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 어게인’ 200만 돌파…국내엔 이런 영화 왜 없나?

입력 2014.09.18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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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저예산, 예술) 영화 '비긴 어게인'이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작은 영화의 힘을 이어나가고 있다.

1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비긴 어게인'은 17일 하루동안 5만 6,439명의 관객을 불러 모아 '타짜-신의 손'(5만 9,999명)에 이어 근소한 차이로 일일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다.

공식 누적관객은 202만 318명. 다양성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개봉 36일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영화 '색,계'(191만 784명)를 누르고 다양성 영화 역대 3위의 흥행 기록 타이틀을 차지하게 됐다.



특히 토요일이던 지난 13일에는 하루에 14만 4,4464명의 관객이 몰려들면서 역대 다양성 영화 일일 최다 관객 수 기록을 4번째 자체 경신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 갈수록 인기...다양성 영화 역대 1위에 근접

개봉 당시 일일 박스오피스 8위에서 시작해 입소문을 타고 2위까지 오른 지금의 흥행세라면 역대 2위인 일본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243만 3,298명)은 물론 역대 1위인 '워낭소리'(293만 4,409명)의 기록도 넘볼 수 있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개봉 6주차인 18일 오전 10시 현재 '비긴 어게인'의 실시간 예매점유율은 20.8%로 '타짜-신의 손'(14.3%)를 크게 앞지르고 있는 상황이다.

'비긴 어게인'은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가져왔던 음악 영화 '원스'(2006)의 존 카니 감독이 만든 두번째 작품.

록밴드 '마룬5'의 보컬 애덤 리바인과 여주인공 키이라 나이틀리의 노래들이 귀에 착착 감기고 여기에 마크 러팔로의 연기력이 더해져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 왜 국내 영화계에선 '비긴 어게인' 안나오나?

미국 영화 사이트 모조에 따르면 '비긴 어게인'은 전 세계적으로 미국 다음으로 한국에서 가장 흥행하고 있다.

'레미제라블'이나 '겨울왕국' 등 음악 영화에 유독 열광하는 한국 관객들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있지만 이렇게 거꾸로 가는 '비긴 어게인'의 흥행세가 한국 영화계에 던지는 화두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현재 국내 영화계에는 규모가 큰 '대작'이 곧 잘 만들어진 '웰메이드' 영화라는 인식이 강하다. 제작비 100억 대의 영화 네편이 쏟아진 올 여름 극장가를 봐도 그렇다. 탄탄한 스토리 구조보다는 스케일과 규모에 집착하는 국내 영화 시장의 폐단이 가져온 결과다.

영화 제작과 배급, 상영을 소수 대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국내 영화계 구조도 문제다. '명량'과 '해적' 같은 이른바 '대작'들이 스크린을 소위 '싹쓸이'하면서 다양성 영화들은 오전이나 심야같은 취약 시간대로 몰리거나(교차상영) 아예 스크린에 걸릴 기회마저 박탈 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끊임 없이 제기되고 있다.

한 소규모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요즘은 블록버스터를 중심으로 시장 자체가 나뉘어져있다"며 "방학이나 연휴 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엔 전부 헐리우드 영화들이 스크린을 독점해 개봉관을 잡기조차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400여 개 스크린에서 상영 중인 '비긴 어게인'도 개봉 첫날 182개의 스크린을 받았다. 저예산 한국 영화 가운데 개봉 첫 날 200개 가까운 스크린을 배정 받는 경우는 '한공주' 등 몇몇 영화를 제외하면 극히 드물다.

물론 함량 미달의 저예산 시나리오가 난립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관객들의 흥미를 자극할 만큼 대중적인 다양성 영화가 국내에 별로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국내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으며 많은 관심을 받았던 '한공주'도 올초 200개 안팎의 스크린에 걸렸지만 관객은 20만 명 수준에 그치기도 했다.

하지만 '대작' 영화가 국내 스크린을 독점하고 저예산 영화들이 외면 받는 구조 속에서 역량있는 영화 감독이나 제작자들에게 작품성 하나만으로 승부를 걸라고 주문하기는 어렵다.

평균 제작비가 1000억원 대에 이르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속에서 1/5 수준인 200억원 대로 제작한 '비긴 어게인'의 국내 흥행은, 분명 우리 영화계에 큰 화두를 던져주고 있는 것 만큼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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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긴 어게인’ 200만 돌파…국내엔 이런 영화 왜 없나?
    • 입력 2014-09-18 11:43:41
    영화
다양성(저예산, 예술) 영화 '비긴 어게인'이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작은 영화의 힘을 이어나가고 있다. 1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비긴 어게인'은 17일 하루동안 5만 6,439명의 관객을 불러 모아 '타짜-신의 손'(5만 9,999명)에 이어 근소한 차이로 일일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다. 공식 누적관객은 202만 318명. 다양성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개봉 36일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영화 '색,계'(191만 784명)를 누르고 다양성 영화 역대 3위의 흥행 기록 타이틀을 차지하게 됐다. 특히 토요일이던 지난 13일에는 하루에 14만 4,4464명의 관객이 몰려들면서 역대 다양성 영화 일일 최다 관객 수 기록을 4번째 자체 경신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 갈수록 인기...다양성 영화 역대 1위에 근접 개봉 당시 일일 박스오피스 8위에서 시작해 입소문을 타고 2위까지 오른 지금의 흥행세라면 역대 2위인 일본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243만 3,298명)은 물론 역대 1위인 '워낭소리'(293만 4,409명)의 기록도 넘볼 수 있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개봉 6주차인 18일 오전 10시 현재 '비긴 어게인'의 실시간 예매점유율은 20.8%로 '타짜-신의 손'(14.3%)를 크게 앞지르고 있는 상황이다. '비긴 어게인'은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가져왔던 음악 영화 '원스'(2006)의 존 카니 감독이 만든 두번째 작품. 록밴드 '마룬5'의 보컬 애덤 리바인과 여주인공 키이라 나이틀리의 노래들이 귀에 착착 감기고 여기에 마크 러팔로의 연기력이 더해져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 왜 국내 영화계에선 '비긴 어게인' 안나오나? 미국 영화 사이트 모조에 따르면 '비긴 어게인'은 전 세계적으로 미국 다음으로 한국에서 가장 흥행하고 있다. '레미제라블'이나 '겨울왕국' 등 음악 영화에 유독 열광하는 한국 관객들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있지만 이렇게 거꾸로 가는 '비긴 어게인'의 흥행세가 한국 영화계에 던지는 화두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현재 국내 영화계에는 규모가 큰 '대작'이 곧 잘 만들어진 '웰메이드' 영화라는 인식이 강하다. 제작비 100억 대의 영화 네편이 쏟아진 올 여름 극장가를 봐도 그렇다. 탄탄한 스토리 구조보다는 스케일과 규모에 집착하는 국내 영화 시장의 폐단이 가져온 결과다. 영화 제작과 배급, 상영을 소수 대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국내 영화계 구조도 문제다. '명량'과 '해적' 같은 이른바 '대작'들이 스크린을 소위 '싹쓸이'하면서 다양성 영화들은 오전이나 심야같은 취약 시간대로 몰리거나(교차상영) 아예 스크린에 걸릴 기회마저 박탈 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끊임 없이 제기되고 있다. 한 소규모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요즘은 블록버스터를 중심으로 시장 자체가 나뉘어져있다"며 "방학이나 연휴 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엔 전부 헐리우드 영화들이 스크린을 독점해 개봉관을 잡기조차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400여 개 스크린에서 상영 중인 '비긴 어게인'도 개봉 첫날 182개의 스크린을 받았다. 저예산 한국 영화 가운데 개봉 첫 날 200개 가까운 스크린을 배정 받는 경우는 '한공주' 등 몇몇 영화를 제외하면 극히 드물다. 물론 함량 미달의 저예산 시나리오가 난립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관객들의 흥미를 자극할 만큼 대중적인 다양성 영화가 국내에 별로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국내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으며 많은 관심을 받았던 '한공주'도 올초 200개 안팎의 스크린에 걸렸지만 관객은 20만 명 수준에 그치기도 했다. 하지만 '대작' 영화가 국내 스크린을 독점하고 저예산 영화들이 외면 받는 구조 속에서 역량있는 영화 감독이나 제작자들에게 작품성 하나만으로 승부를 걸라고 주문하기는 어렵다. 평균 제작비가 1000억원 대에 이르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속에서 1/5 수준인 200억원 대로 제작한 '비긴 어게인'의 국내 흥행은, 분명 우리 영화계에 큰 화두를 던져주고 있는 것 만큼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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