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도 유람선 최초 119 신고가 먹통?

입력 2014.10.02 (09:22) 수정 2014.10.0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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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홍도 해상에서 유람선 ‘바캉스호’의 좌초를 최초로 알리고자 한 승객이 구조당국의 미흡한 신고 접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사고 직후 119에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고 112신고 접수 과정도 순탄치 않았기 때문이다.

유람선에 타고 있던 승객 이 모 씨는 사고 발생 직후인 오전 9시 9분 19초에 119로 다급히 전화를 걸었다. 뒤따르던 유람선인 파라다이스호의 선원이 목포해경 홍도출장소에 구조를 요청한 것보다 2분 정도 앞선 시점이었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에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여보세요”라고 수차례 외쳤지만 먹통 상태. 전화가 제대로 연결됐는지조차 알기 어려웠다.

결국 첫 신고전화는 통화도 못해본 채 17초 만에 종료됐다.



다급한 이 씨는 바로 112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엔 다행히 잘 연결됐다. 신고접수 시각은 9시 9분 56초. 이후 6분 정도 통화가 이어졌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이번엔 통화 감도가 문제였다.

당시 전남지방경찰청 상황실은 해상사고 매뉴얼에 따라 곧바로 목포해양경찰서 상황실과 삼자 통화를 연결했다. 정확한 사고 지점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 씨에 의하면 112통화가 이루어진 직후에는 감도가 좋았지만 곧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통화의 감도가 나빠졌다.

“유람선에서 사고가 났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알렸지만 상황실에선 바로 인지하지 못했고 “위치가 어디냐? 다친 사람은 몇 명이나 되느냐?” 등의 물음이 반복됐다. 그러는 사이 5분49초의 시간이 흘러갔다.

우여곡절 끝에 사고 내용을 접수한 목포해경 상황실은 홍동출장소 등에 출동명령을 내리고 인근 어선과 유람선을 동원해 승객들을 구조했다.

이번 사고의 경우 좌초된 유람선이 홍도항에서 동쪽으로 100여m 떨어져 있던 탓에 빠른 구조가 가능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세월호의 경우처럼 먼 바다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신속한 사고접수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신고 접수 28분 만에 승객들이 모두 구조된 직후 바캉스호의 선수가 완전히 가라앉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사고접수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던 것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이 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구난구조 시스템이 개선됐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던 것 같다“면서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으면 사소한 사고도 언제든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남소방본부는 사고 직후 119와 통화가 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당시 119 신고접수 요원이 “여보세요”를 2회 반복하며 통화를 시도했지만 웅성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무응답 상태가 17초간 지속되다 끊겼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이후 추가로 신고전화가 오지 않았고 9시 15분쯤 사고 내용을 접수한 전남경찰청으로부터 문의 전화가 와 사건내용을 인지했다“고 덧붙였다.

전남소방본부는 전남경찰청 112로부터 구조 협조요청을 받고 구조헬기 출동지령을 내렸다.

상황실 관계자는 “현장에 도착한 헬기구조대원이 상황 종료 후 신고전화 테스트를 해본 결과 혼선이 심하게 발생하는 등 통화 품질이 안 좋았다”고 말했다.

사고를 접수한 전남지방경찰청과 목포해경 상황실도 당시 통화 품질에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양측 간 온도차가 존재한다.

목포해경 상황실 관계자는 “사고접수가 어려울 만큼 감도가 너무 안 좋았다”고 밝힌 반면 전남경찰청 상황실 관계자는 “일반적인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못 알아들을 정도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종합해보면 신고자와 접수자 모두 통화 상의 문제가 발생해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먼 바다는 아니지만 사고 지점이 해상인 만큼 휴대전화 전파가 약해졌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 씨는 당시 다른 이와의 통화 상태는 양호했다고 밝혔다. 유독 119와 112신고 시에 전화가 잘 안 터졌다는 설명이다.

문제의 원인은 아직 명확치 않다. 상황실 내부 점검 결과 기계적 결함이나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후선박 면허 발급, 무리한 운항, 부실한 안전장비 등 세월호 때와 다를 바 없는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119 불통 문제도 정밀 진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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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도 유람선 최초 119 신고가 먹통?
    • 입력 2014-10-02 09:22:01
    • 수정2014-10-02 11:06:56
    사회
전남 홍도 해상에서 유람선 ‘바캉스호’의 좌초를 최초로 알리고자 한 승객이 구조당국의 미흡한 신고 접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사고 직후 119에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고 112신고 접수 과정도 순탄치 않았기 때문이다.

유람선에 타고 있던 승객 이 모 씨는 사고 발생 직후인 오전 9시 9분 19초에 119로 다급히 전화를 걸었다. 뒤따르던 유람선인 파라다이스호의 선원이 목포해경 홍도출장소에 구조를 요청한 것보다 2분 정도 앞선 시점이었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에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여보세요”라고 수차례 외쳤지만 먹통 상태. 전화가 제대로 연결됐는지조차 알기 어려웠다.

결국 첫 신고전화는 통화도 못해본 채 17초 만에 종료됐다.



다급한 이 씨는 바로 112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엔 다행히 잘 연결됐다. 신고접수 시각은 9시 9분 56초. 이후 6분 정도 통화가 이어졌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이번엔 통화 감도가 문제였다.

당시 전남지방경찰청 상황실은 해상사고 매뉴얼에 따라 곧바로 목포해양경찰서 상황실과 삼자 통화를 연결했다. 정확한 사고 지점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 씨에 의하면 112통화가 이루어진 직후에는 감도가 좋았지만 곧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통화의 감도가 나빠졌다.

“유람선에서 사고가 났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알렸지만 상황실에선 바로 인지하지 못했고 “위치가 어디냐? 다친 사람은 몇 명이나 되느냐?” 등의 물음이 반복됐다. 그러는 사이 5분49초의 시간이 흘러갔다.

우여곡절 끝에 사고 내용을 접수한 목포해경 상황실은 홍동출장소 등에 출동명령을 내리고 인근 어선과 유람선을 동원해 승객들을 구조했다.

이번 사고의 경우 좌초된 유람선이 홍도항에서 동쪽으로 100여m 떨어져 있던 탓에 빠른 구조가 가능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세월호의 경우처럼 먼 바다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신속한 사고접수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신고 접수 28분 만에 승객들이 모두 구조된 직후 바캉스호의 선수가 완전히 가라앉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사고접수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던 것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이 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구난구조 시스템이 개선됐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던 것 같다“면서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으면 사소한 사고도 언제든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남소방본부는 사고 직후 119와 통화가 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당시 119 신고접수 요원이 “여보세요”를 2회 반복하며 통화를 시도했지만 웅성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무응답 상태가 17초간 지속되다 끊겼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이후 추가로 신고전화가 오지 않았고 9시 15분쯤 사고 내용을 접수한 전남경찰청으로부터 문의 전화가 와 사건내용을 인지했다“고 덧붙였다.

전남소방본부는 전남경찰청 112로부터 구조 협조요청을 받고 구조헬기 출동지령을 내렸다.

상황실 관계자는 “현장에 도착한 헬기구조대원이 상황 종료 후 신고전화 테스트를 해본 결과 혼선이 심하게 발생하는 등 통화 품질이 안 좋았다”고 말했다.

사고를 접수한 전남지방경찰청과 목포해경 상황실도 당시 통화 품질에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양측 간 온도차가 존재한다.

목포해경 상황실 관계자는 “사고접수가 어려울 만큼 감도가 너무 안 좋았다”고 밝힌 반면 전남경찰청 상황실 관계자는 “일반적인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못 알아들을 정도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종합해보면 신고자와 접수자 모두 통화 상의 문제가 발생해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먼 바다는 아니지만 사고 지점이 해상인 만큼 휴대전화 전파가 약해졌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 씨는 당시 다른 이와의 통화 상태는 양호했다고 밝혔다. 유독 119와 112신고 시에 전화가 잘 안 터졌다는 설명이다.

문제의 원인은 아직 명확치 않다. 상황실 내부 점검 결과 기계적 결함이나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후선박 면허 발급, 무리한 운항, 부실한 안전장비 등 세월호 때와 다를 바 없는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119 불통 문제도 정밀 진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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