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군, 이대론 안된다

입력 2014.09.05 (07:34) 수정 2014.09.0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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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진 해설위원]

우리 군에 그야말로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GOP 총기난사사건과 윤일병 폭행 사망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특전사 대원 2명이 훈련 중 어이없게 목숨을 잃는가 하면, 육군 대장은 음주 추태를 벌인 일까지 드러났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할 군이 오히려 국민을 걱정시키는 존재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 군의 최정예부대인 특전사에서 훈련 중 일어난 대원들의 사망 사고는 주먹구구식 병영문화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24살, 22살 꽃다운 나이의 대원들의 목숨을 앗아간 포로체험 훈련은 충분한 안전사고 예방 대책 없이 이뤄졌습니다. 영국과 미국의 특수부대에서 하고 있는 이 훈련은 우리 군에 올해 처음 도입됐습니다. 포로로 붙잡힌 상황을 가정해 무릎을 꿇고 팔을 뒤로 결박당한 채 머리에 두건을 쓰고 1시간 이상을 버티는 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이 극한 상황의 훈련 과정에 대한 교육을 받은 교관은 단 한명도 없고 오로지 외국 교본을 토대로 실시됐습니다. 더욱 기막힌 것은 대원들이 살려달라고 소리를 쳤지만 위기 상황으로 판단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군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전준비와 안전조치가 미흡했던 경위를 밝혀내고 책임자를 엄중 문책해야 할 것입니다.

군 기강 해이의 문제는 최고 지휘관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대통령 해외순방 기간에 관할 지역을 벗어나 음주소란을 일으켰다 전역조치된 신현돈 1군 사령관은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또 한 번 실추켰습니다. 당시는 합동참모본부가 전군 지휘관들에게 위수지역에 머물도록 지침을 내린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신 전 사령관은 충북의 모교에서 안보강연을 한 뒤 동창생들과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술을 마셨다가 문제가 됐습니다. 휴전선 최전방을 책임지는 최고 지휘관의 이런 행태는 국가 안보에도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군은 사건 발생 두 달이 지나도록 쉬쉬해오다가 국정감사를 앞두고 문제가 불거지자 뒤늦게 대응함으로써 사건 자체를 은폐하려 했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올 들어 잇따른 군 기강관련 사건 사고들을 보면서 과연 국민의 군대로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병영문화는 하루빨리 바뀌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군의 상명하복 특성상 수뇌부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대증요법적인 접근이 아니라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절실한 땝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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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군, 이대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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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진 해설위원]

우리 군에 그야말로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GOP 총기난사사건과 윤일병 폭행 사망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특전사 대원 2명이 훈련 중 어이없게 목숨을 잃는가 하면, 육군 대장은 음주 추태를 벌인 일까지 드러났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할 군이 오히려 국민을 걱정시키는 존재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 군의 최정예부대인 특전사에서 훈련 중 일어난 대원들의 사망 사고는 주먹구구식 병영문화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24살, 22살 꽃다운 나이의 대원들의 목숨을 앗아간 포로체험 훈련은 충분한 안전사고 예방 대책 없이 이뤄졌습니다. 영국과 미국의 특수부대에서 하고 있는 이 훈련은 우리 군에 올해 처음 도입됐습니다. 포로로 붙잡힌 상황을 가정해 무릎을 꿇고 팔을 뒤로 결박당한 채 머리에 두건을 쓰고 1시간 이상을 버티는 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이 극한 상황의 훈련 과정에 대한 교육을 받은 교관은 단 한명도 없고 오로지 외국 교본을 토대로 실시됐습니다. 더욱 기막힌 것은 대원들이 살려달라고 소리를 쳤지만 위기 상황으로 판단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군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전준비와 안전조치가 미흡했던 경위를 밝혀내고 책임자를 엄중 문책해야 할 것입니다.

군 기강 해이의 문제는 최고 지휘관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대통령 해외순방 기간에 관할 지역을 벗어나 음주소란을 일으켰다 전역조치된 신현돈 1군 사령관은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또 한 번 실추켰습니다. 당시는 합동참모본부가 전군 지휘관들에게 위수지역에 머물도록 지침을 내린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신 전 사령관은 충북의 모교에서 안보강연을 한 뒤 동창생들과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술을 마셨다가 문제가 됐습니다. 휴전선 최전방을 책임지는 최고 지휘관의 이런 행태는 국가 안보에도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군은 사건 발생 두 달이 지나도록 쉬쉬해오다가 국정감사를 앞두고 문제가 불거지자 뒤늦게 대응함으로써 사건 자체를 은폐하려 했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올 들어 잇따른 군 기강관련 사건 사고들을 보면서 과연 국민의 군대로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병영문화는 하루빨리 바뀌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군의 상명하복 특성상 수뇌부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대증요법적인 접근이 아니라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절실한 땝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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