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도심서 또 멧돼지 출몰…대책 없나?

입력 2014.10.10 (08:37) 수정 2014.10.1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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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틀 전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주택가에 멧돼지떼가 나타나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2마리는 엽사들에 의해 사살됐는데요.

이승훈 기자, 멧돼지들이 먹이를 찾아 내려오는 일이 자주 생기는 것 같네요.

<기자 멘트>

네, 이번에 멧돼지가 나타난 장소는 많은 인파로 붐비는 곳은 아닙니다만, 최근 들어 도심지내 멧돼지 출현 빈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만큼 개체수가 늘었다는 얘기겠죠.

문제는 이렇게 도심지로 내려오고 있는 멧돼지가 재산 피해를 주는 걸 넘어서, 사람을 공격하기도 한다는 데 있습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도심에 나타나는 멧돼지를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서울 종로구 부암동.

북악산 아래에 자리잡은 이 동네는 얼마 전부터 무언가가 나타날지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 잡혀 있습니다.

<녹취> 동네 주민 : “아침에 일찍 나오지를 못하지. 밤에도 벌써 해 떨어지면 집에서 꼼짝 못하고 있어야 하죠. 그러니까 얼마나 힘들어요.”

<녹취> 동네 주민 : “근처까지 오니까 무섭죠.”

주민들을 이렇게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건 가을이 되면서 수시로 산을 내려오고 있는 멧돼지입니다.

정성스레 가꿔놓은 텃밭을 엉망으로 파헤쳐 버리고,

<녹취> 피해 주민 : “여기 이렇게 보면 한두 군데가 아니에요. 지금 여기서부터 계속 쫙 여기서부터 들어오면서부터 입구서부터 다 파헤친 거예요. 배추 있는 데도 생강하고 배추하고 심어놓은 건데 다 파헤쳤잖아요.”

사람들이 잠을 자고 있는 짚 앞까지 내려와 울타리를 부숴놓고 가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이승용(사무국장/야생생물관리협회) : “이걸 들이 받아서 돼지가 여기를 들이받으니까 여기를 받은 거예요. 받으니까 이게 그냥 문이 철책까지 떨어져 나간거죠.”

해만 저물어도, 거구의 멧돼지와 마주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외출조차 마음 편히 하지 못한다는 주민들.

<녹취> 동네 주민 : “낮에도 저번에 저길 돌아가는 데 저쪽에서 멧돼지가 나를 봐서 부딪힐 뻔했어요.”

<녹취> 동네 주민 : “많이 걱정되죠. 애들 나갈까 봐 그냥 맨날 소리 지르고 부르고. 혹시라도 낮에라도 나올까 봐 어른들도 무서워서 나가지도 못하고. 어둠침침하면 그냥 방에만 있는 거예요. 무조건.”

주민들이 느끼는 공포와 또 분노는 이미 도를 넘은 상황이었습니다.

<인터뷰> 김관호(소방장/신영119안전센터 ) : “근래에 들어서 더 심해졌죠. 내려오는 횟수라든가 마릿수라든가 그런 게 더 잦아졌어요. 그러다 보니까 노약자라든가 연세 많이 드신 분한테는 상당히 위협이 될 수가 있어요.”

취재팀은 어렵게 멧돼지가 촬영된 CCTV 영상을 입수했는데요,

지난 3일 새벽입니다.

3마리의 멧돼지가 산을 내려오더니, 민가를 향해 거침없이 내달려 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또 다른 멧돼지는 농작물이 심어진 마을 텃밭을 제멋대로 돌아다니며, 땅을 마구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견디다 못한 주민들은 결국 야생동물 피해 구제단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인터뷰> 이승용(사무국장/야생생물관리협회) : “그날도 아침에 신고가 들어왔어요. 돼지가 아침 7시에 내려와서 주민이 ‘못 나가겠다.’ 그런 신고가 막 저희가 출동하고 있는데 들어왔죠.“

신고를 받은 엽사들은 사냥개를 앞세우고, 곧장 멧돼지의 흔적을 쫒았습니다.

마을과 산 입구에는 선명한 멧돼지 흔적이 많이 남아 있어, 은신처를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이승용(사무장/야생생물관리협회) : “잠을 자다 인기척에 깨어나다 보니까 도망을 가게 된 거죠. 그리고 대치하다 보니까 사냥개들이 다치고 그러다 보니까 빨리 얼른 저거를 제압해야 되겠다고 해서 바로 총으로 쏜 거죠.”

지금 보시는 영상은 당시 출동한 엽사들이 멧돼지를 잡아 차에 싣고 있는 장면인데요,

이날, 이 마을에서는 120kg이 넘는 멧돼지 2마리가 엽사들에 의해 사살됐습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인터뷰> 이승용(사무장/야생생물관리협회 ) : “아마도 한 열 마리 정도는 이 산에 아직 있지 않나 이렇게 생각을 해요. 지금 이 근처에 있습니다. 멀리 안 가고 이 근처에 있고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는 먹이 활동을 하죠.”

<기자 멘트>

최근 들어, 이렇게 멧돼지가 도심 한복판에 출몰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건데요,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닙니다만,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개체수 조절이 시급해 보입니다.

대책 마련이 당장 시급한 이유는 사람을 공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15일, 대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

주차장에 침입한 멧돼지가 주차된 차량을 파손하고, 주민들을 공격해 1명이 다쳤습니다.

<인터뷰> 백종기(당시 엽사 ) : "지하주차장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불 들고 오니까 자기를 공격하는가 싶어서 멧돼지가 먼저 사람을 공격한 거죠."

지난해 경기도 포천에서는 시내 한복판에 나타난 멧돼지가 사람들을 공격해 5명이 중경상을 입었고,

강릉에서는 멧돼지가 장례식장에 나타나 남자 직원을 다치게 하기도 했습니다.

장소도 가리지 않는데요,

어린 학생들이 생활하는 초등학교 운동장을 휘젓고 다니는가 하면, 커피숍이나 병원에까지 출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환경부의 통계를 보면, 지난 2010년 79건에 불과하던 도심 멧돼지 신고 건수가 2~3년 사이에 7~8배나 급증했는데요,

이렇게 멧돼지 출현이 증가한 가장 큰 이유는 개체수는 지속적으로 느는데, 서식지는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우신 (교수/서울대학교 삼림과학부 ) : “최근에 기후 온난화로 의해서 80%까지 생존율이 높아져서 마릿수가 증가하는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멧돼지들이) 토착화되면서 개체군 번식으로 개체군이 늘어나고 도시지역에서 격리됨으로써 더는 분산할 수도 없고 자연히 도심에 출현하는 이런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여기에 수렵 등에 의해 쫓겨난 멧돼지들이 도심 주변 산 속에 갇혀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된 것도 도심 멧돼지 출현을 증가시키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지목됩니다.

<인터뷰> 이우신(교수/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 “환경수용능력에 맞춰서 그것보다 많은 개체 수는 구제한다든지, 아니면 포획틀로 포획해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방법, 그리고 인간에 의해서 단절된 서식지 안에 동물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생태 이동 통로, 에코 브릿지 같은 것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대책도 대책이지만, 우선 급한건 멧돼지로부터 공격 받는 일을 피하는 일일겁니다.

멧돼지를 맞닥뜨렸을땐 등을 보이지 말고,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기다리는게 좋습니다.

주위에 나무나 바위, 또 우산 등이 있으면, 그 안으로 몸을 숨기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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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도심서 또 멧돼지 출몰…대책 없나?
    • 입력 2014-10-10 08:38:50
    • 수정2014-10-10 10: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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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틀 전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주택가에 멧돼지떼가 나타나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2마리는 엽사들에 의해 사살됐는데요.

이승훈 기자, 멧돼지들이 먹이를 찾아 내려오는 일이 자주 생기는 것 같네요.

<기자 멘트>

네, 이번에 멧돼지가 나타난 장소는 많은 인파로 붐비는 곳은 아닙니다만, 최근 들어 도심지내 멧돼지 출현 빈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만큼 개체수가 늘었다는 얘기겠죠.

문제는 이렇게 도심지로 내려오고 있는 멧돼지가 재산 피해를 주는 걸 넘어서, 사람을 공격하기도 한다는 데 있습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도심에 나타나는 멧돼지를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서울 종로구 부암동.

북악산 아래에 자리잡은 이 동네는 얼마 전부터 무언가가 나타날지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 잡혀 있습니다.

<녹취> 동네 주민 : “아침에 일찍 나오지를 못하지. 밤에도 벌써 해 떨어지면 집에서 꼼짝 못하고 있어야 하죠. 그러니까 얼마나 힘들어요.”

<녹취> 동네 주민 : “근처까지 오니까 무섭죠.”

주민들을 이렇게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건 가을이 되면서 수시로 산을 내려오고 있는 멧돼지입니다.

정성스레 가꿔놓은 텃밭을 엉망으로 파헤쳐 버리고,

<녹취> 피해 주민 : “여기 이렇게 보면 한두 군데가 아니에요. 지금 여기서부터 계속 쫙 여기서부터 들어오면서부터 입구서부터 다 파헤친 거예요. 배추 있는 데도 생강하고 배추하고 심어놓은 건데 다 파헤쳤잖아요.”

사람들이 잠을 자고 있는 짚 앞까지 내려와 울타리를 부숴놓고 가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이승용(사무국장/야생생물관리협회) : “이걸 들이 받아서 돼지가 여기를 들이받으니까 여기를 받은 거예요. 받으니까 이게 그냥 문이 철책까지 떨어져 나간거죠.”

해만 저물어도, 거구의 멧돼지와 마주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외출조차 마음 편히 하지 못한다는 주민들.

<녹취> 동네 주민 : “낮에도 저번에 저길 돌아가는 데 저쪽에서 멧돼지가 나를 봐서 부딪힐 뻔했어요.”

<녹취> 동네 주민 : “많이 걱정되죠. 애들 나갈까 봐 그냥 맨날 소리 지르고 부르고. 혹시라도 낮에라도 나올까 봐 어른들도 무서워서 나가지도 못하고. 어둠침침하면 그냥 방에만 있는 거예요. 무조건.”

주민들이 느끼는 공포와 또 분노는 이미 도를 넘은 상황이었습니다.

<인터뷰> 김관호(소방장/신영119안전센터 ) : “근래에 들어서 더 심해졌죠. 내려오는 횟수라든가 마릿수라든가 그런 게 더 잦아졌어요. 그러다 보니까 노약자라든가 연세 많이 드신 분한테는 상당히 위협이 될 수가 있어요.”

취재팀은 어렵게 멧돼지가 촬영된 CCTV 영상을 입수했는데요,

지난 3일 새벽입니다.

3마리의 멧돼지가 산을 내려오더니, 민가를 향해 거침없이 내달려 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또 다른 멧돼지는 농작물이 심어진 마을 텃밭을 제멋대로 돌아다니며, 땅을 마구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견디다 못한 주민들은 결국 야생동물 피해 구제단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인터뷰> 이승용(사무국장/야생생물관리협회) : “그날도 아침에 신고가 들어왔어요. 돼지가 아침 7시에 내려와서 주민이 ‘못 나가겠다.’ 그런 신고가 막 저희가 출동하고 있는데 들어왔죠.“

신고를 받은 엽사들은 사냥개를 앞세우고, 곧장 멧돼지의 흔적을 쫒았습니다.

마을과 산 입구에는 선명한 멧돼지 흔적이 많이 남아 있어, 은신처를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이승용(사무장/야생생물관리협회) : “잠을 자다 인기척에 깨어나다 보니까 도망을 가게 된 거죠. 그리고 대치하다 보니까 사냥개들이 다치고 그러다 보니까 빨리 얼른 저거를 제압해야 되겠다고 해서 바로 총으로 쏜 거죠.”

지금 보시는 영상은 당시 출동한 엽사들이 멧돼지를 잡아 차에 싣고 있는 장면인데요,

이날, 이 마을에서는 120kg이 넘는 멧돼지 2마리가 엽사들에 의해 사살됐습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인터뷰> 이승용(사무장/야생생물관리협회 ) : “아마도 한 열 마리 정도는 이 산에 아직 있지 않나 이렇게 생각을 해요. 지금 이 근처에 있습니다. 멀리 안 가고 이 근처에 있고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는 먹이 활동을 하죠.”

<기자 멘트>

최근 들어, 이렇게 멧돼지가 도심 한복판에 출몰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건데요,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닙니다만,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개체수 조절이 시급해 보입니다.

대책 마련이 당장 시급한 이유는 사람을 공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15일, 대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

주차장에 침입한 멧돼지가 주차된 차량을 파손하고, 주민들을 공격해 1명이 다쳤습니다.

<인터뷰> 백종기(당시 엽사 ) : "지하주차장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불 들고 오니까 자기를 공격하는가 싶어서 멧돼지가 먼저 사람을 공격한 거죠."

지난해 경기도 포천에서는 시내 한복판에 나타난 멧돼지가 사람들을 공격해 5명이 중경상을 입었고,

강릉에서는 멧돼지가 장례식장에 나타나 남자 직원을 다치게 하기도 했습니다.

장소도 가리지 않는데요,

어린 학생들이 생활하는 초등학교 운동장을 휘젓고 다니는가 하면, 커피숍이나 병원에까지 출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환경부의 통계를 보면, 지난 2010년 79건에 불과하던 도심 멧돼지 신고 건수가 2~3년 사이에 7~8배나 급증했는데요,

이렇게 멧돼지 출현이 증가한 가장 큰 이유는 개체수는 지속적으로 느는데, 서식지는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우신 (교수/서울대학교 삼림과학부 ) : “최근에 기후 온난화로 의해서 80%까지 생존율이 높아져서 마릿수가 증가하는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멧돼지들이) 토착화되면서 개체군 번식으로 개체군이 늘어나고 도시지역에서 격리됨으로써 더는 분산할 수도 없고 자연히 도심에 출현하는 이런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여기에 수렵 등에 의해 쫓겨난 멧돼지들이 도심 주변 산 속에 갇혀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된 것도 도심 멧돼지 출현을 증가시키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지목됩니다.

<인터뷰> 이우신(교수/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 “환경수용능력에 맞춰서 그것보다 많은 개체 수는 구제한다든지, 아니면 포획틀로 포획해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방법, 그리고 인간에 의해서 단절된 서식지 안에 동물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생태 이동 통로, 에코 브릿지 같은 것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대책도 대책이지만, 우선 급한건 멧돼지로부터 공격 받는 일을 피하는 일일겁니다.

멧돼지를 맞닥뜨렸을땐 등을 보이지 말고,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기다리는게 좋습니다.

주위에 나무나 바위, 또 우산 등이 있으면, 그 안으로 몸을 숨기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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