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흔들리는 뿌리 산업…장인 DNA 심어라

입력 2014.08.15 (21:33) 수정 2014.08.15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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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2010년, 천만 대 이상 대량 리콜 사태를 불러온 도요타 차량입니다.

가속 페달을 밟았다 떼도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 심각한 결함이 발생했는데, 페달 뒤쪽의 이 작은 스프링 부품이 문제였습니다.

해외 부품 업체에서 열처리와 소성이라는 가공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스프링이 복원력을 잃었던 건데요.

금형과 주조, 용접, 표면처리까지 이런 기초공정 기술을 제조업의 근간이 된다고 해서 '뿌리 기술'이라고 부릅니다.

언뜻 사소해 보이는 이런 기술들이 첨단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이 스마트폰을 통해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최신 스마트폰을 부품 단위로 분해하고, 뿌리 기술별로 분류해봤습니다.

초고화질 카메라 렌즈에는 틀을 만드는 금형이, 더 얇아진 알루미늄 기판에는 금속을 녹여 만드는 주조 기술이 들어갔습니다.

반도체 칩들을 겹겹이 쌓는 데는 용접.

지문 인식 버튼 등에는 표면처리 기술이 쓰였습니다.

초소형 나사들은 소성 가공을 거쳤고,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열처리가 이뤄졌습니다.

<인터뷰> 김준기(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박사) : "많은 용량과 빠른 성능을 나타내는데요. 그것은 다양한 뿌리기술이 적용됨으로써 구현이 될 수 있었습니다."

금속 틀이 맞물려 철심을 치면 지름 1.4mm의 초소형 나사가 만들어집니다.

크기가 너무 작아 기존의 깎아 만드는 방식 대신, 틀에 원재료를 넣어 모양을 찍어내는 겁니다.

작은 나사가 부러지지 않게 하는 데는 열처리가 관건입니다.

<인터뷰> 나윤복(나사 제조업체 대표) : "초소형 첨단 나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금형설계 제조기술과 전조 성형기술(소성), 제품의 생명인 열처리 제조 기술이 가장 중요합니다."

스마트폰 하나에 들어가는 부품은 8백여 개.

그 가운데 절반에 뿌리기술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첨단 제조업의 품질 경쟁력이 뿌리기술에 달려 있는 셈입니다.

<기자 멘트>

이렇게 우리 제조업의 핵심이 되는 기술이지만, 이른바 '3D업종'이라는 인식이 우리 뿌리산업의 발전을 막는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제가 나와있는 이 주조업체를 한번 볼까요?

전체 기술자 21명 가운데 절반을 넘는 13명이 50~60대이고, 40대 이하 젊은 인력은 모두 외국인 근로자들입니다.

뿌리산업 전체 종사자를 봐도 50대 이상이 48%를 차지하는데 이는 13년 만에 두 배로 높아진 비중입니다.

기술 인력뿐 아니라, 기업주들까지 고령화되면서 뿌리기업들은 대를 잇기도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그 실태를 정정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열처리 공장을 30년 가까이 운영해 온 이상일 대표.

가장 큰 고민이 최근 해결됐습니다.

가업을 물려받지 않겠다던 아들이 마음을 돌린 겁니다.

<인터뷰> 이성환(뿌리기술 업체 후계자) : "아버지 보면 힘들었어요. 제가 보기에도… 쉬는 시간도 없고, 주말도 없었으니까요. 그런 것 때문에 안 하려고 했어요."

뿌리기술 업체 대표들의 평균 연령은 55세.

열악한 환경 탓에 후계자를 구하지 못해 환갑을 넘겨 현장에서 뛰는 경우도 상당수입니다.

기술 인력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어렵고 힘든 작업 환경 때문에 젊은 인력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습니다.

<인터뷰> 양태석(주조업체 대표) : "앞으로 짧으면 5년, 길면 10년 안에 무슨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뿌리 산업은 아주 고사될 것 같아요."

이러다 보니 우리 뿌리산업의 경쟁력은 갈수록 밀리고 있습니다.

뿌리산업의 최강국인 독일의 경쟁력을 100이라고 할 때, 일본은 93, 우리나라는 72에 불과합니다.

특히,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초 고령사회로 접어들었지만 뿌리기술을 성공적으로 전수해가며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일본 기업은 전체 직원의 70%가 40대 이하입니다.

대기업 수준의 임금과 깨끗한 작업 환경으로 젊은 기술자들을 유치했습니다.

인건비를 많이 쓰는 대신 공정 대부분을 자동화시켜 채산성을 높였습니다.

<인터뷰> 우에다 가쓰히로(오가키정공 대표) : "직장 분위기가 중요합니다. 자율적으로 일하기 편한 환경을 만드는 게 (우리 기업의 힘입니다.)"

입사한 직원들에겐 베테랑 기술자에게 전문 기술을 전승받게 해 장인이 될 수 있다는 꿈을 심어줬습니다.

<인터뷰> 키시 사토시(2년차 직원) : "저는 금형 설계자가 되고 싶었는데 (회사 면접에서) 그럼 네 꿈을 이곳에서 한번 펼쳐보라고 해서 입사를 결심했습니다."

<기자 멘트>

일본 사례가 보여주듯이 결국, 뿌리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려면 젊은 기술자들이 일하고 싶은 작업 환경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 정부는 독일처럼 마이스터고를 육성해 부족한 전문 기술 인력을 육성한다는 계획인데요.

뿌리기업이 이들을 고용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늘려야 합니다.

대기업은 뿌리 기업과 손잡고 첨단 뿌리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뿌리기업과 대기업의 협력, 정부정책의 3박자가 맞아야 우리 뿌리 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KBS 뉴스 안다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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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흔들리는 뿌리 산업…장인 DNA 심어라
    • 입력 2014-08-15 21:35:06
    • 수정2014-08-15 23:24:59
    뉴스 9
<기자 멘트>

2010년, 천만 대 이상 대량 리콜 사태를 불러온 도요타 차량입니다.

가속 페달을 밟았다 떼도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 심각한 결함이 발생했는데, 페달 뒤쪽의 이 작은 스프링 부품이 문제였습니다.

해외 부품 업체에서 열처리와 소성이라는 가공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스프링이 복원력을 잃었던 건데요.

금형과 주조, 용접, 표면처리까지 이런 기초공정 기술을 제조업의 근간이 된다고 해서 '뿌리 기술'이라고 부릅니다.

언뜻 사소해 보이는 이런 기술들이 첨단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이 스마트폰을 통해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최신 스마트폰을 부품 단위로 분해하고, 뿌리 기술별로 분류해봤습니다.

초고화질 카메라 렌즈에는 틀을 만드는 금형이, 더 얇아진 알루미늄 기판에는 금속을 녹여 만드는 주조 기술이 들어갔습니다.

반도체 칩들을 겹겹이 쌓는 데는 용접.

지문 인식 버튼 등에는 표면처리 기술이 쓰였습니다.

초소형 나사들은 소성 가공을 거쳤고,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열처리가 이뤄졌습니다.

<인터뷰> 김준기(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박사) : "많은 용량과 빠른 성능을 나타내는데요. 그것은 다양한 뿌리기술이 적용됨으로써 구현이 될 수 있었습니다."

금속 틀이 맞물려 철심을 치면 지름 1.4mm의 초소형 나사가 만들어집니다.

크기가 너무 작아 기존의 깎아 만드는 방식 대신, 틀에 원재료를 넣어 모양을 찍어내는 겁니다.

작은 나사가 부러지지 않게 하는 데는 열처리가 관건입니다.

<인터뷰> 나윤복(나사 제조업체 대표) : "초소형 첨단 나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금형설계 제조기술과 전조 성형기술(소성), 제품의 생명인 열처리 제조 기술이 가장 중요합니다."

스마트폰 하나에 들어가는 부품은 8백여 개.

그 가운데 절반에 뿌리기술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첨단 제조업의 품질 경쟁력이 뿌리기술에 달려 있는 셈입니다.

<기자 멘트>

이렇게 우리 제조업의 핵심이 되는 기술이지만, 이른바 '3D업종'이라는 인식이 우리 뿌리산업의 발전을 막는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제가 나와있는 이 주조업체를 한번 볼까요?

전체 기술자 21명 가운데 절반을 넘는 13명이 50~60대이고, 40대 이하 젊은 인력은 모두 외국인 근로자들입니다.

뿌리산업 전체 종사자를 봐도 50대 이상이 48%를 차지하는데 이는 13년 만에 두 배로 높아진 비중입니다.

기술 인력뿐 아니라, 기업주들까지 고령화되면서 뿌리기업들은 대를 잇기도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그 실태를 정정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열처리 공장을 30년 가까이 운영해 온 이상일 대표.

가장 큰 고민이 최근 해결됐습니다.

가업을 물려받지 않겠다던 아들이 마음을 돌린 겁니다.

<인터뷰> 이성환(뿌리기술 업체 후계자) : "아버지 보면 힘들었어요. 제가 보기에도… 쉬는 시간도 없고, 주말도 없었으니까요. 그런 것 때문에 안 하려고 했어요."

뿌리기술 업체 대표들의 평균 연령은 55세.

열악한 환경 탓에 후계자를 구하지 못해 환갑을 넘겨 현장에서 뛰는 경우도 상당수입니다.

기술 인력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어렵고 힘든 작업 환경 때문에 젊은 인력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습니다.

<인터뷰> 양태석(주조업체 대표) : "앞으로 짧으면 5년, 길면 10년 안에 무슨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뿌리 산업은 아주 고사될 것 같아요."

이러다 보니 우리 뿌리산업의 경쟁력은 갈수록 밀리고 있습니다.

뿌리산업의 최강국인 독일의 경쟁력을 100이라고 할 때, 일본은 93, 우리나라는 72에 불과합니다.

특히,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초 고령사회로 접어들었지만 뿌리기술을 성공적으로 전수해가며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일본 기업은 전체 직원의 70%가 40대 이하입니다.

대기업 수준의 임금과 깨끗한 작업 환경으로 젊은 기술자들을 유치했습니다.

인건비를 많이 쓰는 대신 공정 대부분을 자동화시켜 채산성을 높였습니다.

<인터뷰> 우에다 가쓰히로(오가키정공 대표) : "직장 분위기가 중요합니다. 자율적으로 일하기 편한 환경을 만드는 게 (우리 기업의 힘입니다.)"

입사한 직원들에겐 베테랑 기술자에게 전문 기술을 전승받게 해 장인이 될 수 있다는 꿈을 심어줬습니다.

<인터뷰> 키시 사토시(2년차 직원) : "저는 금형 설계자가 되고 싶었는데 (회사 면접에서) 그럼 네 꿈을 이곳에서 한번 펼쳐보라고 해서 입사를 결심했습니다."

<기자 멘트>

일본 사례가 보여주듯이 결국, 뿌리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려면 젊은 기술자들이 일하고 싶은 작업 환경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 정부는 독일처럼 마이스터고를 육성해 부족한 전문 기술 인력을 육성한다는 계획인데요.

뿌리기업이 이들을 고용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늘려야 합니다.

대기업은 뿌리 기업과 손잡고 첨단 뿌리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뿌리기업과 대기업의 협력, 정부정책의 3박자가 맞아야 우리 뿌리 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KBS 뉴스 안다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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