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베트남 고랭지 ‘달랏’에서 성공하려면

입력 2014.09.24 (18:10) 수정 2014.09.2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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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고원 농업 도시 ‘달랏’

베트남의 경제 중심지 호치민시에서 북동쪽으로 300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달랏(Da Lat)이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럼동 성의 성도로 자연경관이 빼어나 베트남의 진주로 불리는 곳입니다. 달랏이라는 이름은 어떤 이에게는 즐거움을 어떤 이에게는 신선함을 뜻하는 라틴어 'Dat Aliis Laetitiam Aliis Temperiem'에서 유래됐다고 합니다.

달랏은 프링스 식민지 시절부터 총독 등 지배층의 휴양도시로 개발됐다고합니다. 이런 유래에서 알 수 있듯이 달랏의 최대 장점은 기후입니다.

☞ 바로가기 [월드리포트] 한국농업 전진기지 베트남 달랏

남부 베트남은 낮 기온이 35도 안팎까지 오르는 무더운 열대지역입니다. 하지만 달랏은 해발 1500 미터에서 2000미터의 드넓은 고원지대가 광활하게 펼쳐진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연중 평균기온이 15도에서 25도로 우리 나라의 봄가을 날씨와 비슷한 기후를 자랑합니다. 약간 서늘하고 청명한 날씨 덕분에 화훼류와 각종 농산물이 풍부한 농업의 중심 도시입니다.

국화의 경우 랏에서 재배되는 국화가 동남아는 물론 일본으로까지 수출되며 동남아에서는 유일하게 온대성 작물인 딸기의 산지로도 유명합니다. 베트남산 와인의 명산지이자 (맛은 별로라고합니다.) 커피 산업의 중심지이기도 합니다.



달랏에 대한 첫인상은 마치 “우리 나라의 강원도에 온 것 같다”라는 것입니다. 유럽풍의 건물들이 아기자기하게 들어선 도시 주변을 높은 산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고 어디를 가나 녹음이 우거져 공기도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열대지역과 달리 습기도 없고 바람도 선선해 베트남이 아닌 다른 나라에 온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천혜의 조건을 갖추다 보니 베트남에서 최고의 휴양도시로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호치민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이면 가지만 육로로 가면 버스로 8시간, 운전을 잘하면 승용차로 6시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현지인들은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육로로 이동은 추천하지 않더군요.



제가 달랏을 방문한 것은 달랏에 진출한 우리 나라 농업 기업을 취재하기 위해섭니다. 달랏에는 '달랏 밀크'라는 우유 회사가 있습니다. 원래는 국영이었는데 우리 나라 기업이 대주주로 지분을 인수해 베트남 최고의 유제품 회사로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생산되는 우유는 호치민 등 대도시의 슈퍼에 최고급 우유로 강장 비싼 값에 팔립니다. 또 베트남 사람들은 커피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래서 곳곳에 스타 벅스와 커피 빈 같은 커피 전문점들이 많습니다. 이런 외국계 커피전문점들은 오로지 달랏 밀크만을 사용합니다.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우유들은 외국계 커피전문점을 까다로운 품질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일단 커피 제품의 베이스로 사용하는 우유는 지방 비율이 일정 기준 이상이어야 한다고 합니다. 달랏 밀크 목장에서 생산된 우유는 유지방 비율이 4-5%에 이른다고 합니다. 태국 등 다른 동남아 지역에서 생산된 우유는 지방 비율 3.5%로 낮아 맛이 싱겁다고 합니다. 기후가 무더운 지역에서 사육되는 젖소들은 더위 탓에 물을 많이 먹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 우유의 고소한 맛이 덜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달랏지역은 기후가 선선해 소들이 활동하기 좋고 일년 내내 싱싱한 목초 재배가 가능해 건초보다 신선한 목초를 먹이기 때문에 고품질의 우유가 생산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 대문에 달랏은 동남아 최고의 목축 지대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달랏 지역은 이런 고원지대 기후 때문에 동남아지역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온대성 작물의 재배가 가능합니다. 국화 등 각종 화훼와 와인도 생산되고 우리나라 토종 딸기도 재배가 가능합니다. 물론 베트남 현지 딸기도 있지만 당도가 떨어지고 과질도 딱딱한데다 색깔이 곱지 않아 우리 딸기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우리 나라 딸기 농장은 농촌진흥청의 기술 지원을 받아 우리 딸기 재배에 성공했습니다. 여기서 재배한 딸기는 베트남 부유층과 고급 제과용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프랑스 식민지였기 때문인지 빵에 대한 수요도 높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1위와 2위 제빵 기업들이 진출해 있습니다. 호치민 시에만 20여개의 점포를 개설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제가 가본 한 매장은 하루 매출이 우리 돈으로 천 5백만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2-3 시간 동안 손님들이 끊임 없이 드나들더군요. 특히 오후 3시에서 5시 사이에는 손님들이 한꺼번에 몰려 계산을 하려고 줄을 서야 했습니다. 퇴근시간이 시작되기 때문에 주부들이나 직장인들이 빵을 많이 사간다고 합니다.

이런 제과 제빵 업체들은 진출 초기에 케이크나 아이스크림 등에 사용할 고품질의 딸기 공급에 애를 먹었지만 우리 딸기 농장에서 한국산 딸기를 공급하게 되면서 원재료 공급에 숨통이 트였습니다. 우리 토종 딸기를 맛본 사람들은 더 이상 베트남 딸기를 찾지 않기 때문에 현재는 공급이 모자랄 정도로 잘 팔리고 있습니다.

우리 딸기 재배에 성공한 웰컴투 달랏 농장은 현재 1500 평인 비닐 하우스를 두 배로 늘릴 계획입니다. 공급이 늘어나면 베트남은 물론 동남아 시장으로 수출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달랏 지역은 대관령과 같은 청정 고지대가 3개 군에 걸쳐 펼쳐진 동남아 최대의 고원지댑니다. 고랭지 농업과 목축이 가능한 면적은 대략 서울 여의도 면적의 150배에 달합니다. 여기에 연중 기온도 15에서 25도를 유지해 다른 동남아 지역에서는 재배가 불가능한 고소득 작물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또 토질도 수분과 양분의 보유력이 강한 점토를 많이 포함하고 있어 농업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베트남 경제의 중심지인 호치민 시가 인근에 있어 생산된 농축산물의 소비가 가능하다는 지리적 이점도 갖추고 있어 농업의 최적지로 손꼽힙니다.



하지만 자연조건만 믿고 투자에 나섰다가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아직 외국인 투자에 대한 제한이 엄격한데다 법적 제도적 장치가 부족해 단기간에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베트남에 투자한 우리 농업 기업은 30여여 개 정돕니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베트남 현지와 차별화된 농법과 천혜의 조건을 활용한다면 달랏은 우리 농업인과 식품기업의 동남아 전진기지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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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9-24 18:10:04
    • 수정2014-09-25 16:13:36
    취재후·사건후
베트남의 고원 농업 도시 ‘달랏’

베트남의 경제 중심지 호치민시에서 북동쪽으로 300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달랏(Da Lat)이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럼동 성의 성도로 자연경관이 빼어나 베트남의 진주로 불리는 곳입니다. 달랏이라는 이름은 어떤 이에게는 즐거움을 어떤 이에게는 신선함을 뜻하는 라틴어 'Dat Aliis Laetitiam Aliis Temperiem'에서 유래됐다고 합니다.

달랏은 프링스 식민지 시절부터 총독 등 지배층의 휴양도시로 개발됐다고합니다. 이런 유래에서 알 수 있듯이 달랏의 최대 장점은 기후입니다.

☞ 바로가기 [월드리포트] 한국농업 전진기지 베트남 달랏

남부 베트남은 낮 기온이 35도 안팎까지 오르는 무더운 열대지역입니다. 하지만 달랏은 해발 1500 미터에서 2000미터의 드넓은 고원지대가 광활하게 펼쳐진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연중 평균기온이 15도에서 25도로 우리 나라의 봄가을 날씨와 비슷한 기후를 자랑합니다. 약간 서늘하고 청명한 날씨 덕분에 화훼류와 각종 농산물이 풍부한 농업의 중심 도시입니다.

국화의 경우 랏에서 재배되는 국화가 동남아는 물론 일본으로까지 수출되며 동남아에서는 유일하게 온대성 작물인 딸기의 산지로도 유명합니다. 베트남산 와인의 명산지이자 (맛은 별로라고합니다.) 커피 산업의 중심지이기도 합니다.



달랏에 대한 첫인상은 마치 “우리 나라의 강원도에 온 것 같다”라는 것입니다. 유럽풍의 건물들이 아기자기하게 들어선 도시 주변을 높은 산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고 어디를 가나 녹음이 우거져 공기도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열대지역과 달리 습기도 없고 바람도 선선해 베트남이 아닌 다른 나라에 온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천혜의 조건을 갖추다 보니 베트남에서 최고의 휴양도시로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호치민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이면 가지만 육로로 가면 버스로 8시간, 운전을 잘하면 승용차로 6시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현지인들은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육로로 이동은 추천하지 않더군요.



제가 달랏을 방문한 것은 달랏에 진출한 우리 나라 농업 기업을 취재하기 위해섭니다. 달랏에는 '달랏 밀크'라는 우유 회사가 있습니다. 원래는 국영이었는데 우리 나라 기업이 대주주로 지분을 인수해 베트남 최고의 유제품 회사로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생산되는 우유는 호치민 등 대도시의 슈퍼에 최고급 우유로 강장 비싼 값에 팔립니다. 또 베트남 사람들은 커피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래서 곳곳에 스타 벅스와 커피 빈 같은 커피 전문점들이 많습니다. 이런 외국계 커피전문점들은 오로지 달랏 밀크만을 사용합니다.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우유들은 외국계 커피전문점을 까다로운 품질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일단 커피 제품의 베이스로 사용하는 우유는 지방 비율이 일정 기준 이상이어야 한다고 합니다. 달랏 밀크 목장에서 생산된 우유는 유지방 비율이 4-5%에 이른다고 합니다. 태국 등 다른 동남아 지역에서 생산된 우유는 지방 비율 3.5%로 낮아 맛이 싱겁다고 합니다. 기후가 무더운 지역에서 사육되는 젖소들은 더위 탓에 물을 많이 먹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 우유의 고소한 맛이 덜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달랏지역은 기후가 선선해 소들이 활동하기 좋고 일년 내내 싱싱한 목초 재배가 가능해 건초보다 신선한 목초를 먹이기 때문에 고품질의 우유가 생산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 대문에 달랏은 동남아 최고의 목축 지대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달랏 지역은 이런 고원지대 기후 때문에 동남아지역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온대성 작물의 재배가 가능합니다. 국화 등 각종 화훼와 와인도 생산되고 우리나라 토종 딸기도 재배가 가능합니다. 물론 베트남 현지 딸기도 있지만 당도가 떨어지고 과질도 딱딱한데다 색깔이 곱지 않아 우리 딸기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우리 나라 딸기 농장은 농촌진흥청의 기술 지원을 받아 우리 딸기 재배에 성공했습니다. 여기서 재배한 딸기는 베트남 부유층과 고급 제과용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프랑스 식민지였기 때문인지 빵에 대한 수요도 높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1위와 2위 제빵 기업들이 진출해 있습니다. 호치민 시에만 20여개의 점포를 개설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제가 가본 한 매장은 하루 매출이 우리 돈으로 천 5백만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2-3 시간 동안 손님들이 끊임 없이 드나들더군요. 특히 오후 3시에서 5시 사이에는 손님들이 한꺼번에 몰려 계산을 하려고 줄을 서야 했습니다. 퇴근시간이 시작되기 때문에 주부들이나 직장인들이 빵을 많이 사간다고 합니다.

이런 제과 제빵 업체들은 진출 초기에 케이크나 아이스크림 등에 사용할 고품질의 딸기 공급에 애를 먹었지만 우리 딸기 농장에서 한국산 딸기를 공급하게 되면서 원재료 공급에 숨통이 트였습니다. 우리 토종 딸기를 맛본 사람들은 더 이상 베트남 딸기를 찾지 않기 때문에 현재는 공급이 모자랄 정도로 잘 팔리고 있습니다.

우리 딸기 재배에 성공한 웰컴투 달랏 농장은 현재 1500 평인 비닐 하우스를 두 배로 늘릴 계획입니다. 공급이 늘어나면 베트남은 물론 동남아 시장으로 수출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달랏 지역은 대관령과 같은 청정 고지대가 3개 군에 걸쳐 펼쳐진 동남아 최대의 고원지댑니다. 고랭지 농업과 목축이 가능한 면적은 대략 서울 여의도 면적의 150배에 달합니다. 여기에 연중 기온도 15에서 25도를 유지해 다른 동남아 지역에서는 재배가 불가능한 고소득 작물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또 토질도 수분과 양분의 보유력이 강한 점토를 많이 포함하고 있어 농업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베트남 경제의 중심지인 호치민 시가 인근에 있어 생산된 농축산물의 소비가 가능하다는 지리적 이점도 갖추고 있어 농업의 최적지로 손꼽힙니다.



하지만 자연조건만 믿고 투자에 나섰다가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아직 외국인 투자에 대한 제한이 엄격한데다 법적 제도적 장치가 부족해 단기간에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베트남에 투자한 우리 농업 기업은 30여여 개 정돕니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베트남 현지와 차별화된 농법과 천혜의 조건을 활용한다면 달랏은 우리 농업인과 식품기업의 동남아 전진기지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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