 명의 제공자는 물론 '판매자'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대포차 역시 처벌이 쉽지 않은데다 대부분 벌금형에 그칩니다.

<인터뷰> 양종우(변호사) : "명의 제공자의 고의성,그리고 대포차 구입자가 미리 알고 샀는지 등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명의 제공자에 대한 처벌 강화를 통해 명의 대여를 범죄로 여기게하는 사회적 인식변화가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KBS 뉴스 강나루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슈&뉴스] ‘범죄의 온상’ 대포폰·대포차·대포통장
    • 입력 2014-08-07 21:26:44
    • 수정2014-08-07 22:15:51
    뉴스 9
<앵커 멘트>

유대균의 도주를 도운 박수경 씨, 도피에 앞서 '대포폰'부터 물색했습니다.

재력가 피살사건에서도 김형식 시의원이 대포폰 3개로 범행을 모의했다고 합니다.

최근 검찰에 붙잡힌 한 뺑소니범은 '대포차' 덕에 5년 넘게 추적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명의자와 실제 사용자가 다른 휴대전화와 자동차, 통장을 이른바 '대포 3종세트'라고 부르는데요.

대출사기 등 각종 범죄에 꼭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대포 물건들, 어떻게 생겨나고 어디에 이용되는 걸까요?

먼저 이슬기 기자가 대포통장의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휴대전화를 보며 초조하게 누군가를 기다리는 남성.

대포통장의 현금인출카드를 '인출책'에게 전달하려는 겁니다.

카드를 넘겨 받은 여성 '인출책'.

입금된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돈을 뽑기 위해 은행으로 향하고..

경찰의 추격이 시작됩니다.

은행 5곳을 돌던 여성이 돈을 인출하는 순간, 잠복중이던 경찰에게 덜미를 잡힙니다.

<녹취> "전자금융법 위반으로 긴급 체포되신거에요."

<녹취> 보이스피싱 인출책 : "은행 옆에 가서 바로바로 뽑으라고 했어요. 자기가 돈을 다 주고 통장을 사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했어요."

'보이스피싱' 사기로 '대포통장'에 모인 돈을 중국 사기조직의 실시간 지시를 받으며 인출해 온 겁니다.

대포 통장을 거쳐 매일 수천만원씩 중국으로 흘러간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습니다.

특히 인출책이 갖고 있던 카드 열(10)장 가운데 넉(4)장은 증권사 계좌와 연결된 겁니다.

실제로 입출금이 자유로운 증권사 CMA 계좌가 대포통장에 악용돼 두 달 사이 50배 급증했습니다.

시중은행 계좌에 대한 단속이 강화된데 따른 겁니다.

<인터뷰> 백의형(서대문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과거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증권사 계좌까지도 대포통장 모집 조직에서 적극적으로 모집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기자 멘트>

최근 2년간 범죄에 악용된 대포 통장만 10만여 개.

이제 사기 조직들은 콜센터까지 만들어 대포통장 명의대여자를 대대적으로 확보하고 있습니다.

거리에 넘쳐나는 자동차들, 올 연말이면 등록대수가 2천 만대를 넘어섭니다.

이 가운데 100만대 가량이 대포차로 추정되는데, 스무 대 중 한 대 꼴입니다.

명의자와 실제 운전자가 달라 '도로 위 유령'으로도 불리는 대포차.

대부분 빚을 갚지 못해 타인에게 넘어갔지만 명의가 이전되지 않은 차량입니다.

대포차는 각종 강력범죄에 사용되는 것은 물론이고, 도로 안전에도 위협을 주고 있습니다.

차 한 대당 법규 위반만 50건에 달할 정도인데, 실제 운전자를 확인하기 어려운 점을 악용하는 겁니다.

또 요즘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손쉽게 대포차를 살 수 있어 더 문젭니다.

이렇게 택시에 휴대전화를 놓고 내리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요.

'분실폰'에 노숙자 등 다른 사람 명의의 유심칩을 끼워 대포폰으로 악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 휴대전화 판매점에서는 빼돌린 개인정보를 이용해 명의상 주인도 모르게 대포폰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검찰과 경찰은 올 2월 '대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지만 대포 범죄는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대포 물건' 근절 방안은 없는지 대책을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이 은행 영업점에는 하루 10여 명의 고객이 계좌를 개설합니다.

예전엔 입출금 통장 하나 만드는데 5분이면 충분했지만 최근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녹취> 은행원 : "(최근 한달 동안 금융권에서 통장 개설하신 적 있으세요?) 없어요."

대포 계좌를 막기 위해 단기간에 많은 통장을 만들수 없도록 규정이 강화된 겁니다.

실시간 거래 내역을 추적하며 보이스피싱 등 대포 의심 통장을 추려내기도 합니다.

<녹취> "(대포 통장은) 거래 패턴 자체가 워낙 다르기 때문에 그 여러가지 유형을 12가지로 나눠서..."

이런 노력으로 대포통장 10개 중 6개 꼴이었던 이 은행의 비중은 올해 들어 크게 떨어졌습니다.

현행법상 이러한 통장이나 현금카드를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거나 또 판매하는 행위는 명백히 불법입니다.

하지만 대포통장 명의 제공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본인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대포폰도 명의 제공자는 물론 '판매자'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대포차 역시 처벌이 쉽지 않은데다 대부분 벌금형에 그칩니다.

<인터뷰> 양종우(변호사) : "명의 제공자의 고의성,그리고 대포차 구입자가 미리 알고 샀는지 등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명의 제공자에 대한 처벌 강화를 통해 명의 대여를 범죄로 여기게하는 사회적 인식변화가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KBS 뉴스 강나루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