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승부조작’ 근본대책 세워야

입력 2014.09.18 (07:35) 수정 2014.09.18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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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일상 해설위원]

태권도계의 승부조작이 또다시 사실로 밝혀지면서 태권도 종주국의 위상 추락은 물론 왜곡된 경쟁 문화에 내몰린 스포츠계,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국제전 서울시 대표선수 선발전에서 불거졌던 승부조작 사건은 경찰의 수사 결과 1년 여 만에 진상이 드러났습니다. 해당 경기를 맡았던 주심은 큰 점수차로 앞서던 선수에게 경고를 남발해 반칙패를 선언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패배한 선수 아버지는 편파판정에 항의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상대 선수의 아버지가 학연 등을 이용해 협회 임원에게 청탁을 했고 이 임원은 심판위원장 등을 통해 조직적으로 승부조작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들이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처럼 승부조작이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지난해 자체 진상조사를 벌인 서울시 태권도 협회는 심판의 경기 운영 미숙으로 인한 잘못된 판정이지만 고의성은 없었다며 사건을 종결 처리했습니다. 협회의 주요 인사 상당수가 관여된 승부조작이 자체조사에서 인정될 리가 없었던 것입니다.
승부조작 사건은 우리나라 체육계의 뿌리 깊은 병폐이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종주국이라는 태권도계의 비리는 더 심각한 고질병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지난 2004년과 2007년에도 승부조작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한 태권도협회와 문화 체육부가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1회용 대책만으로는 승부 조작과 각종 비리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비리가 발붙일 수 없도록 근본적이고 제도적인 근절책을 확실히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여기에는 체육계의 반성과 개혁도 전제돼야 합니다.

공정하지 못한 경쟁으로 상처받는 일이 만연하고 원칙이 무너진 사회가 방치된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신수양을 더 큰 덕목으로 삼는 태권도의 정신과 정정당당한 승부를 강조하는 스포츠맨십을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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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승부조작’ 근본대책 세워야
    • 입력 2014-09-18 07:34:29
    • 수정2014-09-18 08:3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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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일상 해설위원]

태권도계의 승부조작이 또다시 사실로 밝혀지면서 태권도 종주국의 위상 추락은 물론 왜곡된 경쟁 문화에 내몰린 스포츠계,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국제전 서울시 대표선수 선발전에서 불거졌던 승부조작 사건은 경찰의 수사 결과 1년 여 만에 진상이 드러났습니다. 해당 경기를 맡았던 주심은 큰 점수차로 앞서던 선수에게 경고를 남발해 반칙패를 선언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패배한 선수 아버지는 편파판정에 항의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상대 선수의 아버지가 학연 등을 이용해 협회 임원에게 청탁을 했고 이 임원은 심판위원장 등을 통해 조직적으로 승부조작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들이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처럼 승부조작이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지난해 자체 진상조사를 벌인 서울시 태권도 협회는 심판의 경기 운영 미숙으로 인한 잘못된 판정이지만 고의성은 없었다며 사건을 종결 처리했습니다. 협회의 주요 인사 상당수가 관여된 승부조작이 자체조사에서 인정될 리가 없었던 것입니다.
승부조작 사건은 우리나라 체육계의 뿌리 깊은 병폐이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종주국이라는 태권도계의 비리는 더 심각한 고질병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지난 2004년과 2007년에도 승부조작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한 태권도협회와 문화 체육부가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1회용 대책만으로는 승부 조작과 각종 비리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비리가 발붙일 수 없도록 근본적이고 제도적인 근절책을 확실히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여기에는 체육계의 반성과 개혁도 전제돼야 합니다.

공정하지 못한 경쟁으로 상처받는 일이 만연하고 원칙이 무너진 사회가 방치된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신수양을 더 큰 덕목으로 삼는 태권도의 정신과 정정당당한 승부를 강조하는 스포츠맨십을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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