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만병통치약이라더니…피해액만 10억 원

입력 2014.08.14 (08:39) 수정 2014.08.1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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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몸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접근해 값싼 한약재를 마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속여 거액을 받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피해액이 무려 1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승훈 기자 나와있습니다.

붙잡힌 일당도 모두 노인들이었다면서요?

<기자 멘트>

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엇비슷한 나이의 노인들이 접근한 만큼, 사기라고 의심하기가 쉽지 않았는데요, 피의자들은 바로 이점을 노린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들이 판매한 일부 약재는 잘못 복용할 경우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노인들을 등친 노인 사기단 이야기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지난 5월, 전남 순천.

두 할머니가 택시에서 내리더니 우체국 안으로 들어갑니다.

피해자인 할머니는 이 우체국에서, 그동안 아등바등 모아놨던 현금 250만 원을 인출했습니다.

아픈 무릎에 특효가 있다는 한약재를 사기 위해서였습니다.

<녹취> 류일제(경위/전남 순천경찰서 지능범죄팀) : “할머니가 그 당시에 돈을 가지고 있지 않았나 보더라고요. 시골까지 택시를 타고 같이 가서 집에 가서 통장을 가져온 다음에 근처 우체국으로 가서 인출하는 장면이 찍힌 겁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7~8kg에 250만 원을 주고 산 약재는 실제로는 20만 원 정도면 살 수 있는 향부자라는 약재였습니다.

게다가 이 약재는 할머니의 증상을 치료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녹취> 박 모씨(피해자 아들) : “이것이 강원도에서 왔는데 내가 앉은뱅이였는데 (이걸 먹고) 이렇게 걸어서 다닌다고. 그래서 어머님이 저렇게 아픈 사람이 나았다는데 나도 먹어볼까하고 마음을 비췄는가 봐요. 집에 갔다가 우체국에서 돈을 찾아서 주는 그런 상황이 됐어요.”

할머니와 같은 피해자는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대전에 사는 김 모 씨.

당뇨질환을 앓고 있던 김 씨는 재래시장 어귀에서 약재를 파는 사람들을 만났다고 했습니다.

<녹취>김 모씨(피해자) : “시장에 들렀다가 집에 가려고 내려가는데 시장 어귀에서 이렇게 큰 까만 비닐봉지를 인도에 펴 놓은 걸 봤어요.”

약재를 파는 사람은 평범해 보이는 노인.

그런데, 김 모씨(피해자) : “‘어디가 아파요?’ 나보고 물어봐요. 그래서 나는 ‘아픈 데는 없고 당(뇨병)이 있다’고 말하는데 여자가 딱 따라붙는 거예요.”

이야기 도중 다른 손님인 것처럼 나타난 중년 여성.

자신의 딸도 당뇨를 앓고 있는데, 이 약재를 먹고 큰 효과를 봤다며, 김 씨에게 구매를 권유합니다.

반신반의하던 김 씨였지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이들의 말과 행동에 조금씩 귀가 솔깃해지기 시작했는데요,

<녹취> 김 모씨(피해자) : “이게 얼마냐고 그러니까 이게 (g당) 3만 원 인가 2만 원 인가 꽤 비싸게 얘기하더라고요. ‘엄청 비싸네’ 이러니까 바람잡이 이 여자가 이거 300만 원에 나하고 나누자고 (했어요.)”

손님을 가장한 중년 여성이 150만 원을 선뜻 내자 결국 구매를 결심한 김 씨.

판매자는 김 씨가 수중에 돈이 없다고 하자, 김 씨를 따라 은행에 가 돈을 받는 집요함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녹취> 김 모씨(피해자) : “나보고 뭐 ‘복 받을 거예요’고 바쁜데 얼른 가라고. 고맙다고 그러고 끝났어요.”

김 씨는 구입해 온 약재를 집에 가지고 와 정성껏 달여 먹었는데요.

하지만, 기대와 달리 증상은 전혀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한의원에서 들은 얘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녹취> 김 모씨(피해자) : “한의원에 가서 사실 내가 복령이라고 그래서 샀는데 이게 복령이냐고 그랬더니 한의사가 ‘픽’ 하니 웃어. 이게 산에 올라가면 오래된 나무뿌리에서 난 나무뿌리래요.”

<기자 멘트>

가뜩이나 몸이 불편한 노 인들을 두 번 울린 약재 사기.

경찰이 피의자들을 붙잡고 봤더니,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환자들에게 접근한 노인 사기단이었습니다.

경찰은 우체국에서 인출한 수표를 단서로 약재 사기단을 검거하는데 성공했습니다.

6명으로 구성된 이 사기단은 피해자들과 비슷한 나이의 노인들.

많게는 73살에서 적게는 66살까지, 모두 노인들이었습니다.

<녹취> 류일제(경위/전남 순천경찰서 지능범죄팀) : "일정 수입은 없고 그러니 이제 쉽게, 손쉽게 돈을 좀 벌 수 있는 방법이 다른 사람들을 속이고 돈을 갈취하는 그 방법이 제일 쉬웠던 것 같습니다."

비슷한 나이의 노인들이 바람잡이로 나서자 피해자들은 쉽게 현혹됐습니다.

<녹취> 김 모씨(피해자) : "현금으로 줘야 나눠 갖는대요. 나눠 갖는다는데 의심스러워. 내 생각에 좀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면서도 그걸 그냥 믿어 들어가는 거예요."

특히, 노인들은 판매자와 바람잡이, 또 망잡이 등으로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류일제(경위/전남 순천경찰서 지능범죄팀) : “약을 파는 할머니 한 분 계시고 또 주변에서 사람을 유인해오는 사람, ‘자기도 먹고 나았다. 누가 먹고 나았다.’ 바람 잡는 사람 그렇게 역할 분담이 되어 있습니다.”

이들이 주로 활동한 곳은 재래시장이나 병원 근처.

노인들, 그 가운데서도 지병이 있어 보이는 사람들을 주로 노렸는데요,

다리를 전다거나, 혈색이 안좋은 사람 등에게 집요하게 접근했고, 때로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약재를 나눠주며 범행 대상을 물색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시장 상인 : “사람들 모으고서 처음에는 무료로 지나가는 사람 주고 그랬어요. 여기서 미끼를 하고 어디에 오시라. 이런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지난 3년 동안 이들에게 당한 피해자가 8백여 명.

피해액이 무려 10억여 원을 넘습니다.

피해 노인들은 금전적 피해는 물론, 사기를 당했다는 정신적 충격에까지 시달리고 있습니다.

<녹취> 김 모씨(피해자) : “딸도 모르고 몰라요. 남편은 더더군다나 모르고. 하여튼 누구한테 말도 못하고 마음도 고생 컸어요.”

<녹취> 박 모씨(피해자 아들) : "잠을 못 주무셨대요. 내가 늙은 말년에 이런 걸 다 샀다고. 신세 한탄하고 난리였어요."

올들어 6월까지, 경찰에 적발된 노인상대 사기 사건만 135건에 이르는데요, 이 가운데 80%이상이 약재나 건강식품과 관련된 사기입니다.

<녹취>노정호(사무총장/한국노년복지연합) : “사기에 관련된 전문적 교육이 필요합니다. 어르신들의 복지관이라든지 혹은 경로당 이러한 곳에 주기적으로 정기적인 그런 사기 피해 예방 교육이 필요하고요. 치료, 의료기라든지 이런 것을 이야기할 때 그러한 부분을 녹취하는 것이 그래서 증거로 남기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노인 4명 가운데 1명이 판매 사기를 당한 경험이 있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

아픈 노인들을 두 번 울리는 사기꾼들에 대한 보다 강력한 단속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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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만병통치약이라더니…피해액만 10억 원
    • 입력 2014-08-14 08:43:13
    • 수정2014-08-14 10:5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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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몸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접근해 값싼 한약재를 마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속여 거액을 받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피해액이 무려 1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승훈 기자 나와있습니다.

붙잡힌 일당도 모두 노인들이었다면서요?

<기자 멘트>

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엇비슷한 나이의 노인들이 접근한 만큼, 사기라고 의심하기가 쉽지 않았는데요, 피의자들은 바로 이점을 노린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들이 판매한 일부 약재는 잘못 복용할 경우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노인들을 등친 노인 사기단 이야기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지난 5월, 전남 순천.

두 할머니가 택시에서 내리더니 우체국 안으로 들어갑니다.

피해자인 할머니는 이 우체국에서, 그동안 아등바등 모아놨던 현금 250만 원을 인출했습니다.

아픈 무릎에 특효가 있다는 한약재를 사기 위해서였습니다.

<녹취> 류일제(경위/전남 순천경찰서 지능범죄팀) : “할머니가 그 당시에 돈을 가지고 있지 않았나 보더라고요. 시골까지 택시를 타고 같이 가서 집에 가서 통장을 가져온 다음에 근처 우체국으로 가서 인출하는 장면이 찍힌 겁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7~8kg에 250만 원을 주고 산 약재는 실제로는 20만 원 정도면 살 수 있는 향부자라는 약재였습니다.

게다가 이 약재는 할머니의 증상을 치료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녹취> 박 모씨(피해자 아들) : “이것이 강원도에서 왔는데 내가 앉은뱅이였는데 (이걸 먹고) 이렇게 걸어서 다닌다고. 그래서 어머님이 저렇게 아픈 사람이 나았다는데 나도 먹어볼까하고 마음을 비췄는가 봐요. 집에 갔다가 우체국에서 돈을 찾아서 주는 그런 상황이 됐어요.”

할머니와 같은 피해자는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대전에 사는 김 모 씨.

당뇨질환을 앓고 있던 김 씨는 재래시장 어귀에서 약재를 파는 사람들을 만났다고 했습니다.

<녹취>김 모씨(피해자) : “시장에 들렀다가 집에 가려고 내려가는데 시장 어귀에서 이렇게 큰 까만 비닐봉지를 인도에 펴 놓은 걸 봤어요.”

약재를 파는 사람은 평범해 보이는 노인.

그런데, 김 모씨(피해자) : “‘어디가 아파요?’ 나보고 물어봐요. 그래서 나는 ‘아픈 데는 없고 당(뇨병)이 있다’고 말하는데 여자가 딱 따라붙는 거예요.”

이야기 도중 다른 손님인 것처럼 나타난 중년 여성.

자신의 딸도 당뇨를 앓고 있는데, 이 약재를 먹고 큰 효과를 봤다며, 김 씨에게 구매를 권유합니다.

반신반의하던 김 씨였지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이들의 말과 행동에 조금씩 귀가 솔깃해지기 시작했는데요,

<녹취> 김 모씨(피해자) : “이게 얼마냐고 그러니까 이게 (g당) 3만 원 인가 2만 원 인가 꽤 비싸게 얘기하더라고요. ‘엄청 비싸네’ 이러니까 바람잡이 이 여자가 이거 300만 원에 나하고 나누자고 (했어요.)”

손님을 가장한 중년 여성이 150만 원을 선뜻 내자 결국 구매를 결심한 김 씨.

판매자는 김 씨가 수중에 돈이 없다고 하자, 김 씨를 따라 은행에 가 돈을 받는 집요함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녹취> 김 모씨(피해자) : “나보고 뭐 ‘복 받을 거예요’고 바쁜데 얼른 가라고. 고맙다고 그러고 끝났어요.”

김 씨는 구입해 온 약재를 집에 가지고 와 정성껏 달여 먹었는데요.

하지만, 기대와 달리 증상은 전혀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한의원에서 들은 얘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녹취> 김 모씨(피해자) : “한의원에 가서 사실 내가 복령이라고 그래서 샀는데 이게 복령이냐고 그랬더니 한의사가 ‘픽’ 하니 웃어. 이게 산에 올라가면 오래된 나무뿌리에서 난 나무뿌리래요.”

<기자 멘트>

가뜩이나 몸이 불편한 노 인들을 두 번 울린 약재 사기.

경찰이 피의자들을 붙잡고 봤더니,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환자들에게 접근한 노인 사기단이었습니다.

경찰은 우체국에서 인출한 수표를 단서로 약재 사기단을 검거하는데 성공했습니다.

6명으로 구성된 이 사기단은 피해자들과 비슷한 나이의 노인들.

많게는 73살에서 적게는 66살까지, 모두 노인들이었습니다.

<녹취> 류일제(경위/전남 순천경찰서 지능범죄팀) : "일정 수입은 없고 그러니 이제 쉽게, 손쉽게 돈을 좀 벌 수 있는 방법이 다른 사람들을 속이고 돈을 갈취하는 그 방법이 제일 쉬웠던 것 같습니다."

비슷한 나이의 노인들이 바람잡이로 나서자 피해자들은 쉽게 현혹됐습니다.

<녹취> 김 모씨(피해자) : "현금으로 줘야 나눠 갖는대요. 나눠 갖는다는데 의심스러워. 내 생각에 좀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면서도 그걸 그냥 믿어 들어가는 거예요."

특히, 노인들은 판매자와 바람잡이, 또 망잡이 등으로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류일제(경위/전남 순천경찰서 지능범죄팀) : “약을 파는 할머니 한 분 계시고 또 주변에서 사람을 유인해오는 사람, ‘자기도 먹고 나았다. 누가 먹고 나았다.’ 바람 잡는 사람 그렇게 역할 분담이 되어 있습니다.”

이들이 주로 활동한 곳은 재래시장이나 병원 근처.

노인들, 그 가운데서도 지병이 있어 보이는 사람들을 주로 노렸는데요,

다리를 전다거나, 혈색이 안좋은 사람 등에게 집요하게 접근했고, 때로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약재를 나눠주며 범행 대상을 물색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시장 상인 : “사람들 모으고서 처음에는 무료로 지나가는 사람 주고 그랬어요. 여기서 미끼를 하고 어디에 오시라. 이런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지난 3년 동안 이들에게 당한 피해자가 8백여 명.

피해액이 무려 10억여 원을 넘습니다.

피해 노인들은 금전적 피해는 물론, 사기를 당했다는 정신적 충격에까지 시달리고 있습니다.

<녹취> 김 모씨(피해자) : “딸도 모르고 몰라요. 남편은 더더군다나 모르고. 하여튼 누구한테 말도 못하고 마음도 고생 컸어요.”

<녹취> 박 모씨(피해자 아들) : "잠을 못 주무셨대요. 내가 늙은 말년에 이런 걸 다 샀다고. 신세 한탄하고 난리였어요."

올들어 6월까지, 경찰에 적발된 노인상대 사기 사건만 135건에 이르는데요, 이 가운데 80%이상이 약재나 건강식품과 관련된 사기입니다.

<녹취>노정호(사무총장/한국노년복지연합) : “사기에 관련된 전문적 교육이 필요합니다. 어르신들의 복지관이라든지 혹은 경로당 이러한 곳에 주기적으로 정기적인 그런 사기 피해 예방 교육이 필요하고요. 치료, 의료기라든지 이런 것을 이야기할 때 그러한 부분을 녹취하는 것이 그래서 증거로 남기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노인 4명 가운데 1명이 판매 사기를 당한 경험이 있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

아픈 노인들을 두 번 울리는 사기꾼들에 대한 보다 강력한 단속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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