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미국 경찰 중무장…경찰이야, 군대야?

입력 2014.09.11 (18:10) 수정 2014.09.11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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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미국에선 '시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마치 침략군처럼 행동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찰의 과도한 중무장을 문제삼은 건데요, 실제로 미국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죄 없는 사람들이 피해를 본 사례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세계에서 시위의 자유가 가장 잘 보장됐다는 나라인 미국인데... 경찰의 중무장, 이른바 '경찰의 군대화'가 뜨거운 현안이 되고 있습니다.

국제부 정창화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이같은 논란, 저희도 소개해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미주리 주 퍼거슨 시 소요사태 때부터죠?

<답변>
그렇습니다.

백인 경관이 10대 흑인 청년에게 총을 쏴 숨진 사건으로 미국 전체가 한동안 소용돌이에 휘말렸었죠.

특히 당시 인종 시위성격이 강했는데, 장갑차까지 등장해서 시위대를 더 분노케 한 일이 있었습니다.

경찰 총격에 숨진 18살 청년 마이클 브라운의 죽음에 항의하는 흑인들의 시위 현장.

자세히 보시면 지뢰방호용 장갑차가 보입니다.

장갑차 위에는 경찰이 망원조준경이 달린 중화기를 들고 있고요, 다른 경관들은 유탄 발사기가 달린 소총을 소지하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경찰이 아니라 군인으로 보이는데요, 실제로 이런 무기들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주둔해 있는 미군이 쓰는 것들입니다.

이미 미국 대부분 주마다 1~2대씩의 장갑차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미시간 주에선 지난 3월 지뢰방호 장갑차가 도로를 달리는 장면이 포착돼 시민들을 놀라게 한 적이 있구요.

캘리포니아 주에선 지난달 퍼거슨 사태가 터지자, 민간인이 거주하는 도시 안에 장갑차를 배치할 만한 이유가 무엇이냐며 시민들이 분개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캘리포니아 주민 : "제가 내는 세금이 경찰 군대화에 쓰인다는 걸 생각하면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경찰의 입장은 다릅니다.

이렇게 투입된 장갑차는 전투용으로 쓰이긴 하지만 시민들의 안전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장비라는 겁니다.

<녹취> 캘리포니아 주 경찰 관계자 : "장갑차의 배치 목적은 어디까지나 시민과 경찰관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질문>
이런 대치 상황 외에 미국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실제 피해를 본 사례들이 있다구요?

<답변>
그렇습니다.

먼저 지난 5월, 미국 조지아 주 코닐리아의 한 주택가에서 일어난 사건부터 보시면요, 새벽 3시 무렵, 경찰 특수기동대가 한 가정집에 예고 없이 급습했습니다.

폭발과 함께 현관문이 터졌고 한 대원은 집 안으로 거침없이 섬광수류탄을 던집니다.

이 섬광탄은 18개월 된 아기가 자고 있는 침대 안으로 떨어져 얼굴을 다친 아기가 혼수상태에 빠졌는데요, 마약거래 혐의를 받고 있는 용의자를 체포하기 위한 작전이었습니다.

<녹취> 알리샤(아기 엄마) : "경찰은 집 안 상황이 어떤지 한번 들여다보지도 않고 섬광탄을 던졌습니다. 아기의 베개 옆에서 폭발했어요."

하지만 경찰 당국은 단지 실수였을 뿐이고, 당시 아기가 있다는 증거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아기 옷이나 장남감 등 그곳에 아기가 있다는 흔적이 없었습니다. 아이가 있는 걸 알았다면 다른 방법을 썼을 겁니다."

미국 인권단체인 '시민자유연맹'이 공개한 경찰 특수기동대의 작전 수행 모습을 좀 더 보실까요?

범죄 용의자가 숨은 것으로 추정된 가정집에 들이닥친 경찰들입니다.

깜짝 놀란 집주인과 가족들, 심지어 집안에 있던 아이가 놀라 울음을 터뜨려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무장 경찰들이 총을 들고 군화를 신은 채 마룻바닥을 밟습니다.

이런 순간과 대응들... 죄없는 민간인들에겐 공포와 두려움으로 평생 남게 될 악몽의 시간이 될 거라고 미국 시민단체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질문>
실제 미국 경찰특공대가 수행하는 작전 가운데 80%가 일반 가정집을 대상으로 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고요?

<답변>
그렇습니다.

수치만 놓고 보자면 그야말로 미국 내에선 자기 집과 이웃이 살고 있는 곳이 바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지난 2010년 7월부터 2년 동안 특수기동대가 출동한 현황을 보면요, 인질극이나 무장범 등 위험한 상황에 대응하는 게 주목적인데요, 가정집에서 마약 등을 찾기 위한 '단순 수색 영장 집행' 출동 빈도가 79%로 압도적이었습니다.

이유조차 알려지지 않은 출동 건수도 14%나 됐습니다.

반면 인질극이나 총격전 등으로 출동한 경우는 7%에 불과했습니다.

<질문>
네, 이같은 경찰의 군대화, 경찰은 또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할텐데요?

<답변>
네, 경찰은 테러나 집단 과격행동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예방 차원에서 보유하는 것이지 바로 현장에 투입하려는 건 아니다,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경찰의 군대화가 연방정부의 적극적인 지원하에 이뤄져 왔다는 점을 알고 나면 상황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른바 '1033 프로그램'라는 건데요, 미 국방부가 1997년부터 군에서 더 이상 쓰지 않는 장비와 화기를 경찰 등에 넘길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전장에서 사용되던 무기를 국내 치안에 재활용해 예산을 절약해 보자는 취지겠죠.

하지만 특히 요즘은 아프간전과 이라크전 당시 미군이 사용했던 무기가 경찰에 공급되면서 논란이 커지게 된 겁니다.

<녹취> 조 가이(테네시 주 보안관) : "(이 무기들이 다 필요한가요?) 이렇게 많이 필요하진 않습니다. 지시 과정에 오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녹취> 래들리 발코(미국 저널리스트) : "장갑차나 방호구 등의 무기류가 대규모로 전달되고 있는 겁니다. 정부가 하는 행동은 경찰의 군대화를 더 부추기는 겁니다."

논란이 커지자 오바마 대통령은 경찰 군대화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공권력 과용에 제동을 걸겠다는 건데요, 시민안전, 치안확보.

사실 둘 다 중요하지 않습니까?

미국 사회가 어떤 접점을 만들어낼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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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이슈] 미국 경찰 중무장…경찰이야, 군대야?
    • 입력 2014-09-11 19:08:28
    • 수정2014-09-11 22:12:46
    글로벌24
<앵커 멘트>

요즘 미국에선 '시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마치 침략군처럼 행동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찰의 과도한 중무장을 문제삼은 건데요, 실제로 미국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죄 없는 사람들이 피해를 본 사례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세계에서 시위의 자유가 가장 잘 보장됐다는 나라인 미국인데... 경찰의 중무장, 이른바 '경찰의 군대화'가 뜨거운 현안이 되고 있습니다.

국제부 정창화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이같은 논란, 저희도 소개해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미주리 주 퍼거슨 시 소요사태 때부터죠?

<답변>
그렇습니다.

백인 경관이 10대 흑인 청년에게 총을 쏴 숨진 사건으로 미국 전체가 한동안 소용돌이에 휘말렸었죠.

특히 당시 인종 시위성격이 강했는데, 장갑차까지 등장해서 시위대를 더 분노케 한 일이 있었습니다.

경찰 총격에 숨진 18살 청년 마이클 브라운의 죽음에 항의하는 흑인들의 시위 현장.

자세히 보시면 지뢰방호용 장갑차가 보입니다.

장갑차 위에는 경찰이 망원조준경이 달린 중화기를 들고 있고요, 다른 경관들은 유탄 발사기가 달린 소총을 소지하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경찰이 아니라 군인으로 보이는데요, 실제로 이런 무기들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주둔해 있는 미군이 쓰는 것들입니다.

이미 미국 대부분 주마다 1~2대씩의 장갑차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미시간 주에선 지난 3월 지뢰방호 장갑차가 도로를 달리는 장면이 포착돼 시민들을 놀라게 한 적이 있구요.

캘리포니아 주에선 지난달 퍼거슨 사태가 터지자, 민간인이 거주하는 도시 안에 장갑차를 배치할 만한 이유가 무엇이냐며 시민들이 분개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캘리포니아 주민 : "제가 내는 세금이 경찰 군대화에 쓰인다는 걸 생각하면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경찰의 입장은 다릅니다.

이렇게 투입된 장갑차는 전투용으로 쓰이긴 하지만 시민들의 안전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장비라는 겁니다.

<녹취> 캘리포니아 주 경찰 관계자 : "장갑차의 배치 목적은 어디까지나 시민과 경찰관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질문>
이런 대치 상황 외에 미국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실제 피해를 본 사례들이 있다구요?

<답변>
그렇습니다.

먼저 지난 5월, 미국 조지아 주 코닐리아의 한 주택가에서 일어난 사건부터 보시면요, 새벽 3시 무렵, 경찰 특수기동대가 한 가정집에 예고 없이 급습했습니다.

폭발과 함께 현관문이 터졌고 한 대원은 집 안으로 거침없이 섬광수류탄을 던집니다.

이 섬광탄은 18개월 된 아기가 자고 있는 침대 안으로 떨어져 얼굴을 다친 아기가 혼수상태에 빠졌는데요, 마약거래 혐의를 받고 있는 용의자를 체포하기 위한 작전이었습니다.

<녹취> 알리샤(아기 엄마) : "경찰은 집 안 상황이 어떤지 한번 들여다보지도 않고 섬광탄을 던졌습니다. 아기의 베개 옆에서 폭발했어요."

하지만 경찰 당국은 단지 실수였을 뿐이고, 당시 아기가 있다는 증거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아기 옷이나 장남감 등 그곳에 아기가 있다는 흔적이 없었습니다. 아이가 있는 걸 알았다면 다른 방법을 썼을 겁니다."

미국 인권단체인 '시민자유연맹'이 공개한 경찰 특수기동대의 작전 수행 모습을 좀 더 보실까요?

범죄 용의자가 숨은 것으로 추정된 가정집에 들이닥친 경찰들입니다.

깜짝 놀란 집주인과 가족들, 심지어 집안에 있던 아이가 놀라 울음을 터뜨려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무장 경찰들이 총을 들고 군화를 신은 채 마룻바닥을 밟습니다.

이런 순간과 대응들... 죄없는 민간인들에겐 공포와 두려움으로 평생 남게 될 악몽의 시간이 될 거라고 미국 시민단체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질문>
실제 미국 경찰특공대가 수행하는 작전 가운데 80%가 일반 가정집을 대상으로 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고요?

<답변>
그렇습니다.

수치만 놓고 보자면 그야말로 미국 내에선 자기 집과 이웃이 살고 있는 곳이 바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지난 2010년 7월부터 2년 동안 특수기동대가 출동한 현황을 보면요, 인질극이나 무장범 등 위험한 상황에 대응하는 게 주목적인데요, 가정집에서 마약 등을 찾기 위한 '단순 수색 영장 집행' 출동 빈도가 79%로 압도적이었습니다.

이유조차 알려지지 않은 출동 건수도 14%나 됐습니다.

반면 인질극이나 총격전 등으로 출동한 경우는 7%에 불과했습니다.

<질문>
네, 이같은 경찰의 군대화, 경찰은 또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할텐데요?

<답변>
네, 경찰은 테러나 집단 과격행동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예방 차원에서 보유하는 것이지 바로 현장에 투입하려는 건 아니다,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경찰의 군대화가 연방정부의 적극적인 지원하에 이뤄져 왔다는 점을 알고 나면 상황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른바 '1033 프로그램'라는 건데요, 미 국방부가 1997년부터 군에서 더 이상 쓰지 않는 장비와 화기를 경찰 등에 넘길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전장에서 사용되던 무기를 국내 치안에 재활용해 예산을 절약해 보자는 취지겠죠.

하지만 특히 요즘은 아프간전과 이라크전 당시 미군이 사용했던 무기가 경찰에 공급되면서 논란이 커지게 된 겁니다.

<녹취> 조 가이(테네시 주 보안관) : "(이 무기들이 다 필요한가요?) 이렇게 많이 필요하진 않습니다. 지시 과정에 오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녹취> 래들리 발코(미국 저널리스트) : "장갑차나 방호구 등의 무기류가 대규모로 전달되고 있는 겁니다. 정부가 하는 행동은 경찰의 군대화를 더 부추기는 겁니다."

논란이 커지자 오바마 대통령은 경찰 군대화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공권력 과용에 제동을 걸겠다는 건데요, 시민안전, 치안확보.

사실 둘 다 중요하지 않습니까?

미국 사회가 어떤 접점을 만들어낼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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