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고교 역사교과서 이념 논쟁 ‘몸살’

입력 2014.10.02 (06:22) 수정 2014.10.0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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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고교 미국사 AP(Advenced Placement·대학과목 선이수제) 교과과정을 둘러싸고 극심한 이념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에 따르면 콜로라도 주 제퍼슨 카운티 고교 학생들이 지난달 22일부터 지역 교육위원회가 미국사 AP 교과과정 전면 재검토 방침을 밝힌 데 항의해 동맹휴업에 나섰다.

이어 같은 달 30일에는 덴버 인근 중학생들마저 동맹휴업에 동참했다. 앞서 덴버시 인근 고교 4곳에서는 교사들이 수업을 거부하면서 사실상 휴교 상태에 들어갔다.

이 같은 동맹휴업·수업거부 사태는 교육위원회가 미국사 AP 교과과정에 권위에 대한 존경과 애국심, 자유기업 경제시스템 등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것을 주문한 데서 비롯됐다.

지난해 선거에서 보수 성향이 강화된 교육위원회 측은 미국사 AP 교과과정이 미국 역사에서 주요 위인들과 중요한 사건들을 배제했으며, 내용 면에서도 지나치게 진보적 색채를 띠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사를 둘러싼 이념논쟁의 씨앗은 대학입학 자격시험인 SAT 주관사인 칼리지 보드(College Board)가 미국사 AP 교과과정을 단순 암기식이 아닌 비판적 사고를 함양하도록 설계하면서 잉태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게다가 칼리지 보드가 최근 모의고사에서 제출한 표본문제를 공개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공개된 표본문제는 "1492∼1790년 아메리카 원주민과 유럽인 간 접촉이 원주민의 생활양식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서술하라", "미국 독립전쟁(American Revolution)이 혁명의 본질과 다르다는 일부 역사가의 주장에 대해 논하라" 등이다.

실제로 미국의 보수단체 '티파티' 당원들은 일선 학교에서 미국사 AP 교과과정이 현실화되자 기존 미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반미주의를 확산시키는 주범이라고 몰아세웠다.

특히 지난 8월에는 공화당 전국위원회(Republican National Committee)까지 나서 현재 미국사 교육이 급진·수정주의 노선을 밟고 있으며,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이어 미국사 AP 교과과정이 개정되기 전까지 칼리지 보드에 연방예산을 지급해서는 안 되며, 연방의회가 참된 역사교육을 위해 교과과정에 대한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다.

보수계 여성단체 '미국을 걱정하는 여성들'(Concerned Women for America)도 이 교과과정이 수정될 때까지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에 칼리지 보드 측이나 일선 교사들은 보수주의자들의 비판이 억측이며 정치적 편향성을 띠고 있으며, 일부 교육위원회가 교과과정 전면 재검토를 위한 포석 차원에서 검열에 나서고 있다고 반박했다.

제퍼슨 카운티 고교에서 10년 이상을 미국사를 담당했던 스테파니 로시(35) 교사는 "미국 역사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반미주의로 이끌고 미국의 찬란한 역사를 부정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새로운 교과과정에 대한 비판들은 오해에서 나온 것"이라며 "학생 대부분은 미국의 위인들과 중요한 사건들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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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도 고교 역사교과서 이념 논쟁 ‘몸살’
    • 입력 2014-10-02 06:22:10
    • 수정2014-10-02 15:35:20
    연합뉴스
미국에서 고교 미국사 AP(Advenced Placement·대학과목 선이수제) 교과과정을 둘러싸고 극심한 이념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에 따르면 콜로라도 주 제퍼슨 카운티 고교 학생들이 지난달 22일부터 지역 교육위원회가 미국사 AP 교과과정 전면 재검토 방침을 밝힌 데 항의해 동맹휴업에 나섰다.

이어 같은 달 30일에는 덴버 인근 중학생들마저 동맹휴업에 동참했다. 앞서 덴버시 인근 고교 4곳에서는 교사들이 수업을 거부하면서 사실상 휴교 상태에 들어갔다.

이 같은 동맹휴업·수업거부 사태는 교육위원회가 미국사 AP 교과과정에 권위에 대한 존경과 애국심, 자유기업 경제시스템 등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것을 주문한 데서 비롯됐다.

지난해 선거에서 보수 성향이 강화된 교육위원회 측은 미국사 AP 교과과정이 미국 역사에서 주요 위인들과 중요한 사건들을 배제했으며, 내용 면에서도 지나치게 진보적 색채를 띠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사를 둘러싼 이념논쟁의 씨앗은 대학입학 자격시험인 SAT 주관사인 칼리지 보드(College Board)가 미국사 AP 교과과정을 단순 암기식이 아닌 비판적 사고를 함양하도록 설계하면서 잉태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게다가 칼리지 보드가 최근 모의고사에서 제출한 표본문제를 공개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공개된 표본문제는 "1492∼1790년 아메리카 원주민과 유럽인 간 접촉이 원주민의 생활양식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서술하라", "미국 독립전쟁(American Revolution)이 혁명의 본질과 다르다는 일부 역사가의 주장에 대해 논하라" 등이다.

실제로 미국의 보수단체 '티파티' 당원들은 일선 학교에서 미국사 AP 교과과정이 현실화되자 기존 미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반미주의를 확산시키는 주범이라고 몰아세웠다.

특히 지난 8월에는 공화당 전국위원회(Republican National Committee)까지 나서 현재 미국사 교육이 급진·수정주의 노선을 밟고 있으며,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이어 미국사 AP 교과과정이 개정되기 전까지 칼리지 보드에 연방예산을 지급해서는 안 되며, 연방의회가 참된 역사교육을 위해 교과과정에 대한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다.

보수계 여성단체 '미국을 걱정하는 여성들'(Concerned Women for America)도 이 교과과정이 수정될 때까지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에 칼리지 보드 측이나 일선 교사들은 보수주의자들의 비판이 억측이며 정치적 편향성을 띠고 있으며, 일부 교육위원회가 교과과정 전면 재검토를 위한 포석 차원에서 검열에 나서고 있다고 반박했다.

제퍼슨 카운티 고교에서 10년 이상을 미국사를 담당했던 스테파니 로시(35) 교사는 "미국 역사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반미주의로 이끌고 미국의 찬란한 역사를 부정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새로운 교과과정에 대한 비판들은 오해에서 나온 것"이라며 "학생 대부분은 미국의 위인들과 중요한 사건들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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