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노인운전자 2백만…“치매환자도 운전”

입력 2014.08.27 (21:28) 수정 2014.08.27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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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방금 보신 것처럼 일본에서는 노인 운전자 문제가 심각한데요.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2001년 30만 명 선이었던 65살 이상 노인 운전자는 10년 새 100만 명 넘게 증가했고, 3년 뒤에는 2백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렇다 보니 노인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도 지난 10년간 연평균 15%씩 증가해왔습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교통사고 건수가 감소해온 것과는 대조적이죠.

노인 운전자 사고의 경우 특히, 사망자 발생률이 일반 운전자가 일으킨 사고보다 2배나 높아서, 걱정이 더 큰데요.

무엇이 문제인지, 먼저, 노인 운전자들의 운전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주행 중인 차량이 갑자기 차선을 바꾸더니, 중앙 분리봉을 밀고 지나갑니다.

위험천만하게 차를 몬 운전자는 74살.

우회전을 하다 왼쪽에서 오는 차를 보지 못하고 그대로 들이받는 승용차.

운전자는 67살입니다.

<인터뷰> 강계욱(보험개발원 상무) :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교차로나 횡단보도, 좌회전 사고가 많습니다"

실제로 65살 미만 운전자와 비교해보니, 노인 운전자가 신호등에 반응하는 시간은 평균 0.12초, 돌발 상황을 알아채는 시간은 0.7초 더 걸렸습니다.

이렇다 보니 노인이 운전하는 택시를 승객들이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윤정(서울시 관악구) : "불편할 때가 있었거든요. 너무 험하게 운전하셔서. 좀 얌전하게 운전해달라고 차멀미 나니까.."

서울시에 등록된 택시 기사의 20%가 65살 이상 노인.

80살을 넘긴 기사도 100명을 넘습니다.

<녹취> 노인 택시기사 : "운전하다 보면 옛날에 안 그랬는데 깜빡할 데가 있고..이리 가야 되는데 나도 모르게 엉뚱한 길로 간다든가.."

보건복지부 설문 조사 결과, 치매 환자 10명 가운데 한 명이 운전대를 잡고 있다고 응답하는 등 고령자 운전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가상 공간에서 만든 일본 도쿄의 한 도로입니다.

도로를 달리는 차량들 가운데, 이렇게 특이한 표식을 단 차량이 자주 눈에 띕니다.

행운을 뜻하는 '네잎 클로버' 모양인데요.

자세히 보면 가운데에 S자가 보이죠.

시니어, 즉 노인이 운전하는 차량임을 알리는 겁니다.

우리보다 고령화가 일찍 시작된 일본은 거의 20년 전인 1997년에 이 시니어 마크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이 네잎 클로버가 붙어 있는 차량을 추월하면 우리 돈 5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노인 운전자를 배려하라는 의미겠죠.

또, 75살 이상 운전자에겐 3년에 한 번씩 판단력 등 인지기능 검사와 야간 시력 측정을 하도록 했습니다.

노인 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하면 대중교통요금을 할인해주는 지방자치단체도 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주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65살 이상 노인에 대해서는 면허 갱신 주기를 단축하고, 갱신할 때마다 시력과 주행능력 등을 검사하는 지역이 늘고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더 엄격합니다.

80살부터는 2년에 한 번씩 의사의 소견서를 첨부하고 주행능력 시험을 거쳐 면허증을 새로 발급받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노인 운전자 200만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요?

황동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노인 운전자가 차선이나 교통신호를 지켜낼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검사입니다.

통과하면 자동차 보험료를 5% 깎아줍니다.

지난해 8월 이 검사가 도입된 뒤 사고 위험이 큰 고령자를 가려내는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월영(도로교통공단 교수) : "100명 중에 두세 분은 인지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이 되고 있고요"

경찰도 노인 대상 교통 교육에 올해부터 '운전' 요령까지 포함하는 등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이서영(서울지방경찰청 경정) : "5년마다 실시하는 적성검사를 70세 이상에 대해서는 2,3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노인들이 운전면허를 갱신할 때 인지지각 검사를 의무화하는 법안도 국회에서 발의됐습니다.

하지만, 일본처럼 차량에 시니어 마크를 부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노인단체들이 반대하고 있습니다.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노인 운전자 2백만 명 시대.

고령 운전자를 보호하고 사고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처방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서둘러 마련해야 합니다.

KBS 뉴스 황동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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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노인운전자 2백만…“치매환자도 운전”
    • 입력 2014-08-27 21:29:33
    • 수정2014-08-27 22:5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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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방금 보신 것처럼 일본에서는 노인 운전자 문제가 심각한데요.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2001년 30만 명 선이었던 65살 이상 노인 운전자는 10년 새 100만 명 넘게 증가했고, 3년 뒤에는 2백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렇다 보니 노인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도 지난 10년간 연평균 15%씩 증가해왔습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교통사고 건수가 감소해온 것과는 대조적이죠.

노인 운전자 사고의 경우 특히, 사망자 발생률이 일반 운전자가 일으킨 사고보다 2배나 높아서, 걱정이 더 큰데요.

무엇이 문제인지, 먼저, 노인 운전자들의 운전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주행 중인 차량이 갑자기 차선을 바꾸더니, 중앙 분리봉을 밀고 지나갑니다.

위험천만하게 차를 몬 운전자는 74살.

우회전을 하다 왼쪽에서 오는 차를 보지 못하고 그대로 들이받는 승용차.

운전자는 67살입니다.

<인터뷰> 강계욱(보험개발원 상무) :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교차로나 횡단보도, 좌회전 사고가 많습니다"

실제로 65살 미만 운전자와 비교해보니, 노인 운전자가 신호등에 반응하는 시간은 평균 0.12초, 돌발 상황을 알아채는 시간은 0.7초 더 걸렸습니다.

이렇다 보니 노인이 운전하는 택시를 승객들이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윤정(서울시 관악구) : "불편할 때가 있었거든요. 너무 험하게 운전하셔서. 좀 얌전하게 운전해달라고 차멀미 나니까.."

서울시에 등록된 택시 기사의 20%가 65살 이상 노인.

80살을 넘긴 기사도 100명을 넘습니다.

<녹취> 노인 택시기사 : "운전하다 보면 옛날에 안 그랬는데 깜빡할 데가 있고..이리 가야 되는데 나도 모르게 엉뚱한 길로 간다든가.."

보건복지부 설문 조사 결과, 치매 환자 10명 가운데 한 명이 운전대를 잡고 있다고 응답하는 등 고령자 운전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가상 공간에서 만든 일본 도쿄의 한 도로입니다.

도로를 달리는 차량들 가운데, 이렇게 특이한 표식을 단 차량이 자주 눈에 띕니다.

행운을 뜻하는 '네잎 클로버' 모양인데요.

자세히 보면 가운데에 S자가 보이죠.

시니어, 즉 노인이 운전하는 차량임을 알리는 겁니다.

우리보다 고령화가 일찍 시작된 일본은 거의 20년 전인 1997년에 이 시니어 마크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이 네잎 클로버가 붙어 있는 차량을 추월하면 우리 돈 5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노인 운전자를 배려하라는 의미겠죠.

또, 75살 이상 운전자에겐 3년에 한 번씩 판단력 등 인지기능 검사와 야간 시력 측정을 하도록 했습니다.

노인 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하면 대중교통요금을 할인해주는 지방자치단체도 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주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65살 이상 노인에 대해서는 면허 갱신 주기를 단축하고, 갱신할 때마다 시력과 주행능력 등을 검사하는 지역이 늘고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더 엄격합니다.

80살부터는 2년에 한 번씩 의사의 소견서를 첨부하고 주행능력 시험을 거쳐 면허증을 새로 발급받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노인 운전자 200만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요?

황동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노인 운전자가 차선이나 교통신호를 지켜낼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검사입니다.

통과하면 자동차 보험료를 5% 깎아줍니다.

지난해 8월 이 검사가 도입된 뒤 사고 위험이 큰 고령자를 가려내는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월영(도로교통공단 교수) : "100명 중에 두세 분은 인지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이 되고 있고요"

경찰도 노인 대상 교통 교육에 올해부터 '운전' 요령까지 포함하는 등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이서영(서울지방경찰청 경정) : "5년마다 실시하는 적성검사를 70세 이상에 대해서는 2,3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노인들이 운전면허를 갱신할 때 인지지각 검사를 의무화하는 법안도 국회에서 발의됐습니다.

하지만, 일본처럼 차량에 시니어 마크를 부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노인단체들이 반대하고 있습니다.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노인 운전자 2백만 명 시대.

고령 운전자를 보호하고 사고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처방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서둘러 마련해야 합니다.

KBS 뉴스 황동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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