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3900가구 정전…고양이 때문?

<앵커 멘트>

어젯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 전기가 끊겨 3천9백여 세대가 한 시간 가까이 불편을 겪었는데요.

이게 다 길 고양이 한 마리 때문이라는데, 어찌된 일인지 홍화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파트 폐쇄회로 화면이 어젯밤 8시 50분에서 갑자기 20여분 뒤로 건너 뜁니다.

정전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같은 시각 단지내 엘리베이터도 모두 멈춰섰습니다.

정전이 되면서 이 아파트 단지 내 승강기 8곳에서 주민 15명이 갇혔다가 구조됐습니다.

<인터뷰> 아파트 경비원(음성변조) : "(승강기가) 내려오는 순간 갑자기 멈췄으니까 (주민들이) 갇힌 거예요. 여기 많이들 갇혔다고요."

사고의 발단은 길고양이, 고양이 한 마리가 인근 병원의 지하 전기실에 들어갔다가 고압 전기설비에 감전돼 죽었고, 동시에 전기설비에 불이 붙으면서 같은 송전선로를 쓰는 잠실 아파트 단지 3천9백여 세대와 송파동 일대 건물들의 전기 공급이 끊긴 겁니다.

<인터뷰> 한국전력 직원(음성변조) : "고양이가 설비 안에 들어가 감전되면서 고장이 발생했습니다."

길고양이들이 따뜻한 건물 지하 전기실을 즐겨 찾기 때문인데, 보호 철망 등을 갖춘 곳은 거의 없습니다.

<인터뷰> 전진경('카라' 동물보호시민단체 이사) : "개체 수가 늘어나지 않도록 불임수술 등의 방법을 통해서 같이 공존이 가능하도록 적극적인 관리 방안을.."

주인 없이 길거리에 방치된 길고양이는 서울에만 25만 마리!

화재나 정전사태 등을 막기 위한 선제적인 대책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