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50년 퇴직연금이 매달 천 원?…원금 보장이 우선

입력 2014.10.03 (21:19) 수정 2014.10.03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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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직장인들의 중요한 노후보장 수단인 퇴직금,

이 퇴직금이 오는 2016년부터 기업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퇴직 연금으로 전환돼, 2022년에는 모든 기업에 의무화됩니다.

그럼 퇴직연금이란 뭘까요?

지금까지는 기업이 내부에 적립하던 퇴직적립금을 금융사에 맡겨 운용한 뒤 그 수익을 합쳐 퇴직 근로자에게 돌려주는 상품입니다.

퇴직 연금 시장 2030년엔 900조 원대로 예상되는데요.

한 해 수수료가 0.6% 정도니까 금융사들에겐 해마다 5조 원을 안겨주는 엄청난 시장이 생기는 겁니다.

퇴직연금이 금융사의 배만 불린다는 비판에 정부는 근로자의 노후도 든든해 진다고 설명하는데요,

퇴직연금이 풍족한 노후를 보장할 수 있을까요?

<리포트>

윤모 씨의 어머니는 1961년 삼성생명의 전신인 동방생명의 연금 상품에 가입했습니다.

17,600환을 내고 50년을 기다리면 해마다 당시 대기업 연봉 수준인 12만 환을 받는 조건이었습니다.

그런데 10환이 1원으로 '화폐개혁'됐다며 보험사가 인정한 연금액은 고작 12,000원.

50년을 기다리며 든든한 연금을 기대했지만 물가 상승으로 물거품이 된 것입니다.

<인터뷰> 윤모씨(연금 가입자 자녀) : "이제 50년이 지나고 나니까 정말 너무나 작은 돈이 되었고 진짜 기가 막힌 거죠."

삼성생명은 상법상 10년만 서류를 보존하면 된다며 윤씨가 가입할 당시 보험약관의 원본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이 같은 문제는 지금도 마찬가집니다.

퇴직 연금의 평균 수익률이 계속 하락하면서 최근 6분기 연속 0%대를 기록했습니다.

<인터뷰> 김미숙(보험이용자 협회 대표) : "노후연금액의 화폐가치가 인정되지 않는데다가 투자손실을 볼 수 있는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퇴직금을 민영 금융회사에 맡기는 퇴직연금 제도가 반드시 근로자에게 유리하다고 볼 수만은 없는 이윱니다.

<기자 멘트>

보신 것처럼 퇴직연금이 정부의 생각처럼 장밋빛 일 수만은 없다는 얘긴데요.

왜 그런지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연봉 5천만 원인 근로자가 앞으로 25년 더 일하면 1억 원 정도의 퇴직금을 받는데요,

이를 퇴직연금으로 전환해 25년 동안 받으면 한 달에 44만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10년 동안의 물가상승률을 적용하면 50년 뒤 현재가치는 11만 원에 불과합니다.

더 큰 문제는 자산가격이 폭락하는 위기 상황이 왔을 땐데요,

2007년 금융 위기 직후 미국의 퇴직연금(401K)은 대부분 30% 가까이 손실이 났고 일본도 25%나 손실을 봤습니다.

특히 2012년 일본에서는 한 자산 운용사(AIJ)가 파산해 88만 명이 90%의 퇴직연금을 날렸습니다.

자칫 불황으로 직장을 잃었는데 퇴직금까지 사라지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습니다.

기업이 지급을 책임지는 퇴직연금도 결코, 안심할 수 없습니다.

퇴직연금의 투자 손실을 메우다 GM과 크라이슬러, 델타 항공 등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금융위기 이후 파산 위험에 내몰렸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들은 퇴직연금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는데요,

호주와 스위스, 미국 등 선진국 중 빈곤율이 높은 나라들은 모두 공적 연금 대신 퇴직연금을 활성화했던 나라들입니다.

그렇다면, 보다 나은 노후를 위한 방법은 없는 걸까요?

공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독일의 직장인 파벨스 씨는 2002년부터 퇴직연금 상품인 리스터 연금을 붓고 있습니다.

매달 175유로씩 연간 2천100유로, 우리 돈으로 280만 원을 적립하면 정부가 매년 154유로, 20만 원을 보조해 줍니다.

지난 2001년부터 도입된 리스터 연금의 핵심은 원금 보장.

<인터뷰> 디르크 파벨스(독일 직장인) : "리스터 연금은 원금손실 없이 다 보장되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범위를 오히려 (현재 40%에서) 70%까지로 확대했고 예금자보호도 한 사람에 5천만 원까지만 가능합니다.

그것도 회사가 파산했을 때만 가능할 뿐, 투자손실에 대한 보호는 아닙니다.

따라서 최대한 원금 보장이 가능하도록 사전 감독을 강화하고, 사후에는 투자자 소송 등을 통해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 원할 경우, 퇴직금 중간정산을 허용해야 합니다.

저소득층을 위한 안전장치 마련도 시급합니다.

<인터뷰> 제갈현숙(사회공공연구원) : "국민연금에서도 사각지대에 있는 자영업자,비정규직 노동자, 불안정 고용층 분들을 위해서는 퇴직연금에 준하는 제도가 됐든 공적연금에서 이분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든"

국민의 노후 보장을 위해서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등 공적연금부터 강화한 뒤, 그 빈틈을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으로 메워야 한다는 얘깁니다.

KBS 뉴스 공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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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50년 퇴직연금이 매달 천 원?…원금 보장이 우선
    • 입력 2014-10-03 21:23:22
    • 수정2014-10-03 22:4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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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직장인들의 중요한 노후보장 수단인 퇴직금,

이 퇴직금이 오는 2016년부터 기업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퇴직 연금으로 전환돼, 2022년에는 모든 기업에 의무화됩니다.

그럼 퇴직연금이란 뭘까요?

지금까지는 기업이 내부에 적립하던 퇴직적립금을 금융사에 맡겨 운용한 뒤 그 수익을 합쳐 퇴직 근로자에게 돌려주는 상품입니다.

퇴직 연금 시장 2030년엔 900조 원대로 예상되는데요.

한 해 수수료가 0.6% 정도니까 금융사들에겐 해마다 5조 원을 안겨주는 엄청난 시장이 생기는 겁니다.

퇴직연금이 금융사의 배만 불린다는 비판에 정부는 근로자의 노후도 든든해 진다고 설명하는데요,

퇴직연금이 풍족한 노후를 보장할 수 있을까요?

<리포트>

윤모 씨의 어머니는 1961년 삼성생명의 전신인 동방생명의 연금 상품에 가입했습니다.

17,600환을 내고 50년을 기다리면 해마다 당시 대기업 연봉 수준인 12만 환을 받는 조건이었습니다.

그런데 10환이 1원으로 '화폐개혁'됐다며 보험사가 인정한 연금액은 고작 12,000원.

50년을 기다리며 든든한 연금을 기대했지만 물가 상승으로 물거품이 된 것입니다.

<인터뷰> 윤모씨(연금 가입자 자녀) : "이제 50년이 지나고 나니까 정말 너무나 작은 돈이 되었고 진짜 기가 막힌 거죠."

삼성생명은 상법상 10년만 서류를 보존하면 된다며 윤씨가 가입할 당시 보험약관의 원본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이 같은 문제는 지금도 마찬가집니다.

퇴직 연금의 평균 수익률이 계속 하락하면서 최근 6분기 연속 0%대를 기록했습니다.

<인터뷰> 김미숙(보험이용자 협회 대표) : "노후연금액의 화폐가치가 인정되지 않는데다가 투자손실을 볼 수 있는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퇴직금을 민영 금융회사에 맡기는 퇴직연금 제도가 반드시 근로자에게 유리하다고 볼 수만은 없는 이윱니다.

<기자 멘트>

보신 것처럼 퇴직연금이 정부의 생각처럼 장밋빛 일 수만은 없다는 얘긴데요.

왜 그런지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연봉 5천만 원인 근로자가 앞으로 25년 더 일하면 1억 원 정도의 퇴직금을 받는데요,

이를 퇴직연금으로 전환해 25년 동안 받으면 한 달에 44만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10년 동안의 물가상승률을 적용하면 50년 뒤 현재가치는 11만 원에 불과합니다.

더 큰 문제는 자산가격이 폭락하는 위기 상황이 왔을 땐데요,

2007년 금융 위기 직후 미국의 퇴직연금(401K)은 대부분 30% 가까이 손실이 났고 일본도 25%나 손실을 봤습니다.

특히 2012년 일본에서는 한 자산 운용사(AIJ)가 파산해 88만 명이 90%의 퇴직연금을 날렸습니다.

자칫 불황으로 직장을 잃었는데 퇴직금까지 사라지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습니다.

기업이 지급을 책임지는 퇴직연금도 결코, 안심할 수 없습니다.

퇴직연금의 투자 손실을 메우다 GM과 크라이슬러, 델타 항공 등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금융위기 이후 파산 위험에 내몰렸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들은 퇴직연금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는데요,

호주와 스위스, 미국 등 선진국 중 빈곤율이 높은 나라들은 모두 공적 연금 대신 퇴직연금을 활성화했던 나라들입니다.

그렇다면, 보다 나은 노후를 위한 방법은 없는 걸까요?

공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독일의 직장인 파벨스 씨는 2002년부터 퇴직연금 상품인 리스터 연금을 붓고 있습니다.

매달 175유로씩 연간 2천100유로, 우리 돈으로 280만 원을 적립하면 정부가 매년 154유로, 20만 원을 보조해 줍니다.

지난 2001년부터 도입된 리스터 연금의 핵심은 원금 보장.

<인터뷰> 디르크 파벨스(독일 직장인) : "리스터 연금은 원금손실 없이 다 보장되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범위를 오히려 (현재 40%에서) 70%까지로 확대했고 예금자보호도 한 사람에 5천만 원까지만 가능합니다.

그것도 회사가 파산했을 때만 가능할 뿐, 투자손실에 대한 보호는 아닙니다.

따라서 최대한 원금 보장이 가능하도록 사전 감독을 강화하고, 사후에는 투자자 소송 등을 통해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 원할 경우, 퇴직금 중간정산을 허용해야 합니다.

저소득층을 위한 안전장치 마련도 시급합니다.

<인터뷰> 제갈현숙(사회공공연구원) : "국민연금에서도 사각지대에 있는 자영업자,비정규직 노동자, 불안정 고용층 분들을 위해서는 퇴직연금에 준하는 제도가 됐든 공적연금에서 이분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든"

국민의 노후 보장을 위해서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등 공적연금부터 강화한 뒤, 그 빈틈을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으로 메워야 한다는 얘깁니다.

KBS 뉴스 공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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