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도심 애물단지 ‘백로’…공존 해법은?

입력 2014.08.13 (08:37) 수정 2014.08.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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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예부터 백로는 풍년을 가져다주고 좋은 일이 생기게 한다고 해서 길조로 여겨졌는데요.

그런데 최근 이 백로가 도심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고 합니다.

왜 그런 건지 이승훈 기자와 알아볼텐데요.

일부 지역에서는 백로 서식지를 없애는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요?

<기자 멘트>

네, 냄새와 위생문제, 소음 등에 대한 민원이 끊이질 않기 때문입니다.

길조인 백로가 어쩌다가 이런 신세까지 됐는가 처량한 생각마저 드는데요,

하지만 주민들의 고충을 들어보면, 또 간단히 생각할 문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도심 백로 서식지를 둘러싼 논란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푸른 숲 가득히 하얀 꽃이 피어있는 듯한 모습.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철새 백로입니다.

백로떼는 몇 해 전부터 이 도심 야산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이내율(팀장/청주시청 환경정책과 자연보전팀) : "우리 청주시 지역에는 수곡동 잠두봉에 약 300마리의 백로가 서식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곳이 바로 백로의 서식지.

따뜻한 날씨를 찾아 이동하는 백로가 함께 모여 여름을 나고, 짝짓기까지 하는 곳입니다.

<인터뷰> 윤무부(박사/조류학자) : "대개 4월 중순께 와서 5월부터 번식하기 시작해서 집 짓고 짝짓기하고 가을인 9월 말쯤에 모여서 강남인 필리핀을 가는 거예요."

민가가 바로 옆에 있는 도심 뒷산이지만, 백로 떼가 유독 이곳을 찾는 이유는 나무가 우거진데다, 주변에 하천이 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윤무부(박사/조류학자) : "백로는 대개 습지를 좋아하니까 얘들은 먹이가 거의 100%가 물고기예요. 그러니까 강가, 저수지, 논밭 근처 개울가에서 흔히 (서식하는)"

그런데, 이 백로떼가 영 달갑지 않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인근에 살고 있는 주민들.

<인터뷰> 서상자(주민) : "산이 하얗잖아요 지금. 보기는 좋은데 냄새가 많이 난다고"

백로떼의 배설물로 나무가 말라 죽고, 악취가 진동하는데다 소음까지 심해, 여간 힘든게 아니라는게 주민들의 하소연입니다.

<인터뷰> 장학자(주민) : "위생상 좀 안 좋은 것 같아. 한두 마리도 아니고 여러 마리가, 창문을 못 연다고"

시청민원실은 여름철마다 백로로 인한 주민 민원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벌써 몇 년째 반복되고 있는 일이지만, 시라고 해서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닙니다.

<인터뷰> 이내율(팀장/청주시청 환경정책과 자연보전팀) : "백로는 예로부터 좋은 이미지의 새로 유해 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저희가 포획하거나 인위적인 서식지를 철거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게다가 집단으로 서식지를 만든 철새는 오히려 보호를 해줘야 할 대상.

<인터뷰> 백운기(박사/중앙국립과학관) : "야생 동식물 보호법에 의해서 백로처럼 집단으로 번식하는 그런 종류들이 번식하는 상태에 있을 때는 보호종으로 지정하거나, 보호 지역으로 지정된 것 같은 효과를"

서식지를 없애지도, 그렇다고 놔둘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고민에 청주시는 빠져있습니다.

<인터뷰> 이내율(팀장/청주시청 환경정책과 자연보전팀) : "백로 서식지를 당장은 없앨 수는 없고요. 주민들 협조를 구해가면서 장기적으로 그에 대한 대책을 강구할 계획입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백로떼로 인한 주민 고충이 이해가 되는데요,

이런 불편이 계속되자, 서식지를 없애기로 결정한 자치단체가 있습니다.

바로 대전시 서구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찬반 논란은 뜨겁습니다.

취재팀은 대전시 서구의 한 가정집을 방문했습니다.

방충망이 온통 새털에 덮여있고 집 주변에는 배설물이 널려있습니다.

집과 가까운 곳에 둥지를 튼 백로 때문입니다.

<인터뷰> 오흥자(주민) : "물고기만 먹으니까 생선 썩는 냄새. 비 오려고 하면 더 많이 나고 그런데다 꽥꽥거리니까 애들 공부 못하지, 잠 못 자지, 그거 때문에 힘들어서"

악취가 너무 심해 한여름 무더위에 창문도 쉽게 못 연다고 합니다.

<인터뷰> 황수빈(주민) : "지금 이쪽으로 널어놓으면 깃털 붙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안쪽으로 놔두는데, 자잘한 깃털이 붙어서 꼭 털어야 하고요. 무엇보다 냄새 때문에 못 살겠어요. 냄새가 엄청나요."

백로의 서식지는 주택가 사이에 위치한 공원.

백로떼가 2년전부터 이곳을 찾기 시작했는데 개체수가 7,8백 마리에 이릅니다.

<인터뷰> 윤종민(박사/한국황새생태연구원) : "샛강 살리기 같은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까 수질도 좋아지고 백로들이 새끼를 키우는데 먹이 자원이 되는 어류들이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이 되면서"

자치단체의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로 몰려오는 주민들의 민원 전화.

별의 별 수를 다 동원했지만, 효과가 없었습니다.

<인터뷰> 백승식(계장/대전 서구청 환경과) : "그동안 저희가 조류기피제라든지 서치라이트를 비춘다고 여러 가지 방법을 해봤습니다만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구청이 결국 내린 결론은 서식지를 없애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뷰> 백승식(계장/대전 서구청 환경과) : "달리 대안이 없기 때문에, 결국은 소나무를 베고 단풍나무를 심는 수목 갱신 작업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480그루 정도가 있는데 240그루 정도를 벨 예정이거든요."

문제가 된 도심 공원의 나무를 없애면, 백로들이 자연스럽게 다른 곳으로 이주할 것이라는 게 자치단체의 생각.

<인터뷰> 백승식(계장/대전 서구청 환경과) : "새들이 다 커서 이주할 준비가 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조사 활동을 하고 있고요. 그 조사 활동 결과에 따라서 나무를 벨 수 있도록 할 예정이고요. 저희가 늦어도 8월 말까지는 이 사업을 실행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인터뷰> 윤종민(박사/한국황새생태연구원) : "백로, 왜가리들이 번식기가 2달에서 3달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기간에 인간하고 야생동물하고 잠깐이나마 같이 생활할 수 있도록 지자체나 정부의 어떤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서식지를 없애는 것보다,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게 현명한 일이라고 지적합니다.

<녹취> 황인석(태화강 백로 생태학교) : "도심에 백로 류가 날아온다는 것은 우리 동네가 살기 좋다는 그런 말과 똑같은 거고요. 분변이 있으면 냄새 제거를 할 수 있는 노력도 할 수 있고 둥지가 너무 가까이 있으면 그 사이에 완충 지역을 만들어 주면 될 것이고, 없앨 게 아니라 기술들을 활용하면 새들도 살아가고 사람도 사는"

무리하게 나무를 베어내 봤자, 또 다른 도심 서식지로 이동할 뿐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하고 있는 상황.

물론 가장 이상적인 건, 백로도 좋고, 사람도 사는 건데, 공존 방안을 찾는 일이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인터뷰> 백운기(박사/중앙국립과학관) : "민가의 피해를 받고 있기 때문에 민가에서 좀 떨어진 지역으로 번식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밖에 없습니다. 천천히 차근차근 새들을 그쪽으로 유도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하나씩 준비해 들어가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풍년을 부르는 길조에서 도심 천덕꾸러기가 된 백로.

서식지를 처리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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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도심 애물단지 ‘백로’…공존 해법은?
    • 입력 2014-08-13 08:39:03
    • 수정2014-08-13 11: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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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예부터 백로는 풍년을 가져다주고 좋은 일이 생기게 한다고 해서 길조로 여겨졌는데요.

그런데 최근 이 백로가 도심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고 합니다.

왜 그런 건지 이승훈 기자와 알아볼텐데요.

일부 지역에서는 백로 서식지를 없애는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요?

<기자 멘트>

네, 냄새와 위생문제, 소음 등에 대한 민원이 끊이질 않기 때문입니다.

길조인 백로가 어쩌다가 이런 신세까지 됐는가 처량한 생각마저 드는데요,

하지만 주민들의 고충을 들어보면, 또 간단히 생각할 문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도심 백로 서식지를 둘러싼 논란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푸른 숲 가득히 하얀 꽃이 피어있는 듯한 모습.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철새 백로입니다.

백로떼는 몇 해 전부터 이 도심 야산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이내율(팀장/청주시청 환경정책과 자연보전팀) : "우리 청주시 지역에는 수곡동 잠두봉에 약 300마리의 백로가 서식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곳이 바로 백로의 서식지.

따뜻한 날씨를 찾아 이동하는 백로가 함께 모여 여름을 나고, 짝짓기까지 하는 곳입니다.

<인터뷰> 윤무부(박사/조류학자) : "대개 4월 중순께 와서 5월부터 번식하기 시작해서 집 짓고 짝짓기하고 가을인 9월 말쯤에 모여서 강남인 필리핀을 가는 거예요."

민가가 바로 옆에 있는 도심 뒷산이지만, 백로 떼가 유독 이곳을 찾는 이유는 나무가 우거진데다, 주변에 하천이 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윤무부(박사/조류학자) : "백로는 대개 습지를 좋아하니까 얘들은 먹이가 거의 100%가 물고기예요. 그러니까 강가, 저수지, 논밭 근처 개울가에서 흔히 (서식하는)"

그런데, 이 백로떼가 영 달갑지 않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인근에 살고 있는 주민들.

<인터뷰> 서상자(주민) : "산이 하얗잖아요 지금. 보기는 좋은데 냄새가 많이 난다고"

백로떼의 배설물로 나무가 말라 죽고, 악취가 진동하는데다 소음까지 심해, 여간 힘든게 아니라는게 주민들의 하소연입니다.

<인터뷰> 장학자(주민) : "위생상 좀 안 좋은 것 같아. 한두 마리도 아니고 여러 마리가, 창문을 못 연다고"

시청민원실은 여름철마다 백로로 인한 주민 민원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벌써 몇 년째 반복되고 있는 일이지만, 시라고 해서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닙니다.

<인터뷰> 이내율(팀장/청주시청 환경정책과 자연보전팀) : "백로는 예로부터 좋은 이미지의 새로 유해 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저희가 포획하거나 인위적인 서식지를 철거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게다가 집단으로 서식지를 만든 철새는 오히려 보호를 해줘야 할 대상.

<인터뷰> 백운기(박사/중앙국립과학관) : "야생 동식물 보호법에 의해서 백로처럼 집단으로 번식하는 그런 종류들이 번식하는 상태에 있을 때는 보호종으로 지정하거나, 보호 지역으로 지정된 것 같은 효과를"

서식지를 없애지도, 그렇다고 놔둘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고민에 청주시는 빠져있습니다.

<인터뷰> 이내율(팀장/청주시청 환경정책과 자연보전팀) : "백로 서식지를 당장은 없앨 수는 없고요. 주민들 협조를 구해가면서 장기적으로 그에 대한 대책을 강구할 계획입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백로떼로 인한 주민 고충이 이해가 되는데요,

이런 불편이 계속되자, 서식지를 없애기로 결정한 자치단체가 있습니다.

바로 대전시 서구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찬반 논란은 뜨겁습니다.

취재팀은 대전시 서구의 한 가정집을 방문했습니다.

방충망이 온통 새털에 덮여있고 집 주변에는 배설물이 널려있습니다.

집과 가까운 곳에 둥지를 튼 백로 때문입니다.

<인터뷰> 오흥자(주민) : "물고기만 먹으니까 생선 썩는 냄새. 비 오려고 하면 더 많이 나고 그런데다 꽥꽥거리니까 애들 공부 못하지, 잠 못 자지, 그거 때문에 힘들어서"

악취가 너무 심해 한여름 무더위에 창문도 쉽게 못 연다고 합니다.

<인터뷰> 황수빈(주민) : "지금 이쪽으로 널어놓으면 깃털 붙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안쪽으로 놔두는데, 자잘한 깃털이 붙어서 꼭 털어야 하고요. 무엇보다 냄새 때문에 못 살겠어요. 냄새가 엄청나요."

백로의 서식지는 주택가 사이에 위치한 공원.

백로떼가 2년전부터 이곳을 찾기 시작했는데 개체수가 7,8백 마리에 이릅니다.

<인터뷰> 윤종민(박사/한국황새생태연구원) : "샛강 살리기 같은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까 수질도 좋아지고 백로들이 새끼를 키우는데 먹이 자원이 되는 어류들이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이 되면서"

자치단체의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로 몰려오는 주민들의 민원 전화.

별의 별 수를 다 동원했지만, 효과가 없었습니다.

<인터뷰> 백승식(계장/대전 서구청 환경과) : "그동안 저희가 조류기피제라든지 서치라이트를 비춘다고 여러 가지 방법을 해봤습니다만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구청이 결국 내린 결론은 서식지를 없애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뷰> 백승식(계장/대전 서구청 환경과) : "달리 대안이 없기 때문에, 결국은 소나무를 베고 단풍나무를 심는 수목 갱신 작업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480그루 정도가 있는데 240그루 정도를 벨 예정이거든요."

문제가 된 도심 공원의 나무를 없애면, 백로들이 자연스럽게 다른 곳으로 이주할 것이라는 게 자치단체의 생각.

<인터뷰> 백승식(계장/대전 서구청 환경과) : "새들이 다 커서 이주할 준비가 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조사 활동을 하고 있고요. 그 조사 활동 결과에 따라서 나무를 벨 수 있도록 할 예정이고요. 저희가 늦어도 8월 말까지는 이 사업을 실행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인터뷰> 윤종민(박사/한국황새생태연구원) : "백로, 왜가리들이 번식기가 2달에서 3달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기간에 인간하고 야생동물하고 잠깐이나마 같이 생활할 수 있도록 지자체나 정부의 어떤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서식지를 없애는 것보다,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게 현명한 일이라고 지적합니다.

<녹취> 황인석(태화강 백로 생태학교) : "도심에 백로 류가 날아온다는 것은 우리 동네가 살기 좋다는 그런 말과 똑같은 거고요. 분변이 있으면 냄새 제거를 할 수 있는 노력도 할 수 있고 둥지가 너무 가까이 있으면 그 사이에 완충 지역을 만들어 주면 될 것이고, 없앨 게 아니라 기술들을 활용하면 새들도 살아가고 사람도 사는"

무리하게 나무를 베어내 봤자, 또 다른 도심 서식지로 이동할 뿐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하고 있는 상황.

물론 가장 이상적인 건, 백로도 좋고, 사람도 사는 건데, 공존 방안을 찾는 일이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인터뷰> 백운기(박사/중앙국립과학관) : "민가의 피해를 받고 있기 때문에 민가에서 좀 떨어진 지역으로 번식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밖에 없습니다. 천천히 차근차근 새들을 그쪽으로 유도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하나씩 준비해 들어가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풍년을 부르는 길조에서 도심 천덕꾸러기가 된 백로.

서식지를 처리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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