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러시아 방문’ 북 리수용 외교동선에 미국 ‘예민’

입력 2014.09.2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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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선을 보면 전략이 보인다."

북한 리수용 외무상의 최근 외교동선에 워싱턴 외교가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유엔 총회 참석을 전후해 미국 정부가 가장 기피하는 두 국가, 즉 이란과 러시아를 행선지로 잡았기 때문이다.

리 외무상은 2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 도착에 앞서 13일부터 17일까지 이란을 방문했으며 유엔총회 참석 이후에는 러시아를 공식 방문할 예정이라고 러시아 언론이 보도했다.

리 외무상의 행보는 무엇보다 미국과의 대립각을 확실하게 유지하겠다는 김정은 정권의 대외적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22일 "북한이 유엔 총회를 전후해 미국과 반목하고 있는 이란과 러시아를 방문하는 것은 다분히 전략적 의도를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 총회 참석을 앞두고 이뤄진 이란 방문은 북한과 이란의 핵·미사일 협력이라는 맥락 속에서 미국을 자극하고 있다. 물론 버락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최대의 적으로 떠오른 '이슬람 국가'(IS)를 격퇴하기 위해 이란에까지 손을 내미는 처지이지만, 이란이 미국이 주도하는 비확산 체제의 중대한 도전자라는 근본 인식에는 변함이 없다.

특히 리 외무상은 이란과의 협력관계를 "여러 분야에서 확대발전시킬 것"(15일 북한·이란 외교장관 회담)을 다짐하는 한편으로 대북 제재를 주도하는 미국에 대해서는 날을 세웠다. 리 외무상은 지난 15일 테헤란에서 열린 아시아·아프리카법률협상기구 회의 연설에서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도용해 얻어낸 결의에 기초해 우리나라에 제재를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러시아 방문은 미국의 신경을 더욱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보여준 푸틴 정권의 패권확장 드라이브에 오바마 외교는 무기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소식통은 "유럽과 함께 대(對) 러시아 제재 강화에 열을 올리는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매우 불쾌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사실 리수용 외교행보의 숨은 겨냥점은 중국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란 방문을 마친 리 외무상은 중국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뉴욕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유엔 총회 후에도 중국 경유 없이 러시아를 방문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취임한 리 외무상이 중국에 앞서 러시아를 공식 방문하는 것은 북한의 최대 후원국임을 자임하는 중국으로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지난 7월 북한에 앞서 남한을 방문하고 올해초부터 원유수출을 중단하는 등 양국관계가 냉랭해진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유엔총회 기간 북·중 외교장관 회담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으며 리 외무상은 주로 제3세계 국가들과의 양자회담을 준비 중이라고 외교소식통들이 전했다.

이런 흐름으로 볼 때 리 외무상은 이번 총회에서 북한의 인권·핵·미사일 문제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면서 한·미·일 공동전선에 대항하고 중국의 신경을 자극하는 외교전을 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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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러시아 방문’ 북 리수용 외교동선에 미국 ‘예민’
    • 입력 2014-09-23 15:01:52
    연합뉴스
"동선을 보면 전략이 보인다." 북한 리수용 외무상의 최근 외교동선에 워싱턴 외교가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유엔 총회 참석을 전후해 미국 정부가 가장 기피하는 두 국가, 즉 이란과 러시아를 행선지로 잡았기 때문이다. 리 외무상은 2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 도착에 앞서 13일부터 17일까지 이란을 방문했으며 유엔총회 참석 이후에는 러시아를 공식 방문할 예정이라고 러시아 언론이 보도했다. 리 외무상의 행보는 무엇보다 미국과의 대립각을 확실하게 유지하겠다는 김정은 정권의 대외적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22일 "북한이 유엔 총회를 전후해 미국과 반목하고 있는 이란과 러시아를 방문하는 것은 다분히 전략적 의도를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 총회 참석을 앞두고 이뤄진 이란 방문은 북한과 이란의 핵·미사일 협력이라는 맥락 속에서 미국을 자극하고 있다. 물론 버락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최대의 적으로 떠오른 '이슬람 국가'(IS)를 격퇴하기 위해 이란에까지 손을 내미는 처지이지만, 이란이 미국이 주도하는 비확산 체제의 중대한 도전자라는 근본 인식에는 변함이 없다. 특히 리 외무상은 이란과의 협력관계를 "여러 분야에서 확대발전시킬 것"(15일 북한·이란 외교장관 회담)을 다짐하는 한편으로 대북 제재를 주도하는 미국에 대해서는 날을 세웠다. 리 외무상은 지난 15일 테헤란에서 열린 아시아·아프리카법률협상기구 회의 연설에서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도용해 얻어낸 결의에 기초해 우리나라에 제재를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러시아 방문은 미국의 신경을 더욱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보여준 푸틴 정권의 패권확장 드라이브에 오바마 외교는 무기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소식통은 "유럽과 함께 대(對) 러시아 제재 강화에 열을 올리는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매우 불쾌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사실 리수용 외교행보의 숨은 겨냥점은 중국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란 방문을 마친 리 외무상은 중국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뉴욕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유엔 총회 후에도 중국 경유 없이 러시아를 방문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취임한 리 외무상이 중국에 앞서 러시아를 공식 방문하는 것은 북한의 최대 후원국임을 자임하는 중국으로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지난 7월 북한에 앞서 남한을 방문하고 올해초부터 원유수출을 중단하는 등 양국관계가 냉랭해진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유엔총회 기간 북·중 외교장관 회담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으며 리 외무상은 주로 제3세계 국가들과의 양자회담을 준비 중이라고 외교소식통들이 전했다. 이런 흐름으로 볼 때 리 외무상은 이번 총회에서 북한의 인권·핵·미사일 문제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면서 한·미·일 공동전선에 대항하고 중국의 신경을 자극하는 외교전을 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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