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집집마다 다른 ‘된장맛’…4백가지 ‘발효 미생물’ 때문?

입력 2014.09.10 (21:17) 수정 2014.09.10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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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추석 연휴, 명절 음식 많이 드셨나요?

우리나라 대표적인 식품인 김치나 된장, 고추장은 모두 전통 발효 식품입니다.

김치의 유산균이나 메주의 누룩 곰팡이가 바로 발효를 일으키는데요.

부패와 발효는 동전의 앞뒷면과 비슷합니다.

일반적으로 음식에 세균이 들어가 대량 번식하면 '부패'.

산소, 온도, 습도를 잘 조절해 유익한 미생물이 자라나면 우리 몸에 이로운 '발효'가 됩니다.

발효 미생물은 식품뿐 아니라 질병 치료에도 응용할 수 있는데요.

정연욱 기자가 김치 유산균 연구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한참 묵어가고 있는 김치입니다.

숙성될수록 유산균이 절로 늘어 그램당 1억 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자연상태의 배추에 있던 여러 미생물이 자라면서 발효가 시작되고 이 과정에서 유산균이 생겨난 겁니다.

세계김치연구소는 최근 이 김치 유산균에 아토피를 억제하는 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연구진은 우선 쥐에 항원을 주사해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면역세포를 생성하게 했습니다.

이어 면역세포에 김치유산균을 혼합해서 배양했습니다.

그러자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감염을 억제하는 새로운 물질이 만들어진 겁니다.

<인터뷰> 세계김치연구소 : "콜레스테롤저하,그리고 항암효과, 최근에는 아토피까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짐으로 인해서 김치유산균의 기능은 무궁무진하며..."

김치 유산균을 이용한 항암제도 개발중입니다.

다른 유산균보다 크기가 작고 안정성이 높기 때문에 항암 물질을 실어 투약하면 소화기관에 부작용 없이 전달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태훈 : "김치유산균은 천연식품으로서 오랫동안 섭취를 해왔고 안정성이 입증이 돼 왔고 가장 중요한 건 대장에서만 국부적으로 저희가 원하는 대장암치료를 할 수 있다는 거죠."

김치 유산균이 생성하는 효소들의 특징이 모두 밝혀진다면 보다 다양한 의약품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기자 멘트>

집집마다 장맛이 다르다고 하죠.

장의 원료, 메주 속의 발효 미생물 종류가 달라서인데요.

중부 지방은 누룩곰팡이나 분곰팡이.

남부 지방은 털곰팡이나 푸른곰팡이가 많습니다.

대표 메주균으로 선발된 것만 4백가지나 넘는다고 합니다.

김치나 메주에서 골라낸 미생물을 여러 번 배양하면 세균이나 곰팡이 한 종류씩 따로 분리할 수 있는데요.

이것을 '균주'라고 합니다.

발효 특성, 면역활성 등을 꼼꼼히 기록한 뒤, 동결건조해 영하 190도 질소 탱크에 보관합니다.

미생물 균주는 바로 이렇게 생긴 유리 앰플에 들어있는데요.

외국에 한번 분양할 경우 30만원에서 40만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본의 미소된장 원료인 '황국균'은 균주 하나로 1년에 50조원의 경제효과를 내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때문에 전 세계는 돈이 되는 균주를 찾아내는 경쟁이 뜨겁습니다.

일본과 미국은 24만개, 중국, 인도도 15만개나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14만개로 균주보유로만 치면 세계 10위권입니다.

하지만 이를 산업화하는데는 아직 선진국에 비해 한참 뒤떨어져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발효 음식이 가장 많은 대한민국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이수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막걸리를 빚는 데 빠질 수 없는 누룩.

우리 전통 방식으로 빚은 누룩은 자연 상태의 미생물을 써 막걸리가 깊고 풍부한 맛을 내는데다 유산균도 많습니다.

하지만 시중 대부분 막걸리는 일본식 누룩을 씁니다.

<인터뷰> 신우창(국순당 연구소장) : "일본식 누룩을 많이 쓰는 이유는 그게 품질 관리하기가 굉장히 편합니다. 그러다보니까 영세한 업체들이 많이 쓰기 시작했고.."

전국의 맛집에서 수집한 곰팡이로 균주를 분리하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메주에서 분리해 이렇게 보존해놓은 균주를 이용하면 수백년 뒤에도 우리 전통 장맛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표 균주 430여 가지를 보관하고 있지만, 일본처럼 어떤 균주가 무슨 맛을 내는지까지는 연구를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사이 효소와 누룩과 같은 발효 미생물 관련 수입액은 연평균 10% 이상 증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홍승범(국립농업과학원 농업미생물은행 박사) : "우리 맛을 보존하고 우리 맛을 살리기 위해서는 우리 미생물, 우리 균을 갖다가 발굴하고 그것을 산업화에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연구기관 30여 곳이 각기 따로 연구를 하는 점도 문젭니다.

<인터뷰> 정용섭(전북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 :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한 군데로 미생물을 전체적으로 모으고 관리하고 보존하는 대안을 생각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발효 식품의 천국에서 발효 미생물의 강국으로 성장할 수있도록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입니다.

KBS 뉴스 이수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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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9-10 21:18:27
    • 수정2014-09-10 23: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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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명절 음식 많이 드셨나요?

우리나라 대표적인 식품인 김치나 된장, 고추장은 모두 전통 발효 식품입니다.

김치의 유산균이나 메주의 누룩 곰팡이가 바로 발효를 일으키는데요.

부패와 발효는 동전의 앞뒷면과 비슷합니다.

일반적으로 음식에 세균이 들어가 대량 번식하면 '부패'.

산소, 온도, 습도를 잘 조절해 유익한 미생물이 자라나면 우리 몸에 이로운 '발효'가 됩니다.

발효 미생물은 식품뿐 아니라 질병 치료에도 응용할 수 있는데요.

정연욱 기자가 김치 유산균 연구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한참 묵어가고 있는 김치입니다.

숙성될수록 유산균이 절로 늘어 그램당 1억 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자연상태의 배추에 있던 여러 미생물이 자라면서 발효가 시작되고 이 과정에서 유산균이 생겨난 겁니다.

세계김치연구소는 최근 이 김치 유산균에 아토피를 억제하는 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연구진은 우선 쥐에 항원을 주사해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면역세포를 생성하게 했습니다.

이어 면역세포에 김치유산균을 혼합해서 배양했습니다.

그러자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감염을 억제하는 새로운 물질이 만들어진 겁니다.

<인터뷰> 세계김치연구소 : "콜레스테롤저하,그리고 항암효과, 최근에는 아토피까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짐으로 인해서 김치유산균의 기능은 무궁무진하며..."

김치 유산균을 이용한 항암제도 개발중입니다.

다른 유산균보다 크기가 작고 안정성이 높기 때문에 항암 물질을 실어 투약하면 소화기관에 부작용 없이 전달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태훈 : "김치유산균은 천연식품으로서 오랫동안 섭취를 해왔고 안정성이 입증이 돼 왔고 가장 중요한 건 대장에서만 국부적으로 저희가 원하는 대장암치료를 할 수 있다는 거죠."

김치 유산균이 생성하는 효소들의 특징이 모두 밝혀진다면 보다 다양한 의약품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기자 멘트>

집집마다 장맛이 다르다고 하죠.

장의 원료, 메주 속의 발효 미생물 종류가 달라서인데요.

중부 지방은 누룩곰팡이나 분곰팡이.

남부 지방은 털곰팡이나 푸른곰팡이가 많습니다.

대표 메주균으로 선발된 것만 4백가지나 넘는다고 합니다.

김치나 메주에서 골라낸 미생물을 여러 번 배양하면 세균이나 곰팡이 한 종류씩 따로 분리할 수 있는데요.

이것을 '균주'라고 합니다.

발효 특성, 면역활성 등을 꼼꼼히 기록한 뒤, 동결건조해 영하 190도 질소 탱크에 보관합니다.

미생물 균주는 바로 이렇게 생긴 유리 앰플에 들어있는데요.

외국에 한번 분양할 경우 30만원에서 40만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본의 미소된장 원료인 '황국균'은 균주 하나로 1년에 50조원의 경제효과를 내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때문에 전 세계는 돈이 되는 균주를 찾아내는 경쟁이 뜨겁습니다.

일본과 미국은 24만개, 중국, 인도도 15만개나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14만개로 균주보유로만 치면 세계 10위권입니다.

하지만 이를 산업화하는데는 아직 선진국에 비해 한참 뒤떨어져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발효 음식이 가장 많은 대한민국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이수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막걸리를 빚는 데 빠질 수 없는 누룩.

우리 전통 방식으로 빚은 누룩은 자연 상태의 미생물을 써 막걸리가 깊고 풍부한 맛을 내는데다 유산균도 많습니다.

하지만 시중 대부분 막걸리는 일본식 누룩을 씁니다.

<인터뷰> 신우창(국순당 연구소장) : "일본식 누룩을 많이 쓰는 이유는 그게 품질 관리하기가 굉장히 편합니다. 그러다보니까 영세한 업체들이 많이 쓰기 시작했고.."

전국의 맛집에서 수집한 곰팡이로 균주를 분리하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메주에서 분리해 이렇게 보존해놓은 균주를 이용하면 수백년 뒤에도 우리 전통 장맛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표 균주 430여 가지를 보관하고 있지만, 일본처럼 어떤 균주가 무슨 맛을 내는지까지는 연구를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사이 효소와 누룩과 같은 발효 미생물 관련 수입액은 연평균 10% 이상 증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홍승범(국립농업과학원 농업미생물은행 박사) : "우리 맛을 보존하고 우리 맛을 살리기 위해서는 우리 미생물, 우리 균을 갖다가 발굴하고 그것을 산업화에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연구기관 30여 곳이 각기 따로 연구를 하는 점도 문젭니다.

<인터뷰> 정용섭(전북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 :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한 군데로 미생물을 전체적으로 모으고 관리하고 보존하는 대안을 생각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발효 식품의 천국에서 발효 미생물의 강국으로 성장할 수있도록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입니다.

KBS 뉴스 이수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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