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조선업’ 올해만 시총 15조 원 증발

입력 2014.09.23 (07:43) 수정 2014.09.2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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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둔화에 시달리는 국내 조선사들의 시가총액이 올해 들어서만 15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국내 조선업이 수주 감소 → 실적 악화 → 신용등급 강등 → 자본조달 비용 증가라는 악순환을 겪는 가운데 한 외국계 증권사는 내년 국내 조선사가 또다시 저가 수주에 손을 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조선주 4인방, 올해 시총 15조 증발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주 4개 종목의 주가가 연초 이후 전날까지 평균 35.9% 떨어졌다.

이 기간에 낙폭이 가장 큰 종목은 현대중공업이었다. 연초 25만3천500원이었던 현대중공업 주가는 전날 14만1천원으로 44.4% 추락했다.

그 다음은 대우조선해양(-36.2%·전날 종가 2만2천250원), 삼성중공업(-33.5%·2만5천300원), 현대미포조선(-29.5%·12만5천500원)의 순서대로 주가 하락폭이 컸다.

연초 이후 이들 4개 종목의 시총 합은 38조2천903억원에서 23조3천255억원으로 감소해 약 14조9천650억원이 증발했다.

국내 조선주가 추세적인 하락세를 보이자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집중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가장 큰 종목 1위에 삼성중공업(6천745억원 순매도), 4위에 현대중공업(4천621억원 순매도)이 올랐다.

◇ "한국 수주 잔량 정체…저가수주 손댈까 우려"

조선주의 주가가 올해 내내 곤두박질 치는 가운데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조선사의 수주 감소 문제를 거론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으로 최근 1년간 중국과 일본 등 전 세계 수주 잔량은 꾸준히 회복된 반면 한국만 유독 뚜렷한 등락 없이 정체된 모습이다.

8월만 놓고 봐도 중국의 수주 잔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일본은 17% 늘었지만 한국의 수주 잔량은 큰 변화가 없다.

수주 잔량이란 수주량에서 인도량을 뺀 값이다.

수주 잔량이 많으면 향후 매출로 인식될 일감이 그만큼 많이 남았다는 뜻이다. 수주 잔량이 증가하려면 신규 수주량이 늘거나 매출로 인식된 인도량이 줄어야 한다.

모건스탠리는 일본과 중국 조선사는 매출로 인식되는 인도량을 줄여 수주 잔량을 조절했지만, 국내 조선사는 분기마다 꾸준히 매출액을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매출액으로 반영돼 줄어드는 수주 잔량을 만회할 만큼 국내 조선사의 신규 수주가 활발하냐는 것이다.

국제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들의 연초 이후 신규 수주 금액은 약 209억달러(한화 약 21조8천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중국(-9%), 일본(-29%), 전 세계(-19%)의 신규 수주 감소율을 크게 웃돈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상반기에도 국내 조선사의 수주 둔화가 계속되면 한국 조선업체가 선박가격을 인하해 저가 수주에 나서려는 유인이 생긴다"며 "이는 조선업체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만큼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한국기업평가는 ▲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 ▲ 해운시황 침체 장기화 ▲ 수주 부진 및 경쟁 심화 등을 이유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각각 'AA '에서 'AA', 'AA-'에서 'A '로 한 단계씩 강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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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조선업’ 올해만 시총 15조 원 증발
    • 입력 2014-09-23 07:43:02
    • 수정2014-09-23 08:02:38
    연합뉴스
수주 둔화에 시달리는 국내 조선사들의 시가총액이 올해 들어서만 15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국내 조선업이 수주 감소 → 실적 악화 → 신용등급 강등 → 자본조달 비용 증가라는 악순환을 겪는 가운데 한 외국계 증권사는 내년 국내 조선사가 또다시 저가 수주에 손을 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조선주 4인방, 올해 시총 15조 증발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주 4개 종목의 주가가 연초 이후 전날까지 평균 35.9% 떨어졌다.

이 기간에 낙폭이 가장 큰 종목은 현대중공업이었다. 연초 25만3천500원이었던 현대중공업 주가는 전날 14만1천원으로 44.4% 추락했다.

그 다음은 대우조선해양(-36.2%·전날 종가 2만2천250원), 삼성중공업(-33.5%·2만5천300원), 현대미포조선(-29.5%·12만5천500원)의 순서대로 주가 하락폭이 컸다.

연초 이후 이들 4개 종목의 시총 합은 38조2천903억원에서 23조3천255억원으로 감소해 약 14조9천650억원이 증발했다.

국내 조선주가 추세적인 하락세를 보이자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집중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가장 큰 종목 1위에 삼성중공업(6천745억원 순매도), 4위에 현대중공업(4천621억원 순매도)이 올랐다.

◇ "한국 수주 잔량 정체…저가수주 손댈까 우려"

조선주의 주가가 올해 내내 곤두박질 치는 가운데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조선사의 수주 감소 문제를 거론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으로 최근 1년간 중국과 일본 등 전 세계 수주 잔량은 꾸준히 회복된 반면 한국만 유독 뚜렷한 등락 없이 정체된 모습이다.

8월만 놓고 봐도 중국의 수주 잔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일본은 17% 늘었지만 한국의 수주 잔량은 큰 변화가 없다.

수주 잔량이란 수주량에서 인도량을 뺀 값이다.

수주 잔량이 많으면 향후 매출로 인식될 일감이 그만큼 많이 남았다는 뜻이다. 수주 잔량이 증가하려면 신규 수주량이 늘거나 매출로 인식된 인도량이 줄어야 한다.

모건스탠리는 일본과 중국 조선사는 매출로 인식되는 인도량을 줄여 수주 잔량을 조절했지만, 국내 조선사는 분기마다 꾸준히 매출액을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매출액으로 반영돼 줄어드는 수주 잔량을 만회할 만큼 국내 조선사의 신규 수주가 활발하냐는 것이다.

국제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들의 연초 이후 신규 수주 금액은 약 209억달러(한화 약 21조8천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중국(-9%), 일본(-29%), 전 세계(-19%)의 신규 수주 감소율을 크게 웃돈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상반기에도 국내 조선사의 수주 둔화가 계속되면 한국 조선업체가 선박가격을 인하해 저가 수주에 나서려는 유인이 생긴다"며 "이는 조선업체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만큼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한국기업평가는 ▲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 ▲ 해운시황 침체 장기화 ▲ 수주 부진 및 경쟁 심화 등을 이유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각각 'AA '에서 'AA', 'AA-'에서 'A '로 한 단계씩 강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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